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를 뽑고 싶어 (110)화 (110/192)

#110

중심이 흐트러진 솔은 태오를 끌어안았다. 태오의 가슴과 솔의 가슴이 서로 맞대어지며 쿵쿵 울리는 심장 소리가 전해졌다. 분명 두꺼운 후드 티를 입고 있는데, 헐벗고 피부를 마주한 것처럼 끌어안은 그의 모든 것들이 섬세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뛰는 심장과 달리 머리는 기능을 정지해 버렸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솔은 그저 그대로 태오를 끌어안은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일시 정지를 눌러 버린 영화의 한 장면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로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태오가 숨을 내쉴 때마다 부푸는 가슴과 들썩이는 어깨. 그의 모든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솔과 엇박자였다. 태오가 숨을 들이마시면 솔은 내뱉고, 그가 숨을 내뱉으면 솔이 숨을 들이마셨다. 귓가에 들리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자신의 것인지 태오의 것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그렇게 서로의 숨을 공유한 채로 솔은 고장이 난 것처럼 멈춰 버렸다. 솔뿐만 아니라 시간도 고장이 난 듯싶었다.

몇 분이나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을까. 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반대로 솔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슬쩍 태오를 바라보았다. 폭 안겨 태오의 가지런한 뒷머리와 솔의 뺨에까지 열기가 전해지는 새빨개진 그의 귓바퀴만 보일 뿐이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코끝을 스치는 태오의 향기가 가슴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매일 아침, 그가 스킨을 사용할 때마다 질리도록 맡는 냄새인데 어쩐지 낯설면서도 조금 더 맡고 싶어지는 향기였다. 저도 모르게 솔은 그의 어깨에 턱을 괴고 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미안.”

태오가 입술을 달싹였다. 닿을 듯 말 듯, 그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사과의 말과 함께 태오는 단단히 움켜잡았던 솔의 손목을 놓아주었지만, 솔은 그를 끌어안은 손을 풀지 않았다. 태오의 그 짧은 한마디에 솔은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포옹은 솔을 향한 위로이자 자신을 향한 위로였다.

“잠깐만 이렇게 서로 붙잡고 있자.”

귀가 아닌 뺨을 간질이는 태오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의 떨림에 솔은 나지막이 ‘응’이라 대답했다. 거의 기어들어 갈 듯 작은 소리였지만 조금의 틈도 없이 밀착된 태오에겐 충분히 들릴 만큼의 소리였다.

이건 단순한 포옹보다는 도망치려는 서로를 옭아매어 단단히 붙잡는 행위였다. 좀 더 단단히 그리고 좀 더 강하게.

추운 겨울밤을 헤치고 돌아와 조금 서늘했던 태오의 온도에 솔의 온도가 번졌다. 서로 맞닿은 부분부터 서서히 녹아들어 두 사람이 같은 온도가 되었음에도 널을 뛰는 심장은 도무지 진정할 줄을 몰랐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겁이 날 정도였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태오의 품에 안긴 솔이 그의 뺨에 닿은 태오의 귀처럼 새빨갛게 익어 버렸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간질거리는 몸. 지나치게 뜨겁게 느껴지는 체온, 저보다 크고 너른 태오의 등을 버겁게 끌어안아 저릿한 팔과 그의 어깨에 기대자 몰려오는 안정감이 새하얀 백지가 되었던 솔의 머리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제야 솔은 태오를 끌어안은 손에서 힘을 뺐다.

단단히 붙잡았던 솔의 팔에서 힘이 빠지자 태오도 그에게로 기울었던 몸을 바로 세웠다. 한껏 붉어진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자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순간적인 감정과 충동에 자신도 모르게 솔을 와락 끌어안아 버린 태오는 제 행동을 후회했다. 솔이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놀랐지. 미안.”

“아니…. 괜찮아.”

태오의 사과에 솔은 빨갛게 열이 오는 뺨을 손으로 감추며 대답했다.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었지만, 연습실 안에 감도는 고요한 정적과 달리 솔의 심장은 요란하기 짝이 없었다. 단순히 놀라서 뛰는 것이라 하기엔 도무지 진정할 줄을 몰랐다.

“오늘 많이 힘들었나 봐.”

“…생각보다.”

태오의 답에 솔은 대답 없이 고개를 살포시 끄덕였다. 달아오른 뺨을 숨기고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솔은 태오에게서 시선을 돌려 정면을 응시했다. 태오도 제 충동적인 행동에 뒤늦은 부끄러움이 몰려왔는지 솔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올곧게 정면을 응시하는 그답지 않게 검은 눈동자가 갈 곳을 못 찾고 이리저리 방황했다.

솔은 이렇게 심장이 뛰다가는 곧 터져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걱정이 될 정도로 심장이 날뛰었다. 태오에게 말을 붙이려 입을 열면 펄떡 뛰어오른 심장이 바닥에 툭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 솔을 도와주려는 걸까? 시스템 창이 찬물을 끼얹었다.

<퀘스트 : 이제는 들려줘야 할 시간!>

무사히 1ROUND를 통과한 당신,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마이 아이돌 스타즈> 2ROUND 보컬 미션에서 순위 3위 이상을 차지하세요.

*보너스 미션 : 2ROUND 무대 종료 후 멤버들에게 ‘노래’에 대한 칭찬 2회 듣기.

성공 시, 2ROUND 보상 상자 획득. (보너스 미션 성공 보상 컨셉 랜덤 골드 티켓 X1)

실패 시, 시스템 종료 (혹은 그에 상응하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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