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매의 로망 (7/7)

경매의 로망

최근 재영의 생활은 아주 즐거웠다. 꼭 대학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구나 싶어 들뜨기도 했다. 하긴, 굉장한 주인님을 모시고 멋진 게이 라이프를 보내는 일에 꼭 대학이 끼어들 필요는 없는 것도 같았다.

상훈과 형철, 두 주인님은 성향은 약간 다르지만 재영이 기절할 정도로 멋진 플레이를 해 준다는 것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강압적이고, 난폭하고, 입이 거칠고, 능숙하게 도구를 다루는 둘 다 좋았다. 상상만 해도 구멍이 빠끔거리며 개폐를 반복했다.

헤헤, 웃던 재영이 꿈지럭거리던 몸을 일으켰다. 어쩐지 오늘따라 팔다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하드한 플레이를 하고 나면 힘들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어쩐지 느낌이 좀 이상했다. 일단 샤워부터 하고…….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나려는데, 철컹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음?”

재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학원은 이미 늦은 것 같은데, 이왕 늦은 거 아예 오늘 수업은 빠질까, 오후에 들어갈까 고민하던 생각이 중단되었다. 멍하게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던 재영은 아직 잠이 덜 깨서 이상한 걸 보고 있는 건가 고민했다.

“이게 뭐야.”

재영의 양 손목과 발목에 쇠사슬이 감겨 있었다. 침대의 네 귀퉁이에 각각 연결된 사슬은 길이가 넉넉해 재영이 어느 정도 움직이는 건 상관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구속은 구속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쇠사슬을 보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 오싹함에 몸이 떨렸다.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재영 씨.”

“마스터?”

예상치도 못했던 인물이었다. 흰 가면을 쓴, 간판이 붙어 있지 않는 성인용품점의 주인이 왜 여기 있단 말인가.

“마스터가 왜 여길, 아니 그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얼른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마스터는 감정의 고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재영을 재촉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마스터가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 버리니 재영이 어어, 하다가 휘둘렸다.

“무슨 준비요? 저기, 잠깐만요. 여긴 어디고, 무슨 일인데요?”

재영이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마스터는 평온하게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하는 말만 반복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결국 재영은 마스터가 시킨 준비라는 것을 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T백 팬티에, 속이 비치는 얇은 재질의 하늘하늘한 스커트를 입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볼록한 유두에 화려한 장식이 달린 집게를 달자 한껏 예민한 유두가 당겨지며 하앙, 신음이 절로 흘렀다. 매끄럽고 반투명한 윗옷은 감촉이 미묘했다.

“이게 다 뭐예요?”

얼굴이 빨개지고 맥이 두근두근 빨라졌으면서도 재영은 겉으로는 부끄러운 척, 당황한 척 항의했다. 마스터는 비치는 스커트 아래로 비죽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재영의 것을 보면서 희미한 웃음소리를 냈다.

“재영 씨도 즐거워하실 겁니다.”

재영의 머리는 일반인이 이럴 때 보이는 반응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마구 화를 내며 이게 무슨 짓이냐고, 당장 나를 풀어 달라고, 신고하겠다고 날뛰어야 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일이라니. 재영은 마스터의 가게에서 팔던 온갖 장난감들을 떠올렸다. 시중에서는 구하기도, 보기도 힘든 것들이 보란 듯이 진열되어 있던 환상의 공간이 생각났다. 게다가 재영의 성향을 아는 마스터가 즐거울 거라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재영은 일반인처럼 반응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부터 몸 안쪽이 욱신거렸다. 힘차게 스커트를 밀어 올리고 있는 자신의 좆이 부끄럽기도, 자랑스럽기도 했다.

마스터가 재영의 침대 귀퉁이에 묶여 있던 쇠사슬을 풀어냈다. 재영의 손발에 걸린 것까지는 풀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목줄이 채워져 구속받는 개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재영이 좀 더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이걸 쓰셔야 합니다.”

“안대를요? 그러면 아무것도 안 보일 텐데…….”

“더 즐거워지기 위해서이니 참아주십시오.”

마스터가 가면 아래에서 후후, 소리 내어 웃었다. 양손으로 검은 안대를 받은 재영이 스스로의 손으로 안대를 했다. 생각보다 재질이 도톰해서인지 앞은 물론이고 빛의 유무도 알 수 없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다른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약간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감촉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차락차락 쇠사슬 끌리는 소리에 재영이 집중했다. 시야를 제한당하고 몸이 구속되는 감각이 짜릿해서 벌써부터 발가락이 움찔거렸다.

“조심하세요, 계단입니다.”

마스터가 재영의 팔을 잡아 부축했다. 계단을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차가운 계단 하나하나를 발바닥으로 느끼며, 재영은 어쩐지 귀가 조금 먹먹하게 막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두꺼운 천 같은 것이 소리를 가리고 있는 듯했다.

촤르륵.

커튼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재영이 저도 모르게 하으으, 새어 나오는 한숨을 가늘게 흘렸다.

수십 개의 시선이 재영을 바라보았다. 핥는 것 같기도 하고, 찌르는 것 같기도 했다. 후끈한 공기는 재영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더더욱 달아올랐다. 재영 쪽으로 불빛이 비치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 뭐라고 말을 한 것도 같은데, 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여기 서세요.”

마스터가 재영을 끌어다가 한 자리에 세웠다. 재영의 양 손목에 감겨 있던 쇠사슬이 위쪽의 고리에 걸렸는지 철컥 소리가 들렸다. 연이어 발목의 쇠사슬은 다리를 어깨 너비만큼 벌린 상태로 바닥에 고정되었다.

팔을 위로 올리고 다리를 바닥에 붙인 형태로 사지가 고정된 재영이 왜 이러세요, 하고 작게 외쳤다. 얼굴이 벌게진 데다 눈이 가려진 상태라 감정이 평소보다 더 잘 드러났다. 제대로 컨트롤되지 않은 재영의 입은 이러지 말라는 말을 하면서도 반쯤 웃고 있었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겁니다.”

마스터가 재영의 뺨을 슬쩍 도닥여 주었다. 재영이 흐물흐물 풀리려는 표정을 애써 다스렸다.

“오늘 이벤트 물품은 바로 이 귀여운 인간입니다. 음란하고 귀여운 노예를 사 가실 주인님을 모십니다.”

마스터가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공기가 진동했다. 그 정도의 감각에도 재영은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인간이 어쩌고 하는 말은 플레이의 일종인 것 같았는데, 인간을 낮춰 보는 말투가 더 기뻤다.

재영은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다 내보이고 있는 자신의 상황이 몹시 황홀했다. 얇은 스커트는 재영의 분홍색 좆이 바짝 일어서서 묽은 액을 찔끔찔끔 내뱉을 때마다 쉽게 젖었다. 착 달라붙은 천이 반투명하게 변했다.

“보십시오. 이렇게나 예민합니다. 이종족을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얼마 되지 않는 것, 다들 알고 계시겠지요? 이 인간은 어떤 기괴한 모양의 좆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꼭 인간이 아닌 다른 상대를 붙이겠다는 말 같잖아! 그것도 좆의 모양이 엄청난 상대로!

재영은 야애니에서 봤던 상황을 떠올렸다. 거대 오크나 촉수, 안드로이드, 슬라임 같은 것이 차례대로 생각났다. 그것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의 모습도 뭉게뭉게 상상을 더해 갔다.

각자가 하던 플레이에 살이 덧붙여졌다. 인간의 몇 배나 되는 길고 큰 좆이 흉폭하게 휘둘러지거나, 수십 개의 촉수가 내뿜는 약에 취해 음란한 말을 지껄이거나, 기계 다발과 전류로 강제적인 쾌감을 이끌어 내거나, 미끌미끌한 슬라임의 배 속에 깊이 들어갔다 나오는 상상 등이었다.

“흐으응…….”

재영이 저도 모르게 달콤한 한숨을 내쉬며 몸을 배배 꼬았다. 마스터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음란하고 음탕하게 구는데, 시키기까지 하면 효과가 대단하겠죠? 자, 그럼 50××부터 시작합니다.”

숫자 뒤에 붙은 단위는 귀를 기울여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른 세계의 단어라서 재영의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절로 튕겨 나가는 것 같았다.

다른 세계? 문득 든 생각에 재영의 허리가 오싹 떨렸다. 자신의 앞에 있는 관객들이 정말로 이종족일지도 모른다. 수상한 가게와 수상한 기구, 수상한 마스터이니 수상한 이들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싶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에게 유희를 제공하는 애완 노예로 팔리는 것이다! 노예라니, 이 얼마나 달콤한 상상인가!

재영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잠에서 깨자마자 벌어지는 일이 묘하게 현실성이 없다 싶었는데, 아직 꿈속인 것 같기도 했다. 꿈이라도 좋으니 온갖 생물체들과 뒤엉켜 끈적하게 뒹굴고 싶었다. 인간과는 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플레이를 해 보고 싶었다.

상상만으로도 재영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유두가 바짝 일어서서 윗옷 너머로 꼭지가 또렷하게 드러나고, 좆은 이미 선액을 질질 흘리며 허벅지까지 흘러내려 적시고 있었다.

[60××.]

[65××.]

[75××.]

관객으로 짐작되는 이들은 음성을 한 단계 걸러주는 마이크를 쓰는 것처럼 말투가 다 똑같았다. 각기 다른 이종족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통역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75×× 나왔습니다. 더 부르실 분 안 계십니까?”

[말로만 들어서는 품질을 알 수 없다. 증거를 보여라.]

기계가 말하는 것처럼 딱딱한 말투였다. 재영은 ‘증거’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부터 자신의 몸 곳곳에 다닥다닥 꽂히는 시선을 느꼈다. 대부분이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시선에도 힘이 있는지 젖꼭지가 뾰족할 정도로 달아오르고 다리 사이의 구멍이 뜨거워졌다.

“증거라면 네에, 보여드려야지요. 하지만 무대 위이니만큼 약한 수준의 플레이와 샘플 제품만 사용이 가능한 점 유념해 주십시오. 첫 번째로 이 약물은 저희 가게에서 최근에 개발한 신상품으로…….”

달칵,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뭐지? 재영이 보이지 않는 눈을 돌려 소리를 따라갔다.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두렵고 불안하고 황홀해서 가슴이 마구 쿵쾅거렸다.

“아앗!”

한껏 긴장하고 예민해져 있던 가슴에 따끔한 통증이 들이닥쳤다. 재영이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물러나려 했지만 이미 팔다리가 구속된 상태라 많이 움직일 수도 없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다칠 거예요, 재영 씨.”

“바, 방금 주사 같은 게……. 그거 뭐예요?”

독이나 수면제 같은 것은 아니겠지? 경매 플레이에 몰입해 있던 재영은 새우 잡이 배나 장기 매매 같은 현실적인 생각을 조금 했다.

재영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마스터가 곧장 ‘그런 게 아닙니다.’하고 말했다. 연이어서 반대쪽 가슴이 또 따끔해졌다.

“무슨 주사인지 알려 주세요오……. 무서워어…….”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말끝이 늘어졌다. 그러면서도 바짝 일어선 좆은 더더욱 피가 몰려 진한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마스터가 스커트 위로 배어 나온 얼룩을 슬쩍 문질렀다.

“수컷의 가슴을 출산 후 암컷처럼 바꾸는 효과가 있는 주사입니다. 제가 꽤나 공들인 신작이지요.”

“거, 거짓말…….”

재영이 보이지 않는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내저었다. 출산 후의 암컷처럼 된다는 말에서 연상할 수 있는 부분은 하나였다. 모유.

“나는 남자인데……. 내 가슴에서 그게 가능할 리 없잖아요…….”

“원래대로라면 불가능한 일이니 이렇게 약물을 쓴 겁니다. 즉효성이라 곧 효과가 나타날 거예요. 너무 긴장하지 말고 받아들이십시오.”

기분 탓인지 아까부터 징징 울리던 젖꼭지가 조금 딱딱해진 것 같았다.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부푸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변해 가는 가슴을 만지고 싶지만 위로 고정된 팔에서는 철컹거리는 쇠사슬 소리만 날 뿐이었다.

[흥미롭군. 수컷이 암컷처럼 젖을 뿜는단 말이지.]

[그 개체는 확실히 수컷인가? 넣을 수 있는 구멍은 있는 거지?]

[85×× 낼 테니 거추장스러운 옷은 벗기고 잘 보이도록 해 봐.]

[그럼 난 90××. 약을, 그 개체가 흥분하는 약을 사용하도록.]

[100××! 그 인간의 사용 방법을 봐야지! 구멍 쓰는 모습을 보여줘!]

한번 물꼬가 트이자 관객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소리를 높였다. 재영은 그들의 말을 대부분 알아들었다. 옷을 벗기고, 흥분하는 약을 쓰고, 구멍을 쓰게 해 준다고 했다. 오싹한 기대감에 소름까지 잘게 돋았다.

가슴이 얕게 부풀고 있었다. 유두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파 오더니 끝부분에 물기가 맺히는 느낌이 났다. 이게 설마 모유일까. 자신의 가슴에서 젖이 퐁퐁 나오게 되는 걸까. 재영의 다리 사이가 저릿저릿하게 달아올랐다.

“참가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하나씩 다 해 보죠. 우선 옷을 벗기고.”

마스터가 재영의 다리를 아래에서부터 스윽 쓸어 올렸다. 쇠사슬에 묶인 발목이 붉게 쓸려 있었다. 그 위로 매끈한 종아리와, 액이 흘러내려 질척해진 허벅지도 마스터의 손이 지나갔다. 은근한 접촉에 성감이 고조되었다. 재영이 아아앗, 못 견디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재영 씨가 이렇게나 잘 느껴 주셔서 준비한 저도 기쁩니다.”

마스터의 손이 재영의 속옷을 건드렸다. 옆 부분이 얇은 끈으로 된 T백이 축축하게 젖은 채로 툭 떨어졌다. 관객석에서 오오오, 감탄하는 소리가 났다. 다리 사이에 공기가 통하게 되자 재영이 히잇, 소리를 내며 다리를 꼼지락거렸다.

“그다음엔 흥분하게 하는 약이었지요.”

달그락달그락. 병이 여러 개가 있는지 작게 유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달칵, 뚜껑이 열리는 소리도 들렸다. 묘하게 달콤한 향기가 풍겼다. 향을 아주 조금 들이마신 것뿐인데도 얼굴 근육이 풀렸다. 재영의 입이 헤벌어졌다.

마스터가 바보 같은 표정이 된 재영의 입가에 작은 유리병을 댔다. 과일 주스처럼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약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재영은 거부감도 없이 꿀꺽 삼켰다. 부드럽게 넘어간 것이 빠르게 흡수되었다. 재영은 곧 다가올 격렬한 감각을 기대하며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뭐였죠?”

마스터가 재영의 가슴을 건드렸다. 젖이 돌기 시작하며 살짝 부푼 가슴이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지잉 울리는 통에 재영이 낑낑 가볍게 앓는 소리를 냈다.

“아파요오…….”

“이런, 어리광을 부리시는 겁니까?”

마스터의 힘이 더 강해졌다. 꽉 쥐어 잡힌 가슴이 너무 아파서 악! 비명 소리가 절로 튀었다. 그와 동시에 재영의 젖꼭지 끝에 유백색 액체가 몽글 맺혔다.

“벌써 나오기 시작하네요. 제때 내보내 주지 않으면 더 아플지도 모릅니다.”

“뭐…… 뭐, 이거 진짜예요……?”

재영의 목소리가 달달 떨렸다. 지금껏 온갖 플레이를 다 상상해 왔던 재영이지만 모유 같은 것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재영은 자신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일이 벌어지는 현실이 너무 기뻤다.

마스터가 강약을 조절해 가며 능숙하게 주무를 때마다 재영의 목소리가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미약의 효과도 함께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흰 피부가 발긋발긋 달아올랐다.

“아으응…….”

처음 한 방울이 나오는 것이 어려웠지, 한번 유선이 열린 후로는 주무르는 대로 죽죽 젖이 흘렀다. 희끄무레하고 묽은 액체가 똑똑 떨어지다가, 가하는 압력에 따라 주욱 쏘아지기도 했다. 보통의 젖보다 훨씬 달콤한 냄새가 진동했다.

재영이 상반신에 걸친 옷 역시 일반적인 천이 아니었다. 젖이 닿은 부분이 동그랗게 녹아내리며 맨가슴이 드러났다. 희고 얕게 부푼 가슴과, 붉게 변해 동그랗게 부푼 꼭지, 그 끝에서 방울지어 떨어지는 젖이 우스울 만큼 잘 어울렸다.

하아, 아아, 아아앙! 재영이 한껏 가늘고 높은 신음을 내지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절로 숨이 헐떡여졌다. 남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이 비현실이 기뻤다.

모유를 내고 있는 젖꼭지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아직 건드려주지도 않은 구멍에서도 애액이 주르륵 쏟아졌다. 누가 자신의 온몸을 깨물고 빨아 주었으면 싶었다. 음탕하고 음란하다고 엉덩이를 때려 주었으면 싶었다. 제멋대로 질질 흘리는 가슴을 꼬집고 구멍을 마구 헤집어 주었으면 싶었다.

[120××. 장난감을 써 봐. 얼마나 견디는지 알고 싶군.]

[150××. 직접 만져 보는 건 어떤가? 감촉도 궁금하다.]

재영이 반응을 보일 때마다 가격이 점점 올라갔다. 마스터가 고개를 돌려 재영을 바라보았다. 가슴을 조금 자극받은 재영은 이미 윗옷이 거의 다 녹아내리고 스커트는 온통 젖어 투명하게 비칠 정도가 되어 있었다. 허리에 힘까지 풀려 자신의 팔을 매달고 있는 쇠사슬에 의지한 재영이 색색 숨을 몰아쉬었다. 사내의 음심을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그럼 장난감부터 써 보겠습니다. 지난번에 한 번 선보인 적이 있던 신상품으로, 남성의 몸 안을 좋아하는 슬라임의 코어를 장착해서-.”

마스터의 설명은 매끄러웠다. 중간중간 이 세계에서는 쓰기 힘든 단어가 들어가 있기도 했다. 재영의 구멍은 미약의 효과 덕분인지 풀어주지 않아도 축축하게 젖어 벌름거렸다. 뭐든 들어오기만 하면 기쁘게 물고 조일 자신이 있었다.

어서, 어서 들어와 줘! 두근거리며 기대했던 재영은 다음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재영의 뒤를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통의 딜도 같지 않았던 것이다.

“힉! 이, 이거! 움직여요오……!”

“네, 슬라임의 코어니까요. 남자의 몸을 역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흐읍…….”

재영이 급히 숨을 삼켰다. 슬라임의 코어라는 것이 살아 있는 것처럼 재영의 몸 안에서 움직였다. 통로를 꽉 채울 것처럼 몸을 넓히고, 곳곳을 탐색하듯 여기저기 비벼 대며 점차 안으로 들어갔다. 부드럽게 벌려지는 재영의 몸을 한껏 더 확장시키는 움직임이었다.

“깊어어……. 엄청나게……. 배가 불룩거리는 것 같아요…….”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리는 재영의 목소리가 관객석까지 또렷하게 전달되었다. 170××, 180××를 지나 200××까지 몸값이 높아졌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인간 중에는 정말로 희귀한 축입니다. 다른 인간은 금방 망가져 버릴 수준도 잘 견뎌 내지요. 정말 귀엽지 않습니까?”

마스터가 좀 더 가격을 올리라고 부추겼다. 슬라임이 재영의 전립선을 온몸으로 뭉갰다. 하으응! 갑작스러운 쾌락의 상승에 재영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바짝 일어나 있던 재영의 것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르륵 사정해 버렸다.

[250××. 직접 만지는 건 아직 허락되지 않는 건가?]

“으음.”

마스터가 잠시 고민하듯 관객과 재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재영은 이미 이성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팔이며 다리가 온통 벌벌 떨리고, 딜도를 물고 있는 구멍 주변은 홍수가 난 것처럼 넘쳐나는 애액이 줄줄 흘러 떨어졌다. 미약의 효과로 뇌가 녹아 버릴 정도로 몸이 흥분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약의 효과가 나타났을 때 미쳐 버렸을지도 몰랐다.

“괜찮겠지요. 하지만 아직 낙찰되지 않은 상품이므로 조심스럽게 다뤄 주셔야 합니다.”

마스터가 다시 한 번 재영의 가슴을 꽉 쥐었다. 아까보다 훨씬 수월하게 젖이 주욱 뿜어졌다. 으으응! 간드러지는 콧소리를 흘린 재영이 눈을 반쯤 뒤집었다.

물건처럼 대하는 말투도, 아픔과 쾌락의 경계를 능숙하게 오가는 손길도 다 좋았다. 한번 사정했던 좆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꼿꼿하게 서서 달랑거렸다.

[마스터가 추천하는 인간이라니, 재미있겠어.]

쿵쿵. 생각보다 아주 무거운 발소리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마스터의 허락을 받은 관객이었다. 평균보다 큰 키였던 마스터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사뿐히 걷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올라온 관객은 적어도 200㎏은 넘게 나갈 법한 거구였다.

그만큼 커다란 남자가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능욕해 준다면……! 배가 터질 정도로 커다란 것을 쾅쾅 박고 뜨거운 좆물을 가득 뿜어 준다면……!

[오호라, 얼굴도 제법 귀엽군.]

“여러분께는 인간의 얼굴이 다 비슷하게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여기 이 인간은 전체 인간 중에서도 외모가 제법 귀여운 편입니다.”

마스터가 설명을 거들었다. 재영은 높은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로 관객의 키를 짐작했다. 3m는 족히 될 것 같았다. 3m의 키에, 200㎏을 훌쩍 넘는 거구가 재영을 ‘만지기’ 위해 다가왔다.

재영은 몸속을 돌아다니는 슬라임을 무의식적으로 꽉 조였다. 이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미약 때문에 잔뜩 달아오른 몸에 열이 한층 더해졌다.

위기를 느낀 슬라임이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재영의 구멍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왈칵 애액을 쏟았다. 이제는 쥐어짜지 않아도 가슴에서 젖이 줄줄 흘렀다.

“아, 아아…….”

반쯤 벌어진 입술에서 신음이 절로 샜다. 성큼 다가오는 상대의 걸음에 맞춰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재영은 안대로 가려진 눈을 들어 관객의 얼굴이 있을 법한 곳을 올려다보았다.

엄청나게 크겠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 줄 만큼 대단하겠지!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굉장하겠지! 눈이 팽팽 돌아가고, 너무 좋아서 기절해 버릴지도 몰라!

“마음대로…… 저를 마음대로 사용해 주세요.”

재영이 혀를 내어 입술을 핥았다. 붉은 입술이 침으로 번들번들해졌다.

[마음대로 했다간 찢어 버릴지도 모르겠는데.]

“망가뜨리면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오늘의 유희. 소중히 다루고 아껴서 즐거움을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몸이 너무 작아. 이래서야 내 건 넣지도 못하겠군.]

재영은 눈이 가려진 채라 보지 못하지만 지금 재영의 옆에 선 이는 오크였다. 초록색 피부에 갑옷보다 더 단단한 근육, 큼지막한 머리통과 억센 엄니까지 가진 오크는 자신의 반도 되지 않는 조그만 인간을 보며 쩝, 입맛을 다셨다.

인간이란 아주 작고 연약한 생물이었다. 오크가 조금만 힘 조절에 실패하면 인간의 몸은 간단하게 부서지고 찢어질 것이었다. 오크가 불뚝 일어선 자신의 성기를 만졌다. 인간의 조그마한 물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용이 대단했다.

이런 걸 저 조그만 몸에 집어넣으면 배가 터져 죽지 않으려나. 오크의 고민은 진지했다.

“괜찮습니다. 특별한 인간이니까요. 의외로 고민을 잘 해결해 줄지도 모르지요.”

후후, 바람 소리처럼 웃은 마스터가 오크를 부추겼다.

오크가 재영의 몸에 손을 댔다. 다리를 더 벌리게 하고 자신의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보통 인간의 좆보다 더 크고 굵은 손가락이었다.

재영의 구멍은 틈조차 거의 없어서 오크의 성기는커녕 손가락이라도 넣을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의외로 부드럽게 쑤욱 늘어났다. 예전에 다른 인간이 이 무대에 섰던 때와는 느낌부터 달랐다.

[……이 인간이 내 손가락 세 개를 안 찢어지고 버텨 내면 250×× 내겠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크의 손가락이 하나 더 쑤욱 들어왔다. 흐아아! 소리를 참지 못한 재영이 잘게 떨었다. 이미 힘이 풀린 다리 사이는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약물의 효과가 냄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재영의 액은 외계 생물마저 유혹할 정도로 달콤한 향을 풍겼다.

“더어……!”

재영은 오크의 손가락이 쑥쑥 드나들 때마다 척추를 관통하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몸 안에 들어 있는 슬라임이 재영의 속을 한껏 넓히고 있었다. 잔뜩 녹아내린 데다 약물의 효과까지 잘 듣는 재영은 내벽 전체로 쾌락을 느낄 수 있었다.

오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가락 두 개를 한꺼번에 넣었을 때는 곧 찢어질 것처럼 빠듯하다 싶었는데,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재영의 몸이 자동으로 이완되었다. 주름이 옴죽거리며 오크의 손가락을 깨물기까지 하는 것을 보니 더 넣어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얼굴이며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른 재영이 몸을 배배 꼬며 ‘더어…….’하고 작게 속삭였다. 미약과 열기의 효과인지 몸 전체가 발긋발긋해진 재영은 공기가 스치는 감촉에마저 예민하게 반응했다.

오크가 굵직한 손가락을 하나 더 쑤셔 넣었다. 재영이 천장과 연결된 쇠사슬을 붙잡았다. 차르르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아앙! 어쩔 줄 몰라 하는 재영의 신음 소리가 함께 울렸다.

“커어…….”

재영의 말꼬리가 주욱 늘어졌다. 힘들다는 시늉을 하며 훌쩍훌쩍 우는 통에 검은 안대가 푹 젖었다. 가슴 역시 재영이 몸을 뒤흔들 때마다 새어 나온 젖으로 하얗게 젖어 있었다. 그래도 재영의 구멍은 찢어지지 않고 쫀쫀하게 오크의 손가락을 물었다. 불가능해 보일 정도까지 늘어나고도 탄력을 잃지 않는 게 대단했다.

[250 내면 이 인간을 낙찰 받을 수 있는 거겠지?]

오크의 숨이 거칠어졌다. 당장에라도 이 쫀득하고 부드러운 구멍에 제 것을 처넣고 싶었다. 손가락 대신 자신을 넣어 달라는 듯, 아까부터 서 있던 오크의 거물이 흉흉하게 꺼떡댔다.

[250이 모자라다면 260, 아니 270××까지 내겠어.]

오크가 안달을 내며 마스터를 보았다. 지난번 인간이 200××를 조금 넘겨 낙찰된 것을 떠올리면 270××도 상당한 가격이었다. 그런데 마스터는 된다고도, 안 된다고도 답하지 않고 애매한 소리만 흘렸다.

“글쎄요, 다른 분들께서 더 이상 금액을 높이지 않으신다면 가능하긴 하지만.”

마스터의 눈길이 관객석으로 향했다. 오크가 재영을 만지는 동안 재영의 반응에 집중하고 있던 관객들이 일제히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아니, 난 300! 300×× 내겠어!]

[350 내지! 저 인간은 희귀종이야!]

[400! 400×× 낼 테니 내게 낙찰을!]

마스터가 저것 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분위기를 느낀 재영이 ‘누구라도 좋으니까 어서 넣어 주세요…….’하고 칭얼거렸다. 몸을 휘감는 열기에 배 속은 물론이고 머릿속까지 온통 다 녹아내려 흐물거리고 있었다.

더는 못 견디겠다고 울먹이는 인간 때문에 경매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올랐다.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금액이 쏟아졌다.

[500!]

[550!]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악을 쓰듯 가격을 높였다. 호응도 역대급이었다.

오크가 재영의 몸통만큼 커다란 손으로 앙증맞은 재영의 유두를 쥐어짰다. 조그만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젖이 푸숙 뿜어졌다.

“아아아앙!”

외계 생물체에게 인간이란 몹시 까다로운 존재였다. 작고, 약하고,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회복도 더뎠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금세 죽어 버리는 데다 다시 살아나지도 않았다. 팔다리가 끊어지는 건 쉽지만 다시 생겨나지도 않았다. 먹을 수 있는 음식도 극히 제한적이며, 적정 온도나 산도가 유지되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 버렸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인간을 잘 다루고 길들이는 일이 하나의 유희처럼 되어 갔다. 외계 생물과 교미까지 해낼 수 있다면 최상급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최상급의 인간이 무대에 올라가 있었다.

[1000. 1000을 낼 테니 지금 당장 사용해 보고 싶다.]

“1000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못 들은 사람이 없는데도 마스터가 굳이 한 번 되물었다. 지금까지 경매를 진행해 오며 오늘처럼 열렬한 반응이 터진 적도, 1000까지 금액이 올라간 적도 없었다. 아직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사용해 보고 싶다는 말이 나온 적도 없었다.

“으으응…….”

재영이 묶인 자신의 팔다리가 불만스럽다는 듯 쇠사슬을 흔들었다. 묶여 있지만 않았어도 당장 거대한 좆에 달려들어 빨고 비비고 제 구멍에 넣어 달라고 졸랐을 것이었다. 재영이 팔다리를 버둥거릴 때마다 철그렁철그렁 소리가 났다.

당장 재영을 안지 못하게 된 오크가 불만스럽게 손가락을 더 깊이 푹 쑤셔 넣었다. 1000이 나온 상황이니 270을 내겠다는 자신에게 승산은 없었다. 이 뜨겁고 쫄깃하고 부드러운 구멍을 맛보지 못하게 되다니. 오크가 찔걱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흠뻑 젖은 구멍 안에서 슬라임을 잡았다.

“하악!”

오크가 슬라임을 잡아당기고, 슬라임은 나오지 않으려고 버텼다. 그 사이에 낀 재영은 어디를 만져도 흥분을 가중시키는 내벽 전체가 유린당하는 감각을 버티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마구 흔들리던 고개가 뒤로 휙 넘어갔다. 흰 목에 핏대가 섰다.

오크의 굵은 손가락은 어지간한 사람의 좆보다 더 컸다. 도톰한 전립선 뒤쪽에 오크의 손가락과 슬라임의 몸통이 동시에 닿았다. 같은 자리가 문질러질 때마다 재영의 다리 사이와 가슴이 하얗게 젖어들었다.

젖이 도느라 살짝 부푼 가슴에서 모유가 뿜어질 때마다 달콤한 냄새가 났다. 입맛을 다신 오크가 막 혀를 갖다 대려는데, 마스터의 장갑 낀 손이 오크를 막았다.

“아직 안 됩니다. 낙찰자의 유희로 남겨 둬야지요.”

[그럼 1100 내겠다.]

[1200.]

오크가 그르렁대는 숨을 내쉬기도 전에 곧바로 가격이 더 올라갔다. 잠시 고민하는 척하던 마스터가 못 이기는 척 경쾌하게 말했다.

“하는 수 없지요. 일단 사용해 보셔야 얼마나 가치 있는 인간인지 아실 테니까요. 그럼 누가 먼저…….”

마스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1200이라고 말했던 이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탁 떨친 소매 안쪽에서 세 가닥의 촉수가 뻗어 나왔다.

[자, 그럼 내가 처음으로 사용해 보겠군.]

[나도 1200 내면 함께할 수 있는 거겠지?]

곧장 끼어든 오크는 가격을 더 올리는 대신 같은 가격을 제시했다. 재영이 꼴깍 침을 삼켰다. 하도 울고 발버둥 치느라 안대가 슬쩍 느슨해져 있었다.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빛이 들어오며 희미한 윤곽 정도는 보였다. 얼굴이 멀쩡한 촉수 괴물과 덩치 큰 멧돼지 같은 오크를 한꺼번에 앞에 둔 재영이 하악, 기대로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무서워하지 마라.]

[안 망가지게 다루겠다.]

망가지게 다뤄도 되는데요! 얼마든지 세게 해 주세요!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재영의 목구멍 안쪽에서 간질거렸다.

마스터가 재영의 손목과 발목에 묶인 쇠사슬을 풀어 주었다. 오랫동안 자세가 고정되어 있던 재영이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자, 오크의 튼튼한 팔뚝이 쑥 내밀어지고 촉수 여러 개가 재영의 팔다리를 감아 지탱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제는 반 이상 흘러내린 안대 사이로 재영이 글썽글썽한 눈을 들었다. 낯설기만 한 외양인데도 상상해 왔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무섭지는 않았다.

“두 분이 같이 해 주실 거예요?”

[음?]

촉수 남자가 먼저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인간의 몸이 자신 둘을 한꺼번에 받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저렇게나 작은 몸으로?

오크는 흥분에 차 콧김을 풍풍 뿜어 대느라 재영의 말이 어떤 뜻이었는지 빠르게 못 알아들었다. 얼마든지 쑤셔 주마! 하고 큰소리까지 쳤다.

촉수 남자가 잠시 굳은 사이, 재영의 눈은 촉수 가닥이 뻗어 나온 남자의 팔로 향했다.

“혹시 거기서 약 같은 게 나오거나…….”

[우리 종족은 어떤 약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와아아.”

작고 귀여운 인간은 이제 겁먹은 흉내도 내지 않고 그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촉수 남자는 연약한 인간체가 이미 한계에 달한 극도의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죽지 않도록 최대한 농도를 조절한 액체를 뿜어냈다. 촉수 한 가닥의 끝에서 투명한 체력 강화제가 똑똑 떨어졌다.

“우웁!”

곧장 재영의 입에 깊게 박힌 촉수 가닥이 순식간에 체력 강화제를 대량으로 확 뿜어냈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을 텐데, 재영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대까지 하고 있었다. 다른 종류의 미약이라고 생각했는지 재영은 자신의 혀에 묻은 것도, 볼 안에 닿은 것도 기쁘게 쪽쪽 빨았다. 촉수가 목구멍 너머로 더 깊이 넘어갔다.

“웁! 욱!”

재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까딱했다간 이 아까운 약을 토해 낼지도 몰랐다. 안간힘을 써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꼴깍꼴깍 삼켰다.

촉수 남자의 표정이 더 묘해졌다. 역시 보통 인간이 아니로군. 외계 생물체와의 교접을 ‘견디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 같았다. 촉수 남자가 재영의 본질을 재빠르게 꿰뚫었다.

[체력을 좀 키워 놔야 도중에 죽지 않겠지.]

“체력을 키워요? 그럼 이거 혹시…….”

[무슨 약인 줄 알고 그렇게 신나게 빨았던 거냐.]

잠깐 실망했지만 재영은 금방 페이스를 되찾았다. 어차피 아까의 미약도 아직 효과가 남은 참이었다. 체력까지 키워서 하고, 하고, 또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꾸물거릴 거면 내가 먼저 하지.]

[뭐? 이런.]

촉수 남자가 재영을 놀리는 사이 오크가 재빠르게 아랫도리를 벗어 던졌다. 옷이라기보다는 풀 같은 것을 끈으로 엮어 만든 하반신 가리개였기에 끈 하나를 푸는 것으로 금세 알몸이 되었다.

“하으응…….”

오크의 것을 보자마자 재영이 애끓는 소리를 냈다. 아까부터 달아오르기만 했지 제대로 쑤셔지지 않은 아래가 울컥울컥 액을 뱉어 내고 있었다. 구멍은 이미 느슨하고, 흘러나온 액은 홍수라도 난 것처럼 허벅지를 타고 발목까지 질척질척하게 적셨다. 끈적한 것이 주르륵 느리게 흘렀다.

“너무 커어…….”

입은 크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은 소리를 하는데, 눈은 어쩐지 황홀함에 흐려져 있었다. 오크는 어지간한 인간의 팔뚝 길이만 한 자신의 것을 자랑스럽게 흔들었다. 이것에 꿰뚫리는 감각을 알게 된 인간은 촉수 따위에게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었다.

[일단 입부터 써 볼까.]

오크가 재영의 입에 커다란 좆몽둥이를 물렸다. 어른 남자의 팔뚝만 한 것이 작은 입에 다 들어가지 못해 재영의 입가가 살짝 터졌다. 약한 피 맛과 함께 숨이 막힐 정도로 진득한 사내의 냄새가 느껴졌다.

“윽……!”

순식간에 목구멍 깊은 곳까지 쑤시고 들어온 것은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컸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입에 무는 것이 더 크게 느껴졌다. 놀랍고 힘겹고 기뻐서 재영의 눈이 그렁거렸다.

재영이 울먹울먹하는 얼굴로 오크를 바라보았다. 입 안까지 예민한 성감대가 된 재영은 오크의 것이 목구멍까지 콱 틀어막는 정도에도 한 번 사정할 정도로 좋았다. 숨이 잘게 끊어졌다. 입이 찢어질 정도로 커다란 것이 좋았다. 이게 엉덩이 사이를 꿰뚫어 준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우우웁.”

끙끙거릴 때마다 몸이 화끈거렸다. 대단한 미약인지 어디든 얼른 만져지고 쑤셔지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이미 몇 번이나 사정하고 선액을 질금질금 흘려 댄 탓에 재영의 다리 사이는 흰 것이 꾸덕꾸덕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오크의 것은 전체적인 크기뿐만 아니라 귀두의 사이즈도 엄청났다. 성인 남자의 주먹만 한 것이 재영의 목구멍을 확장시키며 들락거렸다. 크기에 맞춰 늘어났다가 다시 조여들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재영은 눈이 반쯤 뒤집어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난폭하게 굴면 인간이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촉수 남자는 오크에 비해 비교적 조심스럽게 재영을 다루어 주려는 것 같았다. 길고 가느다란 촉수가 생리적으로 맺힌 재영의 눈물을 슬쩍 훑어 내고는 부풀 대로 부푼 가슴을 움켜쥐었다.

젖이 고인 가슴이 촉수로 압박당하자 통증이 느껴졌다. 아파요오, 훌쩍거리니, 재영의 가슴살이 살짝 둥글게 튀어나올 정도로 휘감고 있던 촉수가 순간적으로 콱 조여들었다.

“흐읍!”

비명 같은 신음과 함께 젖이 쭈욱 튀었다. 쏘아지듯 튀어 나간 젖이 오크의 배를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재영이 눈치를 보며 오크에게 묻은 젖을 손으로 훑었다. 약물로 생성된 재영의 젖은 진짜 젖보다 더 달콤하고 은근한 냄새가 났다. 재영에게 주입된 미약의 효과가 젖에도 옮겨졌는지 냄새만으로도 아랫도리가 불끈거렸다. 재영이 슬그머니 혀를 내어 희끄무레한 액체를 핥았다.

[이 인간, 보통이 아니야.]

후욱후욱, 오크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재영의 머리카락을 콱 잡아당겨 다시 제 것을 물게 했다. 입 안을 유린하는 허릿짓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퍽퍽 거세게 꽂아 넣을 때마다 재영은 목구멍이 뚫릴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팔을 허둥거렸다. 우우웅, 숨 막힌 소리와 함께 재영의 좆이 또다시 액체를 흘렸다. 몇 번이나 사정하면 지쳐 나가떨어질 법한데, 촉수 남자가 주입한 체력 강화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조여. 더, 더!]

지금도 오크의 것을 빠듯하게 겨우 물고 있는 목구멍인지라 더 조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재영은 눈치를 봐 가며 오크가 원하는 대로 조이는 시늉을 했다. 쾌감이 한층 높아진 오크가 크으으, 신음을 흘렸다. 입 안에 들어온 거대 사이즈의 물건을 재영의 혀가 마구 문질렀다.

“흐으으응…….”

미약의 효과 덕분에 재영은 혀도 하나의 성감대가 되어 있었다.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열심히 오크의 것을 빨아 대는 것만 해도 쾌감으로 머릿속이 어질어질했다.

오크의 거물은 사이즈만 팔뚝만 한 정도가 아니라 돌기까지 울퉁불퉁하게 돋아 있었다. 한 번 핥을 때마다 재영의 눈이 반쯤 돌아갔다. 혀에 문질러지는 감각도, 볼 안쪽에 비벼지는 감각도 너무 좋아서 온몸의 구멍이 다 풀릴 것만 같았다. 정액 정도가 아니라 오줌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이런. 칠칠치 못하게.]

촉수가 재영의 생각을 미리 안 것처럼 다리 사이로 팔을 뻗어 왔다. 굵은 촉수 중 하나가 다시 여러 가닥으로 분열되며, 손가락 굵기의 절반도 되지 않을 가느다란 촉수가 재영의 요도구 쪽으로 다가왔다.

히익! 놀란 재영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뒤의 구멍이라면 몰라도 앞의 구멍은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었다. 이런 행위를 한 번 당하게 되면 다시는 일반인과의 행위로 만족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나에게 집중해라.]

재영이 아래를 힐끔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오크가 으르렁거렸다. 재영의 머리카락을 그득하게 쥔 채 강제로 왕복 운동을 시키는 힘이 강했다.

재영은 굵직한 것 때문에 턱이 다물리지 않는 상태로 입이 오나홀처럼 사용당했다. 깊숙이 꿰뚫릴 때마다 컥컥, 숨 막히는 소리가 났다. 흐물흐물하게 풀어진 구멍이 뻐끔거리며 더한 행위를 원하고 있었다.

[졸라 대는 게 귀엽군. 어디, 여기도 넣어 줘 볼까.]

촉수 몇 가닥이 뭉치더니 한층 더 굵은 형태로 변했다. 끝부분에서 수상쩍은 액체를 뚝뚝 떨어뜨리는 시커먼 것이 위협적이었다. 재영이 부들부들 떨며 아까부터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아 허전한 뒤를 움찔거렸다. 어서 와 줘! 처박아 줘!

[잠깐. 주인을 대하는 예의를 가르치는 게 우선이다.]

[그쪽도 많이 봐 주고 있는 것 같은데 언제 가르치려고.]

촉수 남자와 오크의 짧은 말싸움은 촉수 남자의 승리로 끝났다. 재영의 요도구에 들어간 촉수가 더 깊이 밀어 넣어졌다.

“히이익!”

재영의 눈이 까무룩 감겼다. 내내 흘리기만 하던 정액이 갑자기 멈춰지니 쾌감을 해소할 방도가 없어진 탓이었다. 언제 밖으로 나갈지 기다리던 정액이 통로를 역행해 만들어진 곳으로 되돌아왔다.

탁하고 흰 액체가 촉수에 밀려 역방향으로 이동할 때마다 재영은 숨이 가쁠 정도로 헐떡였다. 힘없이 벌어진 다리가 벌벌 떨렸다. 가늘지만 울퉁불퉁한 촉수가 예민한 사내의 기관을 헤집고 있었다. 망가질 것 같은, 한계에 도달한 기분이 재영을 덮쳤다. 완전히 풀린 얼굴이 헤벌어진 미소를 지었다.

[벌써 망가뜨린 건 아니겠지? 약해 보이는데.]

[아직 낙찰된 게 아니니 조심히 가지고 놀아야지.]

[이봐, 마스터. 뒤쪽까지 사용해 봐도 되나?]

뜨겁게 달아오른 구멍이 욱신거렸다. 뭐라도 넣어 주길 바라는 재영이 애타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크와 촉수 남자의 시선은 재영이 아니라 마스터 쪽으로 향해 있었다. 마스터가 으음, 고민하는 소리를 냈다.

“낙찰 받으시는 분의 즐거움으로 남겨 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그건……!”

재영이 자신은 괜찮다고 얼른 나서려 해 봤지만 금세 오크의 좆이 다시 물렸다. 거대한 것이 단숨에 목구멍을 콱 치고 지나가며, 한껏 벌어진 턱이 빠질 것처럼 아렸다. 이미 퉁퉁 부어오른 혀가 더한 쾌감을 좇았다. 온몸에 열이 올라 눈물이 어렸다.

“우읍, 흑.”

실컷 달아오르게 해 놓고 정작 뒤는 쑤셔 주지 않다니. 방치플은 해 봤지만 지금처럼 극한에 몰린 채로 방치당한 적은 없었는데. 억울함에 훌쩍훌쩍 울면서도 재영은 오크의 것을 열심히 핥았다. 손으로는 자신의 귀두에 박혀 있는 촉수를 살짝 당기기도 했다. 촉수가 꿈틀댈 때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이 닥쳤다.

[마음대로 손대면 안 되지.]

예상했던 대로, 촉수 남자가 나무라는 소리를 냈다. 재영의 몸 안에 고인 정액이 다시 뒤로 밀렸다. 꺄으응, 기절하려는 재영을 촉수가 붙잡았다. 양쪽 가슴이 도드라지도록 콱 쥐어 짜이고, 실처럼 가느다란 촉수가 유두를 꼬집었다. 흰 액체가 방울방울 매달려 있던 젖꼭지가 감당하지 못할 쾌락으로 꼿꼿하게 섰다.

[좀 더 해 봐. 젖이 나올 때마다 이 녀석의 목구멍도 꽉꽉 조이거든.]

[어지간한 인간이라면 쾌락에 미쳐 버렸을 텐데, 꽤 잘 버티고 있어.]

끝부분이 귀두처럼 변한 촉수가 여러 가닥이었다. 오크의 것처럼 거대하지는 않아도, 보통 성인 남자의 좆 크기 정도는 되는 촉수가 재영에게 달라붙었다. 몸 여기저기가 문질러질 때마다 재영은 여러 명의 남자들이 자신을 만지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오크의 큼지막한 좆이 들락거릴 때마다 재영의 볼이 불룩해졌다. 촉수는 흥미로운 것을 만지듯 재영의 볼을 찌르고, 턱과 목 사이의 얇은 피부에 액체를 뿌리기도 했다. 자꾸 젖이 고여 소담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꾹 눌렀다가, 옆구리에 여러 개의 촉수가 한꺼번에 달라붙어 미끈거리는 액체투성이로 만들기도 했다.

재영의 숨이 점점 더 가빠졌다. 머리가 녹아내릴 것 같았다. 배 속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입으로 큼지막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뒷구멍이 가득 쑤셔지고 싶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촉수 수십 개를 한꺼번에 받아들이고, 오크의 것으로 내장이 밀려 올라갈 정도로 강하게 쑤셔지고 싶었다.

[크윽!]

오래 참아 온 오크가 먼저 절정에 달했다. 재영은 아주 오래 갈증에 시달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터져 나오는 정액을 삼켰다. 곧장 목구멍에 쏘아진 것은 물론이고, 입 안에 고인 것이며, 얼굴에 넘쳐난 것까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기세로 꿀꺽꿀꺽 급하게 마셨다.

오크의 사정액은 인간보다 양이 훨씬 많고 진했다. 거의 젤리에 가까울 정도로 끈적한 것이 재영의 목구멍에 달라붙었다. 재영은 후드득 떨어지는 것을 모조리 손으로 받아 핥았다.

“더, 더어…….”

재영의 눈이 반쯤 풀렸다. 한번 정액 맛을 보고 나니 엉덩이가 흔들렸다. 자신의 몸 곳곳을 휘감는 촉수에 손을 댄 재영이 그것을 자신의 다리 사이로 이끌었다.

“어서 해 주세요…….”

“이런, 뒤는 나중을 위해 남겨 둬야지요.”

마스터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지휘봉 같은 것으로 재영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움찔한 재영이 촉수를 놓기는 했지만 눈에서 아쉬움이 뚝뚝 떨어졌다. 어서 저것을 가지고 싶다는 말이 얼굴에 쓰여 있는 것처럼 재영의 시선이 촉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서…… 뭐라도 좋으니까 가득…….”

재영은 생각만 하려던 것이 입 밖으로 나가고 있는 것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재영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자극받은 관객석이 들썩였다.

[나, 나도 만져 보겠어!]

[아니, 저건 내가 사겠어!]

[내가 키우겠다!]

소란이 커졌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음탕하고 귀여운 인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관객들이 알아서 가격을 높여 불렀다. 태평을 가장한 목소리가 마스터의 가면 뒤에서 흘러나왔다.

“정 그러시다면 한두 분만 더 무대로 모실까요?”

재영을 뒤에서 끌어안은 마스터가 허벅지를 위로 안아 올렸다. 확 벌어진 재영의 다리 사이가 관객석 쪽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크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던 구멍이 흔적도 없이 꽉 다물려 있었다. 붉게 충혈된 채 빠끔거리는 모습이 더없이 외설적이었다.

“재영 씨, 누가 당신의 여기를 쑤셔 줬으면 좋겠어요?”

흰 장갑을 낀 마스터의 손이 재영의 엉덩이를 벌렸다. 뻐끔거리는 붉은 주름이 천천히 입을 더 벌렸다. 마스터의 양손 검지가 재영의 구멍을 좌우로 당기고 열어 보였다.

“이렇게 부드러운 곳이니 어지간해서는 상처를 입지도 않을 겁니다. 그렇지요?”

“상처 입어도 좋아요. 그러니까 어서…… 주인니임…….”

눈이 풀린 재영이 관객석을 향해 칭얼거렸다. 자신의 가슴을 스스로 쥐어짜기도 했다. 푸숙, 뿜어져 나온 젖이 재영의 가슴을 타고 흘러내려 접힌 아랫배와 배꼽에 오목하게 고였다.

“여기에 씨를 뿌려 주세요. 배가 부를 정도로……. 주인님의 뜨겁고 진한 좆물을 가득…….”

배를 슬금슬금 문지르던 재영이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히죽 웃었다. 혀가 제대로 돌지 않아 발음이 어눌했다. 축 늘어진 몸은 마스터에게 안긴 채로 절정에 달할 듯 말 듯 멈춰 있었다. 계속해서 쾌락에 잠겨 부들부들 떠는 통에 빠끔거리는 구멍이며 불그스름한 내벽의 모양도 확실하게 보였다.

[에잇, 못 참겠다!]

더 이상 경매가 진행되는 것을 기다릴 수 없었는지 관객 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났다. 척척 걸어온 그가 마스터를 향해 지폐 뭉치를 던졌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툭 떨어지는 돈에는 재영이 알지 못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오호, 이건 에스트 제국의 개정 전 화폐로군요. 그쪽 세계의 사람들도 구하기가 힘들다던데요.”

[그래, 그러니까 그거면 충분할 거다.]

후드를 벗어 던진 관객이 곧장 아랫도리부터 드러냈다. 두 개의 페니스가 이미 힘차게 서 있었다. 재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저거라면, 저 사람 하나만 있어도 두 사람에게 당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게 어디 있나? 그럼 나도 이걸 내겠어!]

다른 관객이 품에서 천으로 된 주머니를 꺼냈다. 철그렁 소리가 나는 주머니가 열리며 황금빛이 번쩍였다.

“용무늬라. 투란 산맥의 고룡 파르잔이 새긴 무늬는 몹시 귀하지요.”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영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용이라면 온갖 변신술과 마법으로 재영이 원하는 모든 플레이를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저 녀석은 내게 넘겨!]

[내가 먼저 샀다! 너는 빠져!]

[경매가 언제부터 선착순이었나?]

그들은 재영에게 달려들어 처박는 대신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재영은 더 애가 탔다. 다리를 허우적거리는 재영을 꽉 붙잡은 마스터가 잠깐 밀려난 오크와 촉수 남자 쪽을 보았다.

“두 분은 포기하실 겁니까?”

[그럴 리가!]

흥분한 오크가 먼저 참전했다. 오크들의 왕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던 황금 투구를 벗어 내밀었다. 갖가지 보석을 있는 대로 때려 박아서 지나치게 번쩍거리고 천박해 보였지만, 어쨌든 가치는 엄청난 물품이었다.

[그거면 되겠지?]

“좋은 물건이네요. 보석 하나하나도 귀한데 이 거대한 관 전체가 황금이기까지 하니까요.”

촉수 남자는 마스터가 모든 이들을 한꺼번에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그렇다고 재영을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재영은 약에도 뇌가 녹아내리지 않고, 없던 젖을 만들어 내도 정신이 무너지지 않고, 거친 플레이를 해도 몸이 쉽게 상하지 않았다. 인간 중에서도 아주 드문 개체였다.

[난 저들처럼 몰라서 속는 게 아니다. 속아 주는 거지.]

촉수 남자의 품에서 병 대여섯 개가 나왔다. 각각의 병은 색깔이 다 달랐는데, 마스터는 그 병에 담긴 내용물을 다 구분할 수 있었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전설의 영약부터 한 방울만 강에 풀어도 수만 명을 떼죽음시킬 수 있는 극독까지, 세상의 진귀한 약은 모두 여기 있었다.

“구하기 힘들었던 약을 이렇게 손에 넣게 되네요.”

[그럼 그 녀석은 당연히 내 것이겠지?]

촉수 남자의 발언에, 다른 이들이 발끈해서 달려들었다.

[뭐야! 한번 내 좆을 맛보면 흐늘거리는 촉수 몇 개 깔짝대는 것에는 결코 넘어가지 않을걸!]

[무식하게 크거나 괴상하게 움직이는 것은 인간을 망가뜨리기만 할 뿐이야. 내 것이야말로 두 개가 따로 움직인다고. 인간은 이걸 가장 좋아할 거다!]

[너희가 자랑하는 그것들을 나는 모두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나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지.]

“그럼 재영 씨에게 여쭤 보죠. 재영 씨는 누구를 주인님으로 모시고 싶습니까?”

재영의 얼굴이 발그레했다. 재영을 탐내는 이들이 서로 싸우는 동안에도 재영의 흥분은 한 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구멍이 허전하다 못해 자신의 몸이 미완성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뜨겁고 강인한 것으로 실컷 쑤셔지고 싶었다. 끈적하고 진득한 것을 몸 안 가득 담고 싶었다. 능욕당하고 악담을 듣고 난폭하게 헤집어지고 싶었다.

오크의 대물이 내장까지 콱콱 처박히고, 촉수 남자의 촉수가 오줌 구멍을 괴롭히고, 좆이 두 개인 남자의 것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고, 모양이 변하는 신기한 좆으로 배 속이 엉망진창이 되도록 문질리고 싶었다.

“……다. 전부 다요.”

재영이 입술을 핥았다. 번질거리는 붉은 입술이 요사스럽게 빛났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마스터는 가장 훌륭한 선택을 한 재영을 네 남자들 사이에 내려놓았다. 오래도록 참아 온 재영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끌어당겼다. 풀릴 대로 풀려 흐물거리던 구멍은 대물을 받아들이자 곧바로 쫄깃하게 조여들었다.

“아앙……!”

콱, 깊은 곳까지 뜨겁고 단단한 좆이 들어온 것만으로도 재영은 손쉽게 절정에 달했다. 예상만 하던 것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굉장했다. 생각보다 더 크고, 더 두껍고, 더 거친 것이 재영의 몸을 터뜨릴 듯 퍽퍽 소리 나게 쳐올렸다.

하악, 숨을 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내장이 있는 자리마저 밀어 올리는 좆은 성기가 아니라 몽둥이에 가까웠다. 재영의 몸이 절로 떨렸다. 이미 물에 가까운 정액이 찍찍 뿜어지고, 정액보다 양이 많은 젖도 줄줄 흘렀다.

다른 누군가의 좆이 재영의 등 뒤를 문질렀다. 양손에도 미끈거리는 것이 쥐어졌다. 엉덩이는 물론이고 양손, 양발, 심지어는 무릎 뒤나 겨드랑이 같은 곳까지 모조리 딱딱한 것이 닿아 왔다.

아아, 아, 앙! 재영의 목소리가 점차 짧게 끊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든 외계 생물체들은 재영을 인형처럼 다루었다. 어디든 문지르고 쑤실 때마다 재영은 달콤한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재영의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사내에게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훌륭했다.

[후욱…….]

한 명이 재영의 몸 안에 자신의 씨를 가득 뱉어냈다. 한 번의 사정만으로도 재영의 배가 눈에 보일 정도로 얄팍하게 부풀어 올랐다. 어마어마하게 쏟아진 정액이 장을 꽉 채운 것 같았다.

[처음부터 가득 채우면 곤란하지. 모두의 것을 품을 몸인데.]

다음 타자가 재영의 배를 꾹 눌렀다. 하으응, 재영의 신음과 함께 배가 꺼졌다. 철퍽철퍽 소리가 날 정도로 많은 액체가 질펀하게 쏟아졌다. 무대 위에 작은 웅덩이가 생겨났다.

“더어…….”

재영이 두 번째 상대를 끌어당겼다. 워낙 잘 젖어 있는 장소인지라 큰 것을 급하게 쑤셔 넣어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거친 삽입이 반복되어도 재영의 아래는 탄력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빨아들이고 조이는 것 같았다.

외계 생물체들은 하등하고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인간에게 정신을 잃고 매달렸다. 재영의 몸 안에서 이종족의 사정액이 뒤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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