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를 뽑고 싶어 (93)화 (93/192)

#93

“아…?”

솔은 유난히도 밝게 빛을 발하는 시스템 창을 빤히 쳐다보았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솔이 갑자기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탄성을 내뱉자 팀장은 ‘뭐 할 말 있니?’ 하고 물었다.

솔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팀장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여전히 커다란 눈을 더욱 큼직하게 뜨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솔이 고개를 내젓자 팀장은 혀를 쯧 차고는 프로필 첨삭에 몰두했다.

눈앞에 쏟아지는 글자 하나하나가 다 생소했다. ‘이해도’ 그리고 ‘1단계’ 꼭 자신이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기분이었다. 팀장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솔의 귀로 흘러 들어왔다가 연기처럼 흩어졌다.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읽은 것이 맞는지 솔은 시스템 창이 보여 준 문구를 반복해서 읽어 내렸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확인하고 이 상황이 얼떨떨해 솔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좌우로 크게 머리를 흔들자 눈앞을 가득 채웠던 시스템 창이 사라졌다.

“싫니?”

“네? 아뇨…. 좋아요.”

솔이 고개를 크게 내젓자 오해한 팀장이 볼펜으로 책상을 ‘딱’ 소리가 나게 찍으며 물었다.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표정은 조금도 부드럽지 않았다. 솔은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황급히 손을 내 휘두르고 무조건 좋다고 말했다.

솔의 변화와 생각을 알 리가 없는 팀장은 작성된 프로필에서 몇 가지를 더 적당히 첨삭하곤 늘 그렇듯 엄격한 말을 늘어놓았다. 솔에게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매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지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로는 데뷔가 어렵다 같은 말을 늘어놓았다.

평가 때도 늘 반복적으로 듣던 말이었는데, 솔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제 어중간한 속내가 들춰진 거 같아 입을 꾹 다물고 고개만 푹 숙였었다. 태오나 지호가 하는 ‘더 노력하겠습니다.’, ‘신경 쓰겠습니다.’ 같은 대답도 한번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심경의 변화도 변화였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사라진 시스템 창에 온 정신이 팔려 솔은 팀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신경 써서 더….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수없이 많은 연습생이 하는 입에 발린 전형적인 대답이었지만, 팀장은 솔의 대답을 듣고 입가에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그렸다. 솔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팀장은 흡족하게 상담을 마무리했다. 그녀가 솔을 봐 온 이래로 지적 사항에 처음으로 한 대답이었다.

전형적이고 빤한 말이면 어떠하리, 대답 없이 그냥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것보단 훨씬 나은 태도였다. 덕분일까, 솔은 그녀의 말에 조금도 집중하지 못했지만, 팀장은 이례적으로 솔에게 응원의 말까지 전했다.

솔은 회의실을 빠져나오자마자 벽에 등을 기댔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을 타고 냉기가 느껴졌다. 사라져 버린 시스템 창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솔은 자리에 선 채 속으로 ‘알림’이나 ‘메시지’ 같은 말을 떠올려 보았지만 한 번 사라진 알림 창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솔은 ‘상태 창’을 속으로 외쳤다.

이름 : 성 솔

나이 : 20

체력 : C

매력 : S+

가창 : A

춤 : A(S)

연기 : D

행운 : D

특성 : 머릿속의 지우개, 네 바퀴 불신자, 비운의 천재 무용수, 만능 예체능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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