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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북부 대공의 집사로 사는 법-144화 (144/198)

그리고 한바탕 울고 마음이 후련해진 에드는 몹시 민망하고 쑥스러웠다.

‘아, 이거 너무 쪽팔린데.’

그래서 자신을 감싼 대공에게서 살짝 몸을 틀던 에드는 뜻밖의 사실을 깨달았다.

‘……전하의 얼굴이 살짝 빨간 것 같은데 어디 안 좋으신 걸까?’

에드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대공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열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그러다 대공과 시선이 마주친 에드는 어느새 밤이 내려앉아 은은한 달빛이 비치는 붉은 눈동자에 못이 박힌 것처럼 붙잡혔다. 동시에 뱃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갈증을 느꼈다.

‘그와 더 가까워지고 싶고.’

더, 더 맞닿고 싶어.

홀린 듯이 고개를 앞으로 움직인 에드는 대공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감촉이 맞닿는 순간 그는 대공의 입술 끝이 휘어지는 걸 느꼈다.

가볍게 입술을 훑는 대공의 혀에 에드는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입술을 벌리며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뜨겁고 달콤한 감각에 발끝이 저릿해졌다.

“아.”

그렇게 맞닿은 입술을 비비다 정신을 차린 에드는 고개를 살짝 뒤로 물렸다. 아니, 이게 무슨…… 작게 앓는 소리를 낸 에드는 어디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었다.

“…….”

“…….”

대공의 눈과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에 시선을 내리깐 에드는 이 덥고 묵직한 분위기가 어색해서 입을 뗐다,

“죄, 죄송해요. 대공 전하, 제, 제가 갑자기 이상해졌나 봐요. 생각해 보니 임신이라고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

그러나 에드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다시 손을 뻗은 대공이 에드의 뒤통수를 감싸며 앞으로 당기자 맞닿은 입술로 그의 말이 빨려 들어가며 자취를 감췄다. 보드랍고 뜨거운 입술이 에드의 입술에 깊게 밀착되었다.

쯔읍, 쯔읏.

이번엔 격렬한 키스였다.

물기 어린 소리가 마찰 되자 에드는 대공의 몸에 팔을 문질렀다. 온몸으로 타고 올라오는 감각에 온몸이 저릿했다. 손이 떨리고, 발끝이 찌릿했다.

‘……키스를 한 것뿐인데.’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면 다들 쉽게 하던데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나? 코에 피가 쏠리는 것 같은데 설마 코피가 퐁, 터지는 건 아니겠지?

맞닿은 입술의 각도가 바뀐 이후로 자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분명히 에드의 기억 속에는 앉아서 대공과 입술을 맞대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가 제 위에 올라와 있었다.

뒤통수를 손으로 감싸 받힌 대공이 에드를 침대에 눕히며 살짝 입술을 떼자 그는 간신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대, 대공 전하.”

“임신이 아니면 어떡하냐고?”

“…….”

“괜찮아, 에드. 용의 축복이 사실이라면 에드의 마음이 변치 않는 한 아이는 반드시 생길 테니까. 그리고 그 마음이 달라지지 않도록 내가 더 노력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땀에 젖은 에드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던 대공이 살짝 떨리는 그의 눈가를 내려다보며 옅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대공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걸 바라보던 에드는 곧 입술에 닿을 폭신폭신하고 말랑한 감촉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 감촉이 예상과는 달리 눈가에 닿아 옴에 에드가 아, 하고 작게 신음을 흘리자 대공이 옅게 웃었다.

에드는 간지러움에 푸시시 웃다가 입술로 내려오는 대공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랐다. 그의 행동을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침내 따스한 입술이 에드의 입에 닿았을 때 대공이 말했다.

“사랑해, 에드.”

에드는 두 번 다시 듣지 못할 줄 알았던 대공의 고백에 가슴이 울컥했다. 이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눈을 깜빡이던 그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러고는 대공에게 입술을 맞붙이며 꾸욱, 눌리는 보드라운 감각을 느꼈다.

쪼옥, 가볍게 닿았던 입맞춤은 금세 농염한 키스로 이어졌다. 에드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 혀가 촉촉한 입 안을 살살 건드리나 싶더니 뿌리 부분부터 혀끝까지 한 번에 휘어 감으며 길게 쓸어 올렸다.

“아…….”

부푼 입술 사이로 옅게 새어 나온 신음은 누구의 입 안으로 숨어들었는지 모르게 자취를 감췄다.

혀와 혀가 맞비벼지는 감각에 에드는 다리에 힘이 빠졌다. 입 안은 뜨거웠고 머리에는 열기가 차올랐다.

“으……응.”

숨이 막힌 에드가 고개를 살짝 틀자 각도를 바꿔 입을 맞추던 대공이 얼굴을 들었다.

“하아, 하아.”

에드는 작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온몸으로 피가 빠르게 돌고 아릿해졌던 눈가로는 열이 뜨겁게 올랐다. 머리에는 현기증까지 핑, 도는 게 대공과 키스를 하다가 진짜로 세상을 뜨는 줄 알았다.

“에드.”

대공이 땀에 젖은 에드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잘게 떨리는 그의 눈가를 내려다보았다. 에드의 허벅지에 살짝 걸터앉은 대공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흐으,”

잠시 차분해졌던 침실로 열기가 고여 들었다. 에드의 눈꺼풀에 입맞춤을 한 대공이 커다란 손으로 그의 아랫배를 살살 문질렀다. 스윽스윽, 옷 위를 움직이는 손길이 느릿하고 은근했다.

그 움직임에 설렘과 긴장감이 동시에 곤두서자 에드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그 바람에 배가 크게 오르락내리락하자 대공이 그의 턱을 가볍게 깨물었다.

“……어?”

예상치 못한 공격에 에드가 눈을 크게 뜨자 대공의 입술이 턱선을 따라 올라갔다. 느긋하고 나긋나긋한 움직임에 에드가 저린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귓불을 입술로 살짝 물어 문질렀다가 귀를 부드럽게 타고 올라가는 움직임에 결국 에드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 간지러워요.”

“기분은 어떻고? 좋아?”

“네…….”

어느새 긴장감이 옅어지고 흐물흐물 물러진 에드의 대답에 대공이 그의 손을 잡아 올렸다.

“이번엔 에드가 나를 만져 볼래?”

‘……전하의 몸이라니.’

야하거나 선정적인 말도 아니었건만 에드의 뺨이 확 달아올랐다.

대공에게 먼저 입술을 들이댄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우스웠지만, 본격적으로 분위기가 잡혀서 그런가. 그의 말 한마디, 눈빛 한 줄기, 호흡 하나하나가 제 몸에 불을 붙이는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타올라 재가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아직 가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니 드는 걱정이겠지만.’

대공과 몸이 닿자 낯선 흥분과 긴장에 흠칫흠칫, 어깨가 굳었지만 기분 좋은 감각이 더 크게 다가온 에드는 그런 생각은 지워 버리려고 했다.

“제일 건드려 보고 싶은 부분이라든지, 궁금한 곳이라든지. 아니면 괴롭히고 싶은데도 괜찮고.”

“……괴롭히고 싶은 곳은 없는데요.”

작게 중얼거리며 대답하던 에드는 아, 하고 깨달았다.

대공이 저를 놀리려고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알고 싶은 것이다. 어디가 좋고, 궁금하고, 또 싫은지.

‘누구 하나만 즐거운 시간이 아니라, 둘 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거야.’

그 의중을 알아챈 에드가 대공을 올려다보았다. 차분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손가락을 살짝 꼼지락거린 에드는 손끝으로 대공의 날렵한 콧대를 쓸어 보았다.

아무나 건드릴 수 없고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는 대공의 몸이었다.

‘그러니 이건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인 거지.’

그걸 느끼자 에드는 가슴이 뻐근해졌다. 동시에 대공이 자신을 해하거나 망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에드는 제 얼굴 옆으로 손을 단단히 받친 채 상체를 세워 버티고 있는 대공의 얼굴을 손끝으로 타고 내려왔다.

너무 날렵해서 손가락을 벨 것 같은 콧대, 따뜻하고 보드라운 입술, 강인한 턱, 맥이 톡톡 튀는 목. 이어 단단한 가슴골까지 천천히 쓸고 내려온 에드는 셔츠 위로 탄탄하게 느껴지는 복근에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처음 콧대를 짚었을 때만 해도 한 개였던 손가락이 어느새 늘어나 복근을 짚을 무렵에는 손이 활짝 펴져 배를 슥슥 문지르고 있었다.

에드는 최대한 넓은 면적으로 대공을 만져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신기했다.

‘옷 위로도 느껴지는 이 복근이라니, 사기 아닌가.’

북부 성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쉴 새 없이 바쁜데 그 와중에 몸 단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에드는 판판하기만 한 제 배를 쓸어 보다가 다시 손을 들어 대공의 배를 문질렀다. 질 좋은 옷감이 손바닥에 스치는 소리가 고요한 침실을 울렸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손을 조금 더 내린 에드는 어? 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이거?”

“어, 이거.”

대공이 무언가를 참아 내듯이 숨을 짧게 들이켰다가 내쉬며 옅게 웃었다. 일순간 닿은 감촉에 손을 움츠렸던 에드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시 손을 내려 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손에 닿은 무언가의 정체를 알아차린 에드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 사기…… 아닐까요?”

“음, 그래서 싫을까?”

“그건.”

에드는 여전히 무너지지 않는 자세로 저를 내려다보는 대공을 올려다보다가 그의 팔목을 잡았다.

‘아, 이것으로는 부족한데.’

그와 더 가까이 닿고 싶은 마음에 대공이 강하게 누르고 있는 매트리스 안쪽으로 에드가 손을 집어넣으려고 하자 그가 깍지를 껴 왔다.

“입 맞춰 주세요. 그럼 생각해 볼게요.”

하하, 옅은 웃음소리와 함께 대공이 다시 에드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젖은 점막, 상쾌한 향, 달콤한 숨, 따스한 온기……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었던 대공의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작게 벌어진 입술을 가르고 혀가 들어오자 에드가, 아 하고 신음을 터뜨렸다.

깊게 숨이 얽혔다. 대공의 혀가 에드의 입 속을 느릿하게 비볐다. 쿨쩍쿨쩍, 젖은 소리와 함께 서로의 타액이 섞여 들었다. 달고 뜨거운 타액이 에드의 목으로 꼴딱 넘어갔다.

“흐…… 읏.”

타액을 삼키느라 목구멍이 조여드는 그 순간 키스가 깊어졌다.

으읏, 아찔한 감각에 에드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혀로 입천장을 힘 있게 누르는 통에 오싹함도 튀었다. 눈가가 녹녹하고 시큰하게 달아올랐다.

“……읏,”

입 안의 여린 살을 부드럽게 문지르던 살덩이가 다시 에드의 혀를 얽더니 힘 있게 빨아 당겼다. 눅진한 신음 사이로 질척질척, 서로의 타액이 얽히는 습하고 무른 소리가 더해졌다.

어느새 에드의 뒤통수를 받친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고개가 들리자 입술이 더욱더 깊게 밀착되었다.

혀가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왔다. 대공의 혀에 눌려 뭉개진 신음이 목구멍에 맴돌았다. 에드의 열 오른 손가락이 움찔움찔 떨렸다.

그 반응에 대공의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맞닿아 있던 에드도 알 수 있는 기분 좋은 곡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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