소설리스트

컴백 (149)화 (149/185)

149화

 주차장에서 경호원과 헤어진 최홍서는 주차장과 연결된 현관의 도어록을 해제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은 뒤 현관 안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이해성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3층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3층 복도로 연결되었다. 500제곱미터13)에 달하는 규모의 3층에는 이해성이 사용하던 마스터룸과 욕실, 드레스룸, 거실과 서재, 그리고 웬만한 가전과 집기를 전부 갖춘 주방까지 마련되어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생활이 충분히 가능했다.

 두 사람은 3층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강 실장 외의 다른 고용인들이 최홍서와 거의 부딪힐 일이 없도록 이해성이 조치해 주기도 해서, 최홍서는 거의 단둘이 사는 것 같다고 느꼈다.

 요리하지 않아도 주방에 음식이 준비되어 있고, 외출 후 귀가하면 언제나 새집처럼 말끔히 정돈되어 있고, 세탁 바구니가 저절로 비워지지만... 어쨌든 걱정했던 것보다는 분당 생활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엘리베이터 문이 3층에서 열리면, 누군가와 마주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게 되곤 하지만.

 “티파니.”

 3층에 내려서자마자 최홍서는 티파니부터 찾았다.

 이해성은 마스터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티파니의 방을 꾸며주었다. 다양한 종류의 캣 타워와 캣휠, 숨숨집, 구름다리, 수많은 신형 장난감들이 가득한 그 방은 모든 고양이의 꿈같은 곳이었다. 만약 고양이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티파니, 나 왔어. 어디야?”

 그런데도 녀석은 그 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3층에만 숨어 있는 최홍서와 달리 녀석에게는 이 넓은 집 곳곳이 모두 놀이터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거실에도, 침실이나 욕실에도, 드레스룸에도, 주방이나 이해성의 서재에도, 티파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최홍서가 미국을 다녀온 뒤부터 토라져 있는 상태였다. 용재에게 맡기고 일주일 가까이 떠나 있었던 것에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았다. 게다가 직후에는 이사까지 감행하게 됐으니 심기가 불편한 것도 이해는 됐다.

 티파니 찾기를 포기하고 서재에서 막 돌아나가려던 최홍서는 이해성의 책상머리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췄다.

 책상 위에 부채꼴로 가지런히 펼쳐져 있는 여러 서적 중에 눈에 띄는 잡지가 있었다. ARA라는 선명한 글씨에 눈이 갔다. 자세히 보니 Hae-Seong Lee와의 인터뷰가 실린 스페인 잡지였다.

 티파니를 찾아 3층 전체를 헤집고 다니느라 지쳐버렸던 최홍서의 눈이 순간 생기를 되찾았다. 읽고 싶었다.

 봐도 되는지 그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코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직 대화 중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보다는 메시지를 택했다.

  : 아저씨 서재 책상에 잡지가 몇 권 있는데, 이거 봐도 돼요? (오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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