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가운 북부 대공의 집사로 사는 법-145화 (145/198)

“에드.”

“……네, 대공 전하.”

에드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답하자 대공이 고개를 숙였다. 이마부터 시작한 대공의 콕콕 쪼는 듯한 입맞춤은 콧등, 뺨, 입술, 턱까지 차례대로 내려왔다.

에드는 그 간질거리는 접촉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읏.”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 쇄골에 가볍게 입을 맞춘 대공이 조금 더 움직이자 에드는 숨을 훅,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아래가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고 다시 닿았다.

‘……아까도 느끼긴 했지만.’

진짜 크고 묵직한 것 같은데…….

저도 모르게 또다시 침을 꿀꺽 삼킨 에드는 대공의 목에 팔을 감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알 수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저 대공과 닿고 싶다는 생각만 그득했다.

“대공 전하.”

열 오른 입술이 열린 것도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대공의 보석 같은 붉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참을 수 없어진 에드는 대공을 깊게 끌어안았다.

“저도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제 몸을 꽉 끌어안으며 속삭이는 말에 대공은 에드를 마주 안았다.

그러나 부족했다. 고백을 받은 이 순간의 기쁨을 표현하기엔 그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미흡하게 느껴져서 그는 안타까웠다.

그때 에드가 맞닿은 대공의 가슴에 얼굴을 슥슥 비볐다. 귀가 발갛게 달아오른 것이 막상 고백을 하고 나자 부끄러워진 모양이었다.

쑥스러워하는 에드의 모습에 대공이 웃었다. 에드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어느 한 부분 사랑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에드의 귀 끝에 입을 맞추며 대공이 화답했다.

“나도 정말 사랑해, 에드.”

“아…… 대공 전하.”

듣기 좋은 소리도 반복되면 질린다던데 대공이 말하는 ‘사랑해’는 그렇지 않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감미로웠고, 동시에 눈가를 시큰하게 달아오르게 했다. 그러면서도 홧홧한 충만함이 가슴 속에 차올라서 감격이 극에 치달으면 자신이 웃고 싶은 건지 울고 싶은 건지 도통 알 수 없어진다는 것을 에드는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마음을 대공에게 더 표출하고 싶고 전하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건 대공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드에게 애정을 퍼붓고 싶었다. 그리고 한 가지 욕심도 자라났다.

“에드, 대공이라고 하지 말고 이름을 불러 줘.”

“……네?”

“단둘이 있을 때만이라도 좋아. 에드의 입에서 내 이름이 불리는 걸 듣고 싶어.”

에드에게서 몸을 떨어뜨린 대공이 자세를 바꿨다. 그러고는 에드를 끌어 올리듯이 안아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순식간에 올라간 눈높이에 적응할 새도 없이 대공과 눈빛이 마주치자 에드는 시선을 살짝 돌렸다.

‘아니, 이게 뭐랄까.’

아까까지는 입 밖으로 저절로 나오던 단어가 대공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니 목에 콱 달라붙은 것 같았다.

“아, 아스…….”

한 글자씩 조심히 꺼내던 에드는 결국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대공의 어깨에 얼굴을 퍽, 들이박듯이 묻었다.

하하하, 기분 좋게 울리는 웃음소리에 에드는 항의라도 하듯이 부드러운 천에 뺨을 문질렀다.

“그, 그건 천천히……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그건 좀 힘들겠는데. 지금까지 마음을 졸이면서도 보채지 않고 에드를 기다려서 그런가?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더 이상 나중을 기다리지 못하겠어.”

“…….”

“그러니 어서.”

귓가에 입술을 붙이며 속삭이는 말에 에드는 몸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열이 오른 에드의 목덜미를 손으로 살살 문지르며 고개를 든 대공이 그의 옆통수에 입을 쪽쪽 맞췄다.

다정하고 간질거리는 그 애무에 에드는 대공의 등을 팔로 둘렀다. 두툼한 부피감이 느껴지는 몸에 여린 부분은 없었지만, 그동안 마음을 졸였다는 대공의 말을 듣자마자 에드는 그를 꽉 안아 주고 싶었다.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대공의 속도 제 가슴도 시커멓게 타 버리고 말았다. 에드는 그 다친 마음을 살살 달래 주고 싶었다.

“사, 사랑해요. 아스넬 대공 전하.”

“대공 전하는 빼고.”

“…….”

“응? 에드.”

“……으음.”

귀를 물어 빠는 한층 더 짙어진 애무에 에드가 신음을 흘렸다.

“아…… 으으.”

이런 농도 깊은 스킨십을 나눠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 이건 대공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래도 너무 잘 느끼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대공의 어깨에 얼굴을 깊게 묻은 에드가 말을 이었다.

“……사랑해요, 아스넬.”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대공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에드는 대공을 힘껏 껴안았다.

“응, 나도 사랑해. 에드.”

가볍게 에드의 등을 쓸어내리며 한참을 안고 있던 대공이 그를 뒤로 눕혔다. 폭신한 매트리스에 등이 닿자 에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체를 들어 올린 대공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평소와 다르게 이리저리 구겨진 셔츠에 잠긴 단추들을 하나하나 풀어 내려갔다.

탁, 탁 단추가 풀릴 때마다 드러나는 매끄러운 대공의 몸에 에드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결국 고개를 모로 돌렸다.

하지만 대공이 오른쪽 손등을 에드의 뺨을 살짝 대어 그 움직임을 막았다. 그대로 힘을 줘 고개를 정면으로 되돌린 대공이 단추를 마저 풀었다.

스으윽, 몸에서 부드럽게 떨어져 내리는 셔츠를 벗은 대공이 에드의 잠옷에 손을 뻗었다. 옷 안으로 들어온 커다란 손이 배를 살살 쓰다듬자 에드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가 꺼졌다.

스으윽, 배 위로 올라가는 손길에 온몸으로 흥분감이 가로질렀다. 눈앞이 흐릿해진 에드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다 대공의 목소리가 들리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생각해 봤어?”

“……무엇을요?”

“그래서 싫은지 말이야.”

‘뭐에 대해 묻는 거지?’

에드는 혼몽한 머릿속으로 생각하다 대공이 제 허벅지를 잡아 아래로 몸을 쭈욱 끌어 내리자 뭔가가 닿는 느낌에 놀랐다. 크고 단단한 것이 허벅지 안쪽을 쿠욱 찌르고 있었다.

〈이건 정말 사기…… 아닐까요?〉

〈음, 그래서 싫을까?〉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던 에드는 작게 침을 삼키다 다시 한번 아래로 주륵 끌려가는 몸에 다급히 입을 뗐다.

“저, 그런데 대공 전하.”

“응, 에드.”

“배 속의 아이가 보고 느끼기엔 너, 너무 이른 장면 아닐까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요…….”

진심 반, 엄살 반을 담아 대공에게 묻자 그가 에드의 배에 귀를 대고 답했다.

“그래도 우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뒷말은 못 들었을까? 자신은 눈을 꼭 감고 있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너스레를 떠는 대공의 대답에 에드가 작게 웃었다. 대공이 에드의 배에 입을 작게 맞추며 몸을 타고 올라갔다.

“에드와 아이의 심정은 알았으니 장담할 순 없지만.”

“…….”

“아스넬이라고 불러 주면, 여러모로 고려해 볼게.”

* * *

에드는 감은 눈 위로 옅은 햇살이 비치는 걸 느끼며 잠에서 깼다.

‘아침인가 보다.’

그러나 눈을 뜨지는 못했다. 온몸이 무거웠다. 속눈썹 하나도 까딱하기 싫었다. 그리고 자신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무게감이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아서 이대로 더 늘어지고 싶었다.

〈아앗, 잠, 잠깐만요…… 대공 전하.〉

〈아스넬이라고 부르라니까.〉

〈……흐, 읏… 너무…….〉

그러나 칭얼거리듯 울먹이는 어젯밤의 제 목소리가 기억나 어억, 하며 눈을 떴다.

그러자 제 몸을 감싸 안은 채 잠들어 있는 대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오뚝한 콧날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내리던 에드는 이불 밖으로 보이는 그의 단단한 어깨가 눈에 들어오자 화들짝 놀라며 입을 벌렸다.

‘……저 어깨에 박힌 잇자국은.’

에드는 오묘한 아픔 속에서 느껴지는 과한 쾌감을 참지 못하고 대공을 콱 물어 버렸던 것이 생각나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많이 아프지 않으셨을까?’

대공의 상태가 걱정된 에드는 손을 치우고 상처를 살피다 이내 이마를 탁, 쳤다.

‘아무리 못 참겠어도 그렇지. 보기만 해도 닳아 버릴까 아까운 몸에 상처를 내면 어쩌자는 건데.’

깊게 반성을 한 에드는 시선을 힐끗, 돌렸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제 잘못만 있는 것은 또 아닌 것 같았다.

‘아스넬이라고 부르면 여러모로 고려해 주겠다더니, 이름을 부를 때마다 더 불타오르는 느낌이었단 말이지.’

삽입 없이도 느껴진 작열감에 온몸이 덜덜 떨렸던 게 떠오르자 끄응, 작게 앓은 에드는 상처에 좋은 약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공의 얼굴을 조용히 손가락으로 덧그리다 그의 미간이 살포시 찡그려지자 단잠을 깨울까 싶어 얼른 손을 뗐다.

하지만 결국 대공의 눈꺼풀이 스르륵 올라가자 아, 하며 재빨리 사과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깨셨죠?”

아니, 그런데 목소리는 또 왜 이래?

에드는 제게서 평소와 다르게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살짝 당황하며 메마른 목 너머로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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