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컴백 (114)화 (114/185)

114화

 이해성은 놀라거나 마다하지 않았다. 위로 들린 최홍서의 허벅지 뒤쪽을 땀에 젖은 손바닥으로 지그시 내리누르면서, 넓게 벌려진 하반신으로 거듭 덤벼들었다. 탄력 있게 흔들리는 고환과 말랑해진 구멍, 고환과 애널 사이 도톰한 회음을 정신없이 오가며 입술과 혀를 비비고, 이로 긁고, 살점을 빨아들이고 씹어댔다.

 “으으응, 응. 흡! 흐으.”

 다리 사이에서 짐승처럼 날뛰는 그의 애무에 최홍서는 어깨를 비틀며 진저리를 쳤다. 삽입 섹스는 아직 하기도 전인데, 하반신 전체가 이미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것 같았다.

 자꾸만 아릿하게 당기는 아랫배부터 음모가 돋은 역삼각형 모양의 자리, 음경과 고환은 물론이고 섹스 시 성기 역할을 하며 삽입을 받아내는 구멍까지. 더불어 섹스와는 무관한 양 허벅지의 안쪽까지도. 그 넓은 하반신 전체가 저릿하고 눅진하게 녹아있었다. 그의 딱딱하고 둔중한, 팔뚝 같은 자지가 푹 박혀온다면 녹아내린 하반신이 사방으로 튈 것만 같았다.

 “그흐, 그, 그만... 거기, 흣, 그만...”

 그의 머리카락을 마구 흩트리며 물기 없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전부 다 녹아 없어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의 타액에 절여지고 그의 혓바닥에 쓸린 애널 입구가 이젠 쓰라릴 지경이었다. 회음부 전체가 그의 타액과 최홍서의 귀두에서 흘러내린 진물로 완전히 흥건했다.

 혀를 떼지 않은 채 구멍 위를 몇 번이나 위아래로 짓이기듯 문지른 그는, 마침내 적당하게 부드러워진 입구를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그의 눈앞에서 가로로 길게 늘어났을 구멍을 머릿속에서 시각화하자, 저절로 움칠 엉덩이가 조여들었다.

 “애기, 밑을... 왜 벌써 조여요?”

 “하으, 흑. 흐윽. 흐으...”

 “응? 아직 아무것도 안 넣었는데.”

 벌름거리는 애널을 묘사하는 표현에 안 그래도 열이 올라 있는 최홍서의 얼굴이 더 벌게졌다. 어쩔 줄 모르고 입술을 벌렸다 다물기를 반복하다 꺼칠하게 일어난 아랫입술을 질끈 물어버렸다. 그런 중에도 색욕에 잠겨 까칠하게 갈라진 그의 목소리는 섹시하게만 들렸다.

 그가 한 번 더 혓바닥으로 구멍 위를 지지듯 문질렀다. 그리고 손가락 두 개가 한꺼번에 안을 파고들었다. 보지 않고도 두 개라는 걸 알았다. 손가락 두 개가 한 번에,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푸욱 박혀왔다. 적당히 녹은 버터에 손가락을 찌르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그렇게 많이 느끼고, 그렇게 많이 몸이 열린 것이다.

 “아... 진짜 기분 좋아.”

 성기를 넣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다리 사이에서 턱을 쳐들고 나른하게 신음했다.

 “으으, 응. 흑. 흐읍...”

 푸욱, 푹. 녹아내린 안을 쑤시는 곧은 손가락의 힘에 최홍서는 자신의 티셔츠 자락을 붙잡고 쥐어뜯었다. 누워있는데도 무릎과 발목까지 후들거릴 만큼 진한 쾌감이 느껴졌다.

 손가락을 세 개로 늘려, 따뜻하고 도톰한 내벽을 야릇하게 비벼대면서 그가 위로 기어 올라왔다. 이불을 허리 부근까지 끌어 내린 그는 손가락 뿌리가 애널 입구에 걸리도록 콱, 콱, 쑤셔 박았다. 그리고 환각에 시달리는 것처럼 풀린 눈으로 다가와 최홍서의 귓바퀴에 혀를 감았다.

 “홍서야.”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최홍서는 몸을 떨었다.

 “거기가... 홍서 거기가 질퍽질퍽해. 안에서 씹물이라도 흠뻑 싼 것처럼.”

 평소보다 더 허스키하게 잠기고 갈라진 목소리에 섞인 탁한 호흡, 취한 것처럼 고개를 잘 가누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정도를 걷는 모범적 재벌 3세, 자로 잰 듯한 신사로 알려져 있는 ARA의 이해성이 은밀한 잠자리에서 연인과 나누는 저속한 육담... 그를 이만큼이나 흥분하게 만든 대상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이 최홍서를 흥분시켰다.

 부끄럽기보다 오히려 뜨거워져서, 귓가에 속삭이는 그의 머리를 껴안고 그 뺨에 얼굴을 비볐다.

 “애기야... 홍서야... 진짜 이거, 애액 아닐까? 너무 흥분하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응?”

 ‘거기, 이거’라고 말할 때마다 그의 손가락이 구멍 안을 외설적으로 비벼댔다.

 “흐으, 흣... 아... 니, 아니으... 흑!”

 이번에는 그가 최홍서의 쇄골에 이를 박았다. 넓고 두꺼운 어깨를 씨근덕거리며 흥분을 통제하려 애쓰는 그는 거의 고통스러워 보였다. 쇄골을 이로 물고 잘근거리면서 아래에서는 계속해서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애널을 늘려가던 그가 이제야 준비가 됐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강한 정욕에 흐릿해진 눈빛을 애써 억누르고 평소 같은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려, 그는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엎드려서 하자. 그래야 애기 덜 힘들 것 같은데.”

 “얼굴... 보면서 할래요.”

 “홍서 위에 바짝 엎드려 있을게. 그럼 얼굴 보일 거야. 계속 홍서 보고 있을게. 약속해.”

 입술 위에 키스를 쏟아 달래 가면서, 그는 아래에서 천천히 손을 빼냈다. 몸 안에서 그의 몸 일부가 빠져나가는 감각은 역시나 삽입만큼이나 짜릿해서 최홍서는 뭍으로 끌려 나온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그는 최홍서의 어깨를 당겨 천천히 몸을 뒤집었다. 땀을 흘리면서도 오한을 느끼는 최홍서의 등을 자신의 몸으로 뒤덮고, 옷을 입지 않은 하반신은 이불로 가려주었다. 최홍서의 아래를 입으로 애무하는 동안 하의를 벗어버렸던 건지, 맞닿은 그의 하체는 맨살이었다.

 팔꿈치로 무게를 지탱한 그가 최홍서의 어깨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관자놀이와 귓가, 뺨과 콧대, 입술 위에 입맞춤을 쏟으며 그가 속삭였다.

 “내 얼굴, 잘 보여?”

 베개에 얼굴이 반쯤 파묻힌 채 최홍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미소에 혼이 팔려있는 사이, 빳빳하고 뜨겁게 기립한 음경이 둔부 사이를 파고들어 구애하듯 입구를 문질러왔다.

 “음... 으음! 흐읏!”

 매끈하고 미끌거리는 굵은 선단은 탐욕스럽게, 노골적으로, 성교를 요구하고 있었다. 아픈 주사를 맞기 전처럼 최홍서는 자꾸만 근육이 움츠러들었다.

 “오늘은, 격렬하게는... 안 할 거야.”

 “흐읏, 흑! 흐으으... 후우.”

 “이렇게까지 해놓고 우스운 얘기지만... 그래도, 애기 아프니까.”

 고개를 치켜들고, 자신이 지나갈 길을 찾아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뱀아목 짐승처럼 그의 것은 천천히 꿈틀거리며 안으로 더 진입해 왔다.

 넣어서는 안 될 좁은 곳에 넣어서는 안 되는 막대한 물건을 억지로 욱여넣는 느낌은 지난번과 같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막대한 물건은 계속해서 꾸역꾸역 밀려들어 갔다. 인간 외 포유류 수컷에게서 흔히 그렇듯, 그의 음경은 뼈를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딱딱했고, 그 단단한 힘을 이용해 최홍서의 뱃속을 구불구불 기어 나갔다.

 “우리 애기 진짜 많이 아프구나.”

 옆을 보고 엎드린 최홍서의 젖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주면서, 그가 애처로운 목소리를 냈다.

 “뱃속이 펄펄 끓어서...”

 “으으응... 흐...”

 “쇠를 녹인 물에, 자지를 담그는 것 같을 정도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그의 유연한 허리는 움직임을 늦추지 않았다. 강약을 조절해가며 노련하게 흔들렸다.

 허리가 크게 물결칠 때마다 그의 골반, 사타구니와 맞닿은 엉덩이 아래쪽에 뭉근한 힘이 느껴졌다. 둔부의 살집을 지그시 밀어 올리며 치댔다가 부드럽게 멀어졌고, 다음 순간 곧바로 살집을 다시 뭉개며 밀려왔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야한 움직임이었다.

 최홍서의 뺨과 입가에는 뜨겁고 건조한 입맞춤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 애기 이렇게 아픈데... 내가 이딴 짓이나 하고 있는 거야.”

 “그... 그렇게 말, 하지 마요...”

 “하지 마?”

 고개를 조금 틀어서 그와 더 눈을 맞췄다. 베개를 껴안고 있던 왼손을 들어 그의 목을 어루만졌다.

 “나도... 원해서 하는 거니까. 내가 먼저 아저씨, 유혹... 했는데...”

 그의 이마가 최홍서의 관자놀이에 닿았다. 땀 때문에 짭짤해진 매끈한 뺨을 핥으면서 그가 한순간 강한 힘으로 안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흐으... 윽! 흣!”

 “아픈 네 몸속에 들어가서, 내 자지로 네 열을 느낀다는 게... 사실은 미치게 좋다면?”

 엉덩이를 치대는 허릿짓에 속도가 붙었다. 땀에 젖은 살과 살이 붙었다 떨어지는 찰박거리는 소리가 이불 안에서 눅눅하게 피어올랐다. 그에게 몰아붙여지는 감각으로 최홍서는 흐느끼듯 신음했다. 손에 쥔 그의 뒷목이 진땀으로 끈끈했다. 그가 허리를 빠르게 흔들수록 최홍서의 신음과 신음 사이 간격도 점차 좁아졌다.

 “흐으, 흣... 응, 흑.”

 “지난번에 하고 나서... 하루도 그날 생각을 안 한 날이 없다고 하면? 그래도 홍서는, 내 편 들어줄 건가?”

 간신히 눈을 뜨고 그를 보았다. 침이 말라 있는데도 입안은 유난히 끈끈해서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완전히 리듬을 놓쳐버린 호흡 사이로 힘겹게 고백했다.

 “저도 그랬어요.”

 “......”

 “아저씨랑 메신저하고, 전화하고... 흐으, 데, 데이트할 때도... 이런 거 계속... 상상했어요.”

 한순간 화가 난 것처럼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린 그가 고개를 깊이 꺾었다.

 “음. 으음. 흡.”

 최홍서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고 폭력적일 만큼 거칠게 입안을 범했다. 달콤하지도, 간지럽지도 않은 그 키스는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들끓는 욕구 그 자체였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이 입가로 흐르고, 그 흐른 타액을 그가 다시 혀로 핥아 올리는... 끓어넘치는 키스를 나누는 사이, 그의 음모가 엉덩이에 짓이겨졌다. 전부 삼킨 것이다.

 최홍서의 내장에 자신의 것을 온전히 밀어 넣은 이해성은 잠시 그대로 멈춰 성기에 가해지는 터질 듯한 압력과 열을 즐겼다. 거칠게 침입했던 것과 달리, 매끄럽게 입안을 빠져나간 혀가 입술 위를 덧그리며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럴 때.”

 “......”

 “네가 이럴 때 미치게 좋다는 거야.”

 격렬하게 하지 않겠다는 선언대로, 그는 내내 일정한 속도와 세기로 뭉근하게 움직였다. 아직 성에 익숙하지 않은 수줍음 많은 어린 연인들처럼 흘레붙은 하반신을 이불로 가린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허리를 들썩거렸다.

 그 끈질기고 꾸준한 삽입은 다른 방향으로 최홍서를 미쳐 버리게 만들었다. 질척하게 풀어진 뱃속을 자작자작하게 계속 건드리는 삽입 때문에 하반신 전체가 구석구석, 내벽의 주름 하나하나까지도 빠짐없이 촘촘하게, 성적인 쾌락으로 푹 절여지고 있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