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난감의 로망 (3/7)

장난감의 로망

옷에 묻었던 얼룩을 닦아 내고 몸을 닦아 정리한 재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상훈이 처음 봤을 때와 거의 똑같이 보통의 여고생 같은 모습이었다.

여고생치고는 키가 조금 크고, 어깨가 조금 넓고, 가슴의 볼륨이 아주 없긴 하지만, 얼핏 봐서는 보이시한 여자애 같은 느낌이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큰 위화감을 느끼지는 못할 정도였다. 그러니 대담하게도 여장을 하고 집 근처를 도는 지하철까지 타고 있었겠지.

상훈은 재영의 어깨를 안아 마치 남자 친구 같은 모습으로 행동했다. 가게까지의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그사이 재영이 도망이라도 쳐 버리면 귀찮게 된다는 판단이었다. 도망친 후에도 찾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수고로움이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재영은 도망칠 생각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짧게 걷는 동안에도 어떻게든 능욕을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으로 머리가 꽉 찼다.

조금 전까지 남자를 물고 있던 구멍 주제에 여전히 천박하게 벌름댄다는 악담을 듣거나, 길거리 한가운데에서 스커트 아래로 상훈의 손이 들어와 구멍을 쑤셔 대거나, 바람이 불어 치마가 완전히 말려 올라가선 자신이 속옷 한 장 없는 여장 변태임을 만천하에 드러내거나 하면 좋겠다거나 하는 등의 상상이었다.

“아아…….”

달콤한 신음 끝에 재영의 걸음이 느려졌다. 허, 기막히다는 소리를 낸 상훈이 재영을 더 꽉 쥐어 끌어당겼다.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옷 위로 엉덩이를 주무르자 재영의 허리가 흐물흐물해지며 상훈의 팔에 매달려 왔다. 신음이야 어떻게 삼키려 하는 모양이지만 흐으읏, 따위의 소리를 내며 부들부들 떨어 대는 것은 지나가는 이들 중 대부분이 한 번쯤 돌아볼 만한 꼴이었다.

어이가 없어진 상훈이 재영을 지탱하는 대신 엉덩이 사이를 꾹 눌렀다. 아니나 다를까, 뭔가가 울컥 배어 나오는 느낌이 났다. 누른 부분이 젖어 가는 느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렇게 야해 빠진 몸과 엉뚱한 생각을 하는 머리통을 가진 재영이 여태껏 저 같은 놈에게 한 번도 안 걸리고 살아온 게 기적이다 싶었다.

“창녀라도 너보다는 조신하겠다. 구멍 주제에 허락도 안 했는데 자꾸 세운다 이거지?”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하다 말하면서도 다리를 꼼지락거리는 것이, 만년발정 같은 좆이 또 선 모양이었다. 거기까지는 길거리에서 해결해 줄 수가 없다.

아니, 해결할 수 있을지도. 입꼬리를 비스듬하게 끌어 올린 상훈이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재영의 옷 위로 구멍을 쿡쿡 찔렀다.

“아, 아앙…… 그건, 부끄러워, 흐으…… 흐아앙!”

입으로는 부끄럽다면서 발정은 사그라지지도 않았다. 정말로 부끄러워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상훈은 이만큼이나 흡족한 상대를 찾은 것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상훈의 손가락이 쿡쿡 찌를 때마다 몇 번이고 가늘게 신음하던 재영이 곧 부들부들 떨었다. 상훈의 팔 안에 늘어진 몸이 학학 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치마에 사정한 모양인지 희끄무레한 것이 두 발 사이로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쓸모없이 질질 흘리기만 하는 구멍은 콱 막아 버려야지.”

“으읏……!”

“말만 들어도 느끼냐? 암캐, 암캐 했더니 암캐보다도 못한 년이군.”

상훈의 말에 또다시 반응해 버린 재영이 기어이 더 걷지 못하고 허리를 구부렸다. 두 번이나 풀어 줄 생각은 없던 상훈이 눈썹을 까딱거렸다.

아무리 재영이라 해도 단시간 내에 또 발기하는 것은 힘들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아랫도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다시 고개를 든 재영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더운 숨을 내쉬며, 물기 어린 눈가가 발개져 있었다. 그 상태로 상훈을 올려다보는 재영의 표정은 손님을 유혹하는 길거리 창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재영은 어지간한 꼴은 다 봐 왔다 자부하는 상훈이 기가 막혀할 정도로 음탕한 놈이었다. 이따위로 앙큼한 망상벽이 있으면서 어떻게 그 긴 고교 시절을 아무 탈 없이 보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음란해서…… 죄송해요.”

가늘게 떨며 중얼거리는 재영은 겉보기에는 분명 애처로웠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온갖 질척한 섹스를 기대하며 엉덩이를 움찔거린다는 것을 상훈은 이제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재영이라면, 보통의 여자들이 너무 괴롭고 아프고 이상한 취향이라고 매도했던 것들을 다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재영은 이제 눈이 반쯤 풀린 채 상훈의 인도에 따라 그저 질질 따라오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묻지 않았다.

상훈은 지금 재영이 정말로 자신에게 딱 맞는 ‘구멍’이 될 수 있을지 실험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 가게’, 간판도 없어 상훈은 저 편할 대로 ‘토이숍’이라고 부르는 가게가 목적지였다.

상훈 같은, 그리고 재영 같은 취향을 위한 수상쩍고 음란한 장난감이 잔뜩 구비되어 있는 곳. 마음에 드는 물건은 구입 전에 미리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혹은 구입한 물건을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때에 따라서는 가게 뒤편으로 몇 개 있는 작은 방을 대여해 주기도 하는 곳이었다.

상훈은 오랜만에 토이숍의 물건을 종류별로 실컷 써 볼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음탕하기 짝이 없는 재영도 겉으로야 어쨌건 속으로는 기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재영은 자신을 데리고 가는 상훈의 발걸음이 점점 더 한적한 곳으로 향함에 따라 속으로 즐거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러다 골목길 너머에서 상훈과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불쑥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그들이 팔을 뻗어 자신을 움켜쥐고, 야외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마만 훌렁 걷어 올려서 사용감이 있어 부어오른 구멍을 비웃고 욕하며 배가 터질 정도로 정액을 한가득 쑤셔 넣어 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이 자동으로 진행되었다. 아주, 아주, 아주 황홀하겠지!

“여기, 다 왔어.”

그래서 재영은 상훈이 자신을 데리고 조그만 가게 앞에 멈춰 섰을 때 조금 실망했다. 간판이 없어 뭘 하는지 모를 가게인 데다 창문까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어 더더욱 미심쩍었다.

여기가 어디야, 입을 열려던 재영이 한순간 스친 생각에 몸을 떨었다. 혹시, 자신은 부끄러워서 그동안 혼자 들어가지도 못했던 성인용품점이 아닐까? 온갖 기구들을 늘어놓고 네 몸에 들어갈 건 네가 고르라고 부끄러운 말을 해 준다면……. 솜털이 바짝바짝 일어날 정도로 오싹했다.

“헐떡거리지 말고 들어가.”

문을 잡은 상훈이 재영의 어깨를 잡아 안으로 밀었다. 재영은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발걸음은 제법 순순하게 안쪽을 향했다.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입구만 1층에 있지 가게 자체는 지하에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이어졌다. 한동안 좁고 구불구불한 계단을 내려가자, 밖에서 보던 작고 낡은 문이 아니라 제법 넓은 형태의 양쪽으로 여는 문이 나타났다.

“여기 뭐야?”

“쓰읍. 존대.”

“여, 여기는 뭐 하는 데예요……?”

“너도 짐작하고 있을 텐데.”

맞다. 짐작하고 있었다.

재영이 수줍은 시늉을 하는 것도 소용없이 상훈이 곧장 정곡을 찔러 왔다. 얼굴만 잔뜩 붉힌 재영이 몸을 배배 꼬았다. 벌써부터 몸 안쪽이 뜨끈뜨끈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는 뜻인지 상훈이 문을 크게 밀어 열었다. 용머리가 조각된 붉은색 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다. 재영은 상훈이 시키기 전에 홀린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신세계다.

재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밖에서 볼 때 작고 낡았겠거니, 어림짐작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깨끗하고 잘 정돈된 넓은 내부가 펼쳐졌다. 우와아, 순수한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가지런한 유리 진열대 안쪽으로 놓인 물건들은 재영이 그렇게나 사고 싶고, 갖고 싶고, 몸 안에 넣고 싶어 했던 물품들로 가득했다.

소심함 때문에 인터넷 주문도 하지 못하고 입맛만 다셔야 했던 전동식 딜도며 안쪽에 돌기가 돋아 있는 애널 마개를 시작으로, 점차로 커지는 구슬이 꿰어진 긴 줄이라든가,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수갑과 채찍이며 양초에 패들까지도 크기별로, 종류별로 보란 듯이 전시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가장 안쪽에 커튼이 내려진 공간이 더 있는 것도 보였다. 원한다면 물건을 미리 사용해 봐도 좋다는 뜻임을 금방 읽어 낼 수 있었다.

얼굴을 잔뜩 붉힌 재영이 유리 진열대 너머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입을 반쯤 벌렸다. 손끝까지 약하게 떨릴 정도로 흥분되었다. 저것들을 뒷구멍에 쑤셔 박고 앙앙대는 상상이 당연하게 이어졌다. 더러워진 스커트 안쪽에 재영의 것이 또다시 문질러졌다.

음탕한 꼴을 보며 조금 웃은 상훈이 마스터, 하고 낮게 불렀다. 사람이 있다는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새 카운터 쪽에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났다.

“또 들러 주셨군요. 오늘은 파트너분도 함께이십니까?”

“꽤 쓸 만한 개가 생긴 것 같아서 와 봤습니다.”

“그럼, 테스트를 위한 룸을 대여하시겠습니까?”

둘의 대화를 모르는 척 물건을 구경하고 있던 재영의 등이 순간 움찔 떨렸다. 정확한 단어의 뜻을 알지는 못해도 전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오가는지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 재영이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팔뚝만큼 커다란 딜도며, 야살스러운 붉은색의 튜브 안에 든 액체를 실컷 써 볼 수 있다는 뜻이겠지. 상상만으로도 오싹거려 잘게 떨고 있는 재영을 마스터가 알아보았다. 가면 안쪽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났다.

“소질이 있으신 분 같군요.”

“잘만 하면 다음 경매에 내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경매……. 벌써 거기까지 생각하셨군요?”

조금 놀란 기색이 느껴지는 마스터가 재영을 위아래로 훑었다. 가면 안에서 번뜩이는 시선이 꼭 물건 따위를 감정하는 것 같았다. 성욕은 느껴지지 않지만 아예 하나의 물건처럼 대하는 건조한 눈빛이었다.

재영의 흥분은 더욱 높아졌다.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움찔거리는 재영에게 성훈이 다가왔다.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척 갖가지 도구만 구경하던 재영은 어느새 상훈의 기척에 잔뜩 집중하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나 보지?”

상훈이 기구 중 하나를 가리켰다. 상훈에게 신경 쓰느라 잘 처리하지 못한 재영의 시선이 하나의 기구에 꽂혀 있었는데, 바로 그 기구를 말한 것이었다.

“……어? 아냐, 아니, 아닙니다.”

“역시 내가 고른 암캐다워. 조금 전 처녀를 뚫리고도 그렇게 큰 좆을 또 갖고 싶어 하다니.”

재영은 상훈이 말하는 기구를 다시 살펴보았다. 길이만도 30센티미터에 가깝고 둘레는 25센티미터에 육박하는 비현실적으로 커다란 딜도였다. 끝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보면 아마도 딜도의 안에 무언가 액체 따위를 넣어서 몸 안에 넣을 수 있는 구조인 것 같았다.

“아, 아니에요…….”

이걸 원한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재영은 흥분한 다리 사이를 오므리려고 필사적이었다. 상훈이 피식 웃었다. 둘을 향해 이번에는 마스터까지 다가왔다.

“안목이 높으시군요. 이번에 새로 들여온 신상품입니다.”

“이런 걸…… 정말로 넣을 수 있나요? 너무 커서…….”

부끄러운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줍음을 가장하는 오랜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얼굴을 붉히고 몸을 배배 꼬는 재영에게 마스터는 습관처럼 작게 미소 지었고, 상훈은 대놓고 비웃었다.

“모든 분이 사용 가능한 물건은 아니지만 손님께서는 가능하실 것 같군요.”

“처녀 주제에 홍수를 터뜨렸던 년이 새삼 모른 척은.”

“그, 그건…….”

새빨개진 재영이 고개를 내저었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인 마스터의 앞에서 천박한 년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부끄러웠다. 동시에 그치지도 않는 흥분에 몸이 달아 죽을 것만 같았다.

가면 안의 담백한 시선이 뜨겁게 변했으면 싶었다.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핥고 눈으로 범해 주었으면 좋겠다. 온갖 기구들을 이용해, 사람이 열 명인 것처럼 연신 능욕해 주면 얼마나 황홀할까……!

“원하시는 대로 사용해 보셔도 됩니다. 다른 것도 골라 보세요. 이런 것도 좋겠지요.”

마스터가 들어 올린 것은 붉은빛의 튜브와는 다르게 살짝 분홍빛이 도는 튜브였는데, 안에 든 젤 타입의 액체가 마스터의 손길에 따라 말캉하게 일그러졌다가 되돌아왔다. 어떤 역할을 하는 물건인지 짐작이 갔다. 흥분제이거나, 최음제이거나,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종류의 약이겠지. 마스터는 그것을 재영에게 내밀었다.

“처음 방문해 주신 귀여운 손님께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제가 받아도 되는 건가요?”

“받아. 너한테 쓸모 있을 테니까.”

분홍색의 젤이 어떤 물건인지 아는 듯 상훈이 권했다. 그제야 재영이 조심스럽게 받아 들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 인사가 어울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은 뒤에 들었다.

후후 소리 내어 웃은 마스터가 안쪽의 커튼을 걷어 보였다. 정말로 아까 그 팔뚝만 한 걸 쓰려고? 재영이 커진 눈으로 상훈을 돌아보자, 상훈이 재영의 귓가에 속삭였다.

“기대하고 있는 거 알고 있어.”

***

룸은 방음재가 제대로 붙어 있어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 걱정 따위는 없어 보였다. 창이 없는 대신 환풍기가 돌아가고, 들어온 문은 안쪽에서 잠글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며, CCTV 등은 일단 없는 것 같았다.

벽과 테이블에는 적당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기본적인 도구가 갖추어져 있었는데, 한쪽에 목마까지 있는 것을 보면 기본 도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재영이 골랐던 팔뚝만 한 딜도는 침대 위에 곱게 놓여 있었다.

“뭐 해?”

상훈이 까딱 고갯짓했다. 재영은 그의 시선이 자신의 옷자락에 머무는 것을 눈치챘다. 벗으라는 뜻이겠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던 이전의 경고대로 상훈은 첫 한마디 이후로 추가적인 소리 없이 재영을 위아래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속옷이 없는지라 별로 벗을 것도 없지만, 재영은 혹시라도 주인님의 기분이 상할까 봐 허겁지겁 치마와 셔츠를 차례대로 벗어 떨어뜨렸다.

가릴 곳 하나 없는 밋밋한 몸뚱이가 밝은 조명 아래 고스란히 드러났다. 새삼스레 얼굴이 달아올랐다. 망상 속에서야 얼마든지 울고불고 헐떡이며 즐기지만, 현실은 조금 더 부끄러웠다.

볼품없는 몸을 한 주제에 구멍만 천박하게 벌름거린다고, 이딴 흔해 빠진 몸을 보면서 세울 수나 있겠냐는 힐난이 떨어질 것 같았다. 아아, 오싹오싹해…….

“누가 가려도 좋다고 했지?”

“죄송합니다.”

슬그머니 일어나는 앞을 가린 재영의 손을 치우게 한 상훈이, 좆과 동시에 발딱 일어난 재영의 가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잖아도 남들보다 조금 큰 느낌의 젖꼭지가 약간 차가운 공기와 상훈의 찌르는 듯한 시선에 반응해 완전히 볼록 솟아 있었다. 뾰족하게 서서 유혹하듯 떨리기까지 하는 것을, 성큼 다가온 상훈이 꾹 짓눌렀다.

“으아응!”

아픔은커녕 달콤한 콧소리만 새어 나왔다. 재영은 상훈이 조금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벅지가 달달 떨리다 못해 가랑이 사이가 축축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만하면 가슴만으로도 갈 수 있겠군.”

“그건…….”

움찔 떤 재영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가슴만으로 가는 동영상이야 재영도 몇 번이고 본 일이 있다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아직 경험이 적어 시도를 몇 번 안 해 본 탓도 있겠지만, 재영은 가슴을 괴롭히는 일에 더해 뒤나 앞의 자극도 어느 정도 동반되어야 사정이 가능했다.

그럼 이제 변변치 못하다고, 잘하는 것 하나 없냐고 매도당하는 걸까! 가슴으로만 갈 수 있게 만들어 주겠다고 쥐어뜯고 약물이라도 주사당하고 강제로 가슴이 키워지면……!

재영의 반응을 알아챈 상훈이 낮게 웃었다. 상상력이야 판타지 수준이지만 뭐, 그것도 나름대로 길들이는 맛이 있겠지.

“뒤돌아서 엉덩이 벌려.”

“네.”

이번 명령은 알아듣기 쉬웠다. 재영은 얼른 뒤돌았다. 벌써부터 구멍이 벌름거렸다.

엉덩이를 벌리기 위해서는 다리가 먼저 벌어져야 했다. 슬쩍 벌어진 다리 사이에 공기가 통하며, 그것만으로도 민감해져 수치를 느낀 좆이 찔끔찔끔 액을 내뱉고 있었다. 상훈이 명령하기 전에 싸지르면 또 야단맞을 텐데, 그 야단마저 기대가 되니 큰일이라면 큰일이었다.

첫 경험부터 강렬한 상황을 겪었던 재영은, 앞으로 자신은 더더욱 강한 상황이 아니면 이만큼 흥분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짐작했다.

“뭘 꾸물거려?”

“죄송합니다.”

재영이 고등학생 시절에 알던 상훈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는 말 한번 섞어 보지 않고 젠틀맨이라고 지레짐작했지만, 오늘 상훈과의 대화 내용에서 재영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죄송합니다.’였다. 그게 아니면 ‘네.’하는 단순한 대답이었고. 상훈이 자신을 완전히 구멍노예 취급하는 것 같아 재영의 아랫배에 또다시 열기가 몰렸다.

이렇게나 자신의 로망을 잘 알아주는 주인님이라니.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삼 년 내내 욕구 불만으로 밤마다 이불을 물어뜯으면서 자지 않아도 됐을 텐데! 친구 놈들과 야동을 돌려 볼 때 남자 배우가 제게 박아 주는 상상으로 자위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재영은 현재 뒤돌아선 상태이기에 자신이 이렇게 발기하고 있음을 상훈의 눈앞에서 보이지 못했다. 조금은 다행이고, 조금은 아쉬웠다.

허리도 앞으로 굽힌 재영이 양손으로 스스로의 엉덩이를 쥐어 활짝 벌렸다. 상대방의 눈앞에 구멍의 상태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자세였다. 기대와 수치와 모욕감으로 살짝 벌어진 구멍이 움찔거렸다. 난폭하게 첫 경험을 빼앗긴 탓에 약간의 상처를 입고 벌겋게 부어 있긴 했지만 아주 고통스럽거나 저 황홀한 기구를 못 쓸 것 같지는 않았다.

상훈의 손길이 오물거리는 구멍을 쿡 찌르는 순간, 내내 재영의 머릿속을 채우던 음란한 상상이 뚝 멈췄다.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해 대는 이상으로 상훈이 자신을 즐겁게 능욕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훈이 손가락 끝부분을 쑤욱 집어삼키는 재영의 구멍을 요령 좋게 쑤석거렸다. 그때마다 질척이는 소리가 나며 물이 배어 나왔다. 재영이 스스로 젖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이는 것이었다.

“뭘 먹여 줘도 좋아하니 벌은 아무것도 안 먹이는 걸로 해야겠군.”

“잘못했어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도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무것도 안 넣어 주는 벌은 확실히 재영을 가장 두렵게 했다. 한 번 좆맛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빼앗아 버리는 것만큼 가혹한 일은 없었다.

무심코 한마디 던진 말에 크게 반응하는 재영이 썩 마음에 든 상훈은, 아까 마스터가 재영에게 줬던 분홍색 젤 튜브를 한 손으로 요령 좋게 열었다.

“힘 줘. 흘리면 벌 받을 줄 알아.”

“네에……!”

젤 형인 데다 몸 안에서 흡수되는 종류이니만큼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흐를 일은 없지만, 재영은 거기까지 알지 못했다. ‘벌’까지 들먹이니 재영은 당장 튜브를 넣은 것도 아닌데 있는 힘껏 엉덩이를 조였다. 상훈의 손가락을 끊어 먹을 것처럼 잔뜩 힘이 들어가, 주름이 선명하게 오므라드는 모양이 똑똑히 보였다.

으으, 소리를 내며 힘을 주는 재영의 구멍을 몇 번 쑤석거리던 상훈이 손을 뺐다. 완전히 빠져나가자 주름이 오물거리며 다시 꽉 다물렸다. 빈틈 하나 보이지 않을 그 곳에 상훈이 다시 엄지손가락을 힘차게 쑤셔 넣었다.

“윽!”

잔뜩 힘을 주고 있던 곳이 강제로 열렸다. 재영이 한 박자 늦게 힘을 뺐지만 상훈에게는 재영을 가지고 놀 좋은 핑곗거리였다. 상훈이 재영의 엉덩이를 짝 소리가 나게 후려쳤다.

“힘주라고 했지! 벌써부터 이렇게 헐렁거리는 암캐한테 좆은 못 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재영이 다시 힘을 주기 시작하자 상훈의 손가락이 빠졌다. 뽁, 소리가 나는 바람에 재영의 귓가가 달아올랐다.

이번에 주름을 꿰뚫은 것은 젤 튜브의 입구였다. 둥글고 차갑고 딱딱한 것이 밀고 들어오자 재영이 등골을 움찔거렸으나, 조금 전 상훈에게 혼난 탓인지 이전보다 빠르게 다시 힘을 주어 오므렸다.

성분을 알 수 없는 액체가 재영의 몸 안을 파고들었다. 차가움에 흠칫거리자 또다시 엉덩이를 짝 얻어맞았다.

“누가 암캐 아니랄까 봐 벌써부터 벌름거리네.”

“죄, 죄송…….”

“이제 뺄 건데,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저기다 묶어 둘 거다.”

상훈이 가리킨 곳에는 나무 재질의 목마가 있었다. 어린애들이 타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목마는 바닥 부분이 곡선형으로 둥글게 되어 있어 흔들의자처럼 흔들리는 형태였는데, 안장 부분에는 보기만 해도 오싹 떨릴 만큼 흉물스러운 모조 성기가 달려 있었다.

저런 데에 뚫리면 분명 참지 못할 거야. 질질 싸게 될 거야. 정액이고 오줌이고 가릴 것 없이 배 속이 텅 빌 때까지 마구 울면서 싸지르겠지…….

상훈은 재영의 뒷구멍에 절반쯤 쏟아 넣었던 젤 튜브를 뺐다. 절반 남은 양을 재영의 회음부와 양쪽 유두 등에 적당히 나누어 부었다. 붉은색 튜브처럼 최음 성분이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종류이니 어쩌면 재영에게는 이쪽이 더 잘 맞을지도 몰랐다.

판타지 야동에서나 보던 드라마틱한 최음 효과를 기대했던 재영에게 지금 쓰인 분홍빛 젤 튜브는 별다른 효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재영이 즐겨 보던 영상에서는 액체를 조금 뿌린 것만으로도 허리가 무너지고 숨을 헐떡이고 다리를 활짝 벌려서 아무에게나 제발 좆을 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효과가 굉장하던데. 아, 그건 적당히 연기로 꾸며 낸 거였나…….

“또 다른 생각 중이군.”

“악!”

상훈의 커다란 손바닥이 엉덩이를 찰싹 때려 오는 순간, 재영의 몸이 펄떡 튀어 올랐다. 이전까지는 짝짝 소리가 나게 맞았어도 조금 떨고 말았는데 지금은 달랐다. 순간 눈에 불꽃이 팍 튈 정도로 아파서 비명이 절로 터졌던 것이다.

부들부들 떠는 재영을 보면서도 상훈의 손길은 가차 없었다. 짝, 짝, 짝, 후려치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재영은 진심으로 도망치려는 듯 발버둥 치고 몸을 흔들었다. 생리적으로 넘쳐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죽을 만큼 아픈데, 동시에 죽을 만큼 좋아서 허리가 절로 흔들렸다.

“음탕한 구멍이 잠시라도 좆을 물지 못하면 허튼 생각을 하는군.”

“아! 아아악! 아파…… 아파요! 주…… 주인님!”

주인님 소리에 잠시 멈칫했던 상훈이 곧 다시 더욱 매섭게 손을 놀렸다.

“아프다고 하면서 왜 좆은 계속 세우고 있는 거냐.”

그 말에 반박할 수가 없는지 훌쩍거리는 울음소리만 들렸다. 그러면서도 재영은 불뚝 일어선 제 것을 어딘가에 비벼 대고 사정하고 싶어서 온몸이 뒤틀렸다. 공기 중에 흔들리기만 하는데도 크지도 않은 좆에서 끈적한 것이 끊임없이 넘쳐났다.

성적인 접촉 따위는 하나도 없이 엉덩이를 맞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질질 싸 대다니, 이거야말로 변태 노예가 아닌가.

“네 헐렁한 구멍에는 발정기 수캐라도 붙여주고 싶군. 때리기만 해도 이렇게 벌렁거리다니.”

“아아…… 저, 정말로 아프, 악! 아악!”

“아프다고 훌쩍거릴 거면 구멍이라도 움찔대지 말고 조신하게 굴어 봐.”

맞는 재영은 몇 대나 맞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이렇게 아프다면 이미 수십 대는 맞았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그러나 상훈은 힘을 조절해 가며 꼭 열 대를 채워서 때린 참이었다.

아프다고 소리소리 지르다가 결국 한 차례 사정까지 한 재영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상훈이 침대로 이끌었다. 물론 침대에 눕혀 주는 것은 아니었다. 침대 아래 바닥에 앉은 채 상체만 침대에 엎드리듯 걸치게 자세를 잡았다.

시트에 가슴이 쓸린 재영이 아읏, 달콤한 소리를 냈다. 감각을 증폭시키는 젤이었던지라 고통 역시 수 배로, 그리고 쾌감 역시 수 배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네 음란함은 구제 불능이야. 그렇게 비명을 질러 댔으면서 이건 뭐지?”

그렇게 말한 상훈의 손가락이 재영의 구멍 근처를 훑었다. 끈적하고 음탕한 냄새를 내는 액체가 묻어 나왔다. 질척거리는 액이 구멍만 적신 게 아니라 넘쳐나서 밖으로까지 흘러내린 것이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재영이 고개를 저으며 그건 젤…… 하고 중얼거렸지만 상훈이 들어 줄 리 없었다.

“이게 젤이라고? 변명도 싸구려 창녀 같군.”

피식 웃은 상훈이 재영의 구멍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던 액을 손바닥으로 쓱 훑었다. 하앙, 신음을 내지르는 재영의 입에 스스로의 애액과 정액이 섞인 액체가 처넣어졌다.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감을 느껴 고개를 젓던 재영은, 곧 상훈이 아까부터 아플 정도로 바짝 일어나 있던 유두를 쥐는 통에 저항이 무너졌다.

“흐아아앙!”

둥글게 부푼 유두가 힘차게 쥐어 짜이며 온몸에 전류가 통하는 것과 같은 쾌감이 내달렸다. 흐, 아아, 아아앙! 재영이 연신 비명인지 헐떡임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시트에 제 좆대가리를 비볐다. 어딘가 넣을 데도 없는 주제에 꼴에 남자라는 것인지 서툰 허리 놀림이 보였다.

정신없이 끙끙거리는 재영의 고개를 쥐어 올린 상훈이 손에 묻은 애액을 내밀자, 재영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몽롱하게 풀린 눈을 한 재영이 순순히 혀를 내어 상훈의 손바닥을 핥았다.

“네 물맛이 어때?”

“달콤해요…….”

“그럼 이것도 먹어.”

사정을 했는지도 몰랐는데 재영의 사정액이 어느새 시트에 묻어 있었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상훈이 손가락으로 문질러 재영의 코앞에 가져다 댔다. 정액 특유의 비린내가 나는데도 재영은 자각하지 못하는 듯 쾌감에 멍청하니 풀린 얼굴이었다.

이번에도 혀를 낸 재영이 상훈의 손을 할짝거렸다. 부드러운 혓바닥이 상훈의 손바닥과 손가락을 구석구석 샅샅이 정성스럽게 핥아 나갔다.

상훈은 달리 가르치지 않아도 플레이에 제법 잘 어울리는 꼴의 재영이 흐뭇했다. 크게 웃고 싶은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최근 들어 내내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만 하는 바람에 쌓여 왔던 욕구 불만이 지하철에서 재영을 만나고부터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속마음이야 어쨌건 겉으로 상훈은 철저한 주인님이었다.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해서, 나중에는 어떤 플레이라도 능숙하게 받아들이는 진짜 암캐로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누가 허락 없이 싸도 된다고 했지?”

“죄송해요!”

서늘한 말투에 겁먹은 재영이 단숨에 움츠러들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풀려 있던 눈동자에 공포로 인해 약간의 빛이 돌아왔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안 넣는다는 말씀은 말아 주세요…….”

안 넣는다고 지나가다 흘린 말에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이번에도 그 소리였다. 하긴, 저만큼 끼가 있는데 참으라는 명령을 듣는 게 무섭기도 할 것이었다. 상훈은 오늘 하루만도 몇 번을 싸질렀는지 벌겋게 부어오른 재영의 것을 콱 움켜쥐었다.

“쓸모없는 물건이 질질 싸지르기만 해 대니 아주 뽑아 버릴까?”

“그건…… 아, 아아아……!”

상훈이 아프게 힘을 주어 기둥과 방울을 한꺼번에 압박하기 시작하자, 부들부들 떨던 재영의 눈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뒤로 휙 넘어갔다. 몸이 축 늘어졌다. 고통과 쾌감이 뒤섞여 몸에서 받아들일 한도를 넘긴 순간 기절해 버린 모양이었다.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푹 엎어져 버린 재영을 내려다보던 상훈이 짧게 혀를 찼다. 모든 면이 다 괜찮은 놈은 없다는 말처럼, 아주 마음이 잘 맞는 플레이 파트너가 되리라 생각한 재영은 체력이 조금 모자란 것 같았다.

다음부터는 어떤 쾌감이 닥쳐도 기절만큼은 못 하도록 길들여야겠다. 아예 정신줄 놓고 개처럼 헐떡거리고 앙앙 소리 높여 울면 모를까, 이렇게 축 늘어져 버리면 자신도 재미가 없어지니까.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다. 기절했을 때는 이 나름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상훈이 방 안을 가득 채운 갖가지 도구들을 훑어보았다. 재영이 직접 고른 딜도는 나중에 제정신을 차렸을 때 직접 쓰게끔 해 주자. 그러면 그동안 무슨 장난을 해 볼까.

상훈의 손이 분주하게 물건들을 챙겼다. 털이 잔뜩 달린 바니걸 같은 수갑과, 다리를 M자로 벌려 고정시킬 수 있는 족쇄, 그리고 배 속을 채워 줄 구슬이 잔뜩 달린 고양이 꼬리에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관장액까지, 이 작은 방에 다 있었다.

***

재영은 배 속을 가득 채운 이물감에 눈을 떴다. 아까 같은 강렬한 고통과 쾌감은 처음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까무룩 정신을 놓아 버렸는데, 다시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이번에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한 번 더 같은 상황에 놓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기대감으로 몸이 떨렸다. 재영은 타고난 마조에 서브 체질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깼군.”

“죄송…….”

죄송해요, 입에 익은 말을 하려던 재영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았다. 아직 젤의 기운이 다 안 가신 탓인지 잔뜩 예민해진 피부는 상훈이 오갈 때마다 바람이 일으켜지는 정도에도 오싹거렸다. 차마 상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던 진성 노예 재영은 스스로의 꼴을 내려다보았다.

“어, 이게 뭐지?”

팔만 움직이려고 해도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위로 들어 보자, 분홍색 털로 장식된 수갑이 자신의 양 손목에 걸려 있었다. 수갑의 가운데 부분은 쇠사슬까지 연결되어 있어 재영이 움직일 수 있는 거리를 대폭 제한했다. 그럼 혹시 발목도?

히잇, 소리를 낸 재영이 몸을 움츠렸다. 당연히 움츠려지지 않았다. 손목의 수갑은 장식 느낌이 강했던 데에 반해 발목에는 손목보다 배는 튼튼해 보이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봉에 족쇄가 고정된 형태였기 때문에 재영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정 거리만큼 자동으로 다리가 벌어졌다. 어깨 넓이보다 조금 더 넓게 활짝 벌어진 다리는 상훈에게 재영의 아랫도리를 훤히 내보이는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부, 부끄러워! 수치심에 몸을 떨면서도 재영의 얼굴은 기대감에 발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으니 아랫도리가 또다시 꿈틀대며 일어나는 모양까지도 감춰지지 않았다. 상훈은 고정으로 끝이 아니라는 듯 무언가를 더 손에 들고 있었다.

“아, 그거…….”

“관장액이지.”

상훈은 정말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재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별게 다 갖추어진 룸이었지만 화장실만큼은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룸 한쪽 벽면에 세면대와 변기가 있긴 했지만, 문도 벽도 없이 뻥 뚫린 장소에 덜렁 변기가 있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여, 여기서 할 건…… 아니죠?”

“너무 좋을 것 같아서 그래?”

키득거리고 웃은 상훈이 손가락만 한 길이의 튜브를 들고 다가왔다. 물을 몇백 ㏄쯤 넣거나, 비눗물이나 글리세린 따위를 쓰거나, 심지어는 배 속에 오줌을 싸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판에, 재영은 오히려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두려움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거 하면…… 다 보이는데…….”

“공공장소에서 여장이나 하고 팬티도 안 입고 다니면서 남자한테 엉덩이나 흔드는 암캐 주제에 아직도 부끄러움이란 게 있단 말이야?”

그 말에 재영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여장을 하고, 속옷 한 장 없이 팔랑팔랑 돌아다니는 자신을 누군가 발견해 능욕해 주길 바란 망상은 분명히 있었다. 이것 보라고, 변태 자식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아무렇게나 다뤄지길 바라기도 했다.

입이며 엉덩이가 다물리지 않도록 질펀하게 당해서 온몸에 정액을 질질 흘리는 상상은 했지만, 싸 내는 것이 정액이 아니라 그, 그, 그것이라고는……. 그건 예상보다 훨씬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조금 움츠린 재영은 그러면서도 ‘싫다’거나 ‘하지 말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일어선 좆 역시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다. 다 큰 성인 남자가 사지 멀쩡한 상태인데도 남의 눈 앞에서 강제로 배설해야 하는 상황마저 재영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인 모양이었다.

어쩌면 지금은 여기가 한계의 끝인지도 모르지. 상훈은 재영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조금씩 늘려 갈 생각만으로도 자신의 바지 앞이 팽팽해짐을 느꼈다.

“힘주면 찢어서라도 넣을 테니까 알아서 힘 풀어.”

“부, 부끄러운데…….”

이번에 말한 ‘부끄럽다’는 수줍은 척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퍼드득 떤 재영이 다리를 오므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미 다리가 고정된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다가온 상훈이 관장액의 뚜껑을 열었다.

“익숙해지면 더 많이 넣고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될 거다.”

그 말과 함께 튜브형의 부드러운 플라스틱 용기 안에 들어 있던 관장액이 재영의 몸 안에 쏟아부어졌다. 젤과는 다르게, 물에 가까운 느낌이어서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았다. 다리까지 벌리고 있으니 까딱하면 샐지도 몰랐다.

재영이 더 힘주어 뒤를 조이자, 좁아진 몸 안쪽에 관장액이 온통 다 닿았다.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감각이 생소했다.

흐으으, 작게 우는 소리를 낸 재영이 작게 꿈틀거렸다. 이런 자신의 모습마저 하나하나 핥을 듯 모조리 눈 안에 두고 있는 상훈을 보며 또다시 흥분하고 있었다. 자신을 철저한 장난감이나 변기쯤으로 취급하는 시선에 젖꼭지가, 좆이, 그리고 구멍 안이 욱신욱신 기쁘게 울렸다. 완벽한 주인님을 얼른 받아들이고 더 심한 욕을 듣고 더 강하게 능욕당하고 싶었다.

“꽤 잘 버티는 것 같으니까 상을 주지.”

상? 되물으려고 벌린 입은 헉 하는 소리밖에 새지 않았다. 꽉 오므라든 주름에 무언가가 닿아 왔다. 딱딱하고 둥근 물체였다.

“너, 넣으면!”

넣는다는 핑계로 잠깐이라도 벌어지면 그 틈으로 액체가 쏟아질 것 같았다. 재영이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다고 해서 멈춰 줄 상훈이 아니었다. 상훈은 철저하게 재영의 아랫구멍에만 관심을 갖는 태도로 구슬 하나를 집어넣었다. 손톱 크기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구슬인데도, 그것이 들어오는 순간 액이 새지 않을까 재영은 극도로 긴장했다.

“마개가 필요할 거다.”

지금 들어온 콩알만 한 구슬은 마개 노릇을 하지 못할 텐데?

재영의 생각을 읽은 듯 작게 웃은 상훈이 그다음 구슬을 밀어 넣었다. 처음 것보다 크기가 조금 더 컸다. 히이익. 이번에도 벌벌 떨며 어떻게 잘 받아들이자, 세 번째 구슬이 또 들어왔다. 크기가 두 번째 것보다도 조금 더 커져 있었다.

“자꾸 넣으면…… 쏟아져요…….”

“괜찮아. 참을성 없는 개가 싸지르는 정도일 테니까.”

시원스럽게 답한 상훈이 구슬 하나를 더 밀어붙였다. 네 번째 구슬은 세 번째 것보다도 좀 더 컸다.

이러다가 뒤가 닫히지 않게 되면 어쩌지? 이 자리에서 질질 싸 버리면 어쩌지? 그러면 인간이 아니라 정말로 암캐일 텐데.

상상만으로도 재영의 온몸은 쾌감의 끝까지 다다랐다. 히이, 히이이,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재영의 것이 착실히 부피를 더해 갔다. 구슬은 다섯 개까지 꾹꾹 눌러 들어오고서야 멈췄다.

속에 관장액과 구슬을 넣고 기다리는 10분이 10년 같았다. 재영이 제 아랫배를 움켜쥔 채 벌벌 떨었다.

이런 데서 싸지르면, 탁 트인 장소에서, 남의 눈 앞에서 냄새나는 걸 질질 싸게 되면 정말로 인간 이하일 것이다. 말로만 암캐, 암캐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개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겠지……. 아, 그래도 여장을 할 때면 로망을 떠올리면서 일단 속을 씻어 내기는 하니까 냄새는 좀 덜 나려나.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는 생각을 할 때마다 재영의 엉덩이가 잘게 흔들렸다. 가장 안정적인 자세를 잡기 위해 움직이다 보니 자동으로 웅크리게 된 것이었다.

재영은 자신의 뒤로 들어간 다섯 개의 구슬이 잘그락거리며 부딪칠 때마다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뭉툭하고 매끄러운 면이 액과 섞여 내벽에 비벼질 때마다 기절할 만큼 기분이 좋기도, 그리고 잔뜩 참았던 오줌을 싸기 직전처럼 기분이 좋기도 했다.

“흐윽, 아…… 제, 제발.”

“아직 2분 남았어.”

“가게…… 가게 해 주세요…….”

재영은 시키지 않아도 상훈의 마음에 들 만큼 기가 막히게 잘 애원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꼴로, 주인님, 허락해 주세요, 말하고, 상훈의 발치까지 기어 와, 상훈의 발등에 스스로의 뺨을 비비며 발목에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더 시킬 것이 없을 정도로 근사한 모습이었다.

이미 관장의 효능이 나타날 10분이 다 되었다. 조금 더 재영의 꼴을 지켜보려던 상훈은 재영의 꼴을 보며 자신의 계획을 수정했다.

“그렇게 원한다면야.”

절반의 허락에 얼굴이 확 핀 재영이 반쯤 몸을 일으켰다. 곧 쌀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배설감에 잔뜩 긴장한 아랫배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상훈이 재영의 어깨를 슬그머니 밟아 다시 엎드리게 만들었다. 강제로 자세가 바뀌며 으흑, 하는 울음과 신음이 섞인 소리가 함께 터졌다. 절로 움찔거리는 뒷구멍이 마지막으로 넣었던 다섯 번째 구슬을 얼핏 비추었다 곧 다시 다물렸다.

“기어서.”

“네, 네에.”

변기를 향해 네발로 길 때마다, 다리가 엇갈리며 움직일 때마다 조신하지 못한 구멍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구슬이 제법 큰 것이라 ‘마개’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몇 미터 떨어지지도 않은 거리를 기는 것뿐인데 이렇게나 멀고 험난할 줄이야. 빨리 움직이면 뒤에서 액과 구슬이 새어 나올 것 같고, 천천히 움직이면 도중에 싸지를 것만 같았다. 인간 이하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치욕과 굴욕에 휩싸인 재영의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하악…….”

살짝 벌어진 입에서 신음이 새었다. 순간 질금거리며 액체가 새어 나온 것도 같았다. 뒤에서 상훈이 가볍게 웃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재영은 온몸이 불타올라 터질 것만 같은 부끄러움과 수치, 그리고 곧장 따라오는 쾌락에 신음했다.

다리 사이가 화끈 달아올랐다. 더 이상 내놓을 게 없을 정도로 쥐어 짜였는데, 또다시 바짝 일어선 좆대가리는 재영이 조금씩 앞으로 나갈 때마다 덜렁거리며 아랫배에 부딪쳐 왔다.

“올라가.”

변기 앞까지 와서야 명령이 들렸다.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드디어 배설을 허락해 주는 것 같았다. 재영은 거의 울 것처럼 감사를 느끼며 변기 위로 기어올랐다.

오래 참은 탓에 빵빵하게 부푼 아랫배가 당겼다. 끙끙거리며 변기에 앉자, 드디어 바닥에 마구 싸지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아, 혹시 바닥에 줄줄 흘리고 아직 똥오줌도 못 가리는 칠칠맞은 암캐라고 매도당하는 편이 나았으려나. 이런 생각마저 드는 것을 보니 재영이 여유를 되찾은 모양이었다.

“뒤돌아.”

“……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랬다.”

뒤돌라고? 어떻게? 잠시 머리를 굴리던 재영은 금방이라도 싸지를 것 같은 구멍을 필사적으로 다물고, 터질 것 같은 배를 감싼 채, 어기적거리며 뒤돌았다. 평소에 앉는 모양이 아니라 양다리를 벌리고 변기의 물받이 쪽을 마주보는 자세였다.

상훈이 재영의 머리를 눌러 물받이 뚜껑 쪽으로 엎드리게 했다.

“싸려면 마개는 빼 줘야겠지?”

“아……? 아……!”

잠시 멍해 있던 재영은 쑥 들어온 상훈의 손이 자신의 구멍을 더듬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쌀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기뻐했지만, 그 전에 한 단계 더 겪어야 할 수치가 있음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활짝 벌어진 재영의 양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더 이상은 구멍을 다물고 있는 것도 무리였다. 잔뜩 발기한 재영의 좆은 기회만 된다면 또 싸지르겠다고 꺼떡거렸다. 상훈의 손이 구슬이 달려 있는 끝부분의 고리를 잡았다.

“힘줘. 도중에 싸지를 생각 말고.”

“그, 그건!”

“내 손에 묻히면 다 처먹일 테니까.”

“……흐아앙!”

약에 의해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구멍과 내벽은 커다란 구슬이 빠져나가는 감각을 배로 뚜렷하게 느꼈다. 확장된 느낌에 익숙해져 있던 내벽이 구슬을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움찔거리고, 구슬이 걸린 테두리의 주름이 움찔거리며 몇 번이고 빠져나가려는 구슬을 잡았다.

“아직 싸기 싫은가 봐? 더 참을래?”

“아니에요……. 아닌데에, 으흐…….”

구슬이 빠질 정도로 힘을 주면 관장액마저 함께 흘러 버릴 것 같았다. 까딱 잘못했다간 상훈의 손에 싸지를 수도, 그렇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인간성의 상실이……! 이어지는 재영의 상상은 어느새 스스로 허릿짓마저 하게 만들었다.

끄떡끄떡 절로 움직이는 재영의 허리를 꽉 잡아 누른 상훈이 힘을 조절해 가며 가장 큰 마지막 구슬만 빠져나오게 했다. 폭, 소리를 내며 빠진 구슬이 번질번질하게 젖어 있었다.

“아흣…….”

빠뜨리지 않으려 아래에 힘을 준 것이 강제로 열리며 재영의 눈도 함께 풀렸다.

퐁. 맑은 액체가 변기 안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오므린다고 오므렸는데 구슬과 함께 관장액도 한 방울 새어 나온 모양이었다. 재영은 이만큼의 수치와 치욕과 모욕은 두 번 다시 겪기 힘들 것임을 직감했다.

그 후로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지금만을 기다렸다는 듯, 상훈은 나머지 구슬을 한꺼번에 잡아 뺐다. 촤르르륵! 젖은 구슬이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아아아아! 재영의 신음 소리가 더 컸다.

무언가를 쏟아 내는 소리가 한동안 울린 후, 마지막으로 쪼르륵 또다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수치와 굴욕의 상황만으로 재영이 또다시 사정한 것이었다.

***

속이 깨끗이 비고 나자 온몸에 힘이 다 풀렸다. 재영의 온 얼굴과, 목덜미와, 가슴팍까지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재영은 배움이 매우 빨랐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이 긴장과 수치와 굴욕이 잊히지 않았다. 눈물까지 쏙 뺄 지경인데도, 다음번에 또 이 같은 일이 있다면 오늘처럼 많이 빼지 않고 뛰어들 생각이 들었다.

남의 눈 앞에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행위를 내보이는 감각은, 눈앞에서 자위를 해 보이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보다 더 짜릿했다.

“다 비웠어?”

“네, 네.”

“대답은 한 번만 하라고 했을 텐데.”

“네엣.”

트집 잡히는 것까지 아찔하다. 재영이 부들부들 떨며 기다시피 변기에서 내려왔다. 굳이 도그플이 아니더라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탓이었다.

상훈은 제법 만족스럽게 받아들였다. 다행히 별로 내놓은 게 없는지라 따로 튄 것도 없었지만, 상훈이 검사라도 하듯 재영을 위아래로 샅샅이 훑었다. 이미 힘이 풀려 벌름거리는 구멍은 유리봉으로 헤집어져 안쪽이 다 살펴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허벌창 같은 네 구멍은 네가 고른 좆 정도가 아니면 막지도 못하겠군.”

“……감사합니다.”

항의를 해야 할까, 억울한 척을 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영상에서 서브들이 주로 하던 대사를 말했다. 뱉어놓고서도 움찔 눈치를 보던 재영은, 상훈이 한순간 조금 놀란 표정이 되는 것을 보았다. 얼른 다시 고개를 떨어뜨려 못 본 척하긴 했지만, 꽤나 만족스러움을 나타내는 뜻이 아닐까. 으쓱해진 재영이 조심스레 양손을 배꼽에 가지런히 모았다.

“확실히, 소질이 있어.”

“가, 감사-.”

“음란암캐가 될 소질.”

돔으로서 한 번이라도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몹시 불쾌한 경험이다. 재영은 상훈의 놀란 표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했지만, 정작 상훈은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상훈의 커다란 손으로도 다 쥐어지지 않을 만큼 무지막지한 좆이 곧장 재영의 구멍에 처박혔다.

“흐아악!”

비명이 절로 터졌다. 조금이라도 풀어 주거나, 들어간다고 예고를 하거나, 하다못해 젤을 발라 준비를 하는 동작도 없었다. 관장으로 조금 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좁은 구멍이 딜도의 크기만큼 갑작스레 늘어났다.

재영이 헛바람을 삼켰다. 히이익, 숨을 들이켜며 몸을 움찔댈 때마다 커다란 딜도가 용서 없이 내장을 밀어 올리며 파고들었다.

이건 정말로 새로운 감각이었다. 괴로운 동시에 황홀했다. 어지간한 팔뚝만 한 크기의 것이 푸욱 깊게 찔러 들어올 때마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전립선을 자극하면 남자도 뒤로 쌀 수 있다고? 아니, 이렇게 거대한 좆에 당하면 좋든 싫든 질질 쏟아진다. 재영은 눈이 거의 돌아간 채 숨을 헐떡거렸다.

“흐읍, 헉…… 기, 깊어…… 깊어요…….”

“물처럼 질질 싸는 것부터 멈추고 그런 얘길 하든가.”

“미칠 것……아, 아아! 배가, 배가 찢어져요옷……!”

헉헉거리는 재영의 숨이 거칠어졌다. 팔뚝만 한 딜도가 푹푹 쑤시고 들어올 때마다 배가 울룩불룩하게 부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척추를 타고 찌릿찌릿한 쾌감이 타고 오르고, 막지 못한 아래에서는 정액이 아니라 전립선액이 물처럼 줄줄 쏟아졌다. 큼지막한 데다 돌기까지 돋은 딜도가 내장 벽을 헤집을 때마다 히익, 히잇, 새된 신음이 터졌다. 온몸이 다 뜨거웠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흐아아앙!”

재영이 버티고 있던 팔에 힘이 빠지며 바닥으로 철퍼덕 엎어졌다. 스스로가 싸지른 액체들이 한가득 흘러넘친 바닥에 온몸이 비벼졌다.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리는 몸은 쉽사리 진정되지 못하고, 오히려 차가운 바닥에 비벼진 유두가 오뚝 섰다. 딜도를 물고 있어 강제로 치켜 올라간 엉덩이만 흔들며, 재영이 바닥에 젖꼭지를 비벼 댔다. 이미 동그랗게 부푼 것이 재영의 각종 액을 묻히고 번들거렸다.

재영의 좆은 조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게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연신 물을 질질 흘렸다. 색이 옅어진 정액은 전립선액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냄새마저 희미해진 상태였다. 얼마나 싸질러 댔으면 이렇게 되느냐고 상훈의 힐난 섞인 말이 이어질수록 재영은 발가락까지 곱아 가며 예민해진 피부를 움찔거렸다.

좋아서 죽을 것 같다. 최고의 경험이었다.

***

재영은 완전히 기운이 다 빠져 헐떡이면서도 연신 방 안을 향해 눈을 굴렸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도구들을 하나하나 다 실험해 보고 싶었다. 너무 커서, 빼고 난 후에도 확장된 구멍이 잘 오므려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딜도뿐만 아니라 양초며 채찍, 패들, 목마까지도 전부 다 써 보고 싶었다.

마조이자 서브 체질인 재영의 속마음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아쉬운 눈길을 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던 재영은 상훈의 단호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네 음란함을 채우려면 기구 정도가 아니라 여기서 하루 종일 살아도 모자랄 거다.”

하루 종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불알이 텅 빌 정도로 좍좍 뽑아 내고, 아랫배가 아플 정도로 몇 번이고 세우고, 정액이 만들어지기 무섭게 곧장 다 쏟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기진맥진해서도 상상으로 얼굴을 붉히는 재영을 보곤 상훈이 다가오라고 까딱까딱 손짓했다. 재영은 이제 시키지 않아도 네발로 기어서 상훈의 발치에 엎드렸다.

“너를 즐겁게 해 줬으니 감사 표시를 해야지.”

“감사합니다.”

재영은 상훈의 손이 가리키는 대로 상훈의 바지춤을 열었다. 손을 대려고 하자 상훈이 눈썹을 쓱 치켜세웠다. 재영이 눈치껏 손을 쓰지 않고 입으로만 바지를 열었다.

강력한 수컷 특유의 냄새가 나자 재영의 가랑이 사이가 또다시 팽팽해졌다. 하지만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발기와 사정을 한 탓에 더 이상 나올 게 없는 텅 빈 불알이 아파 왔다. 그것마저도 감미롭고 달콤한 고통이었다.

재영의 가슴 깊은 곳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상상이나 자위로는 결코 이룰 수 없던 행위가 이루어지는 감각에 짜릿했다.

“이 세우면 알지?”

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세우면 뽑아 버린다든가, 가만두지 않겠다든가 하는 협박보다 알지? 라고 묻는 한마디가 더 짜릿했다. 재영의 상상력이 더더욱 불타올랐다. 채찍으로 피가 날 정도로 허벅지를 때리고, 입이 닫히지 않도록 개구기를 물리고, 싸지 못하도록 콕링을 씌운 채 음란한 고문을 가하는 상상에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그 상태로 재영이 상훈의 속옷을 내렸다. 역시나 손을 쓰지 못하도록 한 상태였기 때문에 드로어즈의 밴드 부분을 이로 물어야 했다. 몸에 딱 달라붙어 있는 얇은 천을 낑낑거리며 겨우 내렸다.

재영은 상훈의 드로어즈 앞부분이 젖어 있는 것을 코와 턱으로 느꼈다. 자신 때문에 상훈 역시 느끼고 있는 거구나. 수치와 기쁨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므린 허벅지 사이로, 더 내놓을 것도 없는 재영의 것이 꿈틀꿈틀 일어났다. 벌겋게 부은 상태로도 어떻게든 발기와 사정을 하고 싶어 하는 태세였다.

밴드를 조금 끌어내리자 상훈의 큼지막한 좆이 기다렸다는 듯 퉁 튀어 올랐다. 재영의 코끝을 치며 불뚝 솟아오른 것을 보며 재영이 황홀하게 아아, 소리를 냈다. 이렇게 훌륭한 좆이 내 몸을 쑤셔 줬구나. 음탕하고 천박한 구멍을 개통하고 안에 좆물을 싸질러 줬어…….

재영은 몹시 소중한 것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혀를 내어 상훈의 것을 핥았다. 혀끝에 닿아 오는 찝찌름한 맛도 역하지 않았다.

재영은 상훈의 좆을 깨끗이 닦듯이 뿌리 아래부터 귀두 끝까지 할짝할짝 정성스럽게 핥았다. 자신의 것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불알도 주름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훑었다. 상훈은 재영이 그렇게 구석구석을 맛보기를 끈기 있게 기다려 주었다.

“이제 물어.”

중심부가 재영의 침으로 범벅이 된 후에야 상훈이 명령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던 재영이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남자의 좆을 입으로 애무하는 경험 역시 실제로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재영은 영상에서 본 대로 혀를 길게 내어 상훈의 것을 얹었다. 그러나 곧 상훈의 것을 자신의 입 안에 다 넣기는 버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영의 입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고, 상훈의 것은 생각보다 컸으며, 무엇보다도 재영이 서툰 탓이었다.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재영은 반쯤 들어왔던 상훈의 것을 저도 모르게 뱉어 버렸다.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재영이 얼른 납죽 엎드려 상훈의 눈치를 살폈다.

“구멍은 헐렁한 주제에 윗구멍도 못 써?”

“죄송해요…….”

“윗구멍 말고 아랫구멍에 넣어 달라고 보채는 거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 주면 좋을 텐데! 재영의 허리가 저도 모르게 떨렸다.

첫 개통부터 부드럽게 다뤄지지 않은 재영의 뒷구멍은 이미 있는 대로 부어올라 땡땡할 정도로 주름이 펴져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상훈이 또 처박아 준다니 그 고통과 쾌감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흐를 지경이었다.

재영은 자신이 상상만 했던 것보다 상훈의 괴롭힘이 더 험악하고 기분 좋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다. 상훈은 무언가를 기대하듯 잘게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재영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암캐, 암캐 했더니 벌써부터 이런 것만 찾아 대서야 원.”

“죄, 죄송…… 아니, 감사합니다…….”

“이러다간 하나로는 만족도 못 하겠어. 안 그래, 이 창녀야?”

“맞아요. 저는…… 음란하고 천박해서 하나로는…….”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대사를 읊는 연습이라도 했는지 재영이 더듬더듬 말을 이어 갔다. 따로 어떤 말을 하라고 교육시킬 필요도 없는, 타고난 음란암캐였다.

이만한 인물이 어디 흔할까. 상훈은 기쁜 마음으로 테이블 위에 얹어져 있던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유선 로터를 집어 들었다.

“그럼 다음번에는 네년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은 좆이 필요하겠군.”

“흐읏……!”

재영이 더 이상은 사정도 못 할 것 같은 자신의 좆을 감싸 잡았다. 내놓을 게 없다 못해 조금만 더 저렇게 오싹거리는 말을 들었다간 오줌이라도 싸지를 것 같았다. 두려운데 기쁘고, 수치스러운데 황홀했다.

벌벌 떠는 재영을 잡은 상훈이 침대에 상반신만 걸치게 엎어뜨렸다. 흐물흐물하게 풀린 재영의 뒷구멍에 로터가 쑥 들어왔다. 붉은 선이 엉덩이 밖으로 빠져나와 꼬리처럼 흔들렸다.

“힘줘.”

“아……?”

잠시 멍해 있던 재영이 무심코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둥글고 작고 딱딱한 로터의 모양이 느껴졌다. 직후, 잠시 부스럭거리던 상훈이 뒤로 확 치고 들어왔다.

“아으읏!”

내장을 밀어 올리듯 단번에 깊게 쑤시고 들어오는 대물 탓에 로터가 아주 깊은 곳까지 쑥 파고 들어갔다. 너무 깊어서 그것만으로도 온몸이 찌릿찌릿한 쾌감에 휩싸였다.

이렇게나 몸속 깊은 곳까지 유린당할 줄이야! 부들부들 떨며 지금의 상황을 만끽하던 재영은, 로터에 스위치가 들어오면서부터는 목소리를 숨기지도 못하고 마구 신음을 내질렀다.

“흐아앙! 이, 이거…… 좋아! 아앙, 아, 미칠…… 미칠 것 같아, 좋아앗-!”

웅웅 떨리는 로터가 몸 안쪽을 확장시키고, 뒤따라 들어온 상훈의 것이 내벽을 즈윽즈윽 긁어 올렸다. 심지어 상훈은 아까 생으로 하던 것과는 다르게 콘돔까지 낀 상태였는데, 콘돔에 자잘한 돌기까지 돋아 있어 재영을 더더욱 자극하는 모양새였다.

재영이 엎어진 채 이 쾌락에 어찌할 줄 몰라 하며 퍼덕퍼덕 움직였다. 어느새 여자의 것만큼 부풀어 오른 유두도 시트에 마구 비볐다. 얼마나 세차게 비볐던지 약간 까지기까지 했는데, 상훈의 섹시한 숨소리가 등 뒤에서 헉헉거리면 아픈 줄도 모르고 연신 허리를 흔들게 됐다.

퍽, 퍽 쳐올리는 소리가 갈수록 빨라졌다. 웅웅거리는 일정한 진동이 몸 안을 뒤흔들었다. 재영은 벌어진 엉덩이가 아픈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출납 시마다 쑤걱거리는 소리에 어느새 재영의 몸 안에서 배어 나온 물기가 스며들었다.

앞으로 뻗어 나온 상훈의 손이 재영의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괴롭혀진 유두는 물론이고 재영의 가슴까지 약간 부풀어 발갛게 변해 있었다.

“이렇게 되고도 발딱 세우다니. 대낮에 공원에서 개랑 붙어먹어도 기뻐하는 거 아냐?”

“조…… 좋아요! 좋아요! 너무 좋아……. 주인님…… 주, 흐아앙!”

재영은 자신이 평생 내리라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여자 같은 목소리로 주인님, 더 괴롭혀 주세요 따위의 말을 두서없이 내뱉으며 엉엉 울었다. 미칠 것 같은 쾌감에 머릿속이 질척질척하게 녹아내렸다. 좆도, 구멍도 모조리 녹아내려 상훈에게 잡아먹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싸지를 정액이 없다고? 재영은 정액인지, 전립선액인지, 오줌인지도 모를 것을 마구 싸지르며 아아앙! 소리를 조절하지도 못한 파렴치한 비명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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