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의 로망
남자가 재영에게 내 얼굴 보지 마, 라고 말했기 때문에 재영은 자신의 발끝만 내려다보며 종종걸음 쳐야 했다. 감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가는 곧장 사진을 퍼뜨려 버릴 것만 같아서 반항도 할 수 없었다.
남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목소리뿐이었다. 저렇게 좋은 목소리라면 반찬이라도 삼았을 테니까 절대 잊었을 리가 없는데……. 재영은 남자에게 끌려가면서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들킨 것만으로도 이미 멘붕을 겪은 머리는 제대로 작동해 주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어기적거려?”
낮고, 섹시하고, 무거우면서도 사람을 내려다보는 오만함이 가득한 목소리. 완벽한 주인님 타입이었다.
재영은 자신의 상태를 다 알면서도 묻는 남자에게 대꾸도 하지 못하고 다리를 오므렸다. 그런다고 해서 교복 치마를 슬그머니 밀어 올리는 자신의 좆이 수그러들 리는 없었다.
중심부가 잔뜩 일어서 있는 탓에 저절로 어기적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는데도, 남자가 탓하는 듯한 시선으로 찌르듯 노려보는 게 느껴지면 자신이 다 잘못한 것만 같았다.
“죄송합니다…….”
“남자랑 닿기만 해도 못 참겠나 보지? 창녀 같은 년.”
자신을 완전히 낮춰 보는 말에 재영은 완전히 발기했다.
조금 더, 조금 더 해 줘!
두려울수록, 치욕스러울수록 몸이 떨릴 만큼 오싹오싹한 흥분이 내달렸다. 아는 사람이 몰랐으면 하던 단 하나의 금기마저 범해지자 그 떨림과 수치가 모조리 쾌감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고개를 들 정도의 용기도 없는 주제에 막말에는 발발 떨며 다리까지 후들거리는 재영을 본 남자가 피식 웃었다. 사정까지 해 버렸는지 허벅지를 타고 흐른 뿌연 것이 치맛단 아래로 얼핏 보였다.
“무슨 상상을 했길래 벌써부터 질질 흘려?”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우물우물 용서를 비는 모습은 정말로 여고생처럼 가련한 데가 있었다. 재영은 남자 옷을 입고 남자처럼 행동할 때에야 평범한 남자였지만, 여자 옷을 입고 가발을 뒤집어쓰고 움츠린 채 바르르 몸을 떨고 있자 보통의 여자처럼 보였다.
기가 막히다는 코웃음을 내뱉은 남자가 재영을 이끈 곳은, 재영의 소원 리스트에 있는 장소, 화장실이었다.
아아, 미칠 것 같아.
온몸이 떨릴 정도로 흥분된 탓에 재영의 좆이 치마 안에 옅은 얼룩을 더 만들었다.
남자가 남들의 시선을 피해 화장실 칸 안에 재영을 밀어 넣었다. 지린내가 짙게 배어 있는 화장실의 공기를 들이켜며 오히려 꼴깍꼴깍 침을 삼켜대는 재영의 모습을 뒤에서 감상하는 남자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아직 고개를 들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영은 여전히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양손을 꼭 맞잡아 공손하게 배꼽에 모은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예전부터 이런 상황을 바라 왔다는 티가 분명히 났다.
“눈 감아.”
두 번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재영은 처음으로 맞은 ‘주인님’ 같은 존재의 말에 철저하게 복종했다. 재빠르게 눈을 감고, 확인시키듯 고개를 조금 들었다. 남자의 얼굴이 있을 법한 위치를 향해서였다.
하나를 시키면 둘을 해내는 모습을 보니 노예근성 하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만족스러운 소리를 낸 남자가 재영의 치마를 확 들추었다.
아까 사진으로 확인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치마 안에 속치마도, 속옷도 없는 모습을 확인하게 되자 기분이 색달랐다. 게다가 재영의 것은 시키지 않아도 바짝 일어나 있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혼자 질질 싸대는 건 무슨 경우지?”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조신하지 못하게 아무 데나 흘리기나 하고.”
쯧, 혀를 차 대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소리에도 재영은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다. 얼굴이 잔뜩 붉어지며 부끄럽다는 티를 내는 것은 외양뿐으로, 꾸며 낼 수 없는 아랫도리는 금방이라도 또 한 번 싸질러 댈 듯 움찔거리며 투명한 쿠퍼액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남자가 기가 막힌 듯 손가락으로 재영의 것을 딱 튕겼다.
“히익!”
예상치 못했던 공격에도 끊임없이 뇌 내 망상을 해 왔던 재영은 제법 귀여운 소리를 흘렸다. 순간 닥치는 고통마저 마조에다 서브 기질이 있는 재영에게는 흥분과 쾌감이 된 것이었다.
남자는 움찔거리며 당장에라도 꿀럭꿀럭 정액을 뱉어 낼 것 같은 재영의 것을 조금 전보다 더 세게 튕겼다.
“나한테 묻히기라도 하면 다시는 못 싸지르게 뭉개 버릴 거야.”
“으윽! 네, 네에.”
시키지도 않았던 존대가 유창했다.
딱딱, 연달아 튕겨진 좆은 연약한 기관이라 그런지 다른 곳을 맞을 때보다 배로 아팠다. 움찔움찔하며 도망치지 않도록 겨우 버티고 섰던 재영은 다섯 대쯤 그렇게 맞았을 때 으흑, 하는 울음 섞인 소리를 내고 말았다. 열 대고 백 대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상상에서일 뿐으로, 현실은 허벅지가 발발 떨릴 정도로 아팠던 것이다.
눈물까지 질질 짜면서도 끄떡대는 좆이 시들지 않는 것만큼은 칭찬받을 만했다. 알면서도 남자는 쉽사리 칭찬해 주지 않았다.
“참을성도 없고. 쓸모라곤 없는 년이구만.”
비난하는 목소리에 재영이 다리를 조금 오므렸다. 더 이상 흘리지 않으려고 몰려드는 사정감을 참으려다 보니 허리가 배배 꼬였다.
“아랫구멍도 잘 보이게 옷 들추고 다리 벌려.”
“네에.”
곧장 대답하고서도 어떤 자세를 잡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듯 재영이 치맛자락을 잡고 잠시 머뭇거렸다. 당연했다. 재영은 남자가 자신을 함부로 다루어서 마구잡이로 처박고 쑤시고 능욕해 주기만을 상상했지, 스스로 부끄러운 자세를 잡아 구멍을 보일 거라는 상상은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싫다는 자신을 강제로 벗기고 들여다보는 상황을 원했던 재영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남자가 신랄하게 몰아붙였다.
“한두 번 한 것도 아닐 텐데, 싸구려 구멍 주제에 비싼 척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가 재영의 머리를 잡았다. 깜짝 놀란 재영은 하마터면 눈을 뜰 뻔했다.
조금 움찔거리기는 했으나 충실하게도 눈을 꼭 감고 있던 재영은 곧 몸이 빙글 돌려져서 좁은 칸막이의 벽에 가슴을 밀착하는 자세가 되었다. 거추장스럽게 엉덩이를 가리는 치맛자락이 남자의 손에 쥐어졌다가 곧 재영의 입에 물렸다.
“흐웁!”
“얌전히 있어.”
“으…….”
찰싹, 엉덩이를 때리는 남자의 손이 크고 매웠다. 그 감미로운 고통에 허덕이며 재영이 벽에 조금 더 달라붙었다. 아까부터 일어서 있지만 가도록 허락받지 않은 좆이며, 진짜 여고생이라도 된 듯 바짝 융기한 젖꼭지가 차가운 벽에 비벼질 때마다 오싹오싹했다.
운동을 그리 즐기지 않는 타입이라 그런지 재영의 몸은 근육이 적어 말랑한 편이었다. 재수를 하면서 활동량까지 0에 수렴하게 되자, 그렇잖아도 말랐던 몸 위로 지방까지 얕게 붙으며 더더욱 말랑거렸다.
꼭 여자애의 피부를 어루만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남자가 드러난 재영의 엉덩이를 한 대 더 때렸다. 찰싹! 날카로운 마찰음이 들릴 때마다 재영이 몸을 배배 꼬았다. 벽에 스스로의 좆을 문지르던 재영은 어느새 정액까지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암캐만도 못한 년. 엉덩이만 만져도 질질 쌀 정도면, 구멍을 쑤실 땐 아주 홍수라도 나겠다?”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 재영은 몽롱한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첫 경험에 홍수를 터뜨리는 난 년이 되고 싶었다. 그러면 더더욱 많은 사람들 앞에 내돌려질지도 모른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오줌처럼 애액을 싸지르는 년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도 재영의 홍수를 보겠다며 손가락을 넣어 줄지도, 또 다른 사람도, 그 옆의 사람도…….
보태지는 상상에 이미 한 번 사정한 것이 또다시 일어섰다.
“콩알만 한 좆대가리 주제에 서기는 잘도 서네. 넣을 데도 없는 주제에 쓸모없이.”
쯧쯧, 혀를 찬 남자가 재영의 것을 사정없이 콱 움켜쥐었다. 그리 크지 않은 크기여서 발기한 상태임에도 한 손 안에 들어왔다. 가차 없이 꾸악 눌린 좆이 남자의 손안에서 뭉클거렸다.
아악! 터질 뻔했던 비명은 입에 물린 치맛자락 덕에 밖으로 새지 않았다. 으흐흡. 재영은 기쁨과 아픔이 뒤섞인 신음을 흘리는 대신 끙끙거리며 차가운 화장실 벽에 유두나마 열심히 비벼 댔다.
재영은 어느새 도드라진 자신의 젖꼭지가 교복 블라우스 위로도 튀어나올 만큼 선명해졌음을 깨달았다. 누군가 이 젖꼭지도 괴롭혀 줬으면 좋겠다. 깨물고, 물어뜯고, 빨아들여서 잔뜩 엉망으로 만들어 줬으면…….
재영의 고통을 살펴 줄 생각이 없는 남자는 이미 미끈미끈하게 젖은 것이 아프게 쥐어져도 또다시 제 손안에서 꿈틀거리는 재영의 상태를 보며 정말로 난 년이라고 생각했다.
남자가 이전에 알던 재영은 좀 더 소심하고, 조용하고, 남의 눈치를 잘 보는 조용한 타입이었는데- 얌전하던 얼굴 뒤에 이렇게 음란한 본심을 감추고 있었을 줄이야.
눈치를 보고 고분고분한 건 여전하지만, 조그만 머리통 속에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연신 힉힉거리며 발딱발딱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꼴을 보니 조금 더 제멋대로 휘둘러도 재영은 잘 받아들이리란 생각이 들었다.
“네 좆 잡아. 또 싸지르면 네 입에 다 처넣을 거야.”
그러니까 꽉 잡아서 사정을 못 하게 하라는 뜻이었지만, 재영은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일부러 조금 느슨하게 잡고 있다가 싸질러 버릴까? 벽에 묻은 것, 바닥에 떨어진 것까지 모조리 핥으라고 발로 밟고 엉덩이를 때려 준다면 얼마나 달콤할까.
이 앙큼한 생각을 읽은 것처럼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대로 못 하면 난 너한테서 손 떼고 이대로 나가서 네 사진이랑 영상, 네 휴대 전화 주소록에 있는 사람 전부한테 뿌릴 거야.”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재영이 자신의 것을 억세게 움켜잡았다. 한번 지배당하는 쾌감을 알게 되자, 사진과 영상이 주변 사람들에게 뿌려진다는 협박보다 지금의 상황이 끝나 버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안 놓겠다는 뜻으로 벽에 닿은 고개를 도리도리 힘차게 흔들어 보이자, 남자가 칭찬하듯 재영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다리에 힘 제대로 줘. 구멍에는 힘 빼고.”
다리에 힘을 주는 건 할 수 있지만 구멍에서 힘을 빼는 건 조금 어려웠다. 남의 손을 타지 않은 구멍인데 남자가 원하는 만큼 제대로 힘을 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의 손가락 두 개가 한꺼번에 쑥 밀고 들어왔다. 아직 손가락 한 마디만 한 로터밖에 물어 본 적이 없던 구멍은 갑작스러운 길이와 부피에 긴장했는지 국화 무늬가 선명하도록 잔뜩 수축했다.
“뭐야, 왜 이렇게 조여 대?”
찰싹. 남자의 손이 다시 재영의 엉덩이를 쳤다. 아앙! 재영이 달콤한 소리를 냈지만 그런다고 해서 쉽게 힘이 빠지는 건 아니었다.
재영이 지금껏 봤던 영상 자료 속의 예쁜이들은 엉덩이를 맞고 으앙, 하앙 귀여운 신음을 내며 흐물흐물하게 힘을 풀곤 했지만, 그들은 능숙한 야동 배우이고 재영은 일반인이었다. 아픔에 오히려 더 오므라들게 되는 게 당연했다.
재영은 드디어 이 상황이 강간이라는 실감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처녀 상실의 로망이 이루어지려는 일생일대의 시추에이션 앞에서, 재영의 손안에 잡힌 좆이 꿈틀거리며 다시 피가 모였다. 좀 더 심하게 굴어 달라고 하는 말이 혀끝까지 올라왔다가 간신히 삼켜졌다.
“새 거인 척 그만하고 힘 풀어. 찢어 버리기 전에.”
“……!”
세상에, 찢어 준다니! 엄청 아프겠지! 엉엉 울지도 몰라! 눈물 콧물 범벅으로 추하게 울어 대도 더 매도하고 짓밟아 주는 진짜 주인님이 되어 줄지도!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아 숨이 가빠졌다. 헐떡이며 눈물방울을 매달고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자, 남자의 다른 손 손가락도 하나 더 들어왔다. 양손의 손가락이 주름에 걸쳐지더니 강제로 공간을 만들듯 팽팽한 주름을 주욱 끌어당겼다.
“아악!”
비명을 지르느라 입에 물고 있던 치맛자락이 펄럭 떨어졌다. 순식간에 뽀얀 엉덩이가 진청색 스커트로 덮여 버리자 남자는 몹시 못마땅한 기색이었지만, 재영은 아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해야 했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이 말을 하는 것이 재영의 위시리스트에 들어 있었던 탓이었다.
“저어, 저…….”
부끄러움에 쉽게 말하지 못하고 있자 남자가 재영의 치마를 다시 걷어 올리고 찰싹, 엉덩이를 때렸다. 아까 맞은 손자국 위에 정확히 겹쳐지도록 때린 탓에 아픔이 배가 되었다.
거의 울 것처럼 몸을 비틀면서도 재영의 손은 제 좆을 꼭 잡고 있었는데, 아까의 사정은 잊었는지 어느새 완전히 발기해 당장에라도 싸지를 수 있는 태세였다.
“저, 처녀인데요오…….”
훌쩍거리고 소심한 말투로도 말은 유창했다.
뭐? 어이가 없어진 남자가 되묻자, 재영이 다시 치맛자락을 주섬주섬 모아 입에 물려다가 멈췄다.
“저 처녀예요. 그러니까 살살…….”
재영은 예민한 피부를 통해 남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손가락을 세 개나 단숨에 물고 있는 재영의 구멍과, 재영의 현재 복장과, 재영이 화장실 안에 들어오기까지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있었다.
안 돼, 그대로 계속해 줘, 능욕을 멈추지 마! 재영은 자신이 괜한 말을 한 건가 싶어 조금 울상이 되었다.
남자는 조금 고민했다.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분고분한 재영의 태도는 단지 처녀라서 뭘 몰라 그랬던 걸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반응이 너무 좋았는데.
그럼 혹시 처녀라고 거짓말을 해서 처녀 강간 플레이를 유도하는 걸까. 하지만 도대체 열리지 않는 구멍이 여태 빡빡한 걸 보면 진짜 처녀 같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재영은 더 쑤셔 주지 않는 남자 때문에 조금씩 더 초조해졌다. 그러고 보면 처녀를 거칠게 잃고 싶다는 것은 자신의 로망이고, 상대는 처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었다. 여기저기 검색해 본 결과에 따르자면 처녀를 좋아하는 남자도 있지만 처녀는 다루기 까다롭고 잘 느끼지도 않아서 귀찮다는 남자도 있었으니까.
아, 하지만 난 잘 느끼는데. 그럼 어느 정도 안아 줄 마음이 생기려나?
다시 입에 치맛자락을 문 재영이 슬금슬금 엉덩이를 뒤로 빼기 시작했다. 남자에게 비비적대려는 의도가 노골적이었다.
남자는 주름을 움찔거리며 제 손가락을 우물우물 씹을 듯 집어삼키려는 재영의 움직임을 보았다. 확실히 사용감이 적긴 한지 재영의 구멍은 연한 색을 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나 처녀 시늉을 하고 싶다면 그 장단에 맞춰 주지. 남자가 마음을 다졌다.
“처녀라면 이렇게 하는 게 최고지.”
남자는 손가락을 물고도 아플 정도로 죄어 오는 재영의 구멍을 늘리고 있던 손을 뗐다.
으응? 갑작스레 빠져나가는 통에 긴장으로 잠시 등을 굳혔던 재영은, 곧이어 두툼한 살덩이가 골 사이를 미끄러지는 감각에 몸을 떨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분을 주인님으로 모셔야 해! 환희하는 재영의 머릿속에서 기쁨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재영의 생각을 모르면서도 남자가 입맛을 다셨다. 처녀, 혹은 처녀에 가까운 상대를 자신의 방식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드문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처녀는 겁이 많아 거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섹스 중에 스스로 행동할 줄도 모르고,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어 체위가 한정되는 데다, 기껏 만져 줘도 잘 느끼지도 못해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재영은 그 공식들을 모조리 깨부수고 있는 것이다.
“음탕한 년.”
남자가 자신의 큼지막한 물건을 재영의 입구에 대고 쿡쿡 찔렀다. 이제 곧 들어갈 것이라는 경고였다.
움찔움찔 떨던 재영이 양손으로 잡고 있던 좆에서 한 손을 떼더니 벽을 짚어 지탱했다. 남자의 귀두 부분이 자리를 잡듯 재영의 주름을 눌러 왔다. 조금 눌렀다가 물러나고, 다시 조금 더 세게 눌렀다가 또 물러났다. 단숨에 콱 치고 들어오기를 원하는 재영으로서는 그 행위가 몹시 감질났다. 으으으, 신음이 절로 샜다.
“자, 이만하면 파악됐겠지?”
되긴 뭐가 돼? 재영의 머릿속 의문은 다음 순간 바로 풀렸다.
끄트머리를 조금 밀어 넣고 주름의 상태를 파악한 남자가 자신의 허리에 힘을 주는 동시에 재영의 허리까지 끌어당기며 단숨에 가장 깊은 곳까지 처박았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 그런지 아까의 손가락 장난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박감이었다.
아파아아악!
물고 있던 교복을 다 찢어 놓을 듯 아득바득 뭉개고 씹으며 재영은 겨우 비명을 참았다.
밀고 들어오는 남자의 좆은 동양인의 것 같지가 않았다. 풀리지도 않은 재영의 꽉 닫힌 주름이 받아들일 만한 크기가 아닌데도 남자는 자비가 없었다. 재영 역시 강간플을 기대하는 것 같았고, 남자 역시 거친 취향이었으므로 서로의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영이 남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심하게 찢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굵은 부분이 통과할 때 트득 소리가 나긴 했지만 상처가 생긴 부분은 아주 약간이었고, 피라고는 한두 방울 찔끔 흐른 게 전부였다. 그 정도 쓰라림은 드디어 처녀를 상실했다는 쾌감에 묻혀 넘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끙끙거리던 재영이 스스로의 팔뚝에 이마를 비비며 기뻐했다. 익숙하지 않은 압박감이 배 속을 가득 채우고 자신의 몸 안에는 아직 얼굴도 모르는-하지만 상대는 자신을 아는!- 남자의 거대한 흉기가 박혀 있다. 이 얼마나 두렵고도 아찔하고 섹시한 상황인가.
로망은 어디까지나 로망일 뿐, 실제 첫 경험은 게이바에서 만난 경험 많은 아저씨 게이와 유흥가 모텔 방을 대실로 빌려서 하게 되겠지. 재영은 어렴풋이 현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로망이 거의 다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재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오를 정도로 흥분했다.
벌벌 떨며 벽 쪽으로 달라붙으려는 재영의 아랫배를 끌어안고 당긴 남자가,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남은 부분마저 끝까지 꾹꾹 밀어 넣었다. 단숨에 처넣어졌을 때는 크기나 길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처럼 조금씩 움직이게 되면 배 속에 들어온 부분의 부피를 느낄 수 있었다.
하악, 재영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뒤로 들어왔는데도 배가 튀어나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남자의 것은 컸다. 빠듯하게 들어찬 것 때문에 가벼운 헛구역질까지 날 정도였다.
“안 시켜도 잘 조이네. 계속 힘 줘, 제대로 딱.”
재영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을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대답을 듣지 않은 남자가 곧장 허릿짓을 시작했다.
끝까지 들어왔던 거대한 흉기가 귀두 부분만을 남겨 둔 채 거의 다 빠져나갔다. 재영은 몸 안이 핥아지는 감각에 히이이, 새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몸이 절로 떨렸다. 남자의 것을 꽉 물고 있는 내벽이 남자의 움직임에 동조하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구멍에 온몸의 감각이 다 집중되는 느낌이었다.
꺼떡거리며 부풀어 오른 성기를 꽉 붙잡고 있는데도 사정감이 도무지 막아지질 않았다. 아까부터 참아 온 것이 더 이상은 참기 힘들다는 듯 벌겋게 부어 통증을 호소했다. 그것마저도 재영에게는 달콤한 고통이었다. 몇 년째 머릿속 망상으로만 존재했던 장면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상황 앞에서는 아무래도 태연하기가 힘들었다. 히익, 히익, 연신 신음이 새어 나왔다.
남자는 재영의 허리 뒷부분을 눌러 자세를 조금 더 낮추었다. 좁은 칸막이 안이라 그런지 재영의 엉덩이가 남자 쪽으로 더 내밀어지며 몸이 접히고 구겨지는 자세가 되었다.
잘하고 있어, 암캐처럼 엉덩이 잘 치켜들고. 재영이 몸을 떨 만한 소리를 한 남자가 그대로 퍽, 깊게 처넣었다. 추삽질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좆몽둥이를 몸 안에 때려 넣는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히익! 힉…… 응, 으응…….”
침을 가득 머금은 재영의 치마는 더 이상 소리를 막지 못했다. 남자는 자신이 몸을 빼낼 때면 아쉽다는 듯 오물거리는 재영의 내벽이 따라 나왔다 사라지는 광경을 감상했다. 깊게 쑤셔 넣을 때면 몸 안이 확장되는 느낌과 쾌감을 견디려 잘게 수축하는 재영의 부드러운 내장을 마음껏 느꼈다.
메마른 주름이 남자의 것을 꼭 맞게 물고 몸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했다. 푹푹, 추삽질이 빨라졌다. 처음에는 느긋하게 넣고 빼며 재영의 몸 안을 길들이던 남자의 동작은 드나드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속도가 붙었다.
어느새 물고 있던 치마를 놓쳤는지 재영의 입이 열렸다. 쳐올리는 박자에 맞추어 아, 앙, 앙 따위의 일본 야동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를 냈다.
바텀에 서브 성향이 있다 해도 첫 경험에 정말로 느끼는 녀석들은 흔치 않았다. 대부분이 탑의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과장되게 느끼는 연기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재영은 정말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크지도 않은 좆을 잔뜩 세운 채 흔들리고 있었다.
기계적으로 푹푹 박아 넣는 행동이 반복될 때마다 철썩철썩 살이 붙는 소리가 울렸다. 접합부가 쿨쩍거리며 물기 어린 소리도 함께 났다. 별달리 적셔 준 것이 없음에도 재영의 몸이 스스로 젖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진짜 타고난 년이네. 남자가 마르는 입술을 핥았다. 처음에는 아는 놈이 이딴 꼴이라는 게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놀려 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자신이 재영에게 휘둘리는 기분이었다.
“앙, 앗, 으응! 빨라…… 커, 커요, 커…… 하아앙!”
“이렇게 질질 싸는 구멍을 하고, 처녀는 무슨.”
“깊, 어, 아, 배가, 흐앙…… 뚫릴 것 같아, 아아앙…….”
깊다고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던 재영의 말은 결국 애교 섞인 신음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소리에 더더욱 흥분한 남자가 재영의 허리가 부서져라 꽉 쥔 채 더욱 깊이 꽝꽝 박아 넣었다.
재영은 저절로 눈물이 줄줄 흐르는 눈을 아직도 뜨지 않고 있었고, 착실하게 남자의 동작에 맞추어 엉덩이만 흔들었다. 손자국이 붉게 남은 엉덩이가 살랑일 때마다 등 뒤에서 씨발, 명기야, 명기, 존나 물어뜯네, 하는 남자의 흥분 어린 욕설이 들려왔다.
능욕하는 말에 재영은 더더욱 쾌감이 내달렸다. 히잇, 교성이 높아졌다. 비좁은 구멍과 몸 안쪽이 강제로 벌어지며 남자의 굵고 커다란 좆이 푹푹 쑤셔 오는 감각을 느낄 때마다 너무 좋아서 눈앞이 펑펑 터졌다.
푹푹 쳐올리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다가, 급기야 박자를 잃고 재영과 어긋났다. 엇박으로 쑤셔 박히는 것도 좋았다. 때마침 전립선 근처를 건드렸는지 재영이 히아앙! 자지러지며 허리를 흔들었다.
겨우 남자의 사이즈에 맞게 길들였던 내벽이 급격히 수축하는 데다 더 조르듯 엉덩이까지 흔들리는 바람에 남자 역시 사정감이 몰렸다.
“야, 힘 빼, 힘 빼라고…… 으윽.”
이제 와서 힘을 빼려고 해 봤자 될 턱이 없었다. 남자의 말에 따르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된 재영은 힘을 빼지도, 안 빼지도 못해 오물거리는 느낌으로 남자에게 봉사를 하고 말았다.
좆대가리를 쥐어짜듯이 꼬옥 물어 왔다가 핥듯이 힘이 빠지고, 다시 정액 한 방울마저 빨아 낼 듯 조여 오는 느낌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사정을 참을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것이었다.
“이 암캐 같은 년이 정액 짜내는 기술만 익혔나…….”
결국 남자는 재영의 몸 안에 한바탕 질펀하게 싸질렀다. 평소보다 양이 많고 끈적한 정액은 남자가 몸을 물리고도 쉽사리 흘러내리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남자가 드나들었던 구멍이 동그랗게 열린 채 뻐끔거렸다.
“흐아아…….”
남자가 몸 안에서 빠져나오는 느낌마저 후희로 받아들이는지, 재영의 등골이며 엉덩이, 허벅지가 지독한 쾌감에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렸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자는 조금 전에 사정한 것이 다시 끄덕끄덕 대가리를 쳐들고 있었다.
재영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거의 벽에 기댄 자세였는데, 꽉 잡고 있으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는지 그 와중에도 아직 한 손으로 자신의 것을 움켜쥔 상태였다. 재영의 가랑이 사이를 훑어본 남자가 쯧, 혀를 찼다.
“그렇게 싸지를 거면 뭐 하러 잡고 있어. 막지도 못했는데.”
“아…… 안 싸려고 했는데에…….”
재영이 아직 열기가 남은 목소리로 더듬더듬 변명했다. 요약하자면, 안 싸려고 붙잡고 있었지만 너무 좋아서 힘이 풀린 사이에 흘리고 말았다는, 초보 시절에나 통할 법한 내용이었다.
재영은 실제 경험이 처음이었다. 작은 로터를 가지고 혼자 은밀하게 자위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거대한 쾌감과 굴욕과 수치는 재영을 엄청나게 흥분하게 만들었다.
재영은 아낌없이 신음하며 남자를 반겼다. 이보다 더 로망에 가까울 수는 없었다. 아까 한 차례 내놓았던 벽의 정액 위에 재영이 새로 뿜어낸 정액이 섞여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눈만큼은 여전히 충실하게 잘 감고 있네. 남자는 재영이 아직도 덜덜 떨며 좆을 붙잡고 있는 손을 떼어 냈다. 뻐끔하게 열린 재영의 구멍에서 아주 끈적하다 못해 젤리처럼 보일 지경인 정액이 느린 속도로 흘러내렸다.
사타구니를 훑어 정액이 빠져나온 만큼을 다시 재영의 구멍에 치덕치덕 바른 남자는, 곧장 단단해진 자신의 몽둥이를 재영의 엉덩이 사이에 문질렀다.
“어설프게 굴지 말고 제대로 해.”
“네에……!”
대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커다란 성기가 들이닥쳤다. 이번에는 힘껏 조였기에 꽉 오므라든 구멍을 뚫고 들어오는 살덩어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남자대로, 처음보다 더더욱 조이면서도 부드러운 내벽을 느꼈다. 콱 치고 들어오는 순간 흐아아! 가늘고 높게 터지는 재영의 교성이 울렸다. 그것만으로도 뒷골에서부터 쾌감이 치고 올라와 머리카락이 삐죽 섰다.
목소리만으로 꼴리게 되는 놈이 있을 줄이야. 남자는 재영을 새삼 다시 봤다.
퍽퍽 쳐 대는 소리, 철썩거리고 살이 맞붙는 소리, 미끈거리는 몸뚱이가 서로 비벼지며 질척이는 소리, 그리고- 가랑이 사이에서 뚝뚝 떨어진 체액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몇 번이고 이어졌다.
재영은 난생처음인 행위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보다 더 좋았다는 점에 감동했고, 남자는 쫄깃하게 엉겨 붙어 오는 재영의 몸 안쪽에 감탄했다.
그사이 한산하고 지저분한 지하철역 화장실에도 몇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문이 잠긴 칸막이 안쪽에서 삐걱거리는 소리와 숨을 죽인 신음 소리, 살이 맞붙는 소리가 요상하게 섞여 들렸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하고 조금 신경을 썼던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남자가 입을 틀어막아도 자꾸 새어 나가는 재영의 신음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곧 얼굴이 시뻘게져서 나가곤 했다. 한두 명 용감하고 젊은 사람들이 ‘거 적당히 합시다! 떡은 모텔 가서 치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혹시 저 중에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혹시 누군가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올지도 몰라.
그러면 문 너머로, 여자 교복을 입고 치마를 훌렁 까뒤집은 음란한 차림으로 화장실 벽에 기대서 엉덩이로 남자를 받고, 좋아 죽겠다고 앙앙거리는 나를 보게 되겠지!
구멍과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애액과 정액이 뒤섞여 질질 흐르고 배까지 발딱 세운 좆이 꿈틀거리는 광경을 보이면서, 암캐처럼 한쪽 다리를 들고 새 주인님을 받아들이면……!
재영의 상상이 이어질수록 내벽은 점점 더 찰지고 음란하게 남자의 물건을 조여 갔다. 남자가 재영을 향해 이 걸레 같은 년이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힐난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큼직한 물건이 가득 들어찬 아래를 푹푹 시원하게 찔러 올리고, 상상은 현실과 맞물려 더 구체적으로 돌아가고, 그렇게나 원하던 음담패설이 귓구멍까지 가득 채워 준다. 섹스 판타지가 현실로 펼쳐지는데 어떤 사람이 거부할 수 있을까.
“좋아…… 좋아……! 갈 것 같-.”
갈 것 같다는 말도 마무리하지 못한 재영이 눈을 반쯤 까뒤집으며 실신했다. 지나친 오르가슴을 견디지 못해 기절한 것이었다. 꿀럭거리던 재영의 좆에서 몇 번째인지 모를 정액이 화장실 벽을 임신시킬 기세로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
재영이 정신을 차린 것은 약 10분 정도가 흐른 후였다. 너무 좋아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헐떡였던 자신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절정에 달하는 느낌만으로 기절해 버리다니, 너무 음란하고 음탕한 싸구려 암캐 같아서 주인님이 실망하셨으면 어쩌지.
번쩍 눈을 떴던 재영은, 의외로 자신의 몸이 생각만큼 끈적거리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정액투성이였는데 지금은 조금 욱신거리는 구멍을 제외하면 처음과 비슷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주, 주인님……?”
무심코 고개를 들었던 재영은 화장지 판매기에서 뽑아 왔는지 티슈며 물티슈를 들고 들어오는 상대의 얼굴을 봐 버리고 말았다. 흠칫 놀라 뒷말을 삼켰다. 눈을 뜨지 말라던 아까의 명령이 이제 와서 떠올랐지만, 한 번 눈을 마주친 이상 다시 감는다 해도 소용없을 것이었다.
티슈를 뽑아 온 게 처음은 아닌지 이미 재영의 허벅지와 종아리와 구멍 안은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재영의 옷차림도 비교적 정돈되어 뚜껑을 내린 변기 위에 앉혀져 있었다. 재영이 화장실 벽에 하염없이 싸질러 댔던 정액도 절반 이상은 닦인 상태였다. 쓰레기통은 금방이라도 넘칠 것처럼 다 쓴 휴지가 잔뜩 버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재영은 담배를 비스듬하게 물고 벽을 마저 닦기 시작하는 남자의 얼굴을 다시 힐끔 훔쳐보았다. 지나치리만큼 솔직한 경악이 지나갔다. 지금의 재영에게는 헉 소리를 삼킨 정도가 최선이었다.
분명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본 적이 있다 뿐일까. 저놈은 키 크고 잘생기고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젠틀하기까지 한 데다 부자라는, 엄친아의 표상 같은 놈이었다!
한 달 사이에 여자를 몇 번 갈아치웠네, 옆 학교 퀸카와 일주일 만에 진도를 다 뺐네, 대학생 누님 셋이 찾아와 교문 앞에서 서로 머리채를 잡고 치정 싸움을 했네, 어쩌네 하는 소문이 파다하던, 정력마저 좋다는 소문의 김상훈!
재영은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상훈은 외양만큼은 몹시도 잘났지만 기본적으로 탑재된 성격이 너무 다정하다는 평이 있었다. 재영의 상상 속 주인님은 언제나 난폭한 지배자였기에 상훈은 일찌감치 주인님 후보에서 탈락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남학생을 한 번쯤 상상 속 주인님으로 모시고 자위해 봤던 재영이 몽정 한번 안 해 본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상훈이 자신을 끝도 없이 짓밟고 몰아붙이고 괴롭히던 완벽한 주인님이라고?
흠칫해서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리는 재영을 눈치챈 상훈이 피식 웃었다. 물고 있는 담배 끝에 매달려 있던 재가 툭 떨어졌다.
재영이 이제 와서 어떤 반응을 보이건, 이미 주인과 암캐 관계가 성립된 후였다.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누구인지 정체를 알게 된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주인님 타입의 상훈이 특별히 말랑해지지도 않을 것이며 노예 기질이 충분한 재영이 무턱대고 뻗대지도 않을 터였다.
“누가 마음대로 눈 떠도 된다고 했지?”
“…….”
“다시 감는다고 없던 일로 해 줄 줄 알아?”
말투는 엄해도 미묘한 웃음기가 달려 있는 통에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다시 찔끔 눈을 뜬 재영이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 드는 상훈을 바라보았다. 멋들어지게 웃어 보이는 얼굴은 어지간한 연예인 뺨치게 잘생겼는데도 그 미소에는 묘한 서늘함이 있었다.
딩동, 문자가 들어왔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재영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간 탓이었다.
확인하라는 듯 까딱 턱짓을 하는 상훈의 움직임에 따라 재영이 홀린 것처럼 자신의 휴대 전화를 들었다. 또 사진이었다. 뒷구멍에서 정액을 질질 흘리며 앞으로는 사정감에 못 이겨 주저앉아 있는 제 모습이 각도별로 몇 장이나 전송되어 왔다.
재영은 멍하니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 보았다. 흐트러진 자신의 여자 교복 차림은 변기에 앉혀진 채 치마가 들춰지고 허벅지가 하얗게 젖은 한 모습으로 이어지며 더더욱 음란해 보였다.
“이런 걸…….”
“좋아하지?”
재영이 더듬더듬 말하기도 전에 상훈이 곧장 정곡을 찔러 왔다. 재영이 겁먹은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 이전 같았으면 가엾다 여겨 줄 만한 애처로운 모습이었지만, 한번 재영의 본모습을 알게 된 상훈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상훈이 재영에게 까딱 턱짓을 하며 오만하게 내뱉었다.
“스커트, 걷어.”
“……으읏.”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완벽한 주인님이다. 손끝까지 달달 떨고 있던 재영이 조심스럽게 치마 끝자락을 슬쩍 들어 올렸다. 다리를 오므려 감추려고 했던, 바짝 일어선 것이 눈에 들어오자 얼굴이 더 달아올랐다.
으으, 소리만 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재영의 머릿속으로 여전히 음란한 상상이 돌아갔다. 자,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서 버리는 나를 더 매도해 줘! 짓밟아 줘!
발발 떨면서도 얼굴을 붉히고 더 꼿꼿하게 세우는 재영을 내려다보던 상훈이 큭, 작게 웃었다. 곧 두 번째 명령이 내려왔다.
“셔츠 풀어.”
“…….”
“대답.”
“네, 네에!”
“한 번만.”
“네.”
허겁지겁 셔츠 단추를 풀어내는 재영의 손가락이 몇 번이나 헛손질했다. 가슴까지 괴롭혀 줄 작정이라니, 고등학생 때 상훈을 못 알아본 게 어마어마하게 아까웠다. 꼴깍, 침이 자꾸 넘어갔다.
완전히 풀어진 재영의 셔츠가 좌우로 벌어졌다. 공기 중에 노출된 유두가 싸늘함에 오뚝 일어섰다. 상훈에게 빤히 관찰되는 것이 부끄러워 절로 어깨가 오그라들었다.
“여자 젖꼭지 같군.”
“네에…….”
“가슴으로 자위했나 봐?”
“…….”
재영의 얼굴이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상훈의 말은 틀린 데가 하나도 없었다. 구멍에는 무언가를 넣을 도구도 구하기 힘들고 넣고 즐기는 과정도 꽤나 어려웠지만 가슴은 달랐다.
동영상을 보며 몇 번이고 자신도 저렇게 괴롭혀지고 싶다고 생각했던 재영은, 영상 속 배우들에 자신을 대입해 보았다. 손쉬운 가슴을 유독 꼬집고 비틀고 굴리고 애무해 댔다. 아랫구멍보다 가슴의 색이 좀 더 짙은 것도, 보통의 남자와는 다르게 유두가 동그랗고 살짝 커 보일 정도로 발전한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뒤를 쑤시면 질질 싸니까 적당히 여러 번 할 수 있는 가슴을 택했나? 뭐, 거기라고 별로 달라 보이지도 않지만.”
그렇게 말하며 상훈의 손이 뻗어 왔다. 담배가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채로 다가온 크고 단단한 손이 심술궂게 유두를 콱 비틀었다.
하앙! 재영이 저도 모르게 신음을 터뜨렸다. 꽤나 아프게 쥐어 짜였음에도, 아직 예민함이 남아 있는 몸은 쾌감으로 받아들이며 부들부들 떨렸다. 바짝 일어선 좆이 또 쿠퍼액을 흘렸다.
상훈이 또다시 웃었다. 수치를 주는 말을 할수록, 모욕적인 상황에 빠뜨릴수록 재영은 점점 더 극명한 흥분을 보이고 있었다. 이놈은 진짜다.
“일어나. 암캐년은 암캐다운 대접을 해 주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재영이 앉아 있는 변기 뚜껑 위에 맑고 끈적한 액이 똑똑 묻어났다. 첫 경험부터 거칠게 쑤셔진 탓에 퉁퉁 부은 구멍이 음란한 말에 반응해 애액을 흘리고 만 것이었다.
처음이라고 주장하면서 뒤로만 가는 데다 스스로 젖기까지 하는 구멍이라니. 상훈 역시 이런 명기를 진작 알아보지 못한 고교 시절의 자신을 아쉬워했다.
재영은 상훈에 의해 심술 맞게 괴롭혀지는 가슴으로 몇 번이나 헐떡였다. 힉힉거리다 못해 뒤로 애액을 질질 싸 변기 뚜껑을 더럽혔다. 눈물까지 한바탕 쏟은 후에야 참을성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헐렁한 싸구려 구멍이라는 비난과 함께 앞을 만지는 것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재영은 좆을 잡고 흔드는 평범한 자위로야 하루에 세 번도, 네 번도 가 본 일이 있지만, 아직 쑤셔진 후유증이 남아 얼얼한 뒷구멍을 움찔거리면서 가슴을 애무당하며 앞을 만져 절정에 오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생각이야 어쨌건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던 재영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진맥진하게 늘어졌다. 혀를 차며 잠시 숨 돌릴 틈을 준 상훈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오후 4시가 겨우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그 가게’가 문을 열고 있을 시간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 없이 재영을 끌어당기자, 재영은 잠시 눈치를 보더니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누어 섰다. 난폭하게 비틀리고 주물러졌던 가슴과 유두가 부어올라 더 예민해졌다. 셔츠에 쓸리는 정도만도 오싹해서 재영은 단추를 잠그면서도 연신 몸을 떨었다.
“다음엔 브라를 채워야겠군.”
상훈이 힐끔 눈짓하는 자리에 재영의 시선도 따라갔다. 볼록하니 일어난 유두가 몸에 꼭 맞는 셔츠를 밀어 올리며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재영은 또다시 끈적한 것으로 뒤덮인 자신의 허벅지를 닦는 척 붉어진 얼굴을 숨겼다. 몇 번이고 가는 모습을 보이고, 또 몇 번이고 바닥까지 드러내며 앙앙대고 신음했던 음란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태도였다. 재영은 겉모습만큼은 고교 시절 그대로 요조숙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