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긴장이 풀릴 정도로 노곤한 대기 시간이 이어졌다. 아직 10대인 득용 때문에 영호는 계속해서 시계를 확인했다. 득용뿐만 아니라 참가자 중 미성년자가 제법 많은 터라 10시 이전에는 촬영이 끝나 퇴근하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예정된 일정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영호는 계속해서 대기실 밖을 오갔다.
잠깐 장난을 치며 아프다는 오해는 풀었지만 솔은 멤버들의 반응이 신경 쓰여 괜히 상태 창을 꼈다 켜기를 반복했다. 피로도가 조금 쌓이긴 했지만, 걱정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그마저도 대기실에 앉아 쉬며 많이 감소해 있었다.
든든하게 사용해 둔 안정의 포션도 세 배 증가 효과와 맞물려 여전히 활성화 상태였다. 체력도 조금 줄기는 했지만, 지극히 문제없는 범위 내였다. 솔은 제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이렇다 할 만한 원인이 보이지 않자 솔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솔은 쭈뼛거리며 흐트러진 헤어와 메이크업을 손보는 멤버들에게로 다가갔다.
거울 앞에서 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을 받고 있던 지호가 제 주변을 알짱거리는 솔을 발견하곤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냥”
지호의 물음에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 솔은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결과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데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의미 없는 말을 하더라도 멤버들과 함께 시간을 채우고 싶었다.
예전처럼 병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은 사라진 솔이었지만 그런 그의 모습 또한 알고 있는 지호는 말없이 솔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크게 티가 나진 않았지만 다가올 결과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던 솔은 지호가 웃으며 내미는 손을 다잡았다. 지호가 관리를 받는 동안 솔은 그렇게 조용히 그의 손을 잡고 옆에 서 있었다. 준비를 끝낸 멤버들이 하나씩 솔의 주변으로 모여들어 어느새 시답잖은 장난을 주고받았다.
부드러운 분위기에 잠시 긴장감이 누그러졌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대기실 밖을 나섰던 영호가 돌아오며 곧 촬영이 재개될 거란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었다.
촬영장에 놓인 대기석으로 자리를 옮긴 멤버들은 그제야 다른 참가 팀들과 제대로 인사를 했다. 간략하게 이름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하자, 앞서 서로의 무대를 본 덕에 몇몇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무리 지어 있어도 빛나는 사람은 빛나기 마련이었다.
공개 오디션으로 예전에 화제를 몰았었던 가람과 태오를 알아보는 이도 있었다. 물론 지호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지호는 여전히 솔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다른 조의 참가자와 인사를 했다. 상대방은 지호를 익히 잘 안다는 듯, 아주 반갑게 인사했다.
모든 팀이 착석을 끝내자 조명이 켜지고 다시금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행자가 무대 위로 올라와 누차 이번 무대는 탈락을 결정짓는 점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을 전했다. 대면식 이후에 1, 2차 경연을 진행. 두 무대의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적으로 생방송에 진출할 팀이 결정된다는 규칙을 다시 한번 설명했지만 앉아 있는 참가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오늘 성적이 좋지 않다면 앞으로의 성적도 장담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오늘 대면식의 무대로 넘을 수 없는 실력 차를 느낀 참가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더불어 성적에 반영은 안 된다지만 방송이 되는 순간 뭐든 눈에 띄고 분량을 많이 가져가는 게 이득이었다. 이왕이면 잘해서 눈에 띄는 게 좋은 건 당연지사였다.
“오늘 대면식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은 다음 1차 미션 곡과 대진 순서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는 큼직한 글씨가 쓰여 있는 미션 곡 선택지를 보여 주었다. 아이돌과는 조금 먼 가수와 곡명이 쓰여 있었다. 하나같이 가창력으로 소문난 솔로 가수들의 노래였다. 몇몇 빠른 템포의 노래가 있긴 했지만, 전형적인 발라드의 곡이 대부분이었다.
다음 미션은 퍼포먼스보단 보컬 라인에 치중한 무대를 원하는 듯했다. 선곡 리스트를 보여 주며 진행자는 최하위를 기록한 팀부터 발표하기 시작했다.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심사 위원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기도 하거나 제 식구 감싸기식의 위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4순위를 발표할 때쯤이 되자 솔은 지호와 맞잡은 손바닥이 흥건해짐을 느꼈다.
자신의 땀인지 지호의 땀인지 모호했다. 슬쩍 곁눈질해 훔쳐본 지호의 얼굴에는 생글거리는 웃음이 어린 것을 보아 하니 자신의 땀인 듯싶었다. 손을 슬며시 풀고 솔은 침을 꼴깍 삼켰다. 카드를 뽑을 때나 다른 미션을 할 때면 늘 한발 앞서 결과를 알려 주던 시스템 창이 오늘은 조용해 더욱 속이 탔다.
이윽고 4위가 발표되었다. 바로 옆 팀이었다. 그제야 솔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손뼉을 쳤다. 4위 밖에 제 팀이 없으니 이제 시름을 놓아도 되었다. 안도한 솔과 달리 멤버들의 표정은 더욱이 심각해졌다. TOP3 안에 들었다는 것이니 더 큰 것을 바라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멤버들 모두가 사회자의 입으로 시선이 몰린 사이 솔은 제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반가이 맞이했다.
[<이제는 보여 줘야 할 시간!> 성공]
[1ROUND 대면식에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성공 보상으로 1ROUND 보상 상자를 획득 획득하셨습니다.]
[<보너스 미션 윙크 2회>에 실패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