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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55화 (55/185)

55화

처음으로, 스스로를 더럽다고 느꼈다.

지금까지는 깨끗하게 여겼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럽다거나 깨끗하다거나, 그런 식으로 비교하고 판단할 계기조차 없었을 뿐.

좋아하는 사람, 스스로 원해서 함께 자고 싶은 상대가 생겨버린 지금, 자신을 더럽다고 보게 된 것이다. 잠자리 경험이라고는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접대밖에 없다는 것을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게 의식해버렸다.

이해성과의 잠자리에 그런 버릇을 끌어왔다는 것이 끔찍했고, 그런 버릇이 자기에게 배어있다는 자체가 끔찍했다. 어쩔 수 없는 협박에 의한 것이었으며, 자신에게는 고통일 뿐이었다는 사실조차도 이 순간,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섹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버진(virgin)이 돼버린 것처럼, 최홍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졌다.

말이 없어진 최홍서의 얼굴을 두 손 안에 가둔 이해성이 입술 위에 길게 키스했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홍서한테 많이 해주고 싶거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그의 목덜미 사이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토라지고 심술이 나서, 속상한 일이 생겨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품에 숨어버리는 어린애처럼.

이해성은 그런 최홍서를, 자신의 배 위에 누운 최홍서를 두 팔로 그저 꽉 안아주었다.

“이번엔 왜 그렇게 시간이 안 가던지.”

“......”

“빨리 만나고 싶었어. 그래서 영종도까지 나갔던 거고.”

등을 안고 있던 팔로 어깨를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그리고 귓가에 입술을 비비며 그가 고백했다.

“다음에 어떤 밤에 우리가 다시 단둘이 있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 억제하지 못할 거라고... 널 그냥 둘 수 없을 거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

“오늘일 거라고.”

품에서 잠든 아이를 요 위에 눕히듯, 이해성은 안고 있던 최홍서를 조심스럽게 자신의 옆자리에 바로 눕혔다. 팔꿈치를 짚어 상체를 반쯤 일으키고는 바로 곁에 바짝 붙어 누워 최홍서를 내려다보았다. 얼굴을 만지는 손이 평소보다 촉촉했다.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건 차라리 할 수 있어도, 시작해 버린 후에는 자제할 자신이 없는데.”

“......”

“그래도 괜찮아?”

허풍이나 농담이 아니라, 그는 진지하고 다정하게 묻고 있었다. 최홍서는 그와 눈을 맞추고 그의 손목을 가만히 감아쥐었다.

“제가 아저씨 남자 친구인데, 자제 안 해도 되잖아요.”

살짝 미소 지은 그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와 입술을 포개었다. 서로를 확인하는 친밀한 짐승들처럼 여러 번 입술을 벌려 상대를 머금었다 놓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조금씩 입술이 열리고, 더 깊숙하고 진하게 겹쳐졌다.

“으음...”

입술이 완전하게 하나로 맞물린 상태에서 그의 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최홍서의 목 안쪽 깊은 곳에서 낮은 신음이 새었다. 차에서 나누었던 키스보다 훨씬 농후했다. 야하고, 약간은 노골적이고, 끈적하게 움직이는... 전희로서의 키스였다.

그의 혀는 최홍서의 경직된 혀를 녹여냈다. 아래를 핥아 올리고, 혓바닥 위를 비비고, 이리저리 뒤채고 꼬아대던 그의 혀는, 한순간 쑤욱, 더 깊숙이 침범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음... 으응, 음.”

작정하고 밀려드는 젖은 살덩이를 전부 받아내기가 힘겨워서 입술을 한껏 벌린 채 끙끙거리면, 코앞의 그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런 반응 하나하나를 모조리 지켜보았다. 평소의 달콤한 눈빛과는 전혀 다른, 욕정을 억눌러 담은 강렬한 눈빛에 최홍서는 전신이 저릿저릿했다. 별짓을 다 해도 느끼지 못했던 굳은 몸인데, 그는 눈빛만으로도 떨게 만들고 있었다.

경직되어 있었던 최홍서의 몸이 키스로 어느 정도 눅진하게 녹아내렸을 때.

그의 오른손이 파자마 상의의 넓게 벌어진 깃 사이로 목덜미를 넓게 헐겁게 감싸 쥐었다.

“흐으, 으...”

맨살 위를 부드럽게 스치는 손끝이 간지러워서, 저도 모르게 입안을 조여 그의 혀를 압박하며 신음했다. 톡, 톡. 파자마의 단추를 풀어 내리기 시작하자 조급함을 느꼈다. 정확히는 어쩔 줄 모르겠는 감질에 가까웠다. 최홍서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단추가 모두 풀어지고, 그가 손등을 이용해 셔츠 자락을 바깥쪽으로 넓게 벌려놓았다.

“......”

그의 혀가 입안에서 물러났다. 자신이 남겨놓은 흔적을 확인이라도 하듯 최홍서의 입술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며, 여러 번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더 아래를 향했다.

양쪽으로 활짝 벌려진 셔츠 사이로 드러난 흰 가슴에 그의 눈길이 머물렀다.

격렬한 안무와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기초체력을 기르는 운동은 필수였다. 거기에 안무 연습 자체도 운동이 됐다. 덕분에 최홍서의 몸은 마르기는 했어도 볼품없지 않았다. 옷 태나 춤 선을 위해서라도 예쁜 몸을 유지하는 데에 항상 신경 쓰고 있었다.

두툼하지는 않아도 잘 단련된 날렵한 근육이 가슴과 아랫배에 얕은 굴곡을 만들었고, 곧게 뻗은 쇄골과 어깨, 좁은 골반으로 이어지는 옆구리의 직선이 근육의 굴곡과 대조를 이루었다. 설익은 풋풋함과 무르익은 성숙함이 아름답게 관리된 육체 위에서 공존하고 있었다.

흠집이 나기 쉬운 고급 섬유의 촉감을 느끼는 것처럼, 그는 다시 또 손끝으로만 피부 위를 쓸었다.

“으음.”

손등으로 입술을 막은 채 최홍서는 양쪽 턱에 힘을 주었다.

손끝만이 아닌 손가락의 첫 마디가, 둘째 마디가, 그리고 그의 손바닥 전체가 가슴에 착 달라붙어 왔다. 그의 손은 살결에 스며들듯이 움직였다.

“하아, 하... 흐...”

색색거리며 몰아쉬는 최홍서의 숨소리에 맞춰, 가슴과 아랫배가 빠르게 팔딱거렸다. 유두 주변을 맴도는 그의 엄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흐읏!”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그가 유두를 강하게 압착한 순간, 최홍서는 입을 가리고 있던 손등을 깨물어야 했다.

“하윽, 흑! 흡.”

그가 손가락 사이에서 유두를 비빌 때마다 허리가 비틀렸다. 애무를 받는 곳은 유두인데, 자꾸만 사타구니가 저릿했다. 본격적으로 만지지 않았는데도 발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서 참아보려고 해도 속옷 안이 점점 축축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그는 최홍서의 반응을 계속 주시하면서 느릿느릿 고개를 숙였다.

쪽, 쪽.

목덜미의 뿌리에 입맞춤이 쏟아졌고, 입술은 커다란 S자를 그리며 가슴으로 내려갔다.

“크흑! 흣!”

젖꼭지가 그의 입술 안으로 쏙 빨려 들어간 순간에는 숨을 뱉을 수조차 없었다. 최홍서는 위에 엎드린 그를 걷어찰 것처럼 다리를 버둥거렸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빳빳하게 뭉쳐졌던 유두가 혀에 쓸리고, 강하게 빨리고 씹히는 동안 더 부어오르고 있었다.

“흑, 흣...”

그의 입술 사이에서 톡 튕기듯 빠져나온 유두는 역시나 평소보다 불어 있었다. 타액에 젖어 반들거리는 붉은 살점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가 최홍서와 눈을 맞춘 채 혀를 내밀어 유두 위를 몇 번이나 핥고, 건드리고, 이 사이에 물고 잡아당겼다.

“으으, 흐... 흑...”

최홍서는 이제 손등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진짜 버진처럼, 그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모든 장면에 자극을 받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아래로, 더 멀어졌다. 가슴을 팔딱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최홍서는 겁먹은 눈으로 그를 찾았다. 입안이 바싹 말라 있어, 그를 부르기 위해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어, 어디 가요...”

아랫배에 입을 맞추며 내려가던 그가 눈썹을 치키며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미치겠네, 중얼거리고는 왼손으로 최홍서의 오른손을 잡아 손끝에 입을 맞췄다.

“이렇게 예쁜 애기를 두고 어딜 가겠어. 안 가.”

다음에는 배꼽 부근에 입을 맞췄다.

“여기도 홍서잖아.”

그다음엔 파자마의 밴드가 시작되는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여기도.”

“흐윽, 흐... 읏.”

그런 후에는 이미 완전하게 발기한 성기에, 파자마 위로 입을 맞췄다.

“너랑 있는 거야, 계속.”

최홍서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손을 꽉 쥐었다. 그는 안심하라는 듯 똑같이 강한 힘으로 최홍서의 손을 한번 꾹 쥐었다가 놓아주었다.

손, 안 놓았으면 좋겠는데. 더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최홍서의 시야 안에서 이해성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파자마와 브리프를 벗겨냈다. 이미 젖어버린 속옷, 붉게 부어올라 있는 음경을 보고도 그는 놀리거나 웃지 않았다. 지그시 내리누르듯 바라보며 입술을 짧게 혀로 핥았을 뿐.

그는 커다란 베개 하나를 최홍서의 허리 아래에 받쳐 주었다. 엉덩이의 위치가 좀 더 높아졌고, 그가 망설임 없이 최홍서의 사타구니 앞에 엎드렸다.

“안 돼... 안 돼요, 거기는!”

“거기라니?”

상체를 일으키려는 최홍서의 아랫배를 가볍게 누르면서, 그가 침착하게 되물었다.

“젤이나, 젤이 없으면 로션 같은 걸로... 그런 걸로 풀면 돼요!”

“아니. 전부 내 몸에서 나온 걸로만 열 거야.”

그는 단호했다.

자꾸만 오므리려 하는 허벅지를 바깥쪽으로 밀어내면서, 그는 벌린 다리 사이에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런 곳, 눈으로 보면 식을 거예요.”

“애기는 내가 게이라는 거 잊었나 보네.”

“......”

“이성애자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홍서 애널은 나한텐 가장 흥분되는 성기나 마찬가진데. 연인의 성기를 핥거나 빨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여전히 시선은 최홍서를 향한 채 그는 보란 듯이 혀를 내밀어 애널 위를 넓게 핥았다.

“그러니까 이건 리밍이 아니라 펠라야.”

말을 마치자마자, 이번엔 혓바닥이 구멍 위를 지지듯이 문질러댔다. 최홍서는 진저리를 쳤다.

“아까, 나... 나한텐 못 하게 했... 흑! 흡!”

“어, 홍서는 안 돼. 오늘은 내가 해주는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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