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착하다, 우리 홍서.”
“흐으, 흑... 흑...”
신음 사이로 흐느낌이 터졌다. 방치되고 비하되고 이용당했던 날들과 달리, 그의 곁에서는 아주 사소한 일로도 칭찬받았던 기억. 어린아이를 대하듯 단순한 그 칭찬의 말을 다시 듣기를 오래 기다렸음을 최홍서는 알 것 같았다.
신음에 섞여 알아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맨 엉덩이를 움키고 있던 손을 빼낸 이해성이 이번에는 옷 위로 둔부를 툭툭 두드렸다.
“착하지. 착하니까 이제 그만 울자. 응?”
솨아아아아.
파도 소리나 빗소리를 닮은, 물줄기가 타일 바닥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얼굴부터 젖어 들기 시작했다. 척척히 젖어 든 하의가 금세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 샤워를 마친 몸은 아직 향기로웠다. 하지만 자유로이 뒤엉키기 위해 최소한 국부 정도는 더 깨끗이 할 필요가 있었다. 이해성은 손바닥 사이에서 클렌저로 거품을 일으켰다. 최홍서의 손에도 충분한 양을 덜어준 그는 시범을 보이듯 먼저 최홍서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타월을 쓰지 않고 직접 두 손으로.
“흐읏, 흑... 음.”
목덜미를 마사지하듯 주무르다 등줄기를 지그재그로 훑으며 내려간 손이 등허리의 곡선을 타고 엉덩이로 향했다. 미끌거리는 거품을 풍성하게 품은 그의 손길은 지나가는 곳마다 감각을 일깨웠다. 샤워를 애무처럼 하는 것인지, 애무를 하기 위해 거품을 이용할 뿐인지도 알 수 없었다.
“으흣... 흐윽.”
곧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홍서의 허리가 움찔 떨렸고, 그 때문에 엉덩이가 흔들렸다. 자신의 몸이 보이는 그런 반응에 최홍서는 귀가 뜨거워졌다. 그 뜨끈뜨끈한 귓가에 그가 입을 맞췄다.
“홍서도 나를 깨끗하게 만들어 줘야지. 민감하게 느끼느라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
“흐으으... 흐.”
무겁게 가라앉은 따뜻한 목소리에 더듬더듬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저 부둥켜안고만 있었던 그의 등에 손바닥을 문질러 거품을 일으켰다. 꿈틀거리는 굴곡진 근육의 부피와 단단함을 하나하나 전부 더듬어나갔다.
스윽.
그의 허벅지가 더 깊숙이 밀고 들어와, 최홍서의 몸을 퉁 튕기며 추켜올렸다. 젖은 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맞댄 하반신의 감각은 한층 더 야릇했다.
“하아아... 하으, 하... 흑.”
피부에 착 들러붙은 얇은 실내복 안으로 다시금 파고든 그의 손이 엉덩이를 움켜 바짝 당겨 안았다. 거북살스러울 정도로 불룩해진 그의 가랑이가 최홍서의 앞섶을 꾹 눌러왔다. 그의 허벅지와 골반에 자극당한 최홍서의 음경도 완전히 말랑하지는 않았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물줄기 때문인지, 아니면 체온 때문인지, 젖은 옷 아래의 피부는 평소보다 더 뜨겁게 느껴졌다. 그의 것이나 최홍서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내려다보면, 젖은 파자마에 비친 발기한 그의 남근의 형태가 뚜렷했다. 굵기와 길이는 물론 귀두의 생김새까지도 그대로 드러났다.
“으으으, 흣... 흑...”
김이라도 피어오를 것처럼 뜨끈뜨끈하고 양기를 흠뻑 흘리는 저 걸출한 것. 저것을 가지고 그와 쾌락을 즐기고픈 욕구로 근질근질해 미칠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죽은 혼이 깨어나도, 그런 충격적인 일을 겪어도, 배가 고파진다는 게 신기했었다. 예민해져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가도 결국에는 모르는 결에 잠이 들었었다. 아무리 그를 향한 사랑이 절절해도, 육욕 또한 그를 원했다.
그 모두가 바로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증명이라면, 최홍서는 그 욕구들에 충실하고 싶었다. 육신이 요구하는 것들은 천박하다고. 그렇게 여길 수 없었다. 그것을 잃어보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에 빠뜨려 보았기 때문에.
“예전에도 그러더니, 유심히도 보네.... 쑥스럽게.”
쑥스럽다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농담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태연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낮은 웃음소리 뒤에 그의 손이 최홍서의 하의를 아래로 밀어냈다. 클렌저의 거품 때문에 젖은 상태에서도 팬츠는 저항 없이 벗겨졌다. 엉덩이와 성기가 드러나고, 이해성은 둔부의 부피를 가늠하듯 손가락을 활짝 벌려 살집을 단단히 쥐었다.
“운동, 규칙적으로 하고 있지?”
최홍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혜안의 몸은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젊은 나이이니 지금은 그럭저럭 마른 것만으로도 미형으로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그건 한때에 불과했다. 그저 마르기만 해서는 옷 태나 춤 선, 연기를 하면서 화면에 잡히는 모습이 최상일 수 없었다. 균형 잡힌 근육은 필수였다.
최홍서나 윤혜안을 캐스팅하는 역할들에 요구되는 것들도 단지 연기력만은 아니었으니 그런 부분은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예전 최홍서의 육체와 조금이라도 더 비슷해지고 싶었으니까.
“우리 홍서가 자기 관리 하나는 끝내주니까.”
뺨에 입을 맞춘 이해성의 손이 하나는 가랑이 사이로 미끄러졌고, 하나는 옆구리로 거슬러 올라왔다.
“흐으, 윽.”
거품이 묻은 손으로 이해성의 허리를 어정쩡하게 붙잡고 있던 최홍서의 몸이 휘청거렸다. 뒤에서 앞으로, 최홍서의 밑을 부드럽게 문지르던 이해성의 오른손이 중심을 잡아주었다.
왼손은 어느새 가슴 근처에 닿아 있었다. 곧고 긴 중지가 유륜 주변을 맴돌았다.
“젖꼭지가 부풀었네.”
염려하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최홍서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얄팍하게나마 근육이 붙기 시작한 가슴이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발간 유륜이 평소보다 도톰하게 돋워져 있었다.
아래에서, 그의 커다란 오른손이 밑 전체를 지그시 감싸 쥐었다.
“여기도... 평소보다 불룩해졌고.”
“하흐, 흐.”
최홍서는 턱을 쳐들면서 매달리듯 이해성의 옆구리를 움켰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생식기 주변도 젖꼭지도 평소보다 불룩해지지.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흐... 흑.”
“홍서의 몸이 섹스를 원하는 거야.”
고개를 숙여 귓가에 그렇게 속삭인 이해성의 왼손이 뭉친 유두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내... 내 몸도, 이랬어요?”
“그랬지. 예전의 너한테는 일일이 다 말로 하지 않았었지만.”
최홍서의 관자놀이에 입술을 누른 그는 그대로 멈춰 이어 말했다.
“그리고 이젠 이 몸도 네 몸이야. 홍서의 새 몸.”
“......”
“돌려주지 않아.”
턱선과 목줄기, 쇄골을 따라 그의 입술이 아래를 향했다.
부풀어 오른 유륜 중앙에 작은 완두콩 모양으로 둥글고 통통하게 뭉쳐진 유두가 삼켜질 차례였다.
“흐읍!”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의 목격자처럼. 최홍서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뒷걸음질을 친 탓에 뒤통수가 유리 벽에 다시 닿았다.
“으음, 음!”
한 손으로는 둥글게 뭉쳐진 오른쪽 유두를 쥐고 비비면서, 왼쪽 가슴의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비스듬히 최홍서의 옆구리에 붙어선 자세 때문에 젖을 빠는 그의 뺨이 윗가슴에 밀착되었다. 오른손은 최홍서의 뒤에서 아래를 만지작거렸다.
동시에 가해지는 애무에 최홍서는 어쩔 줄을 몰랐다.
입을 틀어막지 않은 손을 그의 목에 감고 어깨를 꽉 틀어쥐었다. 통통하게 살 오른 유두가 그의 뜨거운 입안에서 마구 굴려졌다. 혀끝이 살덩이를 톡톡 건드리다 이쪽저쪽으로 누르며 꺾어댔다. 검지와 엄지 사이에 쥐고 은근하게 힘을 주어 살살 비트는 다른 쪽 가슴도 안달이 일기는 마찬가지였다.
“흐윽, 흑... 크흡. 흡.”
속도를 높여 날름거리며 유두 표면을 빠르게 긁어대는 혀 놀림에 허리가 요동쳤다. 서 있는 것이 힘들었다.
가슴에 덤벼들어 심취한 그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진해졌다. 발기한 음경이 저절로 끄덕거리며 반투명한 액체를 질질 흘려대고 있었다. 자꾸만 허리가 들리고, 뒤꿈치가 들렸다. 타일을 밀어내며 버티는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두 볼기 사이, 은밀하고 깊숙하게 숨겨진 곳으로 파고든 손가락이 애널 입구를 둥글게 문질렀다.
“으으음, 흠. 흐읍. 흐.”
서서히, 길게 파고드는 미끄러운 손가락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최홍서는 본능적으로 숨을 몰아쉬며 엉덩이를 조여댔다. 입이 바싹 말라 왔다. 하관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치우고 턱을 들어 샤워기에서 흐르는 물을 입에 머금었다.
“하읏!”
그리고 곧바로 쏟아냈다.
안에서, 그 비좁은 곳에서, 그가 손가락 사이를 벌렸다.
“으으, 응... 흑...”
강제로 넓혀지는 느낌은 곧 이어질 성기의 삽입을 떠올리게 했다. 촘촘하게 들러붙은 구불구불한 살 벽을 찌르고 들어오는 긴 손가락은 둥글게 뭉쳐져 있는 약한 부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며 애를 태웠다.
좀처럼 가만히 있질 못하고, 움찔거리고 허리를 비틀고 들썩거리는 최홍서를 이해성이 힐끗 올려다보았다. 혼을 내듯 이 사이에 유두를 물고 잘근, 살짝 아플 정도로 그것을 씹었다.
“읏!”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해?”
“으, 으으... 흐읏...”
팔을 걸치듯 껴안은 그의 어깨에 미끄러운 손끝을 박아 넣으며 도리질을 쳤다. 무엇에 대한 부정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세게 찔러주길 바라서 그래?”
엉덩이 안을 벌리고 있던 손가락이 볼록하게 만져지는 그 부위를 다시 또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여기.”
“흑!”
“비비고, 짓누르고, 완전히 뭉개줄까?”
“흐으, 흑. 흐. 흐읏.”
“그러면 홍서 어떻게 되는지 내가 아는데.”
“하으으, 흐... 흑... 흐읍, 흑...”
“말만 들어도 좋아서 우는 거야? 이래서야 어떻게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섹스만 하겠어?”
쯧. 혀 차는 소리 뒤에 그의 눈높이가 순간 확 낮아졌다. 그는 망설임 없이 최홍서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실금을 계속 흘려대는 최홍서의 음경이 버겁게 끄덕거리며 그의 턱 끝을 건드렸다. 애널에서 손가락을 빼낸 그가 음경의 뿌리를 쥐고 귀두에 입을 맞췄다.
“읏, 치, 침대로 가요...”
최홍서는 음경의 뿌리를 감은 그의 손목을 위로 잡아끌었다.
“그땐, 그냥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줄 알고... 펠라티오부터 하려고 했었던 거지만, 지금은...”
신께 기도하듯 무릎을 꿇고, 귀두를 입에 문 그가 그대로 턱을 쳐들어 최홍서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의 귓바퀴를 손끝으로 더듬으면서 최홍서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사랑하니까 하길 원해요.”
“......”
“서로 해주면 좋겠어요. 오늘은.”
그의 입술 사이에서 젖은 귀두가 빠져나왔다. 퉁, 튕기면서 아랫배를 갈긴 음경은 반동을 일으켜 다시 그의 콧대를 스쳤다. 음경의 뿌리에 입술을 묻은 채 이해성이 여전히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거, 69를 하자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