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면의 로망 (5/7)

최면의 로망

지하철에서의 짜릿한 경험 이후. 재영은 약 한 달에 가깝게 손장난을 하지 않았다. 손장난이 필요 없을 만큼 상훈이 자주 만나고 안아 주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자위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강력한 욕구 불만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온몸이 나른하고 구멍 안쪽 은밀한 곳이 욱신거렸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충분히 쑤셔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능욕당하고 있는 걸까……?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서 재영이 몸을 배배 꼬았다.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때는 상훈에게, 정신이 없을 때는 누군지도 모를 상대에게 능욕당한다니, 이처럼 훌륭한 시추에이션이 또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도, 만년발정처럼 늘 빳빳하게 서 있던 재영의 좆은 오늘따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쥐어짜 낼 것도 없다는 듯 얌전하기까지 했다.

하긴, 능욕당하는 걸 스스로 모를 수는 없겠지. 암만 그래도 자신의 몸인데 설마 그 정도도 모를까. 게다가 그럴 정도로 실컷 안겼다면 며칠은 나른하다든가 하는 후유증도 남을 거다. 여러모로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이상한 점은 있었다. 샤워하면서 보았던, 자신의 허벅지 안쪽에 남은 매직 자국이 떠올랐다. 지우다 만 모양처럼 옅은 흔적이긴 했지만, 자신이 언제 다리에 매직 같은 걸 칠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무슨 선 같기도 했고, 더 자세히 보면 글자 같기도 했다. 하루 일과라고 해 봐야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것뿐인 재영은 바지 안쪽 맨살에 굳이 매직으로 글자를 쓸 일이 없었다. 뚜껑 열린 매직을 잘못 떨어뜨렸나 보지. 재영은 쉽게 넘겼다.

침대로 들어가는 재영은 걸음을 어기적거리고 있었다. 한껏 다리가 벌려진 직후처럼 허벅지 안쪽 근육이 당겼다. 구멍은 거칠게 뒤를 쓰는 섹스를 한 직후처럼 팽팽하게 부어오른 데다 유두는 실컷 시달린 것처럼 따끔거리고 찌릿하게 부어오르기까지 했다.

주인님인 상훈과의 관계는 거의 이 주 전이 마지막이었는데도, 마치 조금 전까지 실컷 관계를 맺은 것처럼.

-이상하다. 하지만 재영은 그 이상으로 생각을 뻗지는 못했다. 그러도록 강제된 제약이 걸려 있다는 것을 지금의 재영은 알 수 없었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좋은 꿈, 야한 꿈을 꿀 것 같은 기분이었다.

***

학원 수업은 정확히 9시부터 시작이었지만 재수생들의 자율 학습을 위해 8시부터는 교실을 개방했다. 욕구 불만에 밀려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지 자체가 부족했던 이전의 재영은 수업을 시작하는 9시에 겨우 맞춰 등원했는데, 요즘은 이상하게도 학원에 도착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오늘은 무려 8시 5분이었다. 부지런해진 자신이 의아하면서도 뿌듯해, 재영은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교실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즘 들어 쭉 이 자리에만 앉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옆자리는 자위를 들킨 것 같던 날 눈빛이 심상치 않던 옆자리 녀석, 박형철이 언제나 차지하고.

아니나 다를까, 재영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드르륵, 교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 잘 맞춰 왔네.”

“너도 빨리 왔네, 박형철……?”

조금 전까지 생각했던 상대인 형철이 당장 눈앞에 나타나자 재영의 등이 저도 모르게 움찔 튀었다. 얼굴을 마주하기도 어색한 상대인데 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들킨 것 같아 더 민망했다. 재영이 억지로 웃음을 지으려 노력하자 형철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오늘도 할 거지?”

“응? 뭘?”

“뭐긴 뭐야, [크림파이] 말이지.”

발동의 키워드가 들리자마자 재영의 눈은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빛을 잃었다. 아……. 늘어지는 대답과 함께 재영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 재영은 완전한 최면 상태에 빠져 있었다.

형철이 재영을 이렇게 만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을 제외하면 그렇게 어려운 건 없었다. 재영은 형철의 생각보다 매우 음란했고, 일반적인 성행위가 아닌 좀 더 추잡한 단어에 놀랍도록 훌륭한 반응을 보였으며, 무엇보다도 최면에 매우 쉽게 걸리는 타입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럼 오늘도 자세히 보여 주실까?”

“네에…….”

느릿한 말투로 대답한 재영이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벗어 내렸다. 지금이 수업 시작까지 그리 많이 남지 않은 학원의 강의실이며 언제 또 다른 이들이 들어올지 알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전혀 거리낌 없는 태도였다.

평소보다 조금 느리고 둔한 동작이었지만 형철은 끈기 있게 재영의 행동을 기다려 주었다. 예쁜 여자도 아니고 사내새끼가 옷을 벗는 것뿐인데도 재영에게는 묘하게 눈을 뗄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재영이 입고 있던 겉옷의 지퍼를 내리자, 얇은 티셔츠 위로 동그란 유두가 뾰족하게 솟은 것이 비쳤다. 재영의 유두는 이제 남자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부풀기까지 해, 밴드를 붙이건 티셔츠를 겹쳐 입건 간에 도드라진 부분이 표시가 났다. 물론 밴드를 붙이지 못하게 하고 티셔츠도 달랑 한 겹밖에 입지 못하게 한 것은 형철이었다.

“이게 그렇게 좋았어?”

형철의 손이 재영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아이잉, 재영이 애교라도 부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어깨를 움츠리며 형철을 바라보았다. 초점이 나가 있긴 하지만 잠들거나 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재영의 반응은 제법 솔직하고 귀여웠다.

형철이 엄지손가락으로 유두를 꾹 눌러 빙글 돌리자 재영은 허리까지 비틀며 가늘게 비음을 흘렸다.

“좋아……. 하아앙……. 그, 그만두면 싫어. 그걸론 부족해애……. 꼬집어 주세요……. 더 세게, 세게에…….”

형철이 그만두려는 기색을 보이자 재영은 떨어지려는 형철의 손을 끌어다 다시 자신의 가슴에 올렸다. 형철이 움직이지 않으면 재영이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형철의 손목을 잡고 움직여 유두에 자극이 가도록 문지르기까지 했다. 별 요령 없이 조금 비틀고 만지고 가끔 깨무는 정도에도 재영은 손대지 않은 아랫구멍에서 물을 질질 쏟았다.

최면 상태의 재영은 평소의 재영을 기억하지 못하고, 평소의 재영은 최면을 당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무의식중에 이루어지는 능욕이란 당하는 사람보다 시키는 사람 쪽을 더욱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형철은 가빠지려는 숨을 자제하며 눈이 풀린 재영의 가슴에 클립으로 집었다. 클립의 집게 부분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렸을 때부터 재영은 미리 가슴을 내밀며 좋아 죽겠다고 헐떡였다.

“이렇게 하면 더 좋아하지?”

작은 포도 알처럼 부피감이 생긴 유두를 작은 집게 모양의 클립으로 집어 올리는 순간, 재영이 하앙! 달콤한 소리로 젖은 신음을 울렸다. 이미 몇 번이나 괴롭힘을 당하고 개발당한 재영의 가슴은 이 정도의 자극만으로도 아래를 발딱 세우고 프리컴을 질질 흘릴 정도로 민감해져 있었다.

몇 번만 더 공들이면 가슴만으로도 정액을 물처럼 마구 싸지르는 일도 가능할 것이었다. 뒷구멍은 다른 작업 없이도 이미 흠뻑 젖은 데다 주름이 알아서 벌름거리며 준비를 마쳤다.

“도대체 그동안 이 음란한 몸을 대체 어떻게 숨긴 거야?”

“놀리지 말고…… 더어 해 주세요……. 으응?”

물기 어린 재영의 눈이 부탁하는 듯한 시선으로 형철을 올려다보았다.

어서, 빨리, 능욕해 줘. 초반에는 생각하는 바를 말로 다 하라고 했더니 재영은 이딴 소리를 끊임없이 쏟아댔다. 아무리 심하게 굴어도 다 풀린 얼굴로 아아, 좋아! 같은 말만 반복했다.

완전히 눈이 뒤집힌 형철은 ‘적당히’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처럼 마구 날뛰었다. 그 결과로 재영은 꼬박 사흘 동안 학원에 나오지도 못했지……. 예전의 일을 떠올린 형철이 고개를 저었다.

재영은 학원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최면이 풀리고 최면 상태일 때의 기억을 잃도록 제약이 걸려 있었다. 재영은 당시 자신의 몸 상태를 ‘감기를 앓았다’고만 기억하고 있었다.

상대의 무의식을 조종하는 일이란 매우 어렵지만, 한번 시작하게 되면 그 후 한 발짝씩 더해 가기는 무척 쉬웠다. 형철은 그간 자신의 손에 잘 길든 재영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더? 내가 어떻게 해 주길 원하는데?”

재영의 양쪽 유두에 달린 클립은 얇은 은줄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형철이 줄을 슬쩍 잡아당겼다 놓자, 진동이 전해진 유두가 함께 당겨지며 재영이 하으응, 신음을 흘렸다. 다시 한 번 조금 더 강하게 잡아당기자, 줄을 따라 유두가 끌려 올라가며 재영의 몸도 따라 반쯤 일어났다.

“아아앙……!”

콧소리를 내는 일은 이제 시키지 않아도 자동이었다. 어깨까지 비틀며 느껴대던 재영은 반쯤 벌어진 입에서 맑은 침까지 주룩 흘렸다. 바지 앞에 짙은 얼룩이 퍼져 가는 것을 보니 이미 싸 버린 모양이었다.

형철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저렇게까지 앙앙대는 모양이 신기해서 직접 바지를 벗기고 재영의 몸 곳곳을 만져 가며 한참이나 관찰하곤 했다.

하도 여러 번 구석구석 샅샅이 만지고 살펴보다 보니, 이제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재영의 구멍이 절정의 여운으로 움찔거리는 모양이나 허벅지가 발발 떨리는 정도, 크지도 않은 좆이 뿌연 좆물을 쏟아낼 때 꿈틀거리는 모양까지 모조리 다 손에 잡힐 듯 알고 있었다.

쉽사리 여운에서 깨어나지 못한 재영이 여전히 허리를 잘게 흔들며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형철은 다른 애들이 교실에 들어올 시간을 가늠하며 재영을 자신의 책상 아래로 밀어 넣었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은 재영이 허겁지겁 형철의 바지춤을 풀어헤쳤다.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바지도 풀려고 들기에, 형철의 발이 재영의 어깨를 슬쩍 밟았다.

“네 건 만지지 마.”

“너무해애…….”

비죽거리는 입술이 오물거렸다. 그 입에서 곧 질질 흐르게 될 자신의 정액까지 자동으로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남자의 본능이었다.

형철이 재영의 머리채를 잡아 자신의 사타구니에 파묻게 하자, 재영은 알아서 입을 벌리고 형철의 것을 깊게 삼켜냈다. 재영의 펠라는 상당히 능숙했다. 형철이 더 가르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미 반쯤 일어서 있던 형철의 것이 뜨끈한 재영의 입 안 점막에 마찰되었다. 점차로 부피를 더해 가는 물건이 일어날 때마다 재영이 흐흐흥, 콧소리를 내며 웃었다.

형철은 재영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날이 또렷하게 기억났다. 재영이 엎드린 채 끙끙거리던 모습을 보인 날이었다. 어디가 아파서 그렇다고 애써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재영의 신음은 야했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색스러웠고, 배배 꼬는 허리는 유혹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형철은 자위의 반찬이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쭉쭉빵빵에 나올 데가 지나치게 나오고 들어갈 데는 가끔 안 들어가기까지 한 풍만한 누님들이 아니라, 빈약하고 볼 것 없는 또래 사내놈인 재영이 자꾸 생각났다. 형철의 자괴감은 대단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재영이라니. 예전부터 심심하고 재미없고 존재감도 희미하다고 생각했던 나무토막 같은 이재영이 왜 하필 이제 와서 눈에 들어온 걸까. 재수 생활 중의 일탈이니 뭐니 하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로 왕창 빠지던 머리털을 한 줌은 더 쥐어뜯으며 고민한 지 일주일. 그날도 고뇌에 빠져 하염없이 길거리를 걷던 형철은, 특이하게도 간판이 없는 가게 앞에서 낯익은 인물을 발견했다.

김상훈. 형철과 고등학교는 달랐지만 한눈에 알아봤다.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놈들은 언제나 주변 학교에까지 유명세를 떨치기 마련이었다. 상훈은 형철을 몰라도 형철은 상훈을 알아볼 수 있었다.

상훈이 들어갔다 나온 가게를 유심히 봐 둔 형철은, 상훈이 멀어졌다고 판단하자마자 자신도 가게에 들어가 봤다. 그곳은 형철의 답답함을 해결해 줄 온갖 것들이 다 있는 곳이었다.

음란함을 위해 사용된다는 티를 내는 가지각색의 도구며 어디에 쓰이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기구, 온갖 수상한 약까지 고루 늘어선 가게의 한쪽에서 형철은 눈이 가는 아이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것이라면 재영 모르게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면향’.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마스터는 형철에게 최면을 걸 수 있는 방법을 꼼꼼히 일러 주었다. 유두를 집을 수 있는 클립도 덤으로 끼워 주었다. 형철의 머리에는 다른 이에게 이것을 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직 재영만 떠올랐다.

그렇게 얻은 향을 쓰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렸다. 형철은 최선을 다해 재영과 단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재영 쪽에서 어쩐지 얼굴을 붉히며 며칠이나 형철을 피한 것이었다.

밥을 사 준다든가 스터디를 같이 하자든가 하는 표면상의 이유를 일주일 넘게 이것저것 둘러대 가며 끈질기게 공들인 보람이 있었던 걸까. 마침내 형철은 재영과 칸막이가 있는 카페에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얇은 합판 벽과 커튼으로만 공간이 나뉜, 주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는 카페였다. 아예 둘만 있는 곳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타인의 눈으로부터 분리된 장소이긴 했다.

“이게 집중이 잘되는 방법이라고……. 이렇게 성적을 올린 애들이 많다고 들어서.”

최면향을 꺼낸 형철이 어설픈 핑계를 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영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처럼 귀엽고 청순한 표정이었기에, 형철은 이전에 자신이 봤던 음란하게 헐떡이는 재영은 거짓이었나 하고 순간 생각했을 정도였다.

어쩌지,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형철이 그렇게 생각한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재영이 순간 테이블 아래로 형철의 발을 건드려 왔다.

“안 하고 뭐 해? 궁금한데.”

배시시 웃는 얼굴은 여전히 천진했다. 하지만 테이블 다리인 줄 알고 형철을 건드린 거라면, 어느새 신발까지 벗은 재영의 발이 발목이며 종아리까지 슬금슬금 타고 오르지는 않을 것이었다.

재영의 본심은 역시 음란할지도 모른다. 완전히 자각한 형철이 마음을 다잡았다. 최면 따위를 거는 일을 망설일 때가 아니었다. 얼른 재영의 야하고 음탕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여길 봐. 시선 떼지 말고.”

향에 불을 붙일 때 썼던 라이터가 초 대신 재영의 눈앞에 들이밀어졌다. 재영은 ‘최면이야? 진짜 효과 있는 거 맞아?’하는 말과 함께 발랄하게 까르르 웃었다. 형철이 시키는 대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어쩌나 미리 걱정했던 것은 전혀 필요 없는 일이었다.

“천천히, 숨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천천히……. 그래, 잘하고 있어. 이제부터 10부터 거꾸로 셀 거야. 그때마다 넌 계단을 내려가고……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10……. 9……. 8…….”

처음 시도할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최면이 아주 잘 먹히고 있었다. 재영의 눈은 일부러 꾸며낼 수 없을 정도로 초점이 사라져 있었고, 의식은 이미 날아갔는지 정신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숫자는 끝까지 잘 세야 했다.

“7……. 6……. 5…….”

형철이 세는 숫자가 점차 작아질 때마다 재영은 점점 더 무의식을 헤매는 것처럼 아득한 눈이 되었다. 마침내 1까지 내려왔을 때 재영은 살아 움직이는 인형처럼 눈은 뜨고 있지만 정신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부터 너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형철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재영이 역으로 자신을 놀리려 장단을 맞춰 주고 있다면 어느 한도 이상으로는 응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형철은 처음부터 강하게 질문해 보기로 했다.

“뒤, 뒤, 뒷구멍, 써 본 적 있어?”

순간 재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최면이 안 통한 건가? 오히려 내가 놀림당하는 건가? 형철의 표정이 더 크게 흐트러졌다. 하지만 무의식 상태에 빠진 재영은 부끄러움을 가장하고 있는 것뿐, 정말로 부끄럽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곧 대답했다. 망설임 없는 목소리였다.

“네에.”

형철이 존대를 하라고 명령한 적이 없음에도 재영은 존대가 익숙했다. 그래, 누구든 상대가 있었겠지. 그 상대가 존대를 하라고 사전에 가르친 것일지도 모른다. 형철은 자신이 재영의 음란한 모습을 상상했던 게 자신만의 잘못은 아니었음을 합리화했다.

사내새끼 주제에 뒷구멍이나 쓰고 다니니까, 그러면서 학원에서 그렇게 야한 얼굴로 그렇게 야한 목소리를 내니까 자신이 이런 일까지 하게 되는 거라고. 꿀꺽 마른침을 삼킨 형철이 조금 더 소리를 낮추어 은밀하게 물었다.

“몇 번이나 써 봤는데?”

갸우뚱, 조그만 머리통이 기울어졌다. 깜빡이는 둥근 눈은 횟수를 헤아리는 것 같지 않았다.

“모르겠어요.”

“너무 많아서?”

“네에.”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는 순진한 얼굴은 질문에 대한 답과는 괴리가 컸다. 재영 때문에 고민하느라 쥐어뜯은 머리카락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닳을 대로 닳은 년이라면 자신이 지금 하는 이런 행위도 조금은 면죄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형철은 자신이 하려는 것이 나쁜 생각과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양심을 억눌렀다.

재영의 초점 없는 눈이 형철과 마주하자, 그동안 재영을 반찬으로 삼아 온 형철의 아래가 자동으로 불끈거렸다.

“그럼 첫 경험은 언제야?”

“으음.”

이번에는 정말로 생각하는 것처럼 재영이 도르르 눈을 굴렸다. 그러더니 내놓은 답은 형철을 더더욱 경악하게 했다.

“삼 주 전.”

“그런!”

고작 삼 주 전에 첫 경험을 했으면서, 그사이 대체 뭘 얼마나 해댔길래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는 건가! 형철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범하기도 미안했던 순진한 처녀 재영을 단숨에 싸구려 창녀 이재영쯤으로 끌어내렸다.

“내가 하자고 하면 나랑도 할 거야?”

이번 질문에 재영은 날름 혀를 내어 입술을 스윽 핥았다. 붉은 혀가 느릿하게 입술을 훑고 다시 입 안으로 갈무리되는 모습은 나이보다 좀 더 어리고 귀여운 맛이 있는 재영의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요사스러웠다.

형철의 아랫배에 묵직하게 신호가 왔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테이블 아래에 있던 재영의 발이 이번에는 형철의 허벅지 사이를 슬금슬금 문질렀다. 얘 혹시 최면에 안 걸리고 정신도 똑바로 있는데 나를 놀리는 건가? 형철이 불안하게 재영을 바라보았고, 재영은 꽃받침까지 하곤 방긋 웃었다.

“좆 커요?”

평소 재영의 이미지로 미루어 보자면 저런 저급한 단어를 입에 담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재영은 무의식이 탈탈 털린 상태다. 평소 재영은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저런 단어들로 범벅이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형철은 재영이 말을 할 때마다 엿보이는 입 안 붉은 살에 시선을 빼앗긴 채 조금 멍해져 있었다. 자신마저 최면에 걸린 것만 같은 몽롱한 기분이었다.

그러는 사이 재영의 발이 허벅지를 타고 올라 점점 더 깊은 곳을 건드렸다. 급기야는 이미 팽팽해져 있는 형철의 바지 앞을 발바닥으로 살금살금 문지르기까지 했다.

“와아.”

크기를 가늠하던 재영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형철은 같이 기뻐할 수 없었다. 잔뜩 일어서다 못해 단단해진 좆대가리가 바지를 찢고 튀어나올 만큼 불뚝거렸다. 열리지 않은 바지 안을 답답하게 꿈틀거리는 좆은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속옷 안에서 쓸리고 있었다.

으윽, 소리를 간신히 참은 형철은 같은 남자이면서도 이런 괴로움을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보고 있는 재영을 마주했다.

재영은 테이블 위로 보이는 표정은 전혀 흐트러짐 없이 생글거리면서도, 테이블 아래의 발은 형철의 것을 끊임없이 자극해 댔다. 꾸욱 눌렀다가, 빙글 돌렸다가, 허벅지 위쪽을 야살스럽게 훑기도 했다.

발만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노골적이고 야한 동작이어서 형철은 저도 모르게 헐떡거리며 몸이 앞으로 구부러졌다.

“더 커지네요?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 난 큰 좆이 좋더라.”

후후, 작게 웃은 재영이 발을 꼼지락거렸다. 발로는 버클도, 지퍼도 풀기 힘드니 여전히 옷 위로 문지르는 정도일 뿐이었다. 형철은 더더욱 안타까운 감각에 몸까지 떨었다.

이렇게 두꺼운 청바지가 아니라 속옷 위로 문질러지면, 아니 속옷 안쪽의 맨 피부라면, 그리고 재영도 양말을 벗고 맨발로 자신에게 닿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테이블에 기대다시피 몸을 웅크리고 다리만 활짝 벌린 상태로 재영의 풋잡을 받던 형철이 가쁜 숨을 간신히 삼켰다. 좀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자 지금의 이 수준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형철은 장난이라도 치듯 생글생글 웃는 재영을 향해 ‘명령’했다.

“옷 벗어.”

“…….”

“한 장도 남기지 말고 전부.”

갸우뚱한 재영이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여기서? 라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무리 무의식으로 내려가도, 음란한 망상을 좋아해도 밖에서 직접 벗는 것은 재영의 내심이 원치 않는 일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형철은 조금 더 목소리를 낮추어 최면을 유도했다.

“주변을 봐. ‘벽’이 보이지? 여기는 방이야. 남들이 널 보지 못하는 방.”

아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납득한 재영의 손이 꾸물꾸물 티셔츠를 벗었다. 근육 따위는 찾아볼 수 없이 밋밋하고 미끈하기만 한 몸에서 유독 가슴에만 아주 약간의 살집이 붙어 있었다.

A컵도 안 될 만큼 미약하기 그지없는 볼륨이지만, 얼마나 주물러 댔으면 남자 가슴에 살짝이나마 부피까지 생겼나 싶을 정도였다. 동그랗게 도드라진 재영의 유두는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자기주장을 하듯 꼿꼿하게 서 있었다.

형철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대신 네가 소리를 내면 주변에 다 들리는 방이야.”

“아아앗.”

주변에 들린다는 말에 뭔가를 느꼈는지 바지 버클을 풀던 재영의 손이 헛돌았다. 가만히 보니 재영의 바지 앞도 형철이 흥분한 것 못지않게 불룩하게 부풀어 있었다. 크기는 형철에 영 못 미치지만 느끼는 감도는 전혀 모자라지 않았다.

허겁지겁 지퍼를 내리는 동작에 의해 자극을 받은 것인지, 재영의 속옷 위로 축축하게 물드는 면적이 생겨났다. 내내 재영에게 휘둘리기만 하다 드디어 주도권을 가져온 형철이 재영의 옆자리로 슬쩍 옮겨 앉았다.

“벗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아하다니, 이 음란한 자식.”

“음란……. 저는 음란해요. 그러니까 더 마음껏 다뤄 주세요.”

몽롱한 듯, 황홀한 듯 의식 없는 재영의 시선이 형철을 바라보았다. 형철의 얼굴이 아니라 형철의 바지춤 불룩한 곳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거의 핥다시피 끈적한 눈으로 한참이나 바라보던 재영이 꼴깍 침을 삼켰다.

노골적인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형철의 것은 더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성 경험이 없는 팔팔한 스무 살은 재영의 말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을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핥게 해 주세요.”

“……펠라를 하겠다고?”

“정액 마시게 해 주세요.”

“그, 그러니까…… 여기서?”

“주인님의 끈적하고 맛있는 좆물을 한가득…….”

재영의 말이 길어질수록 당황하는 쪽은 형철이었다. 주변에 소리가 들릴 수 있다고 말했음에도 재영의 목소리는 평소의 톤에서 조금도 조절이 되지 않았다.

재영의 입에서 음란하고 노골적인 말이 나온 순간 주변이 고요해졌다. 벽과 커튼으로 간단한 칸막이가 되어 있다고는 하나 방음은 거의 되질 않으니, 이 칸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변에서 알아챈 게 분명했다.

말짱한 재영 대신 얼굴이 한껏 달아오른 형철이 재영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재영은 야살스럽게 눈웃음을 치며 형철의 손바닥을 핥았다.

으윽. 형철의 놀란 신음이 통하지 않을 만큼 재영은 확실하게 봉사했다. 형철의 손바닥을 말캉한 혀가 몇 번이고 핥더니, 미묘한 수치심과 성감 사이에서 허덕이는 형철을 성감 쪽으로 이끌었다.

손바닥 전체에 퍼진 재영의 타액이 혀끝을 타고 형철의 손가락 사이로 이동했다. 손바닥보다 더 자세히 느낄 수 있는 손가락인지라 반응 역시 더 예민했다.

형철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재영의 혀 온도나 미끄러운 촉감을 더 상세하게 느껴 버렸다. 입이라면 남자와 여자의 구분도 필요 없으니 남자를 상대한다는 일말의 거리낌도 들지 않았다. 형철의 앞섶이 아플 정도로 꽉 죄어들었다.

“윽…….”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좆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니 이제는 튀어 오른 것이 속옷에 쓸려 벌겋게 될 지경이었다. 견디다 못해 형철이 스스로 자신의 바지 앞을 열었다. 지퍼가 내려가기 무섭게, 그간 답답한 바지 안에서 눌렸던 좆이 속옷을 불룩하게 부풀리며 펄떡 튀어 올랐다.

“우와…… 좋아…….”

재영의 눈이 사랑스러운 것을 보듯 형철의 좆을 바라보았다. 물어도 좋다는 명령이 없어서 그런지 아아, 안타까운 신음이 절로 흘렀다. 몸을 배배 꼬던 재영이 형철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 안에 집어넣었다.

헉. 형철이 놀란 숨을 삼켰다. 갑작스레 축축하고 깊숙한 곳까지 손가락이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오싹 떨렸다. 동성 섹스에 어렴풋한 거부감이 있던 형철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무너졌다.

재영은 형철의 손가락을 목구멍 깊이 받아들인 채 펠라를 하듯 조였다 풀었다 봉사했다. 역겨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형철의 당황한 얼굴을 바라보며 생긋 웃더니, 곧 끈적한 타액이 잔뜩 묻은 형철의 손가락을 자신의 속옷 안으로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여기이, 여기 좋아.”

츄릅. 재영이 번들번들한 입술을 핥는 소리가 선명했다. 아까부터 주변이 조용해져 있었다. 다들 이곳에서 뭘 하고 있나 상상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어떤 얼굴로 이 카페를 빠져나가야 할까 고민하면서도, 형철은 이 행위를 멈춰야겠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재영의 속옷 안으로 들어간 손이 생각지도 못하게 아찔한 감각을 일으켰다.

“쑤셔 주세요, 마음껏.”

재영이 이런 말까지 해 대면 형철은 더더욱 거칠 것이 없었다. 열린 장소에서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일반적인 상식이 탈탈 깨져 나갔다. 형철의 손이 재영의 엉덩이 사이로 이끌어졌다. 그곳은 형철이 어렴풋이 생각해 오던 남의 ‘더러운 구멍’이 아니었다.

형철이 바깥 부분의 말랑한 주름을 슬쩍 눌렀다. 재영의 구멍은 스스로 오물대며 형철의 손가락을 빨아들일 것처럼 부드럽게 집어삼켰다. 비록 손가락이지만 남의 몸 안에 저항 없이 삽입되는 감각은 형철이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여자의 구멍보다도 더 짜릿했다.

“너…… 이 걸레 같은 년. 얼마나 붙어먹어 댔으면.”

이런 재영을 위해 며칠이나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형철이 욕설 같은 말을 지껄이는데도 재영은 오히려 하앙! 자지러졌다. 더 느끼는 것 같은 신음을 울리며 몸을 배배 꼬는 게, 욕설로 인해 오히려 느끼는 게 분명해졌다.

구제할 데 없이 음란한 놈이었잖아. 허, 기가 찬 웃음을 뱉은 형철이 한꺼번에 손가락 세 개를 푹 쑤셔 넣었다.

“아아……!”

갑작스러운 침입으로 구멍이 본래의 형태를 잃을 정도로 확 벌어졌다. 그래도 재영의 몸은 제법 유연하게 이완하며 형철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푹 쑤시면 조금은 놀랄 줄 알았건만, 손가락 세 개쯤이야 문제도 아니라는 것 같아서 형철은 좀 더 분했다. 어떻게 하면 이 음란한 암캐 같은 년이 발발 떨지 알 수가 없었다.

“깊어어…….”

흐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느껴 버린 재영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꼭 젖은 것처럼 들렸다. 헐떡이던 재영이 애교를 부리듯 말꼬리를 늘어뜨렸다. 좋아아, 깊어. 칭얼거리는 음란한 말과 함께 아랫구멍이 형철의 손가락을 꼬옥 조여 왔다.

형철의 입에서 또다시 윽, 하는 소리가 터지고 말았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주름이 조밀하게 오므라드는 통에 형철의 손가락 세 개가 재영의 몸 안에 갇혔다. 재영의 내벽은 따뜻하고 부드럽게 형철의 손가락을 오물거렸다.

“이 정도가 깊을 리 없잖아. 더 큰 것도 실컷 먹어 댔지? 이 음란한 암캐 구멍으로.”

형철 역시 점차로 주변에 귀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 갔다. 단어를 거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말하며 요령 없이 여기저기 푹푹 쑤셔 댔다.

형철을 달래듯 재영의 손이 형철의 손목을 붙잡았다. 공공장소에서, 언제든 다른 사람이 커튼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허술한 장소에서, 옷을 다 벗은 채로, 그나마 한 장 있는 속옷 안으로는 다른 남자의 손가락을 깊이 받아들인 상태인 재영은, 몸과는 어울리지 않게 여전히 순진한 얼굴로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여기…… 여기가 좋아요.”

재영의 손이 아무 데나 찔러 대는 형철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돌려 위치를 잡았다. 고환 뒤쪽 정도로 가늠되는 곳이었는데,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열을 가진 도톰한 부분이었다.

여기냐고 확인하듯 형철이 손가락 세 개를 함부로 푹 쑤셨다. 재영은 순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허리가 무너졌다. 꺄으응! 형철의 손에까지 느껴질 정도로 액이 질질 새어 나오기까지 했다.

여자애도 아니고 사내자식 주제에 좀 쑤셔 줬다고 물을 흘리는 건가. 형철이 비죽하게 웃었다.

“뭐야, 여기가 그렇게 좋아?”

형철이 또다시 같은 자리를 쑤시자 재영이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았다. 완전히 소리를 다 막을 수는 없었지만 히이잇…… 하는 작은 신음 정도밖에 새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손가락으로 몇 번 쑤신 정도로도 한 차례 완전히 가 버렸는지 재영의 속옷 앞부분이 끈적끈적하게 무거워졌다. 뒤 역시 배어 나온 애액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기가 막힌 음란함이었다.

“이따위일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따먹는 건데.”

“좀 더…… 좀 더 해 주세요…….”

이미 절정에 달했으면서도 재영은 조금 더, 하고 졸라댔다. 사정의 여운으로 물기까지 어려 몹시 청순해 보이는 한편 음란함도 엿보였다.

형철은 홀린 것처럼 재영의 안을 들쑤시던 손가락을 빼 냈다. 그 대신 아까부터 터질 것처럼 뻣뻣해진 자신의 좆을 풀어 줄 계획이었다.

칸막이로 가려진 좁은 공간 안이어서 많이 움직이기는 힘들었지만, 형철은 재영의 몸을 반으로 접다시피 구부렸다. 재영의 다리 한쪽이 소파 밑으로 떨어지고 다른 다리 한쪽은 형철의 손에 의해 위로 확 들어 올려졌다.

“부, 부끄러워…….”

이제 와서 부끄러운 척해도 통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을 말하면서도 재영의 얼굴은 풀린 것처럼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속옷은 이미 축축해질 대로 축축해져 속옷의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타구니 부분만 옆으로 치운 형철이 곧장 제 커다란 좆을 재영에게 들이댔다.

“수도 없이 많이 해 봤다니까 이 정도쯤이야 쉽지?”

“너무 크면…… 힘든데에…….”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재영의 의식 없는 눈이 빛났다. 형철이 재영의 어깨를 붙잡고 아래에 제 것을 맞췄다. 별로 풀어 주지도 않은 재영의 구멍이 자신의 것을 쑤욱 받아들이는 감각에 몸이 떨렸다. 동정 탈출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작게만 보이던 구멍에 형철의 좆이 빨려 들어가듯 순식간에 깊이 박혔다. 어디 가서 작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는 크기였지만, 재영이 하악하악 몇 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박자에 맞추어 쑥쑥 쉽게 파고들다 보니 혹시 자신이 작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내 형철이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이 작은 게 아니라 이년의 구멍이 헐거운 거다. 그런데 헐겁다는 생각을 지속하기도 어려웠다. 형철의 것을 집어삼킨 내벽이 빠듯하게 조여 대고 있었다.

몸속 깊은 곳에 들어간 자신의 일부가 꾸악 수축하는 내벽에 비벼졌다. 스스로의 손으로 자위하며 꽉 쥐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 느껴졌다.

헉, 형철이 숨을 토하는 것과, 아응! 재영이 신음을 토하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 형철의 것이 전립선 근처를 통과한 모양이었다. 재영의 다리가 형철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형철은 당연하게도 여자애와 하는 동정 탈출을 꿈꿨었다. 긴 생머리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느낌의, 수줍은 흰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상상 속의 또래 여자와 사귄 지 백 일째 되는 날 이벤트를 하고, 혀가 오가는 진한 키스를 하다가, 분위기를 타서 베드인. 딱 동정 남자가 꿈꿀 만한 시추에이션이었다.

하지만 실제 형철의 동정 상실은 달랐다. 짧은 머리에다, 귀엽긴 하지만 어딘지 싸구려 같고, 흰 원피스는커녕 다 젖은 속옷 쪼가리나 겨우 걸친, 또래이기는 하지만 남자였다. 심지어 야외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수준의 카페에서,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기까지 했다.

“씨, 씨발…….”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모든 것이 싫지 않았다. 싫기는커녕 너무 흥분되어 벅차기까지 했다.

상상만 해 봤던 여자애보다 실제로 접해 본 남자애의 몸 안은 더 뜨겁고, 찰지고, 잘 조였다. 엉덩이라서 더럽다는 느낌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입을 막고 신음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끙끙거리는 재영의 모습은 형철이 꿈꾸던 ‘수줍음’과 어딘지 닮은 데가 있었고, 물기가 어려 글썽거리는 재영의 눈은 ‘처음’을 연상케 했다. 물론 영 어긋난 생각이기는 했다.

형철의 허리 놀림은 동정답게 몹시 서툴렀다. 일부러 다른 곳을 찔러 괴롭힌다든가, 재영과 엇박으로 움직이며 주도권을 잡고 놀릴 정도로 다른 짓을 하지 못했다.

형철은 앞서 재영이 여기라고 가르쳐 주었던 바로 그 지점만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힘차게 쳐올렸다. 그때마다 입을 막은 재영의 손안으로 읏, 으흣, 하는 신음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이내 으으응, 으앙, 하는 식의 코끝에서 나는 교성으로 변해 갔다.

“좀, 더, 빨리이…….”

한 손을 형철의 목덜미에 걸친 재영이 헐떡이면서도 작게 속삭였다. 뜨거운 숨이 형철의 귀에 질척하게 달라붙었다.

더, 더어.

그 말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형철의 움직임이 더 급해졌다. 퍽퍽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주변에서 듣고 있다느니, 하는 마음 편한 생각은 날아간 지 오래였다. 짐승처럼 헉헉대는 형철의 숨만 점점 더 가팔라졌다.

재영은 연신 해죽거리고 있었다. 형철의 움직임에 따라 다리가 달랑거릴 때마다 재영의 몸 안이 바짝 조여 왔다. 아아앙,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형철은 재영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섹스를 하는데 소리까지 내지 말라는 건 너무 양심 없는 짓이라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바짝 일어난 재영의 것은 형철의 배에 문질러질 때마다 찔끔찔끔 액을 뱉어내고 있었다. 뒷구멍만으로도 이렇게나 느낄 수 있다니, 성감이 대단했다.

한 가지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오래 참은 형철의 것이 절정 직전에 잔뜩 몰려 있었다. 재영의 구멍에 드나들 때마다 찔꺽거리던 소리는 이제 잔뜩 배어 나온 액을 타고 철썩거리는 물소리로 변해 있었다.

“흐윽, 아, 많이, 많이 주세요…….”

속삭이는 재영의 목소리가 몸 안에 사정해 달라고 졸랐다. 형철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참고 있던 것을 한꺼번에 터뜨리듯 부르르 떨며 재영의 몸 안에 양껏 싸질렀다.

재영이 히이잇! 숨넘어가는 소리를 울렸다. 형철이 질펀하게 뿜어내며 그 여운으로 몇 번 더 허리를 흔들자, 재영 역시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만져 주지도 않은 좆에서 쪼르르 좆물을 토해냈다.

***

최면에서 깨어난 재영은 바로 직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최면 시의 기억은 모조리 잃게 될 거라고 했던 형철의 암시가 잘 먹혀든 모양이었다. 거짓말 같은 효과였다.

재영은 이상하게 목이 마른다고 하는 얘기와, 핫초코를 시켰는데 벌써 왜 이렇게 식어 버렸냐는 둥의 불평을 했다. 어설프게 눈치를 보는 형철이 이상한 것은 알아채지 못했다.

최면술이라는 거, 진짜로 통하는 거구나. 아니, 정확히는 그 간판 없는 이상한 가게에서 샀던 최면향이라는 게 효과를 발휘한 것일 테지. 실제로 효과를 볼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형철은 재영과 자신이 카페를 나설 때 주변 칸에서 커튼이 몇 개나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카페 안에서 음탕한 짓거리를 한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게 분명한 눈초리였다. 그리 곱지 못한 시선도, 자신들도 함께하고 싶다는 식의 노골적인 시선도 있었다.

형철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최면의 효과가 제대로 먹힌 재영은 남들이 왜 자신을 쳐다보는지 몰라 어리둥절한지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저기,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지 않아?”

“어어? 그, 우리가 좀…… 시끄러웠나 보지.”

형철이 애써 태연하게 답했고, 재영은 얼굴을 붉힌 채 그냥 대화만 좀 했을 뿐인데 정말 시끄러웠느냐며 입술을 비죽거렸다.

카페에서 스터디 정도는 많이들 하는 거니까 별달리 시끄럽게 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게다가 주변의 눈길은 소음 공해의 장본인을 보는 눈빛이 아니라 꼭 눈으로 전신을 핥아 내리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재영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옮길 수 없었다. 형철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자신 혼자만 음란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페를 나와 조금 걷는 동안 평상심을 찾은 형철이 재영에게 가벼운 말을 건넸다.

“아까 너 졸던데, 그때 잠꼬대한 것 때문 아닐까?”

“내가 잤어? 아니, 그보다 잠꼬대를 했다고?”

재영이 허둥지둥 되물었다. 형철은 별달리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야한 꿈이라도 꿨나 봐? 그때 큰 소리로 끙끙거려서 사람들이 쳐다봤던 걸지도 몰라.”

야한 꿈, 거기다 끙끙거리기까지 했다고? 재영의 얼굴이 더 달아오를 데도 없이 새빨개졌다.

굳이 꿈으로 꾸지 않아도 야한 일은 일상에서 잔뜩 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뭔가가 모자랐던 것일까. 자신이 꾼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어쩐지 엉덩이 사이가 욱신거리고 끈적거리는 것도 꿈을 꾼 탓일지 모른다. 그래서 재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형철의 시선이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진짜 야했어. 아앙, 하는 소리도 내고…….”

“놀리지 마아.”

부끄럽다는 티를 팍팍 낸 재영이 형철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형철의 입이 저도 모르게 실쭉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야 이렇게 부끄러운 척, 수줍은 척을 해도 실제 재영의 모습이 어떤지 형철은 알고 있었다. 무의식을 파헤쳐 봤으니 재영이 순진한 척하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도 알았다. 그 가면이란 것이 아주 단단해서 평소에는 재영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실제로 수줍어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았다.

“너 진짜 야해. 콧소리도 장난 아니고.”

“자꾸 놀리지? 스터디 하자더니 순 놀리려고 밑밥 깐 거였어.”

“진짠데. 네가 재밌어서 그런 거야.”

형철이 킬킬 가볍게 웃었다. 농담하는 거라고 생각한 재영도 배시시 따라 웃었다.

능욕을 당하면서도 스스로가 능욕을 당하는지 모르는 상태라니. 이 얼마나 배덕한 상황인가. 형철은 평소의 재영과 최면 상태인 재영 사이의 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재영은 재영대로 지금의 상황이 괜찮았다. 깜빡 잠들었다 깬 것처럼 홀연히 사라진 시간 동안 정말로 야한 꿈이라도 꾼 것인지, 몸이 나른하고 뻐근했다. 별일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지만, 끊임없던 욕구 불만 상태가 어쩐 일인지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았다.

***

형철은 기본적으로 소시민이었다. 신경줄도 평범하고 간도 조그마해서 대담한 일을 할 생각은 머릿속으로만 하는 소시민.

처음 카페에서의 관계는 그나마 한 번 정신이 나가서 저질렀다지만, 그 뒤로 형철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자랑했다. 최면향은 잔뜩 있고, 최면에 잘 걸려들지만 의식이 날아간 재영을 데리고 기껏 한다는 행위가 몹시 단순했던 것이다.

자위를 해 보라거나(심심하게도 재영은 별다른 볼거리 없이 앞만 슬슬 흔들어 절정에 달하는 재미없는 또래의 자위만을 보여 줬다. 구멍을 만지기는 했지만 기구가 없어서인지 금방 그만뒀다), 옷을 벗고 춤을 춰 보라거나(야시시한 스트립쇼를 기대했지만 재영의 몸은 나무토막 뺨치게 뻣뻣했다. 침대 위에서 허리는 잘 돌리는데 춤에는 영 재능이 없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재영의 유두를 괴롭히는 동안 펠라를 하게 시킨다든가(이건 그나마 좀 쓸 만했는데, 젖꼭지에 자극이 갈 때마다 재영이 자지러지며 펠라를 같이 중단해 버렸기 때문에 썩 잘했다고 봐 줄 수는 없었다) 하는 정도가 끝이었다.

당연하게도 형철은 그 정도에서 만족하지 못했다. 마음이야 소심하건 어쨌건, 스무 살의 남자는 혈기 왕성하고 정력 역시 빵빵하며 지금까지 봐 온 야동만 해도 몇 테라 정도야 껌이었다. 끝 간 데 없는 섹스 판타지를 풀 수 있는 상대가 생겼는데 언제까지고 얌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곧 형철은 최면향을 더 사러 가게에 들렀다. ‘최면’이라는 기술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마스터에게 조언을 구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답이 들려왔다.

가면을 쓴 마스터는 색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단정한 목소리로 형철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향은 그 상대 한 명에게만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

마침내 오늘이 왔다. 이날을 위해 형철은 예행연습을 일주일도 넘게 반복했다. 만에 하나,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최면에 걸리지 않은 상대가 있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니 연습만 해도 향을 꽤 많이 사용해야 했지만,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투자는 기꺼이 할 수 있었다.

드디어 실행 당일인 오늘, 형철은 재영보다 더 일찍 학원에 도착했다. 망설임 없이 움직인 형철이 교실 사방에 최면향을 피웠다. 실수가 없게 하기 위해 평소보다 아낌없이 팍팍 꽂은 향이었다.

반의 모두를 최면의 범위 안으로 넣는 연습은 몇 번이나 성공해서 더 이상은 걱정할 게 없었다. 이제, 8시 5분에 오라고 세팅해 놓은 몇몇 놈들과, 8시 10분에 오라고 설정해 둔 재영이 제때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재영은 교실에 들어서기 무섭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학원 안에서의 재영은 몹시 조용하고 평범한 보통 남자애였으므로 다수의 주목을 받을 일 같은 건 한 적도 없었다.

다들 자신을 바라보자 반사적으로 찔끔 움츠러든 재영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오늘따라 전부 빨리 왔네…….’라고 중얼거렸다. 아직 9시가 되려면 멀었는데도 일찌감치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였다.

“널 위해서 다들 이렇게 와 준 거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렇게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형철이 나서서 말까지 붙였다. 재영의 긴장이 더 늘었다.

나, 학원에서 뭔가 들킬 만한 짓을 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두근두근하고 스릴 만점인 상황이라니, 이대로 벽에 쾅 밀어붙여져서 모두가 합심해서 나를 붙잡고 마구 범해 줬으면……!

가슴이 뛰는 걸 감추려 손으로 심장 부분을 꾹 누른 재영이 표면상 겁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쳤다. 그때마다 보폭을 크게 한 형철이 단번에 따라잡았다.

“그동안은 나 혼자라 많이 부족했지? 진짜 [크림파이]를 해 줄게. 아, 그 전에 [밀크]부터 마시고.”

키워드가 들려오기 무섭게 움찔거리던 재영의 걸음이 멈추었다. 어깨가 축 늘어뜨려지고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곧 다시 고개를 든 재영은 더 이상 스무 살의 이재영이 아니라 열 살 이재영처럼 어린 목소리를 냈다.

“형아, 재영이랑 놀아 줄 거야?”

재영의 변화를 지켜본 놈들이 꿀꺽 침을 삼켰다.

“야, 이거 진짜 해도 되는 거냐……?”

최면향을 썼다고 해도 겁쟁이 놈들은 여전히 겁쟁이다. 최면에 걸린 와중에도 이런 행동은 안 된다는 지침이 새겨져 있기라도 한 모양인지, 한 놈은 이미 앞을 불뚝 세우고도 머뭇거리며 눈치를 봤다.

그런 주제에 왜 바지까지 풀고 주물럭거리는지. 형철이 놈의 얼굴과 아랫도리를 번갈아 보며 픽 코웃음 쳤다. 형철이 웃자 순진한 얼굴을 한 재영이 방긋 따라 웃었다. 어린애처럼 해맑은 웃음이었다.

“형아가 놀아 줄 거야? 맛있는 거 줄 거야?”

약 한 달에 걸쳐 거듭된 최면과 세뇌는 재영의 입맛까지 바꾸어 놓았다. 최면 상태의 재영은 남자의 정액을 정말로 ‘밀크’ 같은 맛으로 느꼈다. 좀 더 달고, 좀 더 진득한 느낌이라 보통의 우유와는 조금 달랐지만 오히려 더 좋았다.

“재영이, 밀크 주세요. 미이일크으으.”

말꼬리를 죽죽 늘려 가며 어린 티를 내는 재영이 놈의 바지춤에 달라붙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래도 되느냐며 어쩔 줄 몰라 하던 놈이 단숨에 콧김을 씩씩 뿜었다.

바지를 뚫고 터져 나올 것처럼 불뚝거리는 좆이 밀크를 주는 병 정도로 생각되었는지 재영이 까르르 소리 내어 웃었다.

어서, 어서어. 재영이 밀크 주세요오. 재영이 조르듯 발랄한 말투로 칭얼거리며 바지 위를 문질렀다. 좆이 튀어나오기만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재촉하는 덕분에 놈은 몇 번이나 헛손질을 해야 했다.

놈이 바지와 속옷까지 한 번에 쑥 내리자, 이미 빳빳하게 크기를 세운 좆이 재영의 코앞에서 덜렁 움직였다. 꺄악! 재영이 박수까지 짝짝 치며 좋아했다.

“이거 나 주는 거지? 재영이가 빨아도 돼?”

“그래. 깨물지 말고 살살 핥아야 해.”

턱 끝을 살살 매만지며 어린애나 개를 어르는 듯한 말투를 하자, 재영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응! 씩씩하게 대답했다.

혀를 내어 밀크를 조르는 재영의 입 앞에 크기를 세운 좆을 꺼떡거리고 있던 녀석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아앙, 벌리고 있던 재영의 입에 살몽둥이가 대번에 꽉 들어찼다.

이거 커어, 웅얼거리며 혀끝으로 밀어내려는 재영에게 형철이 낮게 속삭였다. 착하지, 입 다물지 말고, 밀어내지 말고.

그 말 때문에 재영은 입을 닫을 수가 없게 되었다. 턱이 빠진 것처럼 다물리지 않고 좆 크기만큼 벌어진 입술 끝에 타액이 질질 흘렀다. 입가를 적시는 침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재영은 무릎으로 기어 놈에게 바싹 밀착했다.

보드라운 혀가 남자의 것을 살살 핥았다. 안 씻고 다니는 놈은 아닌지 어렴풋한 보디워시 향기가 났다. 그 너머로 시큼하고 비린 정액 특유의 냄새도 살짝 올라왔다.

재영은 그간 배운 대로 열심히 밀크 병을 핥았다. 꼿꼿하게 선 기둥의 아랫부분을 따라 할짝거리고, 툭 불거진 핏줄도 꼼꼼하게 핥았다. 혀를 뾰족하게 말아 요도 구멍을 콕콕 쑤시기도 했다.

“윽……!”

짧은 신음과 함께 푸슉,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어이없을 만큼 간단한 사정이었다. 펄떡펄떡 싱싱하게 뛰는 좆이 방향을 가늠하지 못해, 재영의 입 안이 아닌 온 얼굴에 허옇고 끈적한 것을 뿌려 댔다.

아아앙, 작게 소리를 내면서도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한 재영이 얌전히 안면 사정을 받았다. 무겁게 떨어지는 정액 때문에 눈도 뜨지 못한 재영은 느리게 흘러 입으로 들어온 것과 뺨에 묻은 것을 핥았다. 맛있는 것을 맛보듯 재영의 입이 짭짭거렸다.

아직 수그러들지 않은 놈의 좆에 재영이 다시 뺨을 비볐다. 맛있어, 더 주세요오, 다물어지지 않은 턱 때문에 발음도, 타액도, 정액도 다 새고 있었지만 그것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나, 나도.”

“나도 해 볼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무섭게 재수 학원에 처박힌 놈들은 다들 거기서 거기일 정도로 성 경험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남의 손이나 살이 성적으로 닿는 경험 자체가 전무했다.

상상 속에서야 못할 일이 없지만 실제로 타인이 애무를 베풀어 주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놈들은 재영의 피부에 자신의 것을 문지르는 정도만 해도 숨이 가빠 어쩔 줄 몰라 했다.

“착하지, 아까처럼 이것도 물어 봐.”

“여기서도 밀크가 나올 거야. 진한 거.”

갓 스무 살이 된 팔딱팔딱한 좆들은 눈앞에 밥상을 차려주자 알아서 숟가락을 들고 챙겨 먹을 줄 알았다.

“정말? 재영이 밀크 좋아!”

재영은 한꺼번에 들이 밀어지는 두 개의 좆을 양손으로 잡았다. 아무리 밀크가 좋다 해도 한 번에 다 삼킬 수 있는 좆은 기껏해야 하나뿐이었다. 두 개를 한꺼번에 넣는다면 이에 긁히며 아슬아슬하게 드나들 것이었다.

형아, 형아 꺼 커요, 재영이 입 아파. 재영은 머릿속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 탓에 이 정도의 어휘 구사가 전부였다. 그러나 재영의 어설픈 발음과 서툰 말투는 다른 이들이 볼 때에는 유아 플레이에 능숙한 모습일 뿐이었다.

“더 깊이 삼킬 수 있잖아. 어서.”

“우우웅. 진짜 입 아픈데에.”

말과는 다르게 재영은 놈들의 것을 밀어내지 않았다. 양손으로 서로 다른 놈의 좆을 쥐어 요령 좋게 각각 문지르고, 입 앞에서 두 개의 좆대가리를 번갈아 살살 핥아 대며 애교까지 부렸다. 정신이 없어도, 심지어 유아 상태로 정신을 후퇴시켜도 넘칠 정도로 음란한 모습이었다.

형철이 아직까지도 벗지 않고 있던 재영의 바지를 슥 끌어내렸다. 저항이라고는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웅얼거리며 재영이 팬티 보면 부끄러워어, 하는 정도뿐이었다.

몸에 살짝 달라붙는 재질의 바지가 엉덩이에 한 번, 허벅지에 한 번 걸리고는 금세 발목까지 쑥 내려갔다. 재영에게 좆을 내맡기고 있던 놈들은 입 외에도 한 군데의 구멍이 더 개방되자 금세 눈을 빛내며 입맛을 다셨다.

“재영이 이쪽 구멍으로도 형아들하고 놀 거야? 이제 말 제대로 해도 되니까 대답해 봐.”

형철이 재영의 엉덩이를 크게 주무르며 물었다. 완전히 어린애를 대하는 듯한 말투였는데도 재영은 그다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배시시 웃었다. 형철의 손에 가득 잡힌 엉덩이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럼 재영이한테 기분 좋은 거 많이 해 줄 거야?”

유아 퇴행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야살스럽고, 어른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유치한 말투였다. 그 묘한 갭에 한 놈이 씨, 씨발, 못 참겠다! 하고 외쳤다. 재영의 머리채를 끌어당긴 놈이 제 물건을 재영의 목구멍 끝까지 단숨에 콱 처박았다.

“읏!”

커다란 물건에 놀란 재영이 잘게 컥컥거릴 때마다 목구멍이 바싹바싹 조여 왔다. 그 박자에 맞추어 허릿짓을 하던 놈이 길게 신음하며 사정했다. 꿀럭꿀럭한 탁액이 재영의 목구멍 너머로 뿌려졌다. 입 안에 남지도 않고 바로 배 속까지 넘어가 버려 맛이나 비린내에 불평을 할 틈도 없었다.

“죽인다, 진짜.”

놈이 입맛을 다셨다. 가득 채워졌던 것이 쑥 빠지며 재영의 입가에 침과 정액 찌꺼기가 뒤섞인 흰 액체가 흘러내렸다.

“으우. 재영이 놀랐잖아아…….”

콜록콜록, 기침을 할 때마다 푹푹 쑤셔진 목구멍에서 아릿한 통증과 함께 뒤늦은 비린내가 올라왔다. 코끝이 빨개진 재영이 히잉, 원망하는 소리를 내는 것마저 유혹으로 보였다. 당장 그다음의 좆이 물렸다.

이번에는 그나마 대비를 하고 있었던 터라, 혀를 동그랗게 만 재영이 부드럽게 남자의 좆을 자신의 입 안으로 이끌었다. 흘리지 말고 입에 달라고, 형아의 밀크를 달라고 살살 눈웃음도 쳤다. 뜻이 통했는지 두 번째 놈은 재영의 입 안 가득 ‘밀크’를 부어 주었다.

“……맛있어?”

“우웅.”

우물거리며 입 안에서 음미하듯 밀크를 씹은 재영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바람에 더 불끈거린 다른 놈의 것이 또다시 입 안에 들어왔다.

재영은 우유병에서 나오는 우유를 받아 마시듯 턱 아래로 손을 모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입 안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 늘어지는 것을 손바닥에 받아 그것마저 열심히 핥아 먹었다. 아침을 안 먹고 나왔지만 이제는 밀크로 배가 불렀다.

“윗입만 마시면 불공평하니까 아랫입에도 밀크를 줘야지.”

형철이 꿇어앉아 있던 재영의 엉덩이를 쥐고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머리가 낮아지고 엉덩이가 위로 들린 채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재영이 불안정하게 허둥거리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형철이 재영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 안아서 속옷을 허벅지 중간 즈음까지 쑥 내렸다. 얇은 천 조각 안에 감춰져 있던 봉긋하고 통통한 엉덩이가 모두의 눈앞에 드러났다.

“다 삼키지 말고, 반은 뱉어.”

“우우웅.”

아직 안 삼키고 있었던 것을 어떻게 알았던지 형철이 명령했다. 재영은 입 안에 든 사탕을 놓치기 싫은 어린애처럼 도리질했다.

양쪽 눈꼬리를 아래로 축 처지게 만들고 고개만 들어 올려다보는 얼굴은 제법 애처로운 데가 있었지만 형철은 그보다 더 단호했다. ‘얼른.’ 형철이 재촉해도 재영은 아까운 것을 뱉는 대신 우물거리기만 했다.

“말 안 들으면 혼난다.”

어린애를 혼내는 말투와 함께 형철이 볼록하게 융기된 재영의 가슴 돌기를 쥐어 잡았다. 아프게 꽉 비트는 동작에도 재영은 기쁨을 느낄 정도로 예민해져 있었지만, 반사적으로 터지는 신음 때문에 입이 벌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으우우…….”

결국 형철이 시킨 대로 입에 머금고 있던 정액을 반쯤 뱉게 되었다. 아까워 죽겠다는 눈을 한 재영은 아직 제 손에 좆이 더 남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

더 달라고 하면 되겠다. 방긋 웃은 재영이 몇 개나 되는 좆을 만지작거리고 번갈아 입 맞췄다. 얼굴 전체가 끈적하다 못해 이제 목덜미까지 정액이 흘러내려 흠뻑 젖어 있는데도, 재영은 여전히 어린애 같은 표정이라 묘한 배덕감이 느껴졌다.

“재영이 여기도, 이렇게에…… 하으응.”

두 번쯤 연달아 사정을 하고 나자 놈들의 좆은 반쯤 물렁해져 있었다. 그래도 바짝 끌어당긴 재영이 조금 전 꼬집혀 퉁퉁 부어오른 자신의 유두에 미끄러운 좆머리를 문질렀다. 예민한 곳의 피부가 마찰당하는 감각에 놈도, 재영도 함께 몸을 떨었다.

아아앙! 재영이 가느다란 신음을 터뜨렸다. 남자애 같지 않을 정도로 볼록하고 크게 솟아오른 유두 끄트머리가 놈의 귀두 끝 불룩한 부분을 지나 요도구를 스쳤다. 그때마다 아까 다 나오지 못했던 정액이 찔끔찔끔 마저 밀려 나왔다.

곧 다른 녀석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동참했다. 곧 재영의 가슴이 모유라도 흘린 것처럼 하얗게 젖어들었다.

“가슴에서까지 질질 흘리다니. 애라도 가질 셈이야?”

“히이…….”

“아니, 하도 좆물을 먹어댔으니 벌써 애라도 가진 거 아냐?”

남자는 애를 가질 수 없는 게 당연한데도, 그 말이 자극적이었는지 재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속옷 한 장도 없는 맨 엉덩이 사이로 질척한 것이 주르르 흘렀다.

형철은 여봐란 듯 젖은 자리를 손가락으로 푹 쑤셨다. 심술 맞은 행위에 재영의 동그란 엉덩이가 벌어졌다. 발갛게 달아오른 구멍에서 찔꺽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와 재영의 하얀 등골이 파르르 떨리는 광경이 형철에게는 모두 다 또렷하게 느껴졌다. 형철은 이렇게 음탕하고 귀여운 녀석을 장난감으로 삼은 자신을 과시하듯 어깨를 으쓱했다.

“얼마나 붙어먹어 댔으면 이제 손가락 정도는 아무 느낌도 안 나나 보지?”

“아니, 아니야아…… 흐잉.”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면서도 재영의 엉덩이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손가락보다 더 큰 것을 달라고 조르는 것 같았다.

형철 쪽으로 엉덩이를 쑥 내밀고 있는 자세인지라 수줍게 뻐끔거리는 구멍의 모양도 고스란히 내려다보였다. 주름이 천천히 오므라들었다가 스스로 조금씩 벌어질 때마다 맑은 형태의 액체가 주룩 밀려 나왔다.

이럴 때일수록 더 조이라고 나무라거나 엉덩이라도 몇 대 때려 줘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이런 광경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되면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형철이 더 풀어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홀린 것처럼 제 것을 재영의 구멍에 가져다 댔다. 미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완전히 메마른 형철의 것까지 순식간에 적신 재영의 애액이 마치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형철의 것을 쑤욱 집어삼켰다.

“……으읏!”

재영의 의식조차 사라지게 하고 범하는 쪽은 분명 형철인데도, 오히려 형철이 잡아먹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뜨겁고, 쫀득하고, 끈적한 내벽이 형철의 것을 꽉 물고 더 깊이 이끌었다. 흐아아! 기뻐서 못 견디겠다는 듯 솔직해진 재영의 신음이 터질 때마다 형철의 것이 쑥쑥 더 깊이 들어갔다.

“흐아, 아아아……ㅅ…….”

마지막은 거의 불알까지 처넣는 느낌으로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닿았다. 지난번에도 재영과 관계를 가졌던 적이 있는 형철이었지만 이렇게 깊은 곳은 처음이었다.

재영 역시 느끼는 곳을 한참 지나 배 속 깊은 곳까지 들어온 살덩어리를 견디려 허벅지의 근육을 달달 떨었다. 구멍의 주름이 한계까지 확장되고, 뱃가죽 위로 불룩 솟은 것이 보일 정도로 빠듯할 지경이었다.

“좋아? 좋아 죽겠지?”

좋든 싫든 형철이 이제 와서 제 행위를 물러주지는 않았을 것이었지만, 재영은 홀린 것처럼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핥던 다른 놈들의 것이 입 안에서 빠지고 온 얼굴로 정액이 분탕질 쳐지는데도 재영은 마냥 행복한 표정이었다.

반쯤 벌어진 재영의 입에서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침이 뚝뚝 떨어졌다. 누군가가 그것을 받아 좆 위에 문지르곤 재영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재영은 또다시 쪽쪽 소리까지 내 가며 상대의 좆을 성심성의껏 빨았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재영의 가슴만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둥그렇게 솟다 못해 빨갛게 헐기까지 한 유두가 콱 깨물렸다. 흐앙! 날카로운 교성을 터뜨린 재영의 좆에서도 정액이 터져 나왔지만, 그 누구도 재영의 좆에는 신경 써 주지 않았다.

한 명이 어디서 꺼냈는지 노란 고무줄을 내밀었다. 재영의 유두와 유륜까지 한꺼번에 칭칭 묶였다. 볼록 튀어나온 곳을 매만지기 좋도록 세운 모양이었다. 곧이어 재영의 좆뿌리 부근에도 고무줄이 묶였다.

시러어! 재영이 혀 짧은 발음으로 항의했으나, 재영이 스스로 풀려고 손을 대기도 전에 양손이 붙잡혀 남자들의 좆이나 만져야 했다.

“이거 시러, 풀어 줘어.”

“잘하면 풀어 줄게.”

“잘하면……?”

재영이 눈을 깜빡였다. 순간, 몸 안에 들어 있던 형철의 좆이 귀두 끝부분만 남기고 쑤욱 빠져나갔다. 온몸을 관통하는 쾌감에 재영은 조금 전까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잊어버렸다. 피부 구석구석까지 덜덜 떨렸다.

연이어 대비할 틈도 없이 콱, 형철이 더 깊게 치고 들어왔다. 아아앙! 속절없이 함락당한 재영의 조그만 좆에 피가 잔뜩 몰렸다. 아랫동에 묶인 고무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팽창했다. 사정을 하지 못하니 점점 시뻘게진 좆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빵빵해졌다.

“시러, 시러! 풀어주세요오……!”

고개를 젓고 소리를 치느라 다른 이들의 좆을 잘 물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형철의 손이 앞으로 뻗어 왔다.

재영의 것은 있는 대로 잔뜩 발기해서도 형철의 손안에 다 잡히는 사이즈였다. 크지는 않지만 예민한 것이 꾸욱 쥐어지자 재영이 꺄아아아!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사정액 대신 전립선액이 울컥울컥 터져 나왔다. 있는 대로 민감해진 곳에 쾌감과 고통이 함께 들이닥치자 어느 쪽으로 처리해야 할지 뇌가 혼선을 일으킨 모양이었다. 재영의 가랑이 사이는 앞뒤가 함께 질질 흐르는 것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구멍을 잘 놀려서 엉덩이 안에 내 정액을 쥐어짜 내 봐. 가득 담고 안 흘리면 풀어 주지.”

“응, 응……! 잘할, 흐아아, 잘할 테니까아…… 히, 잇……!”

고개를 끄덕이는 것인지, 흔드는 것인지 모를 상태로 재영이 마구 흔들렸다. 이제 양손으로 재영의 허리를 쥐어 잡은 형철이 재영의 몸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철이 나가는 박자에 맞춰 재영의 몸 역시 빼내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형철이 들어올 때면 재영을 강하게 당겨 삽입이 깊어지도록 했다.

재영은 쑤컹쑤컹 소리가 날 정도로 깊이 쑤셔지는 데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몸속 깊은 곳까지 순식간에 길이 트이며 사타구니가 축축해졌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봉사하는 입도 쉬지 못했다. 하도 빨아 대서 입술이 퉁퉁 붓고 혀까지 마비된 듯 얼얼했지만, 달콤하게 느껴지는 밀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재영의 허벅지는 온통 흘러나온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여자가 분수를 싸도 네년만큼 흠뻑 싸지르진 못할 거야.’ 누가 하는지 모를 음란한 말이 쏟아질 때마다 흠칫흠칫 몸이 떨렸다.

재영은 머리카락도, 뺨도, 콧속도, 입 안도, 심지어 벌겋게 부은 가슴마저도 하얗게 젖어 있었다. 유두 끝에, 남의 정액인지 재영 스스로에게서 나온 것인지 모를 뿌연 액체가 한 방울 매달려 있었다.

철퍽철퍽 소리가 날 정도로 쑤셔 대는 형철의 것은 이미 한계까지 딱딱해져 있었다. 재영을 능욕한다는 상황만으로도 사정에 가깝게 몰렸는데 축축하고 따뜻하고 끈적한 몸속을 원하는 대로 꽝꽝 헤집고 있기까지 하니 절정까지 오르는 것은 금방이었다.

“크윽……!”

허리를 부르르 떨며 깊게 박아 넣는 형철을 맞이하듯 재영이 허리를 흔들었다. 입 안이 다른 놈의 좆으로 꽉 차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재영은 차지게 엉덩이를 조였다. 흘리지 말라던 아까의 말을 기억한 모양이었다.

사정의 여운으로 몇 번의 허릿짓을 더 하던 형철은 쫀득하게 물어 오는 구멍에 다시 발기해 버렸다. 재영의 허리를 잡은 형철이 곧바로 2라운드에 돌입했다.

재영이 헐떡헐떡 몸을 떨었다. 음란한 좆뿌리가 묶인 채 정액을 빼내지 못하니 오르가슴 기갈이 올 지경이었다. 구멍은 잔뜩 시달리는데도 사정을 하지 못해 쾌감이 다시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후아아…….”

입에도 좆몽둥이가 가득 들어찬 탓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뭐든 다 할 테니까 제발 고무줄 좀 풀어 달라는 애원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띄엄띄엄한 소리가 이어 붙여지기도 전에 재영의 입은 자위 기구처럼 잔뜩 사용당했다. 뒷구멍은 형철만이 드나들었지만 쉴 틈 없이 쑤셔 오는 탓에 마찰되는 부분에 거품이 일었다.

결국 모두가 두 번씩 빼냈을 때쯤에는 재영의 구멍이 형철의 것으로, 입 안과 배 속은 다른 놈들의 것으로 꽉 들어찬 상태였다. 내키는 대로 재영의 입이며 손, 가슴을 고루 써 왔던 놈들은 더 이상 짜낼 것도 없어진 좆이 물렁물렁하게 늘어져 있었다.

형철이 뒤에서 퍽퍽 쳐올리는 내내 발끝으로 버티고 섰던 재영은 다리에 힘이 다 풀렸다. 재영이 울먹울먹 뒤를 돌아보았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 사이로 허옇고 끈적한 정액이 질질 늘어졌다. 넘쳐난 것이 뚝뚝 흘러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나, 나아…… 풀어 주세요……. 재영이 꼬추 아야 해…….”

“음, 풀어 줘야지.”

고민하는 것처럼 뜸을 들였던 것치고는 꽤 정확하고 긍정적인 대답이었다. 더 애태우거나 아예 안 풀어 주는 상황까지도 생각했던 재영은 눈물 콧물에 정액까지 범벅이 된 얼굴로도 반색을 했다.

재영의 몸은 축 늘어진 채 형철의 팔에 체중을 거의 다 의지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발딱 일어선 제 좆만큼은 똑똑히 보였다. 피가 몰린 채로, 고무줄이 묶여 벌겋게 부은 조그만 좆이 터질 것처럼 움찔거렸다.

얼른 싸지르고 시원해지고 싶다! 얼른 풀어달라는 듯 재영이 꼼지락거리자, 형철은 재영의 부풀어 오른 밑동 부분에 거의 파묻히다시피 있는 고무줄을 잡았다.

“꺄응!”

그것만으로도 재영이 펄떡 튀어 올랐다. 아직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인 형철에게 애교라도 부리듯 재영은 형철의 가슴에 머리칼을 비비적거렸다.

“풀어 주는 게 싫어? 왜 이렇게 움직여.”

“풀어 주세요, 좋아, 좋…… 히잇!”

“가만히 안 있으면 풀기 힘들잖아.”

쉽사리 풀어 줄 생각이 없는 형철이 장난치듯 고무줄을 잡아당겼다 놓았다. 그때마다 재영은 반쯤 숨이 넘어갈 듯 할딱였다. 한계를 넘어선 쾌감에 너무나 예민해져 버려, 고무줄을 풀어주려는 행동마저 성적인 접촉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버린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형철이 겨우 이 정도로도 느끼는 거야? 아무래도 창녀가 천직인가 보군. 하는 음란한 소리를 지껄였다. 재영이 힉힉, 숨넘어가는 소리로 끙끙거렸다.

부러 더 느릿느릿하던 형철의 손놀림 끝에 마침내 고무줄이 벗겨졌다. 흐에에에……. 칠칠치 못한 소리와 함께 반쯤 울고 반쯤 웃는 재영의 입가에서 침이 흘렀다.

자그마한 좆에서 줄줄 흐르는 것은 정액이라고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액체였다. 한 번 하는 사정액이라고 보기에는 그 양이 지나치게 많았고, 액체의 투명도가 높았으며, 그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꼭 오줌이라도 싸는 것 같군.”

형철이 놀린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에요오, 재영이 고개를 저으며 아직 싸지르고 있는 스스로의 좆을 꼭 잡았지만,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탓에 멈춰지지가 않았다.

어린 말투와는 다른 행동에 다른 녀석들의 좆이 다시 힘을 얻어 바짝 일어섰다. 다시 비벼 대려는 놈들을 말린 것은 의외로 형철이었다.

재영의 구멍은 뒤에서 꿰뚫고, 바짝 일어선 좆머리에서는 도중에 멈추지도 못한 액을 질질 싸고 있으며, 온몸은 몇 명의 것인지 셀 수도 없는 정액을 덮어쓴 상태였다.

히죽 웃은 형철이 몽롱하게 흐려진 재영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부딪쳤다.

“자,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으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재영의 눈에 천천히 빛이 돌아왔다. 최면이 끝나면 그간의 기억을 다 잊고 완벽한 보통의 상태로 돌아가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문이었다. 정신을 차리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 상황에서 깨어난 것이다.

재영은 최면에서 깨고도 한동안 멍하니 굳어 있었다. 지금 꿈을 꾸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선 멍한 부유감 때문에 모든 일이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졌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실컷 쑤셔진 구멍이 욱신거리는 이유도, 아직까지도 끝 간 데를 모르고 묽은 액체를 질질 흘려 내는 좆도, 허리를 끌어안고 재영의 등에 잇자국을 남기며 킬킬 웃는 형철의 목소리도, 그리고 재영의 양손과 입술에 문질러지고 있는 여러 개의 좆도 전부 꿈만 같았다.

“이게 뭐야……? 나, 꿈꾸는 거야?”

“놀랐어? 이재영 너는 사실 너도 모르는 사이에 육변기 취급이나 당하고 있었다고.”

자랑이라도 하듯 으쓱하게 내뱉는 형철을 돌아보는 재영의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세상에. 입술만 뻐끔거리고 말을 하지 못하는 재영이 곧 어깨까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형철은 재영의 충격이 컸나 보다 생각하며 아직까지 재영의 구멍에 들어 있던 제 좆을 빼냈다. 안이 하도 잘 젖어 있는 데다 미끄럽기까지 하니 마치 재영이 뱉어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쑥 밀려 나왔다.

“그러게 내 앞에서 야하게 굴지 말았어야지.”

형철이 제법 악당처럼 미소 지으며 재영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토닥토닥 위로인지 뭔지를 건네는 표정이 의기양양했다. 재영은 그런 형철의 품에 고개를 파묻었다. 세상에. 세상에, 이런 미친.

“나, 나쁜 놈…….”

부들부들 떨던 재영이 풀썩 주저앉아 얼굴을 가렸다. 어라, 이건 좀 아닌데? 잠시 당황한 형철이 재영의 앞에 함께 쪼그리고 앉았다. 본성이 음란한 재영이라 금방 즐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올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그나마 눈치는 있어서 ‘너도 즐긴 거 아니야?’ 같은 못된 대사를 치지는 않은 형철이 그 대신 더욱 멍청한 얼굴을 하고 다시 물었다.

“시…… 싫었어?”

“으흑.”

재영은 억울했다. 진짜, 정말, 레알로 억울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최면 상태에서 했느냐고! 내가 제정신으로 즐길 수 있게 해 줬으면 더 좋았잖아! 다 까먹어 버린 게 제일 억울하다고!

하지만 차마 그 말까지 입 밖에 내서 할 용기는 없어서 훌쩍거리고만 있자, 형철이 더욱 얼빠진 목소리로 또 한마디 덧붙였다.

“그럼 이제 그만할까……?”

“……흐어엉!”

더 크게 꺽꺽 우는 재영을 한 번 보고 시계를 한 번 확인한 형철이 이제 정말 난감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였다. 재영은 최면 상태에서 일찌감치 등원했다는 기억뿐이라 정확한 시간을 몰랐지만, 이제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조금만 더 지체했다가는 형철이 미리 부르지 않은 보통의 다른 아이들도, 그리고 선생님도 들어올 것이었다. 잠깐 고민하던 형철은 재영을 달래는 것보다 최면향을 쓰는 게 더 빠르다는 점을 파악해 냈다. 곧, 교실 구석에 놓여 있던 최면향이 추가되었다.

벌거벗은 몸에 정액이 그득하게 묻은 재영은 여전히 교실 한가운데에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 교실에 들어오는 애들도, 선생도 재영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행동했다.

눈가와 코끝과 뺨이 동그랗게 붉어진 재영이 크흥, 코를 들이켜며 고개를 들었다. 보이지만 않을 뿐 소리는 들리는 것인지 재영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던 몇몇이 동그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이들이 갸웃하곤 다시 책으로 고개를 내렸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생각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깨달음이 닥쳤다. 최면향을 통해 교실에서 재영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말은 곧 재영이 모두의 눈앞에서 벗고 흔들고 난리를 쳐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형철이 놀란 재영의 얼굴을 마주하며 씨익 웃었다. 재영은 겁먹은 척 인상을 살짝 찡그렸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타인의 시선 앞에서 온갖 부끄러운 짓을 한다는 수치심은 가지고 있되 더 두려운 현실의 소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 최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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