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가운 북부 대공의 집사로 사는 법-198화 (198/198)

주치의와 옌이 안으로 들어간 방문 앞을 떠나지 못하던 대공은 북부 성을 크게 울리는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

방 안의 기척을 예민하게 확인한 그는 곁에서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로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로넨, 조카가 건강하게 잘 태어난 것 같아. 그러니 이제는 방에 돌아가 기다리자.”

“하지만요, 형.”

대공의 마음과 같이 에드가 걱정된 로넨은 불안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동생의 마음을 알기에 대공은 차분히 입을 뗐다.

“아직 에드와 아이를 보기 이를 것 같아. 그러니 형이 주치의에게 물어보고 내일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할게.”

“괜찮은 거죠?”

에드도, 아이도.

“물론이지.”

어떤 말이 생략되어있음을 안 대공이 대답하자 로넨의 머리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있던 새끼 용이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캬아, 하고 입을 벌렸다.

에드의 배에서 몸을 말고 자던 새끼 용이 몸을 벌떡 일으키고 날개를 파닥거리는 이상 행동을 보인 게 몇 시간 전.

그걸 보고 아이가 태어나려고 한다는 걸 깨달은 대공은 주치의와 옌을 불렀다.

에드의 손과 발을 주물러 주며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던 대공은 주치의의 조언에 밖으로 나와야 했다.

아이가 세상으로 나오길 기다리는 몇 시간이 마치 몇 년 같이 느껴졌다.

“축하드립니다, 대공 전하. 튼튼한 공자님이 태어나셨습니다.”

로넨이 방으로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렸다. 안에서 나온 주치의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대공비는?”

“전하께서도 건강하십니다.”

그에 마음을 놓은 대공이 방으로 들어갔다.

“축하드립니다.”

옌이 하얀 모포에 감싸인 아이를 누워 있는 에드의 팔에 눕히다 대공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대공은 눈을 감고 있다가 제 기척이 느껴지자 느릿하게 눈을 뜨는 에드의 손부터 잡았다.

“힘들었지?”

“……아뇨.”

손을 감싸 오는 에드의 손가락에 힘이 빠져 있었다.

대공은 가는 손가락을 조심스레 매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에드의 입꼬리가 느슨하게 올라갔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제 곁에 누워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진짜 작고 예뻐요.”

대공은 한 손으로 에드의 손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아이를 조심스레 들어 품에 안았다. 그러곤 살짝 몸을 기울였다. 에드가 아이를 잘 볼 수 있도록 몸을 움직이자 에드의 시선이 아이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새하얀 얼굴에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그 순간, 아이가 눈을 스르르 떠 에드를 바라보자 그는 가슴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푸른 눈동자.”

대공은 다시 한번 에드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

“그래, 에드와 똑 닮은 청명하고 멋진 푸른 눈동자야.”

* * *

어느새 가을에 들어섰나 싶었던 북부는 가을 향기가 짙어지고 있었다. 그 말은 즉, 북부의 길고 추운 겨울이 다가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뜻하기도 했다.

“옷을 제대로 입어야 해, 벌써부터 오전과 오후의 기온 차가 심해지니까.”

에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자꾸만 팔을 바동거리는 아이를 타이르며 옷을 한 겹 더 든든하게 입혀 주었다.

아주 작았던 신생아는 대공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 이제는 제법 볼이 토실토실한 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 작은 아이를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던 에드도 요령이 생겨 아이를 부드럽게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옷을 더 입기 싫었는지 입술을 부루퉁 내밀었던 아이는 에드가 품에 안아 엉덩이를 토닥이자 발을 앞뒤로 까딱이며 좋아했다.

에드는 허공을 구르듯이 움직이는 그 작은 발을 손으로 감싸며 창가로 다가갔다.

혹시나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강할까 싶어 아이 머리 위로 손 그늘을 만들어 준 그는 밖을 가리켰다.

“레오, 봐봐. 아버지가 저기 계시지?”

아이는 아직 말을 하지 못했지만, 에드의 목소리는 다 들을 수 있는 건지 창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밖에서는 대공이 기사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에드는 흐뭇하게, 레오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때 똑, 똑.

아주 작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잡아챈 에드가 네, 하고 대답하자 문이 조용히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레오 린든, 좋은 아침. 잘 잤어?”

로넨이 웃으며 레오와 눈을 맞췄다. 손에 든 토끼 인형도 가볍게 흔들자 레오가 손발을 파닥거리듯이 움직이며 좋아했다.

둘의 사이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에드는 옅게 웃으며 레오를 품에 안은 채 소파에 앉았고, 로넨도 재빠르게 다가와 에드의 옆에 앉았다.

에드는 레오의 등을 가볍게 쓸어내렸고, 로넨은 레오의 통통한 볼을 가볍게 손으로 건드려 보다가 저를 향해 뻗는 레오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그 작고 따뜻한 감촉에 로넨의 입가에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그다지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빨리 갔다.

어느새 밤이 되자 대공이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에드와 로넨, 레오가 머리를 맞댄 채 웃는 걸 바라보며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그냥 다요?”

로넨의 현명한 대답에 레오가 맞다는 듯이 팔을 바동거리다 로넨의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걸리자 흑발을 집중해 바라보았다.

“이제 자러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로넨은 쉽사리 엉덩이를 떼지 못했다. 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는 모습에 에드가 내일 또 보면 된다고 했으나 로넨은 뜸을 들이다 대공에게 고개를 돌렸다.

“형, 그럼 재미 있는 이야기 하나만 해 주면 안 될까요? 그것만 듣고 방으로 올라갈게요”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아니면 신기하거나… 아무튼 형이 알고 계신 이야기 하나만 해 주세요, 네?”

레오와 떨어지기 싫은 로넨이 몸을 비비 꼬자 대공은 눈가를 접어 웃으며 입을 뗐다.

“그럼 이 이야기를 해 볼까?”

“어떤 이야기요?”

에드와 로넨의 시선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다리를 붕붕 움직이는 레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공은 자신에게 모여든 시선에 나지막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얼음 호수에 아주 용감한 분들이 있었는데, 한 분은 젤다족의 차기 수장이었고 한 분은 길을 잃은 기사였어. 길을 잃고 차가운 얼음 호수에 닿은 기사는…….”

밤이 깊도록 이어지는 이야기는 훗날 음유시인에게 영감을 주어 북부뿐만 아니라 제국에서 신화처럼, 동화처럼 전해졌다.

<끝.>

##################################공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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