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컴백 (113)화 (113/185)

113화

 이해성은 허리를 앞뒤로 뭉근하게 움직여 최홍서의 사타구니에 자신의 음경을 슬쩍 마찰했다. 그리고 황홀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조금 전까지의 다정하기만 했던 미소들과는 색과 깊이가 달랐다. 상대를 성적으로 유혹하려 매력을 어필하는 완숙한 남성의 미소였다.

 그는 긴 몸을 펼쳐 최홍서 위에 천천히 엎드렸다. 아랫배, 가슴, 사타구니와 허벅지가 차례대로 그와 맞물리고, 종아리가 서로 얽혔다.

 “으음... 흠.”

 며칠 전 이서경에게 얻어맞은 복부가 눌리면서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신음했지만, 쾌감으로 위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럭저럭 참아내면서 안무 연습도 할 수 있을 정도의 통증이었으니까. 아무런 외상도 남지 않아 다행이었다. 폭력에 있어서는 전문가이니 그런 실수를 할 리도 없겠지만.

 게다가 이해성은 아래에 누운 연인을 압사시키지 않기 위해 팔꿈치를 지탱해 자신의 무게를 분산시키고 있었다. 겨드랑이 아래로 들어온 그의 팔이 최홍서의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손가락 사이에서 말랑한 살점을 비비면서 그는 최홍서의 뺨에서부터 입을 맞추어나갔다.

 “홍서처럼 무대에 서서 재능으로 사랑받는 사람들을 스타라고 하지만, 나에게 홍서는 별이 아니라 작은 태양 같아.”

 뺨에 입술을 묻은 그대로 그가 소곤거릴 때마다 숨결이 간지러웠다. 시야에 그의 얼굴만이 가득 들어찬 가까운 거리에서, 최홍서는 그의 눈에 초점을 고정한 채 그가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그의 오른손이 티셔츠의 아랫단 속으로 들어왔다. 옷 안쪽의 맨살에 그의 손이 닿은 것만으로 최홍서는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첫 관계를 갖기 전, 용기를 쥐어짜 잘 못 느낀다고 말했던 고백이 새삼스레 부끄러웠다.

 “누군가가 예쁘게 포장해 준 그대로 표정을 짓고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라... 나를 봐달라고, 사랑해 달라고, 온몸으로 빛을 뿜으면서 외치는 것 같거든.”

 “으으, 흐음... 응.”

 옆구리를 쓸면서 올라와 유두를 찾아 가슴 위를 더듬는 손길에 최홍서의 호흡이 무너졌다. 이해성의 입술이 이번에는 입술 바로 옆을 꾸욱 눌렀다.

 “가끔은 무대 위의 홍서가 너무 절실해 보여서 ‘나에게는 이것밖에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해.”

 최홍서는 놀라서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의 눈은 너무나 정확했다. 이해성을 알기 전 최홍서에게는 그것밖에 없었다. 무대 위의 최홍서, ‘레이어드’의 최홍서. 그것으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그것만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그리고 최홍서가 유일하게 가져본 자신의 ‘있을 자리’이기도 했다. 끌려다니고 착취당하며 고깃덩이 취급당하는 자리가 아닌, 세상 속 떳떳한 자리.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다. 사람들이 악플이라고 하는 지적 하나에도 끙끙 앓으면서 연습량을 늘리고 빚을 더 끌어서라도 레슨을 늘렸다.

 그런 절실함을 이해성에게 들켰다는 사실이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라는 것은 아마도 동시에, 가장 이해받고 싶은 부분일 테니까.

 놀라서 흔들리는 최홍서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그가 다시금 매혹적으로 미소 지었다.

 “그런데 나는... 홍서 앞에서 좋은 사람인 척하고 있지만... 그게 내 전부는 아니어서.”

 그의 입술이 최홍서의 입술 위에 겹쳐졌다. 무게를 실어 누르지 않고, 입술 표면이 서로 닿기만 한 상태에서 그가 숨결처럼 속삭였다.

 “내 연심에 부록처럼 들러붙어 있는 외심(外心)은 흑심이거든.”

 무슨 뜻일까. 이해하기에 조금은 어려운 얘기였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흣... 흐윽.”

 그의 중지 끝이 유두를 건드렸다. 빙빙, 원을 그리며 자극했다. 말랑하고 거의 평평했던 젖꼭지는 딱딱하고 볼록하게 뭉쳐졌다. 그의 어깨를 쥐고 있던 최홍서의 손에 힘이 들어가, 쥐어짜듯 움켜쥐었다.

 만족스러운 듯 그의 미소가 진해졌다. 양쪽으로 당겨지는 그의 입술의 움직임이 최홍서의 입술 위에 그대로 느껴졌다.

 “무대 위의 홍서가 나에겐 이것밖에 없다고 외치는 걸 보면 나쁜 마음이 들어.”

 “무슨... 흐읏, 무, 무슨 나쁜 마음이요.”

 가슴을 넓게 쓰다듬은 후, 다시 아래로 역행한 그의 손이 이번엔 그가 직접 갈아입힌 반바지의 헐렁한 밴드 안으로 파고들었다. 속옷 안의 성기를 손에 쥐고 주무르느라, 최홍서가 붙잡은 두툼한 어깨가 위아래로 움직거렸다.

 “홍서에게 뭔가 하나만 남아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

 “흐으윽, 흑... 응, 흐윽.”

 “생각? 아니, 생각이라기보다는 정념이지 그건.”

 브리프 안에서, 평소보다 더 뜨거운 성기를 만지작거리면서, 그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최홍서를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그건 정념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그 하나가 아저씨라고.

 그렇게 말하려 하던 최홍서의 입술을 그의 입술이 가로막았다. 진하게 누르고, 비틀어 뭉개고, 그렇게 해서 벌려진 틈으로 혀를 미끄러뜨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네가 하려는 말은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열 때문에 뜨끈해진 입안을 부드럽게, 그러나 샅샅이 훑어내고 녹여낸 그의 혀가 입술 가장자리를 예민하게 건드리며 느릿느릿 빠져나갔다. 지난번 그의 페니스도 그랬지만, 빠져나가는 그 느린 움직임이 유난히 외설적이었다. 범하기 위해 들어올 때보다 더.

 “그런데 말이야.”

 진짜 하려던 말은 여기서부터라는 듯, 그가 눈꺼풀을 깜빡이며 말했다.

 “홍서가 조금 전 같은 그런 말을 할 때면, 홍서 안에도 혹시 나 같은 정념이 있는 건 아닐까 싶거든.”

 조금 전 같은 그런 말...

 보여줄래요... 아저씨랑 자고 나서 아픈 거, 사람들이 다 봤으면 좋겠어.

 그걸 얘기하는 게 분명했다. 성욕으로 이성이 느슨해진 틈을 타 떠들어댔던 음담이 뒤늦게 부끄러워도, 물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깨를 붙들고 있던 손으로 그의 목덜미 뒤를 감쌌다. 양손을 그의 목에 걸어 단단히 깍지를 꼈다.

 “내가 홍서를 원하는 만큼 홍서도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미치게 흥분돼.”

 그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허벅지 위쪽을 꽉 누르는 그의 페니스는 반 이상 발기해 있었다. 그가 허리를 움직여 그것을, 그 단단한 살덩이를 허벅지에 문질러 주기를 바랐다. 최홍서는 저도 모르게 꾸물거리며 허리를 비틀었다. 닿아 있기만 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그의 성기에 문질러지고 싶어서, 불덩어리 같은 몸을 스스로 움직였다.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더 탁하게 흐려지고, 속옷 안에서 최홍서의 성기를 만지는 손길이 더 끈적해졌다. 최홍서가 유도하는 대로, 그는 굵고 탄탄하면서도 유연한 허리에 굴곡을 일으켜 연인과 맞닿은 곳에 음경을 비볐다.

 심이 느껴지는 점점 더 딱딱해지는 음경을, 허벅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손을 넣어 주무르고 있는 최홍서의 사타구니 쪽으로 깊숙이 올려붙인 그는 한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곤 허리를 양쪽으로 비틀어, 팬츠 안에서 흘러넘칠 듯 과도하게 불룩해진 음경을 밀어붙이며 말했다.

 “내 몸에 달린 이거. 단지 이 물건만 흥분되는 게 아니라. 연심에 딸린 흑심까지 진동할 만큼 흥분된다고. 네가 그럴 때마다.”

 “흐으, 흡. 으으, 음...”

 생살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강하게 비비적거리는 음경 때문에, 최홍서는 대답할 말을 떠올릴 수도 없었다. 신음을 통제하려 애쓸 따름이었다.

 성욕을 발산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 차 반쯤 나른해진 눈꺼풀 아래에서 그가 쓰도록 달게 웃었다.

 “복잡하게, 있어 보이는 척 얘기했지만.”

 “......”

 “그런 말, 더 듣고 싶다는 거야.”

 너무 달아서 끝에는 쓴맛이 감도는 꿀. 그런 꿀 같은 미소였다. 그는 위험한 물질에 취한 사람 같았다. 아니, 그 자체가 위험한 물질이었다. 최홍서를 취하게 만들고, 마비시켜, 모든 문제들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물질.

 그는 니트의 뒷덜미로 손을 뻗어 잡아당겼다. 단번에 상의를 벗어버리고는 최홍서 위에 납작하게 엎드려 목덜미 깊숙한 자리에 입을 맞췄다. 귀밑의 민감한 곳이 그의 숨결로 가득했다.

 “전신이 다 뜨거워.”

 그런 그의 속삭임이 더 뜨거웠다. 아직 옷을 다 입고 있는 최홍서의 몸 위에서 커다란 육체를 비비적거리며, 그는 성교를 갈구했다. 이해성 고유의 무게감으로 일어나는 그 야릇한 마찰마저도 이미 애무였다.

 “흐으으, 흐... 으응. 흑...”

 “나랑 하고 싶어서, 애기 이렇게 뜨거워진 거지?”

 최홍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꾸만 입안이 말라붙어서 마른침을 삼키며 그의 벗은 어깨와 팔을 쓰다듬었다.

 그가 자신의 등 위로 이불을 쭉 끌어 당겼다. 최홍서의 목 아래까지. 그리고 이불 속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최홍서의 반바지와 속옷을 종아리까지 끌어 내리고는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 가 회음부에 키스했다.

 “하으으... 흐윽... 흐...”

 보드라운 속살에 닿는 입술의 감촉은 최홍서의 허리를 펄떡거리게 했다. 발을 이용해 종아리에 걸쳐진 하의를 발목에서 빼버리고, 꿈틀거리는 그의 등에 뒤꿈치를 문질렀다. 이불 안에서 손을 더듬어, 정신없이 아래를 빨고 늘리는 그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빙글빙글 도는 천장을 올려보며 숨을 헐떡이다 문득 아래를 보았다. 하반신 쪽에서 커다란 인기척이 이불을 들썩거리는 광경은 상상을 부추겨 괜히 더 야릇하게 느껴졌다.

 최홍서는 이불을 들추었다. 정욕의 습기와 훈기로 가득한 컴컴한 이불 안에서 이해성이, 차가워 보일 만큼 흠 없이 잘생긴 얼굴을 남자의 사타구니에 파묻고 있었다. 살면서 보았던 그 어떤 장면보다도 야한 한순간이었다.

 자신이 들어갈 자리와 그 주변의 여린 살점을 입안 가득 물고, 아릿하도록 깊이 빨던 그가 눈을 치켜떠 이쪽을 보았다. 발기하기 시작한 최홍서의 페니스는 아랫배에 달라붙어 꿈틀거렸다. 그런 음경과 음모 사이로 보는, 사타구니에 파묻힌 그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더 잘생겨 보였다.

 “흐윽, 흑... 으으, 흐읍...”

 최홍서는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 올렸다. 그의 이마와 귓바퀴를 어루만지면서, 무릎이 겨드랑이에 닿을 만큼 다리를 끌어 올리고 허벅지를 활짝 벌렸다. 고작 이불 한 장으로 수줍음을 전부 가려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음란하고 대담하게. 음부를 그의 앞에 벌리고 갖다 대었다.

 수줍어하거나 쭈뼛댈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는지, 확신이 없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에게 모든 것을 주고, 그의 모든 것을 받길 원할 뿐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