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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북부 대공의 집사로 사는 법-156화 (156/198)

그러고도 충분하지 않은지 계속 아래로 내려오던 입술이 기어이 에드의 입에 닿았다.

붉고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입술이 서로 맞닿자 에드는 아, 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대공은 그 틈을 이용해 혀로 입술을 벌리고 들어가 촉촉한 입 안을 탐닉했다.

처음엔 가볍게 닿았던 입맞춤이 깊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으응.”

에드는 대공을 이렇게 꽉 끌어안을 때마다 시간 감각도, 인지 능력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저 이 세상에 그와 자신, 둘만 남은 것처럼 서로에게 열중한 채 치솟는 쾌감에 잠겨 들 뿐이었다.

에드는 어느새 자신이 대공의 품에서 벗어나 딱딱한 테이블에 등이 닿은 채 누워 있다는 것을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탄탄한 허벅지를 조이고 나서야 알았다.

“……아.”

여전히 제 입 안을 탐하는 혀에 참을 수 없는 신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에드는 손을 뻗어 대공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온몸을 가로지르는 아찔한 감각에 허리가 절로 들썩거렸다.

대공이 입을 살짝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쯔읏, 소리가 나면서 서로의 입술이 쩍 들러붙는 느낌에 에드의 발가락이 확 오므라들었다.

뜨거운 살덩이가 젖은 점막을 건드릴 때마다 에드는 달뜬 신음을 흘리며 대공을 꽉 끌어안았다. 저를 가볍게 내리누르며 압박하는 이 무게감이 좋았다.

열렬한 행위에 몰입하던 대공이 고개를 들 무렵 에드는 이미 온몸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는 것 같은 감각에 푹 빠져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였다.

가쁜 숨을 내쉬는 그를 내려다보던 대공이 에드의 목을 감싼 카디건의 단추를 느리게 풀었다.

드러난 목으로 서늘한 바람이 스치자 에드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걸 달래 주려는 듯이 고개를 숙인 대공이 가는 목에 입술을 묻었다.

“아…….”

따듯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보드라운 입술이 목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맥이 톡, 톡 튀는 부근에 한참을 머물렀다.

동그랗게 입술을 오므린 대공이 목을 살짝 빨았다 놓자 온몸으로 퍼지는 야릇한 감각에 에드의 허리가 튕겼다. 순식간에 호흡이 엉킨 그가 흐읍, 하며 숨을 들이켰다.

“숨 쉬어야지, 에드.”

등을 휘감고 올라오는 것 같은 목소리에 에드의 몸이 잘게 떨렸다.

그런 에드를 몸으로 가볍게 누르며 진정되기를 기다린 대공이 루비 목걸이에 입을 맞춘 뒤 옷을 여며 주었다.

에드는 테이블 아래로 힘없이 늘어진 다리를 수습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숨을 골랐다. 그를 일으켜 품에 안은 대공이 긴 소파에 앉으며 에드의 등을 가볍게 문질렀다.

딱딱한 책상에 닿긴 했지만 아프지 않았는데 대공은 그게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에드는 작게 웃으며 대공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온몸의 기력을 짜낼 것처럼 서로가 들러붙어 숨결을 주고받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늘어져 후희를 느끼는 것도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벽난로의 불길에 시선을 던진 에드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한참을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른함을 즐기고 있는데 대공이 말문을 열었다.

“에드는 여전히 이곳이 낯설지 않아?”

“어떤 점이요?”

“남부였으면 지금쯤이면 봄맞이 대청소를 한창 할 때일 텐데, 북부는 아직 벽난로의 불을 꺼트릴 엄두도 나지 않는 날씨잖아.”

대공은 햇살이 내리쬐지만, 이따금 심술궂은 바람이 때리고 가느라 덜컹 소리가 나는 창문에 힐끗 시선을 주며 말했다.

“음, 그렇긴 하죠. 남부는 1월 중순쯤만 되어도 봄을 준비해야 한다며 분주하니까요.”

“역시 그렇지?”

“하지만 북부에 온 이후로 남부의 생활이 생각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북부가 더 궁금해져요. 제가 모르는 북부의 멋진 점이 또 뭐가 있을까 하고요.”

대공이 에드의 이마에 머리를 가볍게 비비며 말했다.

“그런 말을 하면 또 키스하고 싶어지는데.”

“하시면 되죠.”

이번엔 에드가 대공의 입술에 입을 쪽, 쪽 맞췄다 떼자 긴 입맞춤으로 화답한 대공이 물었다.

“북부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했지?”

“네에.”

“지금이라도 괜찮다면 북부의 멋진 점을 한 가지 더 알려 줄까?”

“물론 좋습니다.”

나른한 대답을 흘리던 에드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대공이 그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요.”

구겨진 옷을 펴던 에드는 어느새 대공의 머리에서 흘러내려 테이블에 떨어진 수건을 집었다. 그러자 대공이 손을 내밀었다.

손을 달라는 건지, 수건을 달라는 건지 애매해 잠시 고민한 에드가 수건을 건네자 대공이 질문했다.

“어떻게 만드는 거지?”

“어떤 거요? 아까 그 모자요?”

대공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에드가 설명했다. 뭐든지 능숙하게 해내는 대공답게 양 머리 모자도 금세 완성 시켰다.

그걸 에드의 머리에 씌운 그가 뒤로 살짝 물러났다. 긴 시선으로 에드를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역시 대공비야. 왕관이 잘 어울리네.”

에드는 머리를 북북 긁적이며 답했다.

“대, 대공비라뇨…… 그런데 오늘 알려 주실 것은 어떤 건가요?”

어색하고 멋쩍어 말을 돌리는 에드의 손을 대공이 잡았다. 천천히 연구실을 나서 계단으로 이동했다.

외성에서 연구실 이외의 곳을 가 보지 않은 에드는 신기한 기분으로 돌계단에 올라섰다. 그를 안내한 대공은 몇 층을 더 올라 복도 맨 끝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여기에 전하가 제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는 건가요?”

문손잡이를 잡은 대공이 긍정하며 눈짓하자 에드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따른 대공이 마법 등을 켰다.

“……아.”

에드는 눈앞에 보이는 초상화를 올려다보았다. 모두 불에 타거나 찢어져 있었다. 대공이 그의 곁에 서며 말문을 열었다.

“모종의 일로 부모님의 초상화가 훼손된 일이 있었거든. 복원에 성공한 그림들은 본성에 걸어 두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은 여기에 남겨 두었지.”

‘아마도 황제의 공격 때 생긴 일이겠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에드는 대공을 따라 움직였다.

대공은 전 대공 부부의 결혼식 장면을 그린 그림 앞에 섰다. 밑부분이 손상되었으나 다행히 그때의 행복했던 분위기와 전 대공 부부의 모습은 온전히 남아 있었다.

에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얀 예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부모님의 그림이 완전히 불탔다면 전하께서 많이 속상하셨을 거야.’

“누군가는 미련이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부모님의 온기가 남은 것에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거든.”

담담한 대공의 음성에 에드는 그의 손을 잡았다.

“미련이 아닙니다, 그리움이 더해진 애정의 형태인걸요. 그리고 지금은 어려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후에 복원 기술이 더 발전하면 훼손된 그림을 완벽하게 되살릴 수 있을 거예요.”

대공이 살짝 고개를 숙여 에드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전 대공 부부의 그림 아래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쑥스러워진 에드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대공은 그런 에드의 머리에 한 번 더 입술을 눌렀다 떼며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오늘은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눈치채셨죠?”

“…….”

“이 사람이 제가 홀로 짊어지고 있던 짐을 같이 들어 줄 사람이라는 걸요.”

차분한 음성이었지만 무게가 실린 말에 에드의 얼굴에 열이 올랐다.

“더 일찍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부족함이 많아 에드의 마음을 온전히 붙들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개를 번쩍 든 에드가 저도 모르게 반박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부족해서 늦은 것입니다.”

전 대공 부부의 초상화 앞에서 드리는 인사였지만, 그럼에도 에드는 그들에게 대공이 나약하거나 미흡한 인상으로 비추어지지 않았으면 했다.

꿈이긴 했지만 그를 걱정하던 멜라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거니와 대공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전하의 고백에 고민한 건 그가 너무 완벽하고 빈틈없는 군주였던 까닭이지, 성에 차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작게 웃음을 터뜨린 대공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에드는 로넨과 북부 성에서 지낼 수 있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이입니다.”

“…….”

“그런 에드와 제가 이제는 한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부모님께서 제가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고 속에 꾹꾹 눌러 담기만 해서 걱정하신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대공은 에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앞으로는 마음을 놓으셔도 될 듯합니다. 이제 저에게는 에드가 있으니까요. 에드에게는…… 약한 소리를 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대공이 에드의 머리에 쓰인 양 머리 두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에드랑은 이런 장난도 칠 수 있어요. 보세요, 이건 로넨이 만들어 준 건데요, 잘 어울리죠? 에드가 만드는 법을 알려 줬다면서 녀석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북부 성이 들썩들썩해요.”

“…….”

“그러니 저희가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그림을 올려다보는 그는 한결 편안하고 개운해진 표정이었다.

에드는 그동안 대공이 이 방에 들어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얼마나 많이 보냈을지 헤아려보다가 단념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에드도 우리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해. 에드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좋아하실 거야.”

시선을 든 에드는 그림 속의 전 대공이 차고 있는 목걸이를 보았다.

“……루비는 용기와 열정적인 사랑을 뜻한다고 하죠. 제 목에 걸린 목걸이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고 대공 전하와 함께 북부 성을 잘 지켜나가겠습니다.”

에드가 말을 마치자 대공이 엄살을 보태며 입을 뗐다. 마치 부모님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았다.

“청혼할 때 많이 떨렸지만, 다행히 목걸이를 한 번에 채울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해 주신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덕분에 에드에게도 점수를 딸 수 있었고요.”

대공이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에드의 목걸이를 손끝으로 톡, 치자 에드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리고 조만간 또 좋은 소식을 드리러 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때까지 평온하게 지내고 계세요.”

그 말을 끝으로 그림을 한동안 올려보던 대공이 에드를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부모님께 인사도 드렸으니까 감자가 다 익었는지 확인하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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