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7/37)

 6.

 으아앙-.

 아기가 울고 있었다. 그래서 거기로 다가갔었다. 아기가 우는 소리만 들리지 않았더라면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갔으리라. 그랬더라면, .......아무 일도.

 .......형님은 제가 연우비의 자식이라 그리 싫어하십니까?

 그리 묻는 연서강의 얼굴엔 제 자신을 수치스러워 하는 구석이 전혀 없었다. 그저 의아해서, 사실여부를 따져 묻는 듯한 무덤덤한 표정에 되레 연무강이 치욕을 느꼈다.

 비굴한 데다 심약하고, 도무지 쓸 만한 구석이 없는 못난 동생이었다. 자신 같았으면 너무도 수치스럽고 창피하여 하늘 아래 얼굴을 들지도 못할 터인데, 연서강은 그에 굴하지 않고 그 더러운 낯짝을 잘도 이리저리 들이밀고 다녔다.

 기연조와 친하게 지낸다는 소식을 접한 연무강은 냉소를 금치 못했었다. 부친인 연무의가 ‘놔둬라. 나중에 다 쓸 데가 있겠지.’ 하고 냉엄한 표정으로 말했을 때, 연무강은 은근히 기쁘기까지 했었다. 나중에 모두에게 배신을 당하기라도 하면 그 못난 놈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기대까지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멍청한 짓을 하다니.’하고 짜증이 일기도 했었다.

 말해 무어할까.

 연무강은 자신보다 열두 살이나 아래인 동생, 연서강이 몹시도 싫었다.

 그 얼굴을 보면 이유도 없이 꺼림칙했고, 그 비굴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보며 말을 섞으면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울컥 짜증이 났으며, 그가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손가락에 박힌 가시마냥 거슬려 불쾌해졌다. 너무도 아니꼽고 기가 차서 무시한 적도 더러 있엇다. 어쩜 하늘아래 저리도 흉하고 징그러운 것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자신이 연우비의 자식이란 것을 눈치 챘는지 몇 년 전에 그는 스스로 녹우당에 기어들어갔었다. 그때, 연무강은 ‘누가 그 창녀의 자식이 아니랄까봐.’이라 생각하며 얼굴을 와작 구겼었다. 제 어미인 연우비가 홍월정에서 만난 한 예인과 야반도주한 것을 듣지 못한 것도 아니었을 터. 뭇사람들이 그 사실을 떠올리지 않도록 아등바등 몸부림치지 못할망정, 스스로 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의 가까이에 머무르다니 말이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다니 과연 눈치 없고 둔한 연서강이 할 법한 짓이다.

 분명 그는 제 어미인 연우비가 뭐 그리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의아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 수치도 모르는 여자 때문에 연씨 문중 출신인 황후께서 얼마나 큰 흉이 잡히고 있는지도 모르고. 적이 많으니 별 시답지도 않은 것에도 연관을 지어 황후를 폄하하는 자들이 많았다. 후에 연서강이 연우비의 자식이라 알려지기까지 한다면 어떤 험한 소리를 들을까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연서강은 연씨 문중을 위해서 조용히 뒤안길로 빠지든가, 혹은 아예 사라져 버리는 것이 좋았다. 밖으로 툭 튀어나와봤자 연씨 문중에 하등 도움 될 만한 일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부친인 연무의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런 주제에 뭐가 어쩌고 저째? 자신이 연우비의 자식이라 그리 싫어하느냐고? 당연하지 않은가. 그것만으로 자신이 연서강을 질색할 이유는 충분하다.

 연무강은 연씨 문중의 장남이었다. 현 가주인 부친 연무의의 뒤를 이어 연씨 문중을 이끌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고 연무강은 연신 주억거렸다. 연서강의 존재 가치는 잔뜩 곪아 있는 환부의 고름 덩어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짜내서 버려야만 상처가 낫고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무강에게 있어 연서강은 그러한 존재였다.

 “연위사님.”

 연무강은 부르는 말에 잠깐 다른 생각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태연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앞에 비록 키는 작지만 탄탄한 몸을 한 남자가 하나 서 있었다. 연무강이 제 말을 듣지 않고 다른 생각을 했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지 남자가 이어 입을 열었다.

 “해서 광록대부께서 위사님을 뵙자고 하십니다.”

 남자의 말에 연무강은 그제야 남자와 바로 직전까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연무강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 늙은이가 하는 일이 없으니 자꾸 사람을 오라 가라 시키는군.”

 그것도 연무강이 제일 바쁜 시간인 정오에 말이다.

 해가 중천에 뜨는 시각인 정고가 되면 궁성 내부를 경비하는 남운군이 교대하는 시각이었다. 5개의 부(府), 3교대로 이루어지는 궁성 내부 경비는 한 부서에 600명의 군사가 있어 모두 3000명이나 된다. 3교대이니 사실상 배치되어 있는 군사의 수는 1000명가량. 말이 1000명이지, 각 부의 담당 차관들과 연무강이 지휘하기엔 다소 수가 많았다. 여기에 황실만 따로 경호하는 북운군 1000명까지 합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황제를 호위하는 중랑장이 있으면 다행이었다. 변경에 큰 전쟁이라도 일어나 중랑장이 외정을 나가버리면 연무강은 황제를 따라다니면서 그 모든 수의 군사들을 관리해야만 했다. 아주 지긋지긋했다.

 해서 연무강은 자신을 할 일 없이 오라 가라 시키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당연했다. 할 일이 태산 같이 많은데 어이없는 이유로 일 할 시간을 깎아먹다니. 특히 광록대부의 부름은 특히나 쓸모가 없었다.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직접 방문하겠다고 전해라.”

 연무강의 말에 남자가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광록대부는 연무강과 제 여식을 혼인시키고자 안달하는 노인네였다. 일전엔 황제의 호위 무관까지 지냈던 남자였긴 하지만, 지금은 별 볼일 없는 명예직을 차지한 노인네일 뿐이다. 그것도 여태까지 반려를 얻지 못한 연무강을 생각해주는 척 하면서 어찌 연씨 문중과 엮일 생각만 하는 뱃속 시꺼먼 노인네. 이른바 굳이 알고 지낼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연무강은 그의 부름을 종종 무시하곤 했었다. 물론 장유유서의 예가 있는지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가끔이나마 그 예의를 차리는 것도 버거웠다.

 “......? 무슨 일이 또 있나?”

 연무강은 여태 자신의 곁에 머물러 있는 남자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남자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이미 들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너무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연무강은 얼굴을 와작 구겼다. 재차 말하지만 연무강은 아무래도 바쁜 제 시간의 시간을 쓸데없는 일로 깎아먹는 것을 싫어했다.

 “미적거릴 거면 아예 말하지를 말아라.”

 연무강의 험악한 표정과 그 말에서 그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남자가 곧 당황하며,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니, 위사님의 아우 분 되시는 분께서 엊그제 수안궁에 다녀가셨다고 합니다. 이미 전해 들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우?”

 자신의 아우라면 한 둘이 아니다. 연무진인가, 연의진인가. 연의진이라면 수안궁의 누군가가 다쳐서 부름을 받았을지 모르니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연무진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고민하는 그를 보며 남자가 이어 입을 열었다.

 “그 말제(末弟)되시는, .......연서강이라고.”

 “.......”

 순간, 들려오는 이름에 연무강은 생각을 우뚝 멈췄다. 생각도 뭔가 앞과 뒤가 관련이 되어야 매끄럽게 이어지는 법이다. 연서강이 궁에, 그것만으로도 일단 기가 찰 노릇이건만 .......다른 곳도 아니고 수안궁에 들렀다? 연무강에게 있어서 그 말은 갑자기 수도 한 복판에 커다란 뱀 귀신이 떨어졌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그 허무맹랑함의 정도가 같다는 뜻이다. 연무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남자의 안색이 바뀌었다.

 “아, 아, 위사님도 모르셨나 보군요. 그랬다고 합니다!”

 그제야 연무강은 힐끗 시선을 돌려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 말이 틀림이 없으렷다, 하고 다시 물어 대답을 확실히 듣지 않아도 남자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바쁜 자신을 붙잡고 괜한 농지거리를 했다가 무사히 넘어갈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당연히 눈앞의 남ㅈ는 그 몇이 아니었다.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남자를 보며 연무강은 혀를 찼다.

 “그래서?”

 “네?”

 “그래서 왜 그 말은 내게 하는 건가.”

 연무강의 말에 남자가 ‘아, 그것이.......’하며 말끝을 질질 끌었다. 연무강이 남자의 말을 자르며 딱딱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자네 혹시 주변에서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다는 소리를 듣지 않나? 아니면 눈치가 없다던가, 혹은 제 무덤을 제가 판다던가.”

 “시, 실례했습니다!”

 연무강의 말뜻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아챈 남자가 허겁지겁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남자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연무강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좁혔다. 좀 여물지 않은 구석이 있지만 제법 쓸모 있다고 여겼던 놈인데, 의외로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놈이다. 평소에 남자를 괜찮다 여겼지만, 그에게서 연서강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자마자 연무강은 확 남자에 대한 기대치가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

 몇 발자국 걷던 연무강은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수안궁. 연무강의 뇌리로 큰 제사 때에나 모습을 드러냈던 태상이 지나갔다. 중책을 맡기엔 아직 나이가 어린 태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나라의 태상은 수후교의 교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특이하게 ‘태상’이란 직책만은 마치 황제처럼 그 장자로 계승이 되었다. 이번 태상은 제 모친인 전 태상이 일찍 돌아가신 바람에 5살의 어린 나이로 태상의 자리에 앉았다고 했다. 나이 어린 황제에, 나이 어린 태상, 그때만 해도 참 나라 돌아가는 꼴이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십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연무강은 다시 몇 발자국 앞으로 걸었다. 연무강에게 있어 수안궁의 주인인 태상은 별로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자도 아니었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인상이 희미하다 정도일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태상이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얌전히 수안궁에 처박혀 얌전히 제사를 올리고, 의례를 진행하며 매 년 정월마다 황제의 뒤를 이어 나라를 축복하는 말을 하는 게 전부였으니. 그저 얌전히 지내는데 비해 묘하게 느물거렸던 청년이었다, 라고 연무강은 기억할 뿐이었다.

 또한 신과 가까이 있는 자라 그런지 눈빛이 매우 기분이 나빴다고도. 

 대대로 태상들은 신이 점지한 자이기 때문에 유일하게 신을 볼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그래서인지 문무 관리들은 나이가 어린 자임에도 불구하고 태상의 갈색 눈과 마주치면 오금이 저린다고 했었다.

 물론 연무강과는 영 인연이 없는 말이었다.

 몇 발자국 나아가던 걸음이 다시 멈췄다. 연무강은 와작 얼굴을 찡그리며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짜증나는군.”

 요 근래 연무강은 계속해서 기분이 나쁜 상태였다. 맡은 일이 많고 부친이 부탁한 일도 있어서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의 심중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연서강’이었다. 녹우당으로 처박히기 전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사실 연서강이 녹우당에 스스로 처박히겠다고 뜻을 밝혔을 때에도, 연무강은 썩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쓰레기가 드디어 제 주제를 알고 쓰레기통으로 기어들어간다고 했으니 거수하고 기뻐해야 마땅할 텐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에 묘하게 구겨진 부분이 있어 석연치가 않았다.

 연무강은 그에 ‘하필이면 녹우당.......’이라고 생각했었다. 쓰레기가 알아서 쓰레기통으로 간 것은 집안에 있어서 무척 다행인 일이지만, 그 장소가 하필이면 제 어미 연우비를 세간에 떠올리게 만드는 곳이라서 마뜩치 않았다고. 그리하여 이리 마음 한 구석이 구겨진 듯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라고 그는 판단했었다.

 과연 그랬는지 연서강이 녹우당에 내내 조용히 처박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무강은 내내 불쾌해했다. 그때, 구겨진 마음은 시간이 지난다고 펴질 마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냄새나는 곳은 자체를 들어내어 깨끗하게 치워버려야 마땅한데, 뚜껑만 닫아 놓고 냄새가 안 난다고 도리질 치는 형국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냄새가 나는 물건을 없애버려야 연씨 문중은 비로소 편해질 것이다.

 그런 생각에 연무강은 몇 번 부친인 연무의에게로 가 조심스레 연서강의 앞날에 대해 물어본 적도 있었다. 앞으로 저 멍청이를 어쩔 셈인지, 기연조와 만나고 친하게 지내는 것도 그대로 두고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도가 있는 것인지. 그에 연무의는 좀 내키지 않다는 듯,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듯 ‘사용할 데가 있으니 걱정 말아라. 앞으로 응당 사용할 데가 올 것이니.’라 대답했었다. 그 대답에 희미한 통쾌함이 들었지만 아직 부친의 앞인지라 연무강은 ‘알겠습니다.’하고 진중하게 대답한 뒤 고개를 끄덕였었다.

 연무강은 기다렸다. 언제쯤이면 저 쓰레기를 치워버릴 수 있을까. 저 고름덩어리를 어서 없애버려야 집안이 화평해질 터인데. 그 기다림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는 자신하고 있었다.

 연서강이 녹우당을 나오지 않았더라면.

 “.......”

 거기까지 생각하고 연무강은 이를 으득 갈았다. 부친이 허락만 한다면 연무강은 당장 연서강의 머리통을 잘라 대체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녹우당에 들어가 기거한다 했을 때, 기껏 들었던 ‘그나마 염치는 있나보군.’이란 제 생각이 불쌍해질 정도였다. 연무강은 요 근래 연서강이 무엇을 생각하고 사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제 얼굴을 보면 사색이 되는 것과 거의 기다시피 굽실거리는 것은 예전과 같았다. 자신을 무서워하고 꺼려하며 대하기 어려워하는 것도 같았다.

 연서강의 그 허옇게 변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낯짝을 보고 있노라면 연무강은 묘한 즐거움을 느꼈었다. 마치 제 발밑에 깔려 살기 위해 바르작거리는 동물을 보는 듯 했다. 발에 힘을 줘 꽉 누르면 숨을 가쁘게 꼴깍꼴깍 몰아쉬면서도 두렵게, 그러나 자신을 세상의 모든 것이라도 되는 듯 쳐다보는 짐승. 살려주세요, 말만 하지 않았을 뿐 그 떨리는 눈빛과 숨소리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애원과 간절함이 연무강의 심금을 울렸다. 그것조차 여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마냥 도망치며 잘못했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말을 읊조렸던 연서강이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연무강의 시선을 피하며 온몸 전체로 ‘두렵다, 무섭다.’ 소리치던 연서강이 아니었다.

 녹우당에서 본채로 돌아온 이후, 정확히는 그 며칠 전부터.

 연무강은 연서강의 낯과 행동에서 ‘두렵다, 무섭다.’ 외의 목소리를 감지했다. 너무도 미약해서 무슨 꿍꿍이인지는 연무강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연무강은 연서강이 뭔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에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이 알 수 없는 뭔가 다른 것이 연서강의 머리통 속에 있다는 생각에 불쾌해졌다.

 연서강은 연서강에 맞게,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벌벌 떨며 땅바닥을 기어 다닐 정도로 비굴해야 했다. 그게 좋았다. 자신의 앞에서 한 가지 행동밖에 할 줄 몰랐던 쓰레기가 자신이 짐작하지 못하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은 대단히 불쾌한 일이었다.

 “.......”

 연무강은 부친 연무의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이를 갈았다. 연서강이 본채로 돌아오겠다고 청한 것을 부친인 연무의는 허락했다. 그 소식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연무강은 연무의를 찾아갔었다. 연무강은 연서강을 영락없이 버릴 패로 생각했다. 버리는 게 또 마땅했다.

 그러나 연무의는 조금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었다.

 -벙어리가 말문이 터진 것 같아, 조금 재미있게 되지 않았느냐.

 그게 연무의의 반응이었다. 연무강이 대놓고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자 연무의가 힐끗 그를 보며 조용히 입을 열어 타일렀다. ‘무강이, 네놈도 언제까지 옛날 일을 탓하며 미워만 할 셈이냐.’ 그리고 이어 중얼거렸다.

 -좀 더 이용가치가 높이고 싶다면 응당 그럴 수 있도록 협조해야지. 안 그러냐?

 부친의 말이 옳았다. 연무강은 그래서 부친이 ‘형제 싸움은 되도록 자제하여라.’ 충고했을 때도 얌전히 따랐던 것이다. 허나 옳다고 생각하여 따르는 것과 그런 놈이 연씨 문중 안을 활개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못 보게 두는 것은 또 달랐다.

 무슨 생각이지? 갑자기 어째서?

 연서강이 ‘.......형님은 제가 연우비의 자식이라 그리 싫어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연무강은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깨달았다.

 연무강은 당황하고 있었다.

 “.......수안궁.”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연서강이 다른 곳을 다녀갔다면 어찌 말을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연조와 부친인 연무의. 둘 중 하나를 만나러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다고 궁까지 들어오는 그 배짱이 그 놈에게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억지로 끼워 맞춘다면 맞출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수안궁은 달랐다.  

 수안궁과 태상은 연무강조차 잘 알지 못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태상과는 이야기를 한 번도 섞어본 적 없는 데다, 수안궁엔 경비 문제를 게외하곤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그것은 비단 연무강 뿐만이 아닐 테다. 수안궁과 태상에 대한 것들은 황제만 아는 은밀한 것들이 많아, 대부분의 것들이 쉬쉬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돌연 든 초조감에 연무강은 와작 얼굴을 찌푸렸다.

 요 근래, 도대체 그 쓰레기의 머리통 속에 뭐가 들었는지 연무강은 알 수 없었다.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것이 불쾌했다.

               * *

 “광록대부가 널 꽤 마음에 들어 한 듯하구나.”

 부친인 연무의의 농에 어울릴 마음이 들지 않아 연무강은 그저 딱딱한 얼굴로 침묵했다. 원래부터 제 첫째 아들이 그런 데 재능이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연무의는 그저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애걸복걸하는데, 그 집 여식이나 한 번 더 만나보지 그러느냐.’하고 말을 이었다. 연무강은 설핏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까지 오면 이제 더 이상 농이 아니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아버님.”

 딱 잘라 대답하는 연무강에 연무의가 혀를 찼다.

 “어째 둘째 무진이를 제외하곤 다들 연애에 관심이 없을꼬.”

 그건 연무진이 유별나게 여인에 관심이 많은 거라 말하고 싶었으나, 연무강은 말해 소용없을 것 같아 참았다. 더구나 연무강 또한 여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일이 바쁘고, 연씨 문중의 일을 더 우선시 할 뿐이었다.

 연무강도 마땅한 규중처녀가 나타나면 더 이상 물리지 않고 혼례를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연무강이 ‘연씨 문중을 위해 죽을 수 있습니까?’하고 물으면 질색하고 도망가는 여인들이 태반인지라, 그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 말에 허투로라도 ‘네.’라고 대답한다면야 자신이 이렇게 부친의 농을 듣고 있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광록대부의 여식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녀의 대답은 ‘꼭 죽어야 하나요?’였다. 틀렸다. 여인이 사내와 혼약으로 연을 맺는다면 새 집안에 뼈를 묻을 각오를 해야 마땅하거늘, ‘꼭 죽어야 하나요?’라고 묻다니, 그 이후부터 연무강의 마음에서 광록대부의 여식은 말끔히 사라졌다.

 어째서 광록대부의 여식을 거절했냐고 물어보는 연무진에게 연무강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연무진이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대꾸했었다. ‘형님이 그렇게 물어보면 정말 꼭 시집가서 죽을 것만 같으니, 다들 허투로라도 긍정하지 못하는 것 아니요. 죽을 일이 생기지 않으면 꼭 형님께서 칼을 드실 것 같으니.’ 그 말에 연무강은 부정을 표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집안이 다른 이와 연을 맺을 때면 기본으로 각오해야 하는 바가 아니던가. 빈 말로도 각오하지 못할 바야 이쪽에서 사양이었다. 연무강이 고집을 부리자 연무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어 핀잔을 주었었다. ‘그럴 바엔 형님께선 차라리 죽을 때까지 홀몸으로 사시오. 여인은 꽃처럼 아껴줘야만 하는 존재이거늘, 형님께서는 꽃은커녕 전쟁터에 나갈 칼을 고르는 것 같으니.’

 연무진의 말이 맞았다. 연무강은 그런 의미로 동료를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무진이 핀잔을 놓을 만큼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연무진은 둘째 정도는 되니 그런 여유 있는 소릴 하는 것이다. 앞으로 장차 연씨 문중을 이끌어갈 안주인이 될 사람인데, 자신과 능히 함께 싸울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그 중직을 내어줄 수 있겠는가. 연무강은 적어도 연씨 문중을 위해 제 친가도 배신할 수 있는 독한 마음을 지닌 여인이어야말로, 연씨 문중의 안주인에 걸맞다고 생각했다.

 “.......무강아, 이걸 버려다오.”

 문득 부친인 연무의가 전부 읽은 편지를 구겨 연무강에게 전했다. 연무강은 무심한 얼굴로 그것을 근처에 있는 호롱불에 태웠다. 허무하게, 묵직한 내용이 담겨 있었던 편지는 검은 재로 변해 사라졌다. 재에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한, 편지의 내용이 밖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연무강이 물었다.

 “.......아버님은, 수안궁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냐?”

 연무강의 질문에 연무의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해서 연무강은 숨길 것도 없이 오늘 들었던 말을 연무의에게 전해 말했다.

 “연서강이 수안궁에 출입했다는 소리는 들으셨습니까?”

 “서강이가?

 갑자기 연무의가 무얼 생각하는지 입을 다물고 턱을 매만졌다. 하지만 곧 연무의도 연무강처럼 패배를 인정했다.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라, 대충의 이유도 가늠이 안 되는구나.”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수안궁과 태상이 구체적으로 제사와 의례행사를 진행하는 일 외에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연서강이 어째서 거기를 들리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 리 없다. 아무래도 본인을 불러 직접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연무의도, 연무강도 곧바로 연서강을 불러 어떤 이유로 거길 가게 되었는지 묻지 않았다.

 연무의가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그 아이가 뭘 알고 있을 리는 만무하고.”

 연무강도 동의했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수안궁과는 무관할 터.”

 연무강도 새삼 수안궁의 주인인 태상이 정치에 개입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태상은 그러했다. 인간만사와 동 떨어져 신들의 세계에 속해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제까지 어떤 일이 터지고, 어떤 소란이 일어나도 수안궁과 태상은 그 자리를 그대로 고수했다. 백의궁 안에 있으나 백의궁과, 더 나아가 하나라의 일 전반에 관심 없는 곳. 절대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곳이 바로 수안궁과 태상이었다.

 해서 연무강은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능숙하게 연무의에게 말했다.

 “나중에 혹시 모르니 몇 몇 병사들에게 수안궁을 감시케 해, 불온한 움직임이 보인다 싶으면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부탁하마.”

 연무의가 신뢰가 듬뿍 담긴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립적인 곳이라고 함은 적도, 아군도 아니라는 말이니- 적도, 아군도.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

 이어 흘러나오는 말에 연무강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연무강은 부친에게 말해보기를 잘 한 것 같다 생각했다. 부친에게 토해놓고 나니 문득 그 말을 들었을 때, 들었던 초조감이 다소 가라앉는 듯 했다. 부친이 아무런 일도 아니란 식으로 취급하니 그제야 연무강도 그게 아무런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아무런 일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연무의의 말에 연무강은 고개를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연무의가 이어 말했다.

 “그 아이가 벼슬자리에 자신을 추천해달라고 했던 것과.”

 “.......들어주시기로 하신 겁니까.”

 얼굴을 살짝 구기며 연무강이 차게 대꾸했다. 연무의가 살짝 웃으며 중얼거렸다.

 “들어줘야지, 암. 들어주고말고. 제 까짓 게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줄 알고. 얼마 가지도 못해 바닥에 넘어져 우는 소릴 할 아이다. 가끔은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것도 세간에 좋게 비치지 않겠느냐.”

 “.......”

 부친의 말대로 어디로 가도 금방 포기하고 돌아올 놈이긴 하다. 그러나 여전히 연무강은 얼굴을 구긴 채 꾹 입을 다물었다. 예전에 말 타기도, 검 다루기도 쉬이 좌절하고 포기했듯이 추천해 준 자리에서도 역시 그리 될 것이다.

 그럴 바엔 왜 추천을 해 달라 했는가. 추천을 해준 이상 그 자리에서 잘 하지 못하면 부친인 연무의에게까지 흙탕물을 튀기게 될 것을, 어리석게도 훗일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래저래 생긴 불쾌함에 연무강은 다소 조롱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그 놈을 어딜 보내시기로 하셨습니까? 어디든 보내봤자 금방 돌아올 테니 가급적 하찮고 일 없는 곳으로 보내시지요?”

 그에 연무의가 웃기만 할 뿐 쉬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말이다, 내가 농을 좀 쳤단다.’

 의아해하는 연무강을 보며 연무의가 여전히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향이와 령이가 있는 곳으로 보내도 괜찮으냐, 라고 물었단다.”

 연무강은 어째서 연무의가 웃었는지 이해했다. 연의향과 연서령은 현제 변방의 오랑캐를 상대하고 있다. 국경을 어지럽히는 오랑캐는 질기기도 질겨서 연의향과 연서령이 꽤나 고생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중앙에서 허락만 해준다면야 차라리 전부 정복해버릴 것을, 하고 성격이 다소 거친 연서령이 불만조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제국 하나라는 그리 쉬이 다른 나라의 영토를 제 것으로 취하지 않는다. 지금 현재도 땅이 충분히 크거니와, 아예 모두 꿀꺽 삼키지 못할 거면 쉬이 정복하지도 않는 나라의 성미도 있어서였다.

 해서 끊임없이 쳐들어오는 오랑캐들을 끊임없이 격퇴만 시키고 있다고 들었다. 정말 지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치열한 전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오랫동안 계속 전투가 이어졌던 곳이다. 전투가 오래 이어진 땅은 자연스레 그 위에 사는 생물체에도 영향을 미쳐 사람들을 표독스럽고 잔혹하게 만들었다. 생과 사를 쉬이 구별하지 못하게 만들며 사람의 목숨도 하찮아지게 마련이다. 즉, 전장을 누비기는커녕 군사 훈련에도 참여하지 못한 사람에겐 몹시도 척박하고 힘겨운 땅이란 말이었다.

 조심해야 하는 건 비단, 적들의 공격만이 아니다.

 “.......병에 걸려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군요.”

 연무강의 말에 연무의가 다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연무강이 입을 열었다.

 “해서, 그 놈은 아버님의 말씀에 어떻게 답했습니까? 당장 낯이 창백해져서 도망치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러게 사람은 제 분수도 모르고 욕심을 내면 안 되는 것이다. 연무강은 그리 생각하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어쩜 그렇게 못난 놈이 다 있을까, 중얼거리며. 낮 시간 동안 생겼던 뾰족하고 불쾌한 마음이 이제야 약간이나마 부드럽게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더구나. 거기다가 진지한 얼굴로 감사합니다, 라고도 말하더군.”

 “.......네?”

 웃는 얼굴 그대로 연무강은 잠깐 굳었다. 연무강이 연무의를 보며 ‘무슨?’하고 되묻자 연무의가 대답했다.

 “받아들였다. 해서 5일 뒤에 향이와 령이가 있는 곳으로 보낼 예정이다. 물론 그쪽에서 답장이 와야 가능하겠지만.”

 “.......”

 비로소 부친인 연무의가 하는 말이 농담이 아님을 깨닫고 연무강은 입을 한 일자로 다물었다. 묘하게 차가워진 연무강의 반응에 연무의가 의아함을 느끼고 힐끗 그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느냐?’ 묻는 말에 연무강이 애써 웃어보였다. ‘아닙니다.’ 그러나 곧 또다시 그는 입을 다물었다.

 요 근래, 계속 이러했다.

 연무강은 연무의의 말을 떠올리며 속으로 계속해서 곱씹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녹우당에서 본채로 돌아온 이후로 연서강은 계속해서 연무강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쳐다보면 겁에 질리고 몸을 벌벌 떠는 것은 예전과 똑같았다. 손을 들어 올리면 제발 때리지 말라고 애원하는 눈빛도, 발딱발딱 당장에라도 넘어갈 듯한 숨소리도 똑같았다. 하지만 어딘가 달랐다.

 자신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고, 그것만으로, 자신만으로 그 작은 머리통이 가득 찼었던 연서강은, .......그러나 현재 그것뿐만이 아닌, 연무강은 짐작도 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하나 품고 있었다.

 .......내가 아닌, 나는 가늠할 수 없는 어떤 비밀로.

 그것이 연무강은 못내 불쾌했다.

 “.......그 놈이 미쳤군요.”

 차게 중얼거리며 연무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의 온도가 급속도로 내려갔다.

               * *

 연무강이 녹우당으로 온 것은 이로써 세 번째였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별 대수롭지 않은 방문이었던지라 그 방문 목적은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방문한 적이 별로 없어 몇 번째 방문인지 기억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 세 번째가 맞을 것이다.

 사실 연무강은 녹우당, 하는 말만 들어도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녹우당을 싫어하고 있었다. 연우비와 관련된 일화도 그렇거니와, 그 지긋지긋한 연서강이 도망 와서 살던 곳인지라 더더욱 그러했다. 아마도 이번이 아니면 평생 찾아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 별개로 홍월정과 그 뒤편 숲 지리는 대충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것은 필요하기에 익힌 것이라 가타부타 불평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허나 쓸모가 없는 녹우당은 아닌 것이다.

 연무강의 그 생각-녹우당을 싫어한다는-에 대해서는 연서강도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연무강이 불쑥 찾아오자 놀라는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왜 여기까지 행차하신 걸까. 각각의 생각이 삽시간 얼굴 만면에 떠올랐다가 사그라졌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연서강의 얼굴이 곧 두려움으로 흐려지는 걸 응시하면서 연무강은 연서강의 인사를 무시했다.

 때는 늦은 밤이었다. 녹우당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이 주변의 수목과 화초들 위로 살그머니 가라앉아 있었다. 녹우당에서 분별없이 나고 자란 화초들이 달빛을 꽃잎으로 받아 마시기라도 했는지 흐붓하게, 밤의 운치와 어울려 그윽하고 묵직한 향을 흘러 보냈다. 바람에 날리지 않는 꽃향기에 연무강은 슬쩍 인상을 썼다.

 연서강이 녹우당으로 돌아가 그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는 것을 연무강도 알고 있었다. 본채의 하인들이 가끔 ‘요새 녹우당 경치가 제법 괜찮다던데.’하고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는 걸 들었었기 때문이다. 원래 병자의 요양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에 걸맞게 현재 복원된 녹우당의 경치는 썩 훌륭했다.

 일전에 왔을 땐 폐가, 그 이상도 아니었건만.

 “.......”

 연무강이 녹우당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한 사람은 연서강이 아니었다. 녹우당의 살림을 총괄하는 모씨였다. 그녀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작은 도련님은, 후원에 계십니다.’라고 대답했다. 조만간 있을 소란을 예감한 얼굴이었다. 연무강이 연서강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가솔들은 없었다. 얼굴을 마주하기만 하면 연서강이 엎드려 빌고 연무강은 노여워하며 고함을 쳐댔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내심 후원 쪽으로 시선을 주며 안절부절 못 했다. 그 모습이 연무강은 몹시 못마땅했다. 녹우당에서 몇 년간 살림하다 보니, 그녀는 연서강이 연씨 문중에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 놈인지 잠깐 잊은 듯 보였다. 무위도식하는 연서강을 따라 자신이 연씨 문중 소속인 것을 잊은 듯 했다. 혀를 차며 연무강은 후원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그는 후원에서 웬 여자아이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연서강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을 본 연서강은 이내 얼굴이 굳더니, 여자아이를 향해 말했다. ‘홍이야, 모씨 아줌마에게 간식 좀 달라 그러렴.’ 간식이란 말에 여자아이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오라버니는?’하고 묻는 말에 연서강이 잠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홍이 너 혼자 모두 먹어도 괜찮아.’ 연서강이 대답하자 여자아이는 ‘응.’하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연무강을 지나쳐 녹우당 옆으로 사라졌다.

 가만히 서서 여자아이와 연서강이 하는 양을 지켜보며 연무강은 실소를 머금었다.

 .......저게 그 여자아이로군.

 어떤 여자애를 주워와 녹우당에서 내킬 때마다 연서강이 그녀를 취한다는 추문의 주인공. 맨 처음 그 소문을 들었을 때 연무강은 대소했다. 실제로 연서강을 본 사람이라면 그 소문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저 이빨 빠진 놈이 여자애를 희롱해? 저 놈은 설사 여자애가 옷을 벗고 유혹한다 해도 놀라서 방을 뛰쳐나갈 놈이지, 절대 어린 여자애를 강제로 취할 놈은 되지 못한다. 그에게 있어 ‘여자애’는 욕정을 품어도 될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얼마 안 가 사라질 추문이다. 그럴 것을 알기 때문에 부친인 연무의도 추문의 소녀를 가만 놔 둔 것이다.

 이어 여자아이가 완전히 후원에서 모습이 사라지자 연서강이 연무강에게 문안 인사를 올린 것이었다.

 “네놈 얼굴 보러 온 게 아니니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지.”

 연무강의 차디찬 말에 연서강이 여전히 시선을 내린 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연무강은 연서강의 손가락이 살짝 떨리고 있음을 보았다. 조롱의 빛이 담긴 미소로 그의 입술이 양쪽으로 당겨졌다. 머릿속이 든 속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연서강이 어딜 가겠는가.

 생각하며 연무강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님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왔다. 네가 제 정신이더냐? 미쳤더냐? 아니면 녹우당에 있다 보니 현실 감각이 사라진 게냐?”

 연무강의 말에 연서강이 어깨를 움츠렸다.

 “전쟁터에 나가겠다고? 진심으로 한 말이더냐?”

 발발 떨리기 시작한 손가락을 주먹 쥐어 막으며 그가 간신히 ‘네.’하고 소리 내어 대답했다. 순종적인 대답이었지만 연무강이 의도한 대답은 아니었다. ‘그, 그것이-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네.’였던 것이다. 연무강의 기분은 삽시에 나빠졌다. 그는 머리 한 구석이 묘하게 차가워지는 걸 느끼며 눈을 가느스름하게 좁혔다.

 “네가?”

 반사적으로 나온 되물음에 연서강은 낯이 시퍼렇게 변했다. 그 목소리에 ‘감히, 네까짓 게?’라는 뜻의 비웃음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라 말할까 망설이는 듯 보이던 연서강이 시선을 모로 치우며 ‘.......네.’하고 대답했다. 대답을 마친 후, 그가 입술을 꽉 깨무는 것이 보였다.

 연서강은 항상 그러했다.

 다른 형제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고개를 쳐들고 반발했다. ‘내가 뭐가 어때서 그러합니까?’하고 맨 마지막 여동생인 연서령도 연무강을 똑바로 쳐다보며 따졌었다. ‘할 수 있어요. 시키지도 않았으면서 못 한다 비난하지 마세요!’ 그런 말을 하더라도 못 미더운 것은 사실이나 일단 기백을 보고 인정해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허나 연서강은 수긍하고 수그러들었다.

 굴러들어온 기회를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찼었는지 세기도 지겨울 지경이었다. 변함없는 연서강의 반응에 연무강은 지긋지긋함까지 느꼈다. 부림만 당하지 않았지 실로 노예근성이나 다름없지 않나 싶었다. 남의 기색만 살피며 어떻게 남의 분노에서 빨리 또 무사히 피할 수는 없을까 궁리하며,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 몰랐습니다. 용서해주세요.’란 말만 입에 올리면 전부 해결될 거라 믿는 어리석음까지.

 울컥 치솟아 오르는 분노에 연무강은 한 쪽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연서강이 움찔 놀라며 굳은 얼굴로 연무강을 올려다보았다. 파리한 연서강의 얼굴은 잔뜩 긴장한 채 연무강의 얼굴과 연무강의 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 만면에 퍼진 두려움과 긴장이 떨어져 있는 연무강에게까지 전달되었다.

 여기서 한 번 얼굴을 때리더라도 연서강이 ‘잘못했습니다.’하고 말할 것을 연무강은 알았다. 맞고 차별당하는 것이 온당 당연한 일인 듯 그는 연신 연무강에게 애원할 것이다. 연무강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으득 갈았다.

 “고작 이런 정도에 기가 죽어 기어 다닐 거면서 전쟁터? 웃기지도 않는군. 도움이 되기는커녕 아군의 칼에 맞아 죽지 않을까 걱정이겠군.”

 “.......형님.”

 “내 당장 아버님께 말씀드려 이건 가당치도 않은 짓이라고 말하고 오지.”

 부친인 연무의가 연무강을 보고 그렇게 말도 했었다. ‘너도 옛 일을 가지고 너무 그 녀석을 박대하지 말련.“

 박대하지 말라니.

 연무강은 연서강을 노려보며 입을 한 일자로 다물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이렇게 멍청하고 추하고 어리석고 비굴하고 한심한 놈인데. 연씨 문중에 그리도 큰 해악을 끼친 제 어미를 수치스럽게 여기지도 않고 이렇게 아득바득 밖으로 굴러 나와 여러 사람을 골치 아프게 할 놈인데.

 녹우당에 있다가 연씨 문중을 위해 명예롭게 죽는 것이 이 버러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이요, 놈을 그렇게 죽여주는 것이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인정이었다. 그게 아니면 어찌 연서강이란 이 한심한 놈을 구제할 수 있을까.

 “.......”

 연무강은 들었던 팔을 내리고 등을 돌렸다. 역시 녹우당을 들린 것은 잘못이었다. 녹우당에 들리니, 차라리 부친에게 연서강을 그곳에 보내는 걸 다시 고려해 달라 부탁하는 게 더 생산적이었다. 한심하고 어리석고 비굴한 놈의 심중을 알아서 어디에다 쓰겠나! 연무강은 괜한 헛걸음을 했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무강 형님.”

 등 뒤에서 연서강이 그를 불렀다. 연무강은 얼굴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녹우당이라서 그랬을까. 순간 연무강은 뭐라 소리를 지르려다 멈칫했다. 연서강이 아직 움츠려 들어 있고 얼굴 또한 시퍼렇게 질려 있는 걸 어둔 밤인데도 확연히 보였다. 그러나 뭔가 평소와 달랐다. 녹우당 후원을 가득 메운 달빛과 꽃향기가 몹시도 무겁게 연무강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았다, 연무강에게는.

 녹우당의 정경도 그 가운데 서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연서강도.

 “무강 형님께는 .......오히려 잘 된 일이 아닙니까?”

 그리 말하는 연서강의 모습이 묘하게 정갈해 보였다. 언제나 주눅이 들어 두려움으로 떨기만 했던 연서강의 시선이 드물게 가지런했다. 빈틈없이 꽉 틀어 물어 핏기가신 입술도 단정하게 보이기만 했다. 허옇게 변색된 입술을 벌리자 잠깐 벌벌 떨던 턱이 이내 안정을 찾는다.

 이제는 한 치의 떨림도 없는 목소리로 연서강이 입을 열었다.

 “제가 아주 죽어서 올지도 모를 일 아닙니까?”

 연무강은 순간 숨을 멈추었다. 갑자기 그는 눈앞에 있는 연서강이 몹시도 기이한 생물처럼 느껴졌다. 익숙한 것 하나 없이 기이하고 심상치 않았다.

 연무강은 자신도 모르게 성급하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 말에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연서강이 파리한 얼굴로 웃었다. 그 웃음은 비록 조용하고 희미했지만 미묘하게 얄궂은 구석이 있었다. 자조적인 냉소였다. 얄궂은 것은 비단 미소뿐만이 아니다. 연서강의 목소리에서도 그 얄궂음이 은근하게 묻어나왔다.

 “무강 형님께선 제가 죽는 걸 바라지 않으셨던가요?”

 “.......”

 연무강의 입이 저절로 다물렸다.

 “솔직히,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연서강이 한 번 더 물었지만 연무강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뭔가 서늘하고 차가운 것이, 방금 연무강의 심장을 섬광처럼 꿰뚫고 지나갔다. 아까부터 내내 머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써늘한 냉기가 흘러 흘러, 목을 타고 뱃속까지 번져 버린 것 같았다. 그 말이 옳았다. 그래서 연무강은 아무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연무강을 연서강이 힐끗 쳐다보았다.

 “.......역시.”

 이상했다. 연무강은 이런 연서강을 알지 못했다. 연서강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피부가 강하게 짓눌리는 듯 했다. 압박감이 느껴졌다. ‘연서강?’하고 연무강은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이 맞는지 눈앞의 인간이 고개를 들어 연무강을 보았다.

 연서강은 서러운 표정으로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입술 끝이 잔인하게 비틀렸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지만.”

 연서강이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말에 연무강은 그를 응시했다. 연서강 또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약간 풀린 듯 멍한 눈초리,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빛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저것은, 저것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허공에서 연무강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연서강은 인상을 썼다. 입술은 여전히 그 고약한 미소를 머금은 상태였다.

 연서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형님이 몸소 나서서 물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의 손이 자신의 가슴께를 살며시 눌렀다. 그가 말을 이었다. 목소리가 마치 속삭이는 것 같다. “이것은 제 일입니다. 형님의 일이 아니라요, 그러니-.”

 형님께서 결정하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말도, 역시 옳았다.

 으아앙-.

 아기가 울고 있었다. 그래서 거기로 다가갔엇다. 아기가 우는 소리만 들리지 않았더라면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갔으리라. 연무강은 담에 난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듣기에 이쪽으로 가면 집안 가솔들이 쓰는 행랑채가 나온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이 울음소리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깨달았다.

 나무로 투박하게 만들어진 넓은 탁자 위에 강보에 쌓인 아기가 놓여 있었다. 가솔 중 누군가 아이를 낳은 사람이 있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는 곧 해답에 다다랐다.

 연우비.

 어디서 무얼 하다 나타났는지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집을 찾아왔다고 들었다. 연무강이 아직 어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당시 연우비는 임신을 한 상태였고 그런 그녀가 곧 아이를 낳고 죽었다고도 들었었다. 그 후, 아이는 방치 상태에 있었다.

 갖다 버리라고, 그런 아이는 모른다고 부친이 내쳤으나 동정심 많은 모친이 아이가 가엽다 하여 거둬들였다. 모친은 가끔 연무강과 연무진을 불러 ‘새 동생이 생겼다 생각하렴.’하고 둘을 다독였었다. 부친은 그 모습을 몹시도 못마땅한 얼굴로 봤었다.

 해서 연무강은 판단했다.

 아이가 나쁘구나.

 열 두 살의 어린 나이라 그리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지만 제 집안이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대충 알았다. 자신의 부친인 연무의가 현 황후의 큰 아버지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고모인 연우비가 연씨 문중의 이름을 더럽히는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도 알았다.

 그 간단한 사실만으로도 열 두 살의 연무강은 쉬이 이 아이가 자신의 집안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부친이 질색하며 싫어하는 바람에 유모 서씨가 거두어 기르고 있었다. 그 아이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아이인 것이다. 연무강은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아이를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살금살금 그 쪽으로 다가갔다.

 강보에 쌓인 아이가 연무강의 자취를 느꼈는지 울음을 뚝 그쳤다. 아마도 사람이 그리워 울음을 터뜨렸던 모양이었다. 연무강은 탁자 가까이 다가가 아이를 보았다. 더럽고 헤진 강보에 쌓여 있는 아이는 뽀얗고 작았다.

 아이와 연무강이 눈이 마주쳤다. 그때, 아이의 얼굴 근육이 천천히 움직였다.

 우는 건가? 연무강은 세 여동생 연의향이 아기였을 때 자신만 보면 울었던 것을 떠올렸다. 모친이 ‘넌 아버지를 닮아 인상이 딱딱하니까.’라고 웃으며 말했었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의 얼굴을 보며 웃는 것은 익숙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것도 같았다.

 .......웃는 건가?

 연무강은 뚫어져라 아이의 얼굴을 응시했다.

 우는 건가? 웃는 건가? 아니면.......

 아이의 입과 눈 근육이 그제야 확연히 움직였다. 우는 건가, 웃는 건가? 이왕이면-

 그때였다.

 -안 돼!

 째질 것 같은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연무강은 화들짝 놀라 비명이 들린 쪽을 쳐다보았다. 유모 서씨였다. 서씨의 비명과 동시에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놀란 것이었다. 하지만 서씨는 그것을 ‘무서워서’로 곡해한 모양이었다.

 -안 돼!

 유모 서씨가 급히 달려와 얼른 아이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연무강을 겁에 질린 얼굴로 쳐다보았다. 연무강은 유모 서씨를 바라보았다.

 유모 서씨가 외쳤다.

 -죽이면 안 됩니다. 도련님! 제발 살려주세요!

 그에 연무강은 ‘아, 검술 연습하다 왔지.’ 느리게 자각했다. 그리고 제 손안에 들린 검을 보았다. 유모 서씨가 다시 외쳤다.

 -잘못 한 게 없지 않습니까! 불쌍한 생명입니다. 연우비 아씨의 아이에요. 도련님에겐 사촌아우구요! 제발 살려주세요, 도련님!

 그 모습을 연무강은 무심하게 지켜보았다. 아이가 시끄럽게 울었다. 유모 서씨도 시끄럽게 소리쳤다. 그 소란 속에서 연무강만 입을 꾹 다물고 서 있었다.

 연무강은 다만 아이가 울 것이었는지, 웃을 것이었는지 -그게 몹시도 궁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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