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코너를 도는 자동차의 움직임과 일정한 덜컹거림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숙소에 다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익숙한 감각에 솔은 부스스 눈을 뜨고 어둠 속에서 큰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솔의 눈동자가 어두운 주변에 익숙해지자 타이밍을 맞춘 듯 영호가 도착을 알렸다.
득용은 정말 잠이 들었었는지, 가람이 툭툭 등을 떠밀자 해롱거리며 차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영호가 정신 못 차리는 득용에게 내일 아침에 병원에 데려갈 거라 으름장을 놓았다. 솔도 멤버들을 따라 미적거리며 차에서 내리는데, 영호가 그를 불러 세웠다.
“솔아.”
영호의 부름에 그를 바라본 솔은 오는 내내 차 안에서 생각했던 바를 먼저 내뱉었다.
“그…. 졸업식이요. 형 말씀대로 다녀오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럴래?”
솔의 말에 영호가 반색했다. 눈에 띄게 밝아지는 표정에 솔은 말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영호가 무슨 생각으로 솔의 졸업식을 신경 쓰는지 잘 알고 있었다. 급하게 합류했고 그 후로 멤버들을 따라가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집에 한 번을 들리지 않았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걸 영호도 알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도 있었으니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본격적으로 방송이 되거나 혹 인기를 타게 된다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었다. 영호 나름의 배려였지만 친구도 가족도 없는 솔에겐 그다지 필요 없는 배려였다. 하지만 걱정하게 두느니, 별것도 아닌 졸업식 한번 다녀오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 안에서 내내 생각해 보니 궁금하기도 했다. 의찬과 주환이 없는 학교. 더불어 이전과 달리 다른 곳에 있는 자신. 이 두 가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네. 근데 제가 교복을 안 챙겨 와서.”
“내일, 아침에 득용이 병원 가면서 너희 집에 같이 들르자.”
“네, 감사해요. 형.”
솔이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영호가 멤버들의 등을 토닥이며 고생했다고 어서 들어가 쉬라며 인사를 했다. 숙소로 들어온 솔은 욕실이 비길 기다리며 꼬물꼬물 이불 속에 몸을 숨겼다. 침대에 늘어져 핸드폰을 확인하니 은겸이 보낸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지난번의 스토커 사건 이후로 핸드폰을 아예 숙소 밖으로 가져가지 않는 솔은 제법 익숙하게 은겸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별 내용은 없었다. 솔이 연습이 끝나고 나서 숙소에 돌아와서야 핸드폰을 확인한다는 사실을 아는 은겸은 답장이 올 리가 없음에도 간간이 소식을 전했다.
간단한 아침 인사와 자신의 근황. 오늘도 힘내라는 깔끔한 응원의 메시지 같은 것이었다. 숙소에 돌아와 핸드폰을 확인하면 다정다감한 그의 말투가 느껴지는 메시지에 조금 피로가 풀리곤 했다. 은겸이 보낸 톡을 확인하고도 답장하지 못하고 잠들거나 그럴 때가 있었지만, 은겸은 그에 대해 재촉하거나 서운해하지 않았다.
주환이 아니라곤 하지만 얼굴을 마주하면 주환이 떠오르는 은겸과의 대화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단 이렇게 글자로 주고받는 편이 훨씬 편안했다. 일주일쯤 이런 일과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돌아와서 핸드폰을 확인하는 것이 솔의 일과가 되었다.
태은겸
오늘 촬영 힘내! 떨지 말고 다치지도 말고!
나는 2시간 자고 다시 이동 중.. 졸리다ㅠㅠ 자면서도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