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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리지 않는다-106화 (106/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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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광기가 때론 신앙을 만든다

“그런데 왜 하필 고양이야?”

“선생님이 맨날 저더러 고양이 같다고 하셔서요.”

나히덴이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절세 미남, 고양이 키워 본 적 없지? 고양이는 보기엔 아주 귀엽고 애교 있어 보이지만, 실은 되게 이상한 동물이야. 가만히 있는 사람을 갑자기 쥐어박고 도망가질 않나 저 혼자 뭘 보고 놀라서 훌쩍 뛰어오르질 않나 쓰다듬어 주면 좋다고 골골거리다가 뜬금없이 깨물어 버리질 않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동물이라고.”

그래서야.

데미안은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히덴은 그가 눈짓으로 보낸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마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기야 이상한 놈이 아니라면 데미안 같은 미친놈을 감당할 수 없겠지! 둘이 정말 잘 어울리네!’

그사이 건물 주위를 빙 둘러보고 온 미카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문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아요.”

데미안은 단칸 짜리 건물을 보자마자 그의 사형들이 이상한 수작을 부리고 갔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펠름교에선 신성 마법(Divine magic)이라 부르고 로다나교에선 신술(神術)이라 불러서 이름은 다르지만, 둘 다 성력을 사용하는 술법이었다.

나히덴은 사형들보다 강하니 그들의 신술을 얼마든 파훼할 수 있지만, 그의 성격상 절대로 손대지 못할 게 분명했다. 나히덴 또한 연공서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제트인이었으니까. 그는 연장자를 공손하게 대해야 하고 특히 사형이나 사저는 절대로 거역해선 안 된다고 믿는 인물이었다. 그토록 자유분방한 성미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네가 만 살이고 내가 한 살이든 우린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슬라인이었다. 나이가 많은데 뭐 어쩌라고. 네가 좆같은 형이면 나도 좆같은 동생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하는 보복 주의자였다.

그래도 데미안은 자신의 사상을 억지로 그에게 설파하지 않았다. 내 것이 소중한 만큼 남의 것도 존중해 주어야만 한다는 왕자의 잔소리, 아니, 가르침을 마음속에 깊이 담아 두어서……는 아니고, 그냥 생판 남의 인생에 관여하기 귀찮아서였다.

“문이라면 내가 찾았어.”

오른 주먹을 금빛으로 물들인 데미안이 벽을 부술 기세로 팔꿈치를 뒤로 당기자, 미카엘이 할 말을 잃은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건 문을 찾은 게 아니라 문을 만드는 거잖아요.’

데미안이 한쪽 벽을 완전히 박살내 버리기 전에 나히덴이 다급히 창밖으로 두 팔을 내밀어 보였다.

“자, 잠깐! 아직 부수지 마! 아디 사형이 바로 알아차릴 거야!”

“그놈이 알아차리면 뭘 어쩔 건데.”

우와, 말투까지 양아치 같다.

미카엘은 불량한 어른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루테가 아직 사형들 손에 있어! 우리 루테 좀 먼저 구해 줘! 아마 위얀 사저의 지하 감옥에 있을 거야!”

“지하 감옥? 거긴 죄인들이나 가는 곳 아닌가?”

“누명을 쓴 거야! 우리 루테는 누명을 쓴 거라고! 전에 봤잖아. 우리 애가 얼마나 순하고 착한지, 전에 봤잖아!”

“자네가 가려서 못 봤는데.”

“아이, 그런 뜻이 아니라! 데미아안!”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붙잡고 싶은지 나히덴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 손을 잡아주기 싫었다. 그래서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그거나 대신 내밀었다. 그 야박한 짓거리에도 나히덴은 원망하는 기색 없이 나뭇가지를 덥석 붙잡았다.

나히덴은 원래 곰팡이가 핀 빵도 잘 먹었고, 축축한 바닥에서도 잘 잤고, 천 년이 지나도 곁을 내주지 않는 비정한 남자에게도 잘 달라붙었다.

“우리 애는 정말 죄인이 아니야. 알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데미안이 무정한 어조로 대꾸하기 전에 그보다 상냥하고 친절한 미카엘이 대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잘 알죠. 나히덴이 신뢰하는 사람이잖아요.”

“한 살 형님……!”

나히덴은 크게 감동했지만, 제브와 달리 미친개가 애지중지하는 뼈다귀에 손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맙다는 눈빛으로 미카엘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연유로 자네 제자를 죄인으로 몰고 간 거지?”

“그게 그러니까…….”

선계로 끌려 온 후 나히덴과 루테는 블람의 침전에 꿇어앉았다.

대장군들은 대부분 여러 제자를 두어서 그들 몇은 지상계의 일을 보게 하고 나머지는 선계의 일을 보게 했는데 나히덴에겐 딸린 제자라고는 달랑 루테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늘 그를 데리고 지상계를 쏘다녔기에 나히덴의 섬은 돌보는 이가 없어 무척이나 휑했다.

신은 평상시 우주의 기운으로만 존재하다가 천계나 지상계에 강림할 때만 형태를 갖추었기에 블람의 침전은 비어 있었다. 그래서 사형들은 나히덴과 그의 제자를 그곳에 꿇어앉혔다.

블람의 침전 중앙엔 책상다리하고 앉은 블람 동상이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니 반쯤은 그것에 나히덴을 감시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을 거다.

「막내야. 네가 선계에 마지막으로 온 게 언제인지 아느냐?」

「그, 글쎄요. 제가 너무 바쁘게 살아서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대사형께서도 아시다시피 지상계에선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서…….」

「무려 팔십 년 전이란다.」

가만히 나히덴의 이야기를 듣던 미카엘이 삑 소리를 내질렀다.

“팔십 년이라고요!”

와, 그 정도만 사형들이 가둘 만했네.

얼굴 한번 비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팔십 년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았단 말인가. 무정해도 너무 무정했다.

나히덴은 지상계엔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둥 한번 선계에 오르고 나면 사형들이 자꾸 몇 년씩 잡아 두려고 해서 점점 안 가게 됐다는 둥 항변했지만, 미카엘이 낯빛이 점점 싸늘해지자, 생각해 보니 자기가 무심했던 것 같다며 꼬리를 내렸다.

천 살에 이어 사천 살까지도 잡는 한 살짜리였다.

「적어도 4년간은 지상계로 내려갈 생각을 하지 말아라. 알겠느냐.」

「아단 사형. 4년은 너무 짧지 않습니까?」

「수카 말이 맞습니다! 앞으로 4백 년 동안은 못 내려가게 해야 합니다!」

나히덴은 그 말을 듣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했다. 하지만 첫째인 아단이 손을 들어 그들의 의견을 잘라냈다.

「아디. 막내가 네 새끼도 아닌데 얼마나 옆구리에 끼고 있어야 만족할 셈이냐. 막내도 지상계에 내려가 새 제자를 찾아야지.」

아단은 가만히 나히덴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상계를 유랑하는 것도 좋지만, 너도 공덕을 쌓아 격을 높여야지.」

「예, 예에. 대사형…….」

「당분간 스승님의 침전에 머물거라. 다른 사형들이 제자를 어떻게 돌보고, 어떻게 공덕을 쌓는지도 옆에서 보고 배우고.」

데미안이 그나마 정상적인 사저라고 평했던 여섯째 사저 위얀이 말했다.

「이참에 네 섬도 좀 가꾸고 그러렴. 선계에 오른 장군들이 다들 네 섬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

아디 못지않게 성질이 급한 다섯째 사저 도리얀이 팔짱을 끼면서 한마디 했다.

「그래! 그것 좀 어떻게 해 봐! 너무 을씨년스러워서 주변 경관을 해치잖아!」

두 사저의 구박을 받으면서 나히덴은 그저 고개만 주억거렸다.

「지쳤을 테니 이곳에서 잠깐 쉬고 네 섬으로 가거라. 너희들도 너무 막내를 감시하지 말고. 자꾸 목을 조이니까 저 애가 도망가는 것 아니냐.」

아딘의 중재 덕분에 숨이 좀 트인 나히덴은 사형과 사저가 돌아간 뒤 루테를 품에 꼭 껴안고 블람의 침전에서 잠들었다.

「네 이노오오오옴!」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지금 뭘 한 게냐! 대체 뭘 훔친 게야!」

나히덴은 성질이 제일 불같은 둘째 사형 아디의 호통을 듣고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루테를 부리부리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사형. 우리 루테가 뭘 훔치다니요.」

나히덴은 잠이 덜 깬 얼굴로 일단 루테의 앞을 막아섰다. 이상한 건 루테의 반응이었다.

「저, 저는…….」

그는 정말로 죄라도 지은 것처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어쩔 줄 몰랐다. 그 사이에 셋째 사형인 수카와 도리얀, 위얀까지 왔다.

「무슨 일이에요, 사형?」

「저놈이 뭘 훔쳤어!」

「네?」

아디는 손가락으로 루테를 가리키며 재차 소리쳤다.

「저놈이 뭔가를 훔쳤다고!」

그 말을 들은 도리얀이 다짜고짜 루테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고, 수카는 블람의 침전에서 뭐 없어진 게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위얀이 차분한 어조로 되물었다.

「사형, 목격하신 걸 처음부터 천천히 이야기해 주시는 게 어떨까요?」

「뭘 더 이야기해!」

아디가 품에 안고 있던 바구니를 덜렁 바닥에 내려놓으며 소리치듯이 말했다.

「내가 나히덴에게 복숭아를 먹이려고 들고 왔는데 저, 저 개잡놈이 그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선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이놈!” 하고 소리쳤지. 그러니까 저놈이 어쩔 줄 모르잖아!」

「아, 그래서요?」

「거동이 아주 수상했다고!」

아디는 꼭 성질 난 호랑이를 납작 누른 것처럼 생겨서 그 얼굴만 봐도 애들이 울음을 터트릴 정도였다. 그런 얼굴로 고함을 질러 댔으니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입이 있으면 말해 봐라, 이놈! 정녕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느냐!」

위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루테를 돌아보다가 흠칫 놀란 얼굴을 했다. 루테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 정말로 결백하다면 뭐라고 말을 했을 텐데 말이다.

그때 블람의 침전을 살피던 수카가 다급한 어조로 소리쳤다.

「스, 스승님의 검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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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N요일에 올리겠습니다=N+1요일로 넘어가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N요일에 올리겠습니다...^^ 가 되어 버렸네요..

으헝!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닙니다! 진짜예요...

정말 죄송합니다.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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