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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리지 않는다-71화 (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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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악마는 누굴 위해 기도를 올리는가

“그만 일어나지.”

끈적거리는 미련을 차가운 말로 얼려서 간신히 떨쳐 낸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딘가를 눈짓으로 가리켜 보였다.

여자 몇 명만이 술을 마시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다들 귀가한 모양이었다.

테이블을 돌아 나온 데미안이 발을 걷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미카엘이 다급한 손길로 그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저기, 나가기 전에 입맞춤 한 번만 해 주시면 안 되나요?”

데미안은 놀란 눈으로 미카엘을 돌아보았다가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랬다간 못 참을 것 같은데…….”

당연히 내키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안타까워서 그런 거였다.

“너무 오랫동안 잠자리를 못 하지 않았나.”

너무 오래. 즉 5일을 뜻했다.

누가 들었다면 아주 정력적인 사랑을 하신다며 대단히 보기 좋으니 아무도 없는 극지로 꺼져서 둘이 평생 염병하며 살라고 축복해 줬겠지만, 데미안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꼭 고기를 처음 먹어 본 수도승처럼, ‘아니, 이 좋은 걸 왜 아무도 안 알려 줬지?’ 하고 억울해하는 것처럼, 처음 통정한 이후로 거의 매일 관계를 맺어 왔으니 말이다.

그러니 오랫동안 섹스하지 못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들은 단 한 번도 5일 넘게 금욕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데미안은 한 번 색사를 하기 시작하면 진이 빠질 때까지 하는 미카엘더러 자제하라고 했을지언정 잠자리 횟수 자체를 줄이자고 하진 않았다.

미카엘이 그저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성욕을 지녔을 뿐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데미안도 성욕이 왕성한 편에 속했다.

그 말은 한 번 길게 하는 대신 눈이 맞을 때마다, 기분이 내킬 때마다, 상황이 맞을 때마다 온갖 곳에서 온갖 방법으로 붙어먹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데미안은 다방면에 흥미가 없는 대신 관심 있는 것 하나에만 집요하게 매달리는 성미였다.

오죽하면 유리시아가 눈썹을 부르르 떨면서 범죄자 좀 작작 죽이라고 했을까.

그것도 응징의 대천사더러.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아주 열심히 하는 대천사와 성실하기 그지없는 그의 제자는 혹여 상대방 몸에서 미처 찾지 못한 성감대가 있을까 걱정하며 매일 열심히 서로의 몸을 탐구해 댔다.

어떻게 하면 빨리 싸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늦게 싸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안 아프게 목을 조를 수 있을지, 심지어 멀리 사정하는 방법까지 연구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연구상 따위가 있다면 저 사제의 차지였으리라.

비록 제자의 맹렬한 반대로 그의 정액이 요리 재료로써 연구되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저, 남성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를 만날 일이 있어서 물어봤는데…….”

“물어봤다고?”

두 사람이 금욕 아닌 금욕을 하게 된 계기는 미카엘에게 있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검 대련보다 총질에 더 힘쓰던 스승과 제자는 새벽에 한 고된 검 수업 탓인지 드물게도 먼저 나가떨어진 미카엘에게서 문제를 발견했다.

「선생님, 저 오줌 싼 거 같아요.」

정신체는 배변 욕구를 느끼지 못할 텐데?

놀란 얼굴로 미카엘의 다리 사이에 눈길을 준 데미안은 그의 성기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말간 액체를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저게 뭐지? 정말 소변인가?

정액이라고 하기엔 너무 말간 액체라 데미안은 저도 모르게 허리까지 깊숙이 숙인 채 그의 새빨간 귀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생전의 기억이 거의 없는 미카엘은 소변 냄새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기에 스승이 검증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소변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예요?」

「나도 모르지.」

한 살짜리 동정이 천 살짜리 동정에게 물으니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리가 없었다.

얼마 전에야 비로소 엉덩이 구멍 안에 꾹 누르면 환장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부위가 있다는 걸 찾아낸 두 사람이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데미안은 그 뒤 관계를 가질 때면 늘 미카엘더러 그곳을 귀두로 자극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미지의 영역을 만끽했다.

하지만 누가 옆에서 세게 재채기만 해도 엄살 떠는 미카엘은 엉덩이를 높이 치든 채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묽은 정액을 쭉쭉 싸댄 게 무척이나 충격이었는지 그 뒤 데미안이 자기 엉덩이만 주물러도 기겁했다.

「선생님, 거긴 신께서 잘못 만드신 부위일 거예요. 거길 만지는 건 분명 아주 무서운 죄일 거예요.」

미카엘이 신성한 금빛 날개 위에 정액을 싸지르면서 말했다.

데미안은 속으로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지만, 네가 겁이 많은 걸 왜 신을 탓하느냐 하는 대신 나는 신이 될 몸이라 괜찮다고 넘어갔다.

지랄쟁이와 지랄탄(彈)으로 싸워 봤자, 별 승산이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뒤에도 두 사람은 여러모로 인체의 신비를 탐구해 보았지만, 이처럼 정액 대신 말간 물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아! 선생님!」

데미안이 정체도 모를 그 액체를 손가락으로 찍어 대뜸 맛을 보자, 미카엘은 기겁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설령 이게 소변이라 할지라도 그리 꺼림칙하지 않았다.

먹은 거라곤 차와 술밖에 없는 미카엘의 몸뚱이에서 나올 게 물밖에 더 있겠는가. 설령 소변이라도 뭐 어떤가. 정액에, 피에, 눈물에, 땀까지 먹어 봤는데.

지나치게 두려움이 많은 제자와 달리 스승은 지나치게 담대했다.

「으음. 몸으로 카페를 차려도 되겠어.」

그런데 그 맑고 묽은 액체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체가 기괴했다.

「뭐라고요?」

데미안은 자기가 말해 놓고도 황당한지 얼떨떨한 얼굴로 미카엘을 바라보며 뒷말을 이었다.

「뭔지 몰라도 새콤하니 맛있는데.」

「씨발!」

짧게 튀어나온 욕설은 무척이나 어설퍼서 귀여웠다.

데미안은 새삼스레 깨달았다. 자신은 미카엘이 질색하거나 경악하면 절로 흡족한 미소가 떠오른다는 걸.

의외의 상황에서 발견한 최악의 취향이었다.

데미안이 더 달라는 의도를 담아 귀두를 좌우로 흔들자, 미카엘이 앙칼지게 욕설을 뱉어 냈다.

「씨발…… 아!」

절로 흐뭇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귀여운 모습에 데미안은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가 이어진 말에 두 눈을 부릅떴다.

「거, 거기 만지시면 아파요.」

「아프다고?」

데미안의 가르침을 통해 영혼의 강함을 정신체의 강함으로 어느 정도 연결 지을 수 있게 된 미카엘이기에 이제 그는 주먹으로 바위도 부술 수 있고 총에 맞아도 움찔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스승은 그를 과보호했다.

미카엘이 문틀에 발가락을 찍고 아야, 하고 말했던 건 정말로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탄성이 버릇처럼 흘러나왔던 건데 3층에서 그 소리를 듣고 내려와 신전에 있는 모든 문짝을 뜯어 놓으려 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 와중에 미카엘이 무엇보다 소중한 물총을 잡고 아프다고 했으니 제아무리 새로운 열락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데미안이라 할지라도 금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생니임, 저 이제 진짜로 괜찮다니까요.」

「안 되는 건 안 돼.」

미카엘은 몇 시간 뒤에 바로 괜찮아졌다고 말했지만, 데미안은 그더러 총기 관련 전문가를 만나 동성의 연인과 잠자리를 해도 좋다는 진단을 받아 오지 않으면 절대로 그의 물총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선생님은 제가 막 다른 사람한테 자지를 보여 주는 걸레 새끼라도 괜찮으세요?」

그 뒤 무려 삼 일간이나 금욕한 미카엘이 참다못해 데미안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너도 다른 이들이 날 핥듯이 쳐다봐도 그저 뿌듯해하지 않나.」

「그건 그냥 관상하는 거니까요!」

「그래. 나도 관상하는 것까진 괜찮아. 그러니까 의사에게 보여 주기만 해. 촉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날 부르도록 하고.」

미카엘의 허벅지를 힘주어 쥔 데미안은 그의 턱을 검지로 툭 건드리며 서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늘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미카엘은 정말로 의사에게 가기 싫은지 고개를 푹 떨군 채 웅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냥 다 나았다고 치면 안 되나요?」

「안 돼.」

데미안도 마음 같아선 인간 의사가 아닌 창조자께 직접 여쭈고 싶었다.

하지만 데미안이 아무리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패륜아라도 연인의 아랫도리 사정을 봐 달라고 부탁하는 건 좀 그랬다.

무엇보다 저리된 과정을 설명해야만 할 텐데…….

창피한 일을 겪는 건 한 사람으로 충분했다. 물론 그 한 사람은 미카엘이었다.

“그, 사정 후에 너무 예민해진 성기를 계속 거칠게 자극하면, 아주 드물지만, 그런 물 같은 거, 그럴 수도 있대요…….”

두 눈을 내리뜬 미카엘이 긴 금빛 속눈썹을 아래로 드리운 채 눈가를 복숭앗빛으로 물들이며 소곤거렸다.

“그래서 제가 난폭하게 그러지 마시라고 애원했는데…….”

아아아, 성적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사로잡혀 바르르 떠는 어린 연인을 눈앞에 두고 흥분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을까.

발기 불능 빼고.

“……일을 마친 뒤에 네 아파트로 갈까?”

물론 데미안은 발기 불능이 아니었기에 야릇한 열기에 달뜬 저음으로 미카엘을 은근하게 유혹했다.

“아, 네! 이번엔 너무 거칠게 그러시면 안 돼요…….”

좋아 죽겠다는 얼굴로 입꼬리를 실룩거리던 미카엘이 얼른 고개를 숙인 채 새하얀 목덜미를 내보이며 가증스레 약한 척했다.

“그래. 이번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그러면 집에 가는 길에 앞치마를 하나 사야겠네요. 노란 고양이가 그려진 거로.”

씨발. 취향 한 번.

데미안은 속으로 욕했지만, 미카엘의 물총을 일시적으로 고장 낸 책임도 물어야 했기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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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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