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컴백 (144)화 (144/185)

144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비워 줄게요.”

 “......”

 “우리 애기 밥은 먹여야지.”

 뿌리까지 넣는 데에도 오래 공을 들여야 했던 그의 긴 음경은 빠져나가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그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던 내벽이 이번에는 그의 기둥에 빨판처럼 들러붙어 놔주지 않으려 했다. 안에서 잡아끄는 힘이 최홍서에게도 느껴졌다.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해도 귀에 불이 붙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으으... 흑... 하, 하아...”

 몸속을 꽉 틀어막고 있던 마개가 물러나면서 마지막에 한껏 벌려져 있었던 입구가 푹 쪼그라드는 생생한 감각에 최홍서는 베개를 안은 채로 진저리를 쳤다. 받아내기가 벅찼던 만큼이나 밀어내 빼는 데에도 참 애를 먹이는 음경이었다.

 여기저기 잇자국과 울혈이 남은 엎드린 뒷모습에 여러 번 입을 맞춘 이해성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는 최홍서의 어깨를 붙잡아 조심스레 몸을 뒤집었다.

 “......”

 완전히 연소돼 버린 최홍서와 달리, 앞판을 드러낸 최홍서의 나신을 훑는 이해성의 눈은 여전히 갈증으로 타고 있었다.

 여전히 간헐적으로 떠는 몸은 완전히 곤죽이 되어 축 늘어져 있었다. 민감해진 음경은 땀과 정액으로 반들거리는 검은 음모 사이에서 움찔거리며 질금질금 체액을 흘려댔다. 그것을 감추려는 듯 살짝 오므린 허벅지의 깊은 안쪽은 이해성에게 물리고 씹힌 자국으로 울긋불긋했다. 게다가, 애널에서 흘러나온 이해성의 정액과 최홍서 자신의 정액으로 사타구니 주변이 온통 엉망이었다.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을 만큼, 무력해질 때까지 섹스로 느껴버린 몸이었다.

 이해성의 힘에 의지해 몸을 돌려 누운 최홍서는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랫입술을 잠시 혀로 축인 이해성은 떨고 있는 연인에게로 깊숙이 상체를 기울였다.

 “흐... 하으, 흑... 흐...”

 강제로 당한 것처럼 흐느끼는 최홍서의 눈가를 닦아주고, 입가에 흐른 타액을 손등으로 훔쳐주었다. 붉게 상기된 눈 밑을 엄지로 쓸어주었다.

 “나... 울었어요?”

 벌린 입술로 겨우 조금 편해진 숨을 내쉬며, 최홍서는 그와 눈을 맞췄다.

 “그랬나 봐. 그것도 너무 예쁘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성적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그가 쉬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허벅지에 슬쩍 닿아오는 그의 성기는 여전히 빳빳하게 부풀어 어딘가에 몸을 비비고 싶은 듯 움찔거리고 있었으니까.

 엄지로 최홍서의 아랫입술을 살짝 당긴 이해성은 입술 안쪽의 점막끼리 비비는, 그런 키스를 남긴 후 몸을 떼었다.

 “팬케이크?”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그렇게 묻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이해성은 거추장스러운 음경을 요령 있게 추슬러가며 침대 가장자리로 옮겨 갔다. 식사를 침실로 가져다 달라고, 내선 전화로 그가 식사를 주문하는 동안 최홍서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서로 한 번씩 사정했을 뿐이었지만, 이해성의 섹스는 결코 짧지 않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나 지났는지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마치 호텔의 룸서비스처럼 주문을 마친 이해성은 침대 헤드에 높이 돋워놓은 베개에 비스듬히 기대 누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종아리쯤에 뻗은 최홍서의 발목을 쥐고 주르륵 끌어당겼다. 시트가 밀리는 마찰 때문에 최홍서는 아주 쉽게 끌려갔다.

 둘 모두 피식 웃음이 터져버렸다.

 “어디 가려고?”

 기껏 가까이 끌어당겨 놓았더니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는 최홍서를 그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핸드폰이요. 저쪽 방에 두고 와서요.”

 “휴가인데, 없어도 되잖아.”

 여전히 섹스의 여운에 잠겨 있는 그는 한 팔을 머리 위로 올린 채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안쪽에 굵은 이두가 박힌 상박과 넓고 두툼한 가슴팍을 바라보자, 최홍서는 다시 또 엉덩이 안쪽에 욱신거림을 느꼈다. 움찔. 입구가 조였다 풀어지면서, 그가 남겨놓은 흔적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려, 깔고 앉은 시트를 적셨다.

 그렇게 쥐어 짜냈는데. 아직도 안쪽에는 그의 성기가 격렬하게 드나들며 남긴 얼얼한 열기가 남아있는데. 그런데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괜히 그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매니저한테 연락이 왔을지도 몰라서요. 티파니를 맡기고 왔거든요.”

 미국에 온 이후, 용재는 매일 사진이나 영상과 함께 티파니의 상태를 알려주었다. 일어나자마자 확인을 못 했는데 아마 간밤에도 연락이 와 있었을 것이다. 어젯밤에 충전을 해두지 않았으니 배터리가 방전됐을 수도 있었다.

 침대를 벗어나 바닥을 디디고 일어나려던 최홍서는 뒤에서 누가 당긴 것처럼 다시 침대에 주저앉아 버렸다. 생각처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어딜 간다고 그래.”

 혀 차는 소리와 함께 그가 손목을 잡아당겼다.

 “이리 와. 여기 있어.”

 이해성은 내선 전화로 최홍서의 핸드폰을 가져다줄 것을 요청했다. 그의 요구대로 수행원 중 한 사람이 문 앞에 핸드폰을 놔두고 노크를 한 뒤 물러갔다. 이해성이 알몸으로 일어나 가져다준 핸드폰은 건전지 모양의 아이콘이 끝까지 충전되어 있었다.

 한국 시각으로 새벽 2시 이후에 용재에게서 메신저가 몇 개 도착해 있었다. 평소보다 귀가가 많이 늦었다 싶었는데, 회사 사람들과 술자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구용재 매니저 : KMB에서 준비 중인 드라마가 있는데요

 구용재 매니저 : 예산도 크게 들어가고 작가도 PD도 다 유명한 분들이 맡는 엄청 대형 작품이거든요

 구용재 매니저 : 기사는 안 나갔어도 동하가 거기 주연 중 한 명으로 거의 확실하게 내정돼 있었는데...

 구용재 매니저 : 오늘 그게 취소가 됐어요ㅠㅠ

 구용재 매니저 : 방송국 쪽에서는 정확한 이유도 말 안 해주고... 그냥 내부 사정이라면서 얼렁뚱땅인데... 계약서를 썼던 것도 아니고,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방송국 상대로 싸움 걸 수도 없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아야지 뭐 뾰족한 수가 있나요

 구용재 매니저 : 진짜 확정이나 다름없었던 거라 회사에서도 답답하고, 동하도 상심이 커서요

 구용재 매니저 : 그래서 사장님이 오늘 술 한잔 사주셨네요ㅠㅠ

 구용재 매니저 : 대형 작품에서 첫 주연이라 동하, 기대가 컸는데... 너무 안됐어요ㅠ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