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를 뽑고 싶어 (72)화 (72/192)
  • #72

    찰칵, 찰칵.

    빠르게 연이어지는 셔터 소리에 솔은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고는 머리를 숙여 꾸벅 사진작가에게 사과했다. 멤버들의 모습에 한눈팔려 촬영 중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음… 아니에요. 그냥 편하게 더 해 봐요.”

    “네?”

    앞선 일도 있었고 화를 내거나 엄한 말을 할 거로 생각했는데, 사진작가는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어리둥절한 솔이 되묻자 그는 그제야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어 솔을 바라보았다.

    “이미 A컷 나왔으니까.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있어 봐요.”

    “그럼 촬영이 끝난 거 아닌가요?”

    “그냥, 내가 더 찍어 보고 싶어서요.”

    사진작가는 솔의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하며 다시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했다. 까만 렌즈가 다시금 솔에게로 향하자 솔은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멀뚱멀뚱 카메라만 바라보았다. 안정의 포션의 효과로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막상 해 보라며 멍석을 깔아 주자 무얼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문득 가람이 알려 주었던 포즈가 생각나 솔은 주섬주섬 옷가지를 추키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나름 가람과 연습했던 것처럼 있어 보이는 척, 턱을 살짝 치켜들고 최대한 가람과 비슷하게 따라 해 보았다.

    그런 솔을 카메라를 통해 보던 사진작가는 ‘쯧’ 소리를 내며 혀를 차고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솔에게로 다가온 그는 주머니에 넣은 솔을 손을 빼내고 머리를 오히려 손으로 눌러 숙였다.

    “그냥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어요.”

    움직이지 말라는 사진작가의 말에 솔은 속으로 씁쓸한 웃음을 삼켰다. 가람과 비슷하게 따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이상했나 싶었다. 다른 멤버들처럼 촬영을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하려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솔은 가만히, 사진작가가 잡아 준 자세대로 멈춰 있으면서 어떻게 해야 앞으로 나아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지금 좋아요.”

    사진작가는 좋다고 탄성을 내뱉었지만, 솔은 한 게 없었다. 그저 그가 잡아 준 포즈에서 단 1mm도 안 움직이고 숨만 쉬며 다른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우스웠다. 무언갈 해 보려고 애쓸 때보다 아무것도 않을 때가 좋다니.

    순간 머릿속에 제 상태 창에 있는 ‘연기 : D’가 떠올랐다. 카메라 앞에서 연출하는 것도 일종의 연기이니 연기 등급을 올리면 좀 더 자연스럽고 매끄러워질까?

    잠시 등급 상승권 사용을 고민했던 솔은 고개를 저었다. 하나 남아 있는 등급 상승권이었다.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나 유의미한 선택이 필요할 때를 위해 성급히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나을 듯했다. 솔이 짧은 생각을 하는 사이 사진작가는 그가 찍은 사진에 만족했는지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잠깐 사진 확인하고 옷 갈아입고 단체 컷으로 넘어가죠.”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솔이 잘했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영호가 쪼르르 사진작가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사진작가는 잠시 영호를 흘깃 보더니 침묵 끝에 ‘예, 뭐 그럭저럭이요.’라고 대답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끝나 버린 촬영에 솔은 남은 페널티 저항 시간을 확인했다. 단체 촬영도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안전하게 포션을 한 번 더 사용해야 할 듯싶었다. 페널티 저항 시간을 확인하는 사이 멤버들이 솔에게로 우르르 다가왔다.

    “솔 고생했어.”

    “잘했어, 잘했어. 아유. 우리 솔이 이쁘다.”

    “이번엔 잘했어.”

    “맞아요. 형, 이번엔 진짜 완전 잘했어요.”

    가람을 선두로 지호, 태오, 득용 모두가 솔을 칭찬했다. 무용을 그만둔 이후로 이렇게 순수하게 모두에게 ‘잘했다’라는 말을 들어 본 건 오랜만이었다.

    [현재 ‘아주 작은 행복’ 상태입니다. 피로도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아주 작은 행복’ 상태로 ‘안정의 포션’ 효과가 두 배 증가합니다.]

    [트라우마 저항 01: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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