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빠른 속도로 와르르 끓어버리는 쪽이 차라리 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가 엉덩이 살집을 뭉개며 배 속을 길게 찔러올 때마다, 시트와 아랫배 사이에 갇힌 최홍서의 성기에도 덩달아 농후한 자극이 가해졌다. 뒤에서부터 깊숙이 찔러 넣어 배 속을 가르고 있는 그의 성기가 자신의 페니스까지 닿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만큼 앞과 뒤가 서로 연결되어있는 것처럼 견딜 수 없이 강렬하게 흥분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아저씨... 흐으흐... 나, 나으, 흐, 정말 아프지 않으니...까...”
몰아붙여지기를 원했다. 그렇게 얕고 부드럽게, 배 속에 뽀뽀를 쏟아붓듯이 움직이면서 나를 녹이지 말고... 푹푹 거칠게 쑤셔달라고, 미친 듯이 흔들어 달라고, 당신의 귀두가 폐와 위에 자국을 만들 만큼 박아달라고, 그런 소리들을 지껄이게 될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애절하게 그의 턱과 입술을 핥고 빨면서, 최홍서는 엎드린 종아리를 버둥거렸다.
“이거, 이렇게 하면... 흣, 흑, 진짜 이상해질 거 같... 으으, 응... 흐으으, 흣...”
그는 최홍서의 가슴 아래로 팔을 넣어 꼭 껴안았다. 고개를 들고 있는 것조차 힘겨워져 베개에 털썩 엎드린 최홍서의 옆얼굴에 입술을 묻고, 허리를 흔드느라 흐트러진 호흡을 쏟아놓았다.
“타월로 홍서 몸 닦아주고, 옷 갈아입히면서... 내가 어땠는지 알아?”
“하으, 흑... 흐.”
“계속 발기해 있었어.”
“흐으으, 응... 흐응, 흐...”
이해성은 말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허리를 잘게 털어 최홍서의 하반신에 저릿한 진동을 쉼 없이 일으켰다.
“알몸을 봐서가 아니야.”
“흐윽, 흐... 흣.”
최홍서의 사정을 늦춰주려는 의도인지, 그는 허릿짓의 속도를 줄이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실제로 그것은 효과가 있어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동안 최홍서는 턱까지 차올랐던 사정감에서 약간은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이 잠들어있는 사이 옷을 갈아입히고 땀 흘린 몸을 닦아주는 친절을 베푸는 동안 그가 내내 발기해 있었다는 그 고백이 정신의 흥분을 고양시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야한 경험담을 듣는 소년처럼 그의 입술에 집중하게 되고 말았다.
“나에게 전부 맡기고, 내 팔 안에서 늘어져 있는 무방비한 홍서를 보는 동안... 점점 앞이 무거워진 거지.”
“으흐읏!”
그는 한순간, 허리에 힘을 실어 강하게 안을 파고들었다. 최홍서는 숨을 헉 들이켜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었다. 양쪽 둔부가 경직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의 음경을 꽉 조여댔다.
그 압박을 견뎌내면서, 그는 최홍서가 바랐던 대로 내장 속을 강하고 빠르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프더라도 좋으니까, 그런 홍서로 있어 주면 좋겠다고. 잠깐이라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후우... 그런 게, 이상한 거야.”
“하악, 흐! 으, 흑!”
“홍서는 이상하지 않아.”
“가... 가아! 갈 것 같, 흐읏! 흑, 으응!”
엉덩이로 성기를 받아내면서 성감을 느끼는 것도 그와의 경험이 최초였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페니스로도 맛보는 절정감은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두 팔을 한 아름 벌려도 다 끌어안을 수 없는 아주 커다란 곰 인형과도 같았다.
열에 잠식된 힘없는 팔을 뒤로 휘저으면서, 최홍서는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달아나려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물론 감당되지 않는 쾌감으로부터의 탈주는 성공할 수 없었다. 이해성은 위로 기어 올라가려 하는 최홍서의 양 옆구리를 붙잡아 내리눌렀다.
“가면 돼. 가는 게 뭐가 무서워서 그래.”
허스키하게 긁힌 흠집 사이사이로 눅진한 꿀이 스며든 것 같은 목소리로, 청각까지 그에게 애무받는 듯했다.
허리를 지그시 누르던 그의 손 하나가 아랫배 쪽으로 들어와 최홍서의 성기 아래 자신의 손바닥을 대었다. 움켜쥐지도 않았다. 손바닥 위에 음경을 내려놓듯 아래에 받쳤을 뿐이었다.
“허어, 헉... 흑... 흐으, 응! 흣!”
“나 봐야지, 홍서야. 나랑 눈 맞추고 가야지. 응?”
땀이 밴 낮은 웃음소리가, 비벼지는 곳이 시트 위가 아닌 그의 손바닥이라는 사실이, 최홍서를 절정으로 밀어 올렸다.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이성을 완전히 잃고 마음껏 신음했다. 열 때문에 무거워진 몸뚱이로도 쾌감을 더 끌어내려, 그의 음경을 뿌리까지 더 집어삼키려,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옷 속에 간지러운 깃털이라도 들어간 것처럼 상체를 비틀면서, 그를 향해 입술을 내밀었다. 허리를 흔드는 속도를 높이느라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입술을 겹쳤다.
“으으음... 음...”
입술의 폭신한 부피감을 마음껏 음미하면서, 도톰한 아랫입술을 빨고 안쪽의 여린 점막을 이로 긁어대면서, 그 역시 몇 번에 걸쳐 진하고 되직한 정액을 최홍서 안에 짙게 풀어놓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사정의 여운으로 벌름거리는 연인의 애널에 음경을 넣었다 빼는 담금질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는 쾌락 앞에 주춤거리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절벅절벅절벅. 치덕치덕치덕. 습기 찬 피부 사이로, 그와 자신이 흘려댄 정액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진 교접 부위를 중심으로 허리 부근이 전부 액체화된 것만 같았다.
온전히 하나로 겹쳐져 엎드린 채 오랫동안 키스하고, 맞닿은 전신을 천천히 비비면서 사정의 여운에 깊이 잠겨 있었다. 배 속을 가득 채운 찰박이는 그의 정액과 거기에 푹 파묻힌 그의 성기를 가만히 느끼는 것만으로도 성감은 끊임없이 최홍서의 몸속에서 피어올랐다.
그가 최홍서의 몸속에서 자신의 음경을 빼낼 때까지도 두 사람의 몸은 식지 않았다. 아래의 틈을 꽉 틀어막고 있던 크고 굵은 살덩이가 내벽을 빨아당기며 천천히 뒤로 빠지는 감각은 살 떨리도록 생생했다. 도드라지는 귀두의 테두리가 마침내 애널의 입구에서 쏙 빠져나갈 때, 늘어난 구멍이 완전히 다 다물어지지 못하고 헐렁하게 쪼그라드는 것이 느껴졌다. 최홍서는 엎드린 그대로 베개를 꽉 끌어안았다. 아래에 이불을 덮고 있어 다행이었다.
“이리 와. 잠깐 애기 물 좀 마시자.”
이불을 들추자, 농후한 남성의 냄새가 후각에 감겨왔다. 코를 찌르는 독취가 아니라, 은근하게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최음제 같은 냄새였다.
그는 늘어져 엎드린 최홍서를 추슬러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생수병의 주둥이에 입을 대고 몇 모금 입 안에 머금어 키스와 함께 물을 먹여주었다. 그가 서두르는 것도 아닌데, 물을 받아 마시는 것이 버거웠다. 입술 옆으로 가는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으음, 음... 흡...”
그렇게 두어 번을 반복해 더 먹여준 그는 약간 남아있는 생수를 전부 마셔버린 뒤 빈 병을 바닥에 내버렸다. 그러고는 베개를 돋워 최홍서의 상체를 그 위에 사뿐히 내려놓았다. 그러는 동안 여전히 숨이 죽지 않은 그의 성기 끝이 덜렁거리며 최홍서의 몸 이곳저곳을 스치고 건드렸다. 그때마다 최홍서는 전신을 움찔움찔 떨어댔다.
언젠가 그의 것을 몸의 모든 곳에 문질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설로서가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을 원해서. 그의 모든 것으로, 자신의 모든 곳에 섹스하고 싶어서. 그뿐이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일 힘도 없이, 먹여주는 대로 마시고, 앉혀주는 대로 늘어져 있는 최홍서를 바라보면서, 그가 손등으로 입가에 흐른 물줄기를 닦아주었다.
흘린 물줄기와 정액, 땀이 뒤섞여 엉망이 된 티셔츠를 훑어내리는 시선이 뜨거웠다. 티셔츠 끝단이 아슬아슬하게 성기를 반쯤 가리고 있었다. 입맛을 다시듯 혀끝으로 입술 가장자리를 짧게 훑은 그가 최홍서의 다리 사이로 바짝 들어앉았다.
“으음...”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사타구니를 여전히 불룩한 그의 것이 가득 채우자 최홍서는 눈을 감고 신음했다.
도중부터 전혀 소리를 듣지 못해서 비가 그친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여전했다. 그만큼 섹스에 열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눈을 떠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름...”
“응?”
최홍서의 겨드랑이 양쪽으로 매트 위를 짚고, 넣지 않은 채로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고간에 성기를 비비고 있던 그가 눈을 치켜떠 이쪽을 보았다.
“이름, 불러보고 싶어요. 아저씨 이름.”
“......”
무언가 심한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그의 뺨과 입술이 움찔거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감동적인 프러포즈라도 받은 것 같은 표정 같았다. 그답지 않게, 한동안 쉽게 말을 잇지 못하던 입술이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하고 싶으면 하셔야죠. 홍서가 뭐라고 불러줘도 난 좋을 거 같은데?”
고환 아래쪽, 다리가 벌어지는 자리에 성기를 자꾸 치대면서 그가 미소 위에 약간의 장난기를 더했다.
“당근 판매자든, 아저씨든, 이해성 씨든, 해성이 형이든... 자기든...”
다시 꼿꼿하게 단단해지는 그의 음경을 곧바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최홍서의 아래는 부드럽게 열려 있었다. 그를 원해서 움찔거리는 밑을 느끼면서, 눈앞의 두툼한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해성... 씨?”
그렇게 불러놓고는 스스로 어색함과 쑥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피식 웃어버렸다.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면서 시선을 피하자, 그가 최홍서의 양 허리를 붙잡고 아래를 바짝 밀어붙였다.
“흐... 읏!”
“왜 피해. 난 좋은데?”
“......”
“더 해봐.”
삽입이라도 한 것처럼, 그는 딱 붙은 아래를 연신 흔들어댔다. 고간으로 느끼는 불룩한 성기의 느낌은 최홍서를 순식간에 다시 목마르게 만들었다.
기둥처럼 버틴 그의 양 팔을 붙잡고 쓸어 올리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저씨 같은 호칭이 아닌, 그만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다.
“해... 해성 씨. 해성이 형.”
“그동안 몰랐는데...”
“......”
“내 이름이 야하구나. 아주 야해.”
상박과 삼각근, 어깨를 거슬러 올라가 땀에 젖은 그의 목뒤에서 깍지를 꼈다. 그리고 아래로 당겨 껴안았다. 울퉁불퉁한 등을 넓게 쓸면서, 두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았다. 따뜻한 귓가에 입술을 묻고 다시 한번 그를 불러보았다. 그의 이름을.
“해성 씨...”
“네, 홍서 씨.”
“내일, 다 나아도, 연습 못 할 만큼... 해성 씨 자지로 안에... 전부 긁어줘요.”
손안에서 그의 등 근육이 딱딱하게 경직됐다. 개의치 않고 그를 더 꼭 끌어안았다. 뒤꿈치와 허벅지 안쪽으로 그의 허리를 조여댔다.
“오랫동안 못 해도, 여전히... 자기가 내 안에 있는 것처럼 느낄 만큼.”
“......”
“나도 이상해요. 맞죠?”
그는 이번에는 자제하지 않았다. 사그라지지 않았던 성기를 단번에 최홍서 안에 뿌리까지 처넣었다. 최홍서의 뜨끈한 몸뚱이를 꽉 끌어안고, 그 위에 엎드려, 짐승처럼 헐떡거렸다.
그는 최홍서의 다리를 접어 자신의 어깨에 종아리를 걸게 했다. 밑이 들리면서 교접 부위가 위를 향했다. 누군가 뒤에서 보고 있다면, 이해성의 번들거리는 성기가 최홍서의 애널 속을 들락거리는 광경이 전부 공개될 체위였다.
안에서 밖으로, 내장을 터뜨릴 듯 밀어내며 압박하는 그 성기가 찌걱찌걱,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듯 꽂힐 때마다 이전에 최홍서가 가져야만 했던 거북한 관계들 위에 다른 색을 그어대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다 가짜였다고. 망친 그림이었다고. 잊어버리라고. 최홍서의 몸과 기억에 자신과의 섹스만을 새겨 넣고 있었다.
이해성은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했지만, 그가 드러내는 독점욕이 최홍서는 싫지 않았다.
납치든 감금이든, 은퇴를 시키든, 그 이상의 무엇을 원한다고 해도, 결코 그를 이상하다고 여길 일은 없었다. 더 이상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해도, 그의 애정이 어두운 집착으로 변한다 해도, 그가 원한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홍서는 알 것 같았다.
모범적인 재벌 3세인 이해성이 왜 그런 어두운 탐욕을 갖게 됐는지... 어째서 자신에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게 됐는지.
그건 아마도 최홍서 자신이 가진 어둠 때문일 것 같았다.
내 안에 까맣고 단단하게 뭉쳐져 뱉어낼 수도 희석시킬 수도 없는 시꺼먼 어둠들이 박혀 있으니까. 그에게 그 어둠을 이야기할 수 없어서 결국 난 그에게 비밀을 갖게 된 거니까.
비밀을 가진 연인에게서 어느 누가 안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러니 그의 내면에 어떤 어두운 욕구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는 최홍서에게 스스로 빛을 내는 작은 태양이라고 했지만, 최홍서에게 이해성이야말로 태양이었다. 풍부한 태양빛을 받아 부드러운 꽃잎이 벌어지듯 자연스럽게, 어느새 맹목적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탄생 이후 최초로 사랑을 가르쳐준 사람이었으니까.
그를 바라보고, 그의 체취를 맡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전부를 몸속에 붙잡았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그를 만나지 못한다 해도,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사랑할 수 있을 만큼.
그 밤 내도록 비는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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