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끌어안은 베개 위에 얼굴을 묻은 최홍서는 그와 이어지는 감각에만 온 의식을 집중했다.
맥박치는 그의 음경은 힘과 체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좁은 우리에 갇힌 혈기 왕성한 짐승 같았다. 원껏 날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아주 조금씩만 전진할 수 있도록 허락되어 갑갑함에 울부짖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짐승.
단번에 깊숙이 억지로 찔러 넣고 당장에라도 원하는 만큼 허리를 흔들고 싶을 테지만, 그는 인내한다. 온몸이 땀으로 번들거릴 만큼. 최홍서의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그건 결코 이기적인 섹스가 아니었다.
“최홍서처럼 안겨줄 수 있습니까?”
막 해가 저물어가는 도시의 저녁 풍경을 화려하게 등 뒤에 두르고, ‘윤혜안’이 건넨 코트를 다시 ‘윤혜안’의 어깨에 둘러 여며 주면서... 그가 어떤 심정으로 그 말을 했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강원도에서 벌벌 떠는 너를 껴안고 산에서 내려왔던 그때부터, 나에게 넌 홍서일 뿐이야.”
그때 그가 코트를 여며 준 사람은 이미 윤혜안이 아니라, 최홍서였다는 것을.
머리는 베개에 묻고, 엉덩이만 위로 쳐든 자세는 노골적으로 교접을 위한 것이었다. 이런 체위로 페니스를 받아내면서도 굴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음을 이전에는 몰랐다.
긴장을 풀고 힘을 뺄 수 있도록, 그는 최홍서의 등부터 꼬리뼈까지를 몇 번이나 쓰다듬어 주었다. 최홍서의 옆구리를 붙잡은 다른 한 손이 땀으로 몇 번이나 미끄러졌다.
“하으, 흐으, 흑.”
베개 위에 턱을 올리고 앞을 바라본 최홍서는 입술을 벌려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왼손을 뒤로 가져가 스스로 교접 부위를 더듬었다. 뭘 그렇게 궁금해하는지 알겠다는 듯, 그가 등 뒤에서 낮게 웃었다.
“왜, 베어백이 아닐까 봐?”
단번에 확 박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내리누르느라 억눌린 목소리마저도 땀에 젖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콘돔 없이 한다고, 아저씨가 그랬으니까...”
“맞아. 난 그래.”
이해성이 상체를 숙여 최홍서의 등에 자신의 가슴을 붙였다. 베개 아래로 파고든 최홍서의 손을 찾아 그 손등을 뒤덮고 손가락 사이사이 찐득하게 깍지를 꼈다.
엉덩이에 그의 음모가 까슬하게 스치기 시작했고, 곧 음모 밑, 생식기 주변의 살이 느껴졌다.
“으으, 음... 음... 아으.”
강해지는 압박감에 최홍서는 깍지 낀 그의 손을 꽉 붙들었다. 마침내 그의 것을 뿌리까지 삼켰다는 증거로 둔부의 살집이 짓눌렸다. 배 속이 미어터지도록 가득 차서, 안에 든 것을 뱉어내려 내벽이 꿈틀거렸다.
그 조임이 이해성의 성기에 그대로 전달되었고, 귓가에서 호흡을 다스리던 이해성의 숨결이 더 거칠어졌다. 최홍서의 귓바퀴를 잘근거리면서, 이해성은 긁힌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니까, 홍서 배 속에 든 이 물건은... 생자지가 맞지.”
“그런 말, 하지 마요.”
“생자지라는 말?”
베개에 겨우 턱을 걸치고 코와 입을 이용해 헉헉거리던 최홍서는 얼굴을 곁으로 돌렸다. 최홍서의 어깨에 턱을 걸치고 있던 이해성의 얼굴이 비스듬히 마주 최홍서를 내려다보았다.
“내가흐, 아흐, 흐, 아저씨... 사랑하지 않, 게 된다는 말.”
희미하게 그의 얼굴에 걸려 있었던 미소가 증발했다. 최홍서의 몸속에서 느긋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내벽 사이를 벌리던 음경도 운동을 멈췄다.
바싹 마른 입안의 타액을 모아 한 번 마른침을 삼킨 최홍서는 달큰한 숨과 함께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
“무슨 일이 있어도, 아저씬 나한테 나쁜 사람이 될 수는 없으... 으응! 흑!”
느리게 안을 쓰다듬던 이해성의 음경이 한순간 강하게 배 속을 짓눌렀다. 여린 내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힘이었다. 최홍서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한 채 턱을 쳐들고 눈을 크게 떴다. 무서운 헛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어깨 위를 부르르 떨어댔다. 배 속에서부터 시작해 전신으로 그 힘이 지잉, 징 퍼져나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넌.”
“으흐, 흑! 하으으... 응.”
“네가 힘든 걸 왜 몰라줬냐고... 원망스럽지도 않아?”
“그, 그게 왜, 아저씨... 잘못이 아니, 흑!”
마찰을 일으켜 배 속에 불을 지를 것처럼 격렬한 삽입이 퍼부어졌다. 거꾸로 매달린 최홍서의 음경이 이해성의 허릿짓에 맞춰 사방으로 덜렁거렸다. 전립선 위를 거침없이 긁어대는 귀두 때문에 그 대물을 배 속에 품고도 음경이 단단해지고 있었다.
공기가 모자라서, 그저 턱을 쳐들고 입을 벌리고 깍지 낀 그의 손을 붙든 채 숨을 몰아쉬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뇌에도 공기가 부족해진 건지 생각조차도 사라졌다.
잠시 허리를 뒤로 뺀 이해성은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해 최홍서를 지그시 내리눌렀다. 엉덩이를 낮춰 시트 위에 완전히 엎드리자, 최홍서는 한결 살 만해졌다.
“하아, 하... 흐으, 후...”
덜덜 떨면서 숨을 몰아쉬는 몸 위에, 이해성이 다리를 뒤로 뻗으며 길게 엎드렸다.
“으으, 음... 흐음...”
다시 한번 안으로 곧게 파고드는 음경의 느낌에 최홍서는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이해성이 높은 코끝으로 귓바퀴를 애무하며 속삭였다.
“불안했지?”
도드라진 귀두 가장자리가 벌려질 대로 벌려져 민감하게 얇아진 육벽을 긁으며 뒤로 빠져나갔다.
“다른 사람 몸에서 눈을 뜨는 그런 일이... 얼마나 무서웠겠어.”
“으으, 흐... 하, 하으, 흑.”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감각은 최홍서에게 오히려 불안을 주었다. 낙하하기 위해 속도를 늦출 뿐인, 롤러코스터의 상승 구간과도 같았다.
“그래도 우리 홍서는 똑똑하게, 날 찾아왔는데.”
뜨겁게 젖은 이해성의 입술이 최홍서의 귓속에 깊숙이 파묻혔다.
“흐아윽! 학!”
그것과 동시에, 귀두만 남기고 물러났던 음경이 한 번에 퍽, 끝까지 박혀왔다. 190이 넘는 몸집이 사정없이 퍼부어대는 힘에, 가랑이 사이에서 삐죽 눌려있던 고환이 완전히 찌부러지는 것만 같았다.
“아, 아저흐...”
“널 눈앞에 두고도 내가 못 알아봐서...”
최홍서의 전신을 완전히 뒤덮은 이해성은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어나갔다.
퍼억, 퍽, 퍽.
골반이 엉덩이 살집을 때리는 마찰음과 찔걱, 찔걱, 철퍽... 자지가 젖은 애널 속을 찌르는 교접음이 컴컴한 실내 공기를 눅눅하게 만들었다.
“흐으, 흑... 으으, 응... 하윽!”
소리를 목 안으로 끌어들이듯이, 최홍서는 이를 물고 신음을 억눌렀다.
입술과 입술을 마주 대고 딥 키스를 나눌 때처럼. 이해성은 혀와 입술과 치아를 이용해 최홍서의 귀 모든 곳을 키스로 녹여내고 있었다. 아래에서는 펄펄 끓는 살덩이가 다리 사이를 드나들며 날뛰는데, 머리 위는 아득히 달콤하게 녹아내린다. 한 몸에서 일어나는 극단의 두 쾌락을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홍서야.... 홍서야.”
“으으, 으...”
이해성이 탄탄한 엉덩이를 뒤로 조금 물렸다가 볼기 아래를 퍽, 치면서 밀어붙일 때마다 그의 두둑한 고환이 애널 아래를 때려댔다.
최홍서는 그와 깍지 낀 손을 베개 아래로 넣어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그의 무게에 눌려 시트 위에 문질러지는 성기에서 사정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엎드린 채로 종아리를 접어 뒤꿈치로 그의 허벅지 뒤쪽을 마구 차댔다.
“읏!”
귀를 이루는 기하학적인 곡선들을 하나하나 혀로 훑던 그가 귓불을 빨다가 그 말랑한 살점을 콱 깨물었다. 순간적으로 눈앞에 불똥이 튀면서 귀두에서 사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가... 갔으, 갔어요, 나... 하으, 으...”
귓불을 놓은 그의 입술이 이번에는 뒷목으로 옮겨갔다. 겉 피부만 잘근거리다 또 이를 세워 꽉 물었다. 구멍 안을 성기로 밀어대는 허릿짓도 여전했다.
“하, 하지 마흐...”
“홍서야...”
“멈춰 줘요, 아저씨, 잠... 깐.”
“애기... 보고 싶었어.”
이해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게는 최홍서의 헐떡거림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 사람을 붙였어야 했는데... 더 빨리, 내가, 방콕으로 갔어야 했는데.”
최홍서의 손등을 덮고 깍지를 낀 그대로 팔을 조여 아래에 엎드린 몸을 꽉 껴안았다.
“홍서야...”
“흐윽, 흑! 안 돼... 안 돼...”
“홍서야... 가지 마.”
없어지지 않는다고. 절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말하던 그는 그렇게나 확고하고 당당해 보였는데.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그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흐릿하게 사라질 것처럼 연약하기만 했다.
방금 사정을 마친 성기에 계속 가해지는 마찰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도 잊고, 최홍서는 베개에 묻었던 얼굴을 들었다. 그의 뺨에 자신의 뺨을 비비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약속했다.
“가지 않을게요. 안 갈게요. 안 갈래요.”
“......”
“사랑해요.”
그 말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이해성이 고개를 더 깊숙이 기울이며 입을 맞춰왔다. 폭신하게 맞닿은 두 입술은 섹스의 열기로 인해 바싹 말라 있었다. 입술을 꾹 눌렀다 뗀 이해성이 입술만큼이나 마른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를.”
“아저... 이해성이란 사람을, 흐윽, 사, 사랑해요.”
이번에는 혓바닥부터 밀려 들어왔다. 입술과 혀가 비벼지고 얽히며 타액을 나눌수록 마른 입술은 땀에 젖은 두 몸뚱이처럼 촉촉이 빛나기 시작했다.
사랑한다는, 그 말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이해성은 최홍서의 배 안에 뜨끈하고 끈적이는 정액을 흠뻑 풀어놓았다.
사정을 했다고 해서 곧바로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단단한 그의 음경은 그대로 아주 긴 후희를 가졌다. 자신의 사정액으로 질퍽하게 녹아내린 최홍서의 배 속에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속살을 찌르고 문지르는 쾌감 속에서, 물러나기가 싫은 사람 같았다. 이대로 더 시간을 끈다면 그의 음경이 다시 또 완전하게 발기가 될 것 같았다.
그의 골반에 볼기를 얻어맞은 것 같은 격렬한 섹스 직후였다. 곧바로 두 번째에 돌입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
꼬르륵.
최홍서의 배 속에서 그 작은 소리가 들리지만 않았더라면, 이해성은 최홍서가 울고불고 싹싹 빌더라도 봐주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최홍서의 관자놀이에 이마를 묻은 채 이해성이 낮게 웃었다. 배 안에 그의 음경이 들어있고, 몸 위에 그의 몸이 엎드리고 있어, 웃음의 진동이 전신에 그대로 전해져왔다. 아주 작게 웃었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