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를 뽑고 싶어 (71)화 (71/192)

#71

득용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촬영에 한창인 지호에게로 향했다. 잠시 모두 말이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구불거리는 밝은 머리카락이 꼭 초콜릿 크림을 짜 둔 것처럼 뭉글해 보였다. 누구와 비교되게 그의 촬영은 아주 빠르고 평탄하게 진행되었다.

모니터에 떠오른 지호의 사진은 실물과 꽤 다른 느낌이었다. 실제로 보면 좀 더 부드럽고 동글한 느낌이 있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곱상하고 여우 같은 느낌이 강했다.

아무런 표정도 짓고 있지 않지만, 입매의 끝이 살짝 동그랗게 말려 올라가 웃는 느낌이 들었다.

“지호 형, 되게 잘하고 있는 거 같…, 습니다.”

그런 지호를 보며 솔이 순수한 감탄을 터뜨리다 흘끔, 득용을 보곤 어색하기 짝이 없게 말했다. 그 대답이 정말 너무도 어색해 옆에 있던 가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솔이 기분이 상할까 봐 가람은 애써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았지만, 태오에겐 그 모습이 정면으로 보였다.

“오, 그러게요. 역시 오디션 TOP10 출신.”

“지호 형, 멋있어요.”

득용의 말에 솔이 그를 보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제 딴에는 뭐라도 해 보려고 한 행동이지만 뭐라도 하나 덧대면 덧댈수록 더 어색한 티가 났다. 두 손 모두 엄지를 세운 솔은 ‘하하’ 소리를 내며 카메라를 보고 웃었다. 태오는 더 보기 힘들어 이마를 짚었다.

맛집 앞에서 일반 시민을 인터뷰해도 저것보단 자연스러울 듯싶었다. 결국 득용이 입을 삐쭉 내밀고는 한 소리를 했다.

“아…. 쌍 따봉 뭐예요. 형…. 촌스러워요!”

“촌, 촌스러워?”

득용의 말에 솔이 잔뜩 충격이라도 받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제 딴에는 나름 용기를 내고 한 노력이었는데 평이 박했다.

“네. 그건 좀 아니죠.”

“아닌 게 어딨어. 솔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가람 형, 왜 맨날 나만 나쁜 사람 만들어요. 그리고 아까부터 웃은 거 다 알고 있거든요.”

뒤늦게 간신히 웃음을 삼킨 가람이 득용의 말에 반박했지만 목소리가 떨려 왔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대화에 솔은 여전히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던 두 손을 축 늘어뜨렸다.

“흠흠. 미안. 솔 그건 귀여워서 웃은 거야.”

“어쨌든 웃은 거잖아요! 형이 더 나쁘거든요.”

가람의 위로 아닌 위로에 솔은 두 팔까지 늘어뜨리고 고개를 들어 지호를 바라보았다. 눈앞이 온통 새하얘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안 좋아 보였던 자신의 촬영과 달리 사진작가는 지호를 보며 웃고 있었다.

지호는 능청스러웠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웃다가도 카메라가 다가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뒤바꿨다. 살짝 고개를 들어 올려 눈동자가 아래로 향하자 올라간 입꼬리며 긴 눈꼬리가 한층 더 도드라졌다.

그의 제법 능숙한 모습에 솔은 잠시 넋을 놓고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지호의 행동 모든 것이 그저 쉽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부럽고 조금은 화가 났다. 저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자신에겐 그토록 어려운 것인지 억울하고 분했다. 지나치게 시선이 뜨거웠을까? 순간 촬영을 계속하던 지호의 시선이 솔에게로 향했다.

솔은 지호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놀라 허둥지둥 시선을 피했다. 얼핏 그의 눈가가 활짝 휘고 눈썹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촬영은 계속 이어졌다. 사진작가의 열의를 띤 프로필 사진도, 일일 기자가 된 듯한 득용의 셀프 캠도. 촬영을 끝낸 지호가 무리로 돌아오자 그다음은 가람이었다.

활달한 편인 지호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인터뷰를 살려 보려 이런저런 말을 더했다. 덕분에 셀프 캠 촬영에 조금 활력이 돌았지만, 지호의 말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솔의 어색함이 도드라졌다.

“신비한 요정 컨셉으로 가자.”

“네?”

불현듯 외친 지호의 말에 솔이 얼빠진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러니까 신비주의로 말도 적게 하고 그러는 거야.”

“지호 형, 그게 먹힐 거로 생각해요?”

무슨 이야기를 하나 집중했던 득용은 얼토당토않은 말이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오히려 옆에서 듣고 있던 태오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말실수하거나 논란 만드는 것보다 나을지도 몰라.”

“태오 형까지?”

왜 도리어 입 열면 깬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물론 솔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솔은 애써 대답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 보였다. 차차 카메라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면 말을 늘리는 것이 태오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느껴졌다.

지호도 같은 생각인지 태오와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최대한 짧게 해 봐. 지금은 그냥 말을 길게 하면 길게 할수록 분위기도 가라앉고 어색한 티만 더 나는 거 같아.”

“나도 동의, 부담을 덜 수는 있을 거 같아. 서술형보단 단답형으로.”

지호가 설명을 덧붙이자 태오도 그에 동의했다. 득용과 솔만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럼 버릇없어 보이지 않을까?”

“솔직히 네 얼굴에 그런 게 무슨 상관이냐.”

득용의 의문은 지호의 대답에 일단락되었다. 어느새 득용도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하지 못한 성솔만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셀프 캠을 촬영하는 사이 프로필 촬영은 태오를 거쳐 득용에까지 순서가 돌아왔다. 점점 다가오는 차례에 솔은 시작도 전부터 굳는 몸을 느끼며 침을 꼴깍 삼켰다.

이내 영호가 솔의 이름을 불렀다.

“솔아!”

“네!”

영호의 부름에 솔은 군기가 바짝 든 군인처럼 뻣뻣하게 일어나 사진작가와 영호에게로 다가갔다. 순간 멤버들의 시선이 모두 솔의 뒤를 따랐다. 하나같이 걱정을 담은 시선이었다.

솔이 다가가자 영호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토닥토닥 두어 번 두들겼다. 그러고는 사진작가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솔아, 좀 괜찮아졌어?”

“네, 네.”

“아닌 거 같은데? 나한테는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도 돼.”

영호가 지나치게 가까워 솔의 몸이 더욱 굳었다. 영호의 잘못은 아니었다. 솔은,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꼭 안정의 포션을 먹어야 한다고 되뇄다.

[‘안정의 포션’을 사용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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