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컴백 (104)화 (104/185)

104화

제 5 부

 자정이 지난 시각. 강남의 한 임대 연습실에서는 ‘레이어드’의 안무 연습이 한창이었다.

 새로운 싱글이 공개되기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기였다. 바쁜 일정 탓에 스케줄을 마친 후 늦은 밤과 새벽 시간에 안무 연습을 해야만 했다. 남은 시간이 빠듯했고, 그 탓에 리더인 최홍서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원 앤 투 앤 쓰리 앤 포... 던지고, 돌고... 파이브, 식스... 영주 박자 안 맞다... 영주야, 박자.”

 정면의 거울을 통해 멤버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최홍서의 눈빛이 진지했다.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듯 미간을 찌푸리면서 최홍서는 박자를 이어 나갔다.

 “파이브, 식스... 턴하고 엔딩.”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연습한 게 그날 밤에만 벌써 스무 번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원하는 수준의 완성도가 나오지 않자, 최홍서의 표정이 많이 좋지 못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기면서 최홍서는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며 거울 앞에서 돌아섰다.

 “영주는 아까 그 부분 박자 연습을 집중해서 해봐. 빨리하려고 하지 말고, 한 단계씩 천천히 동작을 완벽하게 몸에 익히는 걸 우선으로 해봐. 그럼 속도가 빨라져도 동작이 뭉개지지 않는다니까? 영주는 태주가 좀 봐줘. 나머지는 나랑 같이 반복 연습.”

 “형, 잠 좀 자자. 지금 며칠째 계속 하루에 두 시간밖에 못 자고 있잖아. 그러니까 정신이 혼미해져서 실수하는 거지.”

 영주라는 멤버가 투덜거리며 반기를 들었다.

 “차에서 자고, 대기하면서 자고, 샵에서도 자잖아.”

 “그렇게 자는 게 자는 거야?”

 “신곡 발표 일주일도 안 남았어. 이런 시기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치열하게 준비하는 거 몰라? 이제 막 조금 잘되기 시작했는데, 이번 곡에서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또 미끄러진다고. 너 그렇게 되고 싶어?”

 “......”

 몇 년을 무명으로 고생했던 시기가 떠올랐는지, 영주는 그 이상 반항하지는 않았다. 최홍서는 그런 영주의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었다.

 “일주일도 안 남았잖아. 조금만 더 힘내자. 여기까지 우리 어떻게 올라왔는지 생각해 봐. 어?”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면서도 거울 앞으로 돌아가는 영주의 뒷모습을 확인한 최홍서는 분위기를 환기할 겸 크게 박수를 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따로 연습하다가 30분쯤 뒤에 영상 한번 찍어서 확인해 보자. 그때 제대로 맞춰지면 퇴근!”

 “진짜지, 형?”

 “진짜! 약속.”

 물을 마신 뒤 바닥에 내려놓고 허리를 펴던 최홍서는 잠시 눈을 감고 휘청거렸다. 지켜보고 있던 멤버 하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최홍서의 팔을 붙잡았다.

 “왜 그래? 어지러워?”

 “아니야.”

 “아니긴. 형 지금 입술 허옇게 다 일어났어. 감기지?”

 최홍서는 이마를 짚으려 하는 멤버의 손에서 벗어나려 고개를 꺾으며 달아났다.

 “이 정도가 무슨 감기야. 요즘에 제대로 못 쉬었으니까 그냥 컨디션 좀 안 좋은 거지. 나 체력 좋은 거 몰라?”

 “신곡 발표할 때마다 병나는 사람이 무슨 체력이 좋아? 몸이 안 좋아도 깡으로 버티는 거지.”

 다른 멤버도 나서서 최홍서를 뒤쪽의 소파로 끌고 가 억지로 어깨를 내리눌렀다.

 “우리끼리 알아서 해볼 테니까 형은 좀 앉아있어. 좀 됐다 싶으면 말할게. 그때 봐주면 되잖아.”

 괜찮다고 사양하려던 최홍서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실은 오후부터 미열이 있었다. 신곡 발표 때마다 몸살을 앓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예민하게 신경 쓰는 타입이다 보니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때가 없었다.

 멤버들이 불안해할까 봐 매니저에게만 따로 말해서 약을 먹긴 했는데, 그다지 효과가 없는 듯했다. 땀을 닦는 척 이마와 뺨을 만져보니 열이 좀 더 높아진 것 같기도 했다.

 미련하게 버티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지금 무리하다가 정작 활동이 시작됐을 때 무너져버리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으니까. 최홍서는 멤버들이 권하는 대로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러나 몸을 등받이에 기대지도 못한 채 연습하는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았다.

 드르륵. 드르륵.

 소파 저쪽에 한데 모아놓은 핸드폰이 진동으로 떨렸다. 무심코 돌아보니 최홍서 본인의 핸드폰이었다.

 깜빡거리는 액정을 잠시 내려다보던 최홍서는 핸드폰을 향해 팔을 뻗었다. 연습 때문에 이해성과는 이미 잘 자라는 인사까지 다 나눴던 터라, 이 시간에 찾아온 연락이 반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메시지의 발신인은 다행히도 ‘당근판매자님’이었다. 지금 막 도착한 메시지만이 아니었다. 연습 방해하지 않기 위해 미리 굿나잇 인사하고 자러 가보겠다고 했던 ‘당근판매자님’에게서 여러 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당근판매자님 : 큰일났다. 잠이 안 와 (오전 00:04)

 당근판매자님 : 애기가 땀 흘리면서 연습하고 있을 거 생각하니까 못 자겠네 (오전 00:06)

 당근판매자님 : 잠깐 가서 얼굴만 보고 오면 안 될까? (오전 00:32)

 당근판매자님 : 연습 방해 안 하고, 쉬는 시간에 10분만 얼굴 보고 올게 (오전 00:34)

 당근판매자님 : 정말 딱 10분만 보면 잘 수 있을 거 같은데 (오전 00:35)

 당근판매자님 : 마침 또 연습실이 우리 집에서 차로 7분 거리네? (오전 00:41)

 당근판매자님 : 메시지 확인하면 오지 말라고 할 것 같으니까 그냥 출발할게요 (오전 01:03)

 당근판매자님 : 연습실 근처 도착 (오전 01:15)

 당근판매자님 : 편의점 쪽 말고 반대편. 카페 앞에 세웠어. 운전은 내가^^ (오전 01:17)

 당근판매자님 : 멤버들 줄 간식도 좀 사 왔는데 쉬는 시간에 이거 확인하면 전화줘요 (오전 01:18)

 당근판매자님 : 허락도 안 했는데 찾아왔다고 혼나는 거 아닌가ㅜㅜ (오전 01:31)

 당근판매자님 : 아저씨 벌벌 떨면서 기다리는 중 (오전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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