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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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서, 강우현 감독의 <크림 맨션> 주연 발탁.. 첫 영화 기대

아이돌 그룹 ‘레이어드’의 리더 겸 배우인 최홍서가 영화 〈크림 맨션>에 최종 캐스팅되었다.

소속사 UB 엔터테인먼트 측은 오늘 “최홍서가 다시 한번 배우로서 인사드리게 되었다. 첫 영화 출연인 만큼 배우 역시 긴장과 설렘 속에서 열심히 노력 중이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크림 맨션>은 베를린·베니스·토론토 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국제적 거장 반열에 올라선 강우현 감독의 차기작으로, 최홍서는 베일에 싸여 있는 신비로운 ‘크림 맨션’ 거주자, 황지우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아왔던 최홍서가 영화에서는 어떤 매력을 보여주게 될지 영화 팬들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ugarn*** / 저… 기자님 어떤 영화 팬이요? 대체 어떤 영화 팬이 최홍서의 매력을 기대하고 있다는 건지…? 이 어이없는 캐스팅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영화 팬은 주변에 많습니다만?

skpop*** / 내가 홍서 6년 팬인데, 아무리 홍서가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아이돌 출신치고 잘한다는 거지, 강우현 영화에 홍서는 진짜 아니다

suwing g*** / @kpop*** 홍서 데뷔한 지가 6년이 안 됐는데 무슨 수로 6년 팬이세요? 팬인 척 까려면 기본적인 검색이라도 하는 성의라도 보이던가

ㄴㄴ123k*k*** / @wing*** 데뷔 연도를 떠나서 강우현 영화에 최홍서 캐스팅이 에러인 건 사실이지. 애초에 뭐 대단한 연기력을 요하는 역할을 해본 적이나 있음? 안정적인 연기력 타령 웃기지도 않음

s shotp*** / @123k*** 이게 맞다. 최홍서 솔직히 작품이랑 역할 잘 골라서 연기력 올려치기 된 거 사실. 연기력에 덕지덕지 붙은 거품 이번 기회에 다 꺼지고 밑천 드러날 듯?

txgu** /그 역할 경쟁률이 900:1인가 그렇다고 하지 않았나? 처음부터 최홍서 출연 확정해 놓고 오디션은 그냥 쇼한 거네. 오디션 피나게 준비했을 다른 배우들이 불쌍해 ***

*** suskyb* / @txgu*** 근거도 없이 이런 얘기 퍼뜨리는 것들은 고소 먹어야 됨

sufree* / @skyb*** 아궁이 들여다봐야 불 땐 거 아냐? 말도 안 되는 캐스팅이니까 얘기 나오는 거지. 900명 오디션 봐서 정당하게 뽑은 게 최홍서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다가 지리겠다***

493se*** / 강우현이 솔직히 국내에서 흥행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해외 영화제 같은 데서 상 받고 그런 명예인데, 아이돌이 돈과 인기면 됐지 무슨 명예까지 욕심을 내?ㅋㅋㅋ 주제 파악해라

sjong*** / 기사 잘못 본 줄 알고 몇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제작비가 100억 이상 필요하다고 하던데, 투자 받기 위해 타협하신 건가요? 강우현 감독님 오랜 팬인데 정말 실망이 큽니다.

u swkdd*** / @jong*** 최홍서가 뭐라고 걔 덕분에 제작비 100억을 유치해요ㅋㅋㅋ 솔직히 아직도 최홍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ㅋㅋㅋ 차라리 강우현한테 몸 대줬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을 듯ㅋㅋㅋ

스케줄 전, 샵으로 이동하는 길.

뒷좌석에서 기사의 댓글을 읽어 내려가던 최홍서는 눌러쓴 모자의 챙을 더 아래로 끌어내렸다. 가슴이 갑갑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의 첫 영화 진출 시, 누구나 다 거쳐 가는 과정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예술성 높은 영화만을 만들어온 강우현 감독의 작품이니 부정적인 반응은 더 격할 수밖에 없었다.

팬들이 아닌 일반 대중은 거부감을 먼저 보이리라는 걸 모르지 않았고, 나름대로 각오도 했는데… 생각보다 타격이 컸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감정이 보이는 반응은 쉽게 연동되지가 않았다.

산소가 모자라는 느낌에 두세 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팀장급 매니저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최홍서, 너 또 댓글 보지? 폰 내놔.”

“댓글 본 거 아니야.”

“내가 너랑 1, 2년이냐? 딱 보면 몰라? 어째 요새 좀 잠잠하다 했지. 아예 댓글을 보지 말라는 게 그렇게 힘드냐?”

“형은 그럼… 누가 형 얘기하는 거 뻔히 듣고도 그냥 지나쳐 갈 수 있어? 안 듣는 게 속 편하다는 이유로?”

“이거랑 그게 같아?”

“다를 건 뭐야?”

“아무튼 내놔, 폰. 당분간 압수야.”

매니저는 뒷좌석으로 넘어올 기세로 팔을 길게 뻗어 휘저었다. 댓글 때문에 최홍서가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회사에서는 극단적 조치로 핸드폰을 압수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최홍서에게는 절대 핸드폰을 뺏길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안 봐. 안 볼게. 캐스팅 확정 기사 지금 하나 본 거야. 앞으로는 아예 기사 자체를 안 보면 되잖아.”

매니저는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최홍서를 흘겨봤고, 최홍서는 혹시라도 전화를 뺏길까 싶어 손에 쥔 채로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이해성과 주고받는 연락은 포기할 수 없었다.

“형, 근데… 연기 수업 한 타임만 더 늘려줘.”

“뭐? 지금 한 타임 더 늘릴 구멍이 어딨어?”

“일주일에 한 타임만 더. 그 정도는 어떻게 늘릴 수 있지 않아?”

“이제 너 남는 시간이라고 해봤자 다 자정 이후인데, 선생님한테 그때 수업하자고 할래?”

“……”

“지금 이 스케줄에 일주일에 4시간 수업도 대단한 거야. 연기 수업만 해? 안무 연습도 하잖아. 촬영 들어가기 전에 준비 기간 충분히 있어. 그때 더 빡세게 수업하면 돼.”

“오디션도 안 보고 뽑혔을 거라잖아. 남들하고 똑같이 1차에서부터 죽어라 경쟁해서 얻은 역할인데.”

“그 사람들, 진짜 네 실력 때문에 까는 게 아니라는 거. 아직도 모르겠냐? 네가 아무리 더 연습해서 국민 배우 수준 연기력이 돼도 인정 안할 사람들이라고. 그냥 신경을 끄는 수밖에 없어.”

“신경을 끄고 싶어도… 그게 안 되는데 어떡해.”

“너도 진짜 별나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데도 그 소수의 사람들이 욕하는 게 그렇게 마음에 걸려? 너 싫다는 사람들 마음에 들려고 연습 시간 늘리고. 뭐 하러 그래? 너 좋다는 애들이 천지에 널렸는데.”

“마음이 마음처럼 안되는 사람들도 있어.”

“마음처럼 되게 해봐. 다른 데서는 다 정신력도 강한 놈이 그런 데서만 약하다는 게 말이 돼? 할 수 있어. 최홍서, 파이팅!”

막무가내로 대화를 끝내버린 매니저는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최홍서에게서 관심을 돌렸다.

등받이에 털썩 몸을 묻은 최홍서는 눌러쓰고 있던 버킷햇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실력에 대해 비난하는 여론이 새어 나올 때마다 최홍서는 연습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대처해 왔었다. 무턱대고 싫다는 불호는 어떻게 할 수 없어도, 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춤이든, 노래든, 연기든… 연습을 하고 있으면 조금 덜 갑갑했다. 실력이 향상되면, 비난하는 그들도 다시 봐줄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UB의 계약서에 사인을 해던 이유는 ‘빚을 빨리 갚을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었어도, 데뷔를 준비하는 동안 일에 애착이 생겼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굴욕을 감내하고, 타인의 성욕을 비정상적으로 해소하는 데에 도구로 사용되는… 그런 건 직업이 될 수 없었다. 프로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그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도 어딘가에는 있을지 몰라도, 최홍서는 그럴 수 없었다.

‘레이어드’의 최홍서란, 처음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생산적인 역할이었다.

나이가 가장 많다는 단순한 이유로 리더가 되었을 때도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이 팀을 반드시 성공시켜 빚을 털어내고 명 사장에게서도 벗어나겠다는 의욕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실제 생활에서는 누가 싫은 소리를 하더라도 덤덤히 넘기는 성격인데, 대중의 평가 한 줄 한 줄에는 지나치게 신경이 쓰였다.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대중의 관심의 폭이 넓어진 만큼 그 스트레스도 더 심해졌었다.

가족에게도, 학교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의 사회에서도 하찮은 도구로 이용된 삶이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가수 최홍서, 배우 최홍서로서만큼은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모자로 얼굴을 완전히 뒤덮고 있던 최홍서는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연락하고 싶었다. 만나고 싶었다. 바쁜 거 아는데, 내일 중요한 일정이 있다는 걸 아는데도, 그러고 싶었다. 최홍서가 모르는 최홍서였다.

모자를 추켜올리고 핸드폰을 꺼내 메신저 앱을 켜보았다.

당근판매자님:드디어 정식 기사가 발표됐네요^^

당근판매자님:주연 배우님, 기분이 어때요?

나:긴장돼요ㅠㅠ

당근판매자님: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은 건가 설마?

나:괜찮아요. 배고픈 것도 못 느껴서…

당근판매자님 : 좋아하는 것들 조금 챙겨서 샵으로 보내라고 할까요?

나 : 근데 지금 정말 못 먹을 것 같아요ㅠㅠ 죄송해요ㅠㅠ

당근판매자님:쿠키나 파이도 못 먹겠어요?

나 : 기사 나고 5시간쯤 지나면 괜찮아져요. 그때 꼭 챙겨 먹을 게요

나:오늘 바쁘신데 괜히 걱정하시게 해서 마음이 안 좋아요ㅠㅠ

당근판매자님 : 걱정할까 봐 거짓말하는 것보단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좋아요

당근판매자님:홍서 씨 걱정하는 것도 지금 나에겐

당근판매자님 : 남자 친구의 특권 같은 거니까^^

당근판매자님:이 시간까지 아무것도 못 먹은 거 생각하면

당근판매자님 : 너무 안쓰럽긴 하지만

당근판매자님:억지로 먹는다고 좋은 것도 아니긴 하죠.

나:괜찮아지면 바로 챙겨 먹을게요

당근판매자님 : 진짜?

나:진짜요

당근판매자님:착하다^^

당근판매자님:업무 시작당근판매자님:이따 연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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