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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리지 않는다-49화 (4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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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사는 누굴 위해 기도를 올리는가

“그래. 이 스승이 다 해 줄 테니 가만히 있어라.”

딱딱한 앞머리를 손으로 쥔 데미안이 그 끝을 좁은 구멍에 비벼 대며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인하고 잘생긴 남자가 스스로 구멍을 벌린 채 다른 남자의 성기를 조금씩 오물오물 먹어 대는 모습은 정말 미치도록 자극적이었다. 그가 가늘게 숨을 내쉴 때마다 단단한 근육이 진 커다란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거리고 아름다운 굴곡이 진 복근이 움찔거렸다.

그 황홀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니 절로 이상야릇한 열기가 온몸의 끄트머리로 몰려들어서 미카엘이 손을 들어 근질거리는 가슴께를 만지려고 했다.

“가만히.”

그 손을 옆으로 치워 낸 데미안이 피가 몰려 예민해진 미카엘의 유두 끝을 매끈한 손톱으로 가차 없이 쑤셔 주었다. 고통과 기쁨은 극과 극에 놓여 있으나 하나의 선 위에 존재하니 그것이 다른 이름으로 뒤바뀌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하, 씨발. 읏, 데미안…….”

미카엘의 늘씬한 목덜미를 타고 죽 올라온 고통은 머리에 도착하자마자 찌릿찌릿한 희열이 되어 눈앞에서 터져 나갔다.

번쩍거리는 열기가 뒷머리를 세게 잡아채며 그분을 제대로 부르라고 채찍질했다. 하지만 천사도, 악마도 아닌 위대한 이를 칭하는 이름이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었다.

“읏, 아아, 나의 신…….”

데미안은 조금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지만, 그 과분한 칭호를 등에 무겁게 짊어지고도 이내 초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네가 꼭 누군가에게 매달려서 살아야만 한다면 나에게 매달려라.”

미카엘이 몰아치는 쾌감에 정신을 못 차리자, 데미안은 그의 두 팔을 들어 제 뒷덜미에 감고는 그윽한 흑안으로 지그시 미카엘을 내려다보았다.

“신앙이란 독과 같은 것이니.”

귓가에 부드럽게 감기는 저음은 꼭 신의 계시처럼 거룩하면서도 천사의 노래처럼 성스럽고 악마의 속삭임처럼 유혹적이었다.

“그건 알몸으로 자유로이 들판을 달리는 너에게 수치심을 주입하고, 천진난만하게 손을 내미는 너를 탐욕스럽다고 비난할 것이다.”

찬란한 금빛 날개를 등에 단 채 대천사는 듣기 좋은 음색으로 신을 모독하고, 종교를 짓밟고, 신전을 불태웠다. 길 끝에 있는 단 한 명의 죄인을 만나기 위해 그 자신의 금빛 영광을 스스럼없이 찢어발겼다.

“하지만 나는 무자비하고 잔혹하며 한 사람에게만 은총을 내리는 불공평한 신이 될 터이니.”

감히 신의 옥좌를 차지하고 앉은 그가 거만하게 다리를 벌리고 앉은 채 자그마한 죄인을 굽어보았다.

자신에게 단 하나뿐인 옥좌를 만들어 바친 죄인을.

“나는 너의 기만을 알지 못한 척하고, 너의 죄를 보지 못한 척하며, 너의 거짓말을 듣지 못한 척하고, 너의 교만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데미안은 마치 세례(洗禮 입교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의식)를 베풀듯, 수계(授戒 가르침을 받게 된 이에게 계율을 내림)를 내리듯 미카엘의 이마와 눈, 그리고 귀와 입술에 순서대로 입을 맞췄다.

“세상을 멸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오로지 너만은 구원해 줄 것이다.”

입술을 깨문 채 등허리를 들어 올린 미카엘은 정신적인 절정에 도달한 듯 거친 숨을 헐떡거리며 아미를 일그러뜨렸다.

“나의 미카엘…….”

하지만 데미안은 정신적인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남자였다. 그건 이미 생전에 죽도록 했다.

그 경험이 하나 남긴 게 있다면 하지 않고 후회할 바엔 저지르고 반성하는 게 낫다는 거였다.

그가 깨끗한 몸으로 죽게 내버려 두지 말았어야 했다. 그가 순결한 몸으로 불타게 두지 말았어야 했다.

힘으로 누르든, 약을 쓰든, 몸으로 유혹하든 그를 더러운 욕망에 찌들게 해야 했다.

미카엘이 죄인이 된 건 그가 너무 깨끗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종교라는 독이 한 방울만 퍼져도 시커멓게 물들 정도로 투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신으로 섬길 것인가.”

미카엘은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무해한 독은 귓속으로 흘러들어 그를 어지럽혔다.

“나의 사도가 되어, 울면서 등을 붙잡는 이를 가차 없이 뿌리치고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는 이를 냉담하게 무시하며 살 것인가.”

마치 미카엘의 온 혈관을 시커먼 죄로 채우려는 듯한 달콤한 속삭임이었다.

“선과 양심을 버리고, 하나의 잣대를 버리고, 혼란으로 뒤엉킨 실타래를 율법으로 삼을 것인가.”

미카엘의 눈앞에 있는 건 그가 감히 바라서는 안 되는 저 하늘의 반짝이는 것이었다.

그 광채가 온몸을 짓누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존재하자, 시큼시큼한 쾌감이 머리통을 열고 뇌를 우악스럽게 주무르는 것만 같았다. 절로 몸이 바들바들 떨려 오고 뜨거운 눈물이 붉게 달아오른 눈가를 간질였다.

“연민과 가책을 버리고, 하나의 질서를 버리고, 네 신이 어디에 있든 그곳을 지표로 삼을 것인가.”

아아, 미카엘은 그가 너무 무서웠다.

설탕보다 달콤하고 독보다 유해하며 천사보다 당당하고 악마보다 매력적인 데미안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는 말 한마디로 천지를 정반대로 바꾸고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네, 데미안…… 나의 신.”

눈을 감아도 외면할 수 없는 빛이, 귀를 막아도 무시할 수 없는 독이 결국 미카엘을 그 앞에 무릎 꿇게 했다.

“당신만이 제게 위대한 분이세요…….”

미카엘이 물기에 흠뻑 젖은 푸른 눈으로 절 바라보며 떨리는 입술을 떼어 내자, 데미안은 목젖을 위아래로 한 번 움직이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신께서 비로소 만족하신 듯하니 미카엘로 절로 기쁜 마음이 들어 그를 따라 환하게 웃었다.

“그래. 착하군.”

미카엘에게 상을 주듯 단번에 허리를 아래로 내리누른 데미안이 굵고 뜨거운 성기를 뿌리까지 한 번에 집어삼켰다.

“하윽!”

“읏, 하아…….”

한없이 고통에 가까운 쾌감이 두 사람을 잠식했다. 잡아먹은 사람도, 잡아먹힌 사람도 밭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등을 바들바들 떨었다.

예민해진 감각이 희미한 피 냄새를 포착하자, 두 사람을 지배한 아픔은 희열에 더 가까워졌다. 매번 박고 박힐 때마다 피 맛을 본 탓에 이제 피 냄새가 나면 몸이 알아서 그걸 성행위의 시작이라고 단정 짓고 지레 성감에 젖는 것 같았다.

“설령 네가 영원히 구원받지 못하더라도, 너의 신은 항상 너와 함께할 것이다.”

커다란 두 손으로 미카엘의 자그마한 머리를 빈틈없이 감싼 채 데미안은 그의 도톰한 윗입술을 빨아들였다. 미카엘은 자연스럽게 제 입안에 들어오게 된 그의 아랫입술을 정신없이 빨아 댔다.

“네가 천국에 있든, 지옥에 있든, 난 언제나 너와 함께할 것이다.”

그저 입술을 빨았을 뿐인데 꼭 욕망을 응축한 액체를 삼킨 것처럼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 왔다.

“금색으로도, 붉은색으로도 나눌 수 없도록 영혼이 뒤섞여 버렸으니.”

데미안의 뜨거운 숨결에 뒤섞인 찬란한 금빛이 죄인의 목구멍까지 흘러들었다.

“이제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으리라.”

데미안의 나직한 저음은 꼭 피할 수 없는 예언처럼 뇌리에 사납게 들이박혔다. 하지만 미카엘에겐 그 단호한 계시가 너무 달가웠다.

“영원히.”

“그래, 영원히.”

두 손으로, 온몸으로 데미안을 꽉 감싼 미카엘은 혹여 누군가 저희를 떼어 놓을까 봐 잔뜩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두 손으로, 온몸으로 미카엘을 꼭 감싼 데미안은 흡사 누군가에게서 그를 꼭꼭 숨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미카엘.”

천천히 숨을 고르는 미카엘을 가만히 바라보던 데미안이 돌연 장난스러운 웃음을 입가에 걸었다. 그는 다리 사이로 뜨끈한 피를 흘리면서 미카엘의 청순한 얼굴을 긴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신을 범하는 건 어떤 기분이지?”

데미안이 슬쩍 허리를 들어 올리자, 정액과 피가 뭉개진 굵은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신을 찌르고 범한 미카엘의 무기였다.

“데, 데미안…….”

미카엘은 최악의 죄인이었다.

그 어떤 이도 감히 신을 따먹는 죄를 저지르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겁먹은 그를 보며 그저 태연자약한 태도로 웃어 버릴 따름이었다.

“이런, 미카엘. 왜 놀란 척을 하는 거지?”

그 느긋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을 간질이던 시커먼 공포와 두려움이 자그마한 개미처럼 느껴졌다.

“놀란 척이 아니라 정말로 충격받은 거예요! 왜, 왜 그런 식으로 말, 말을…….”

입은 거짓말해도 눈은 거짓말하지 못한다더니 미카엘은 입으로도, 눈으로도 거짓말을 잘했다.

“정말로 충격을 받았다면 자지가 쪼그라들어야지. 더 딱딱해지는 게 아니라.”

하지만 아랫도리는 그렇지 않았다.

데미안이 느물느물하게 웃으면서 그 점을 지적하자, 미카엘의 입술은 뾰쪽해졌다.

“그걸 아나? 자길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진짜 죄인이 아니라네.”

가벼이 웃음을 터트린 데미안은 입술을 깨문 채 절 노려보는 미카엘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진짜 죄인은 자기가 죄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지. 그의 안엔 죄악감이랄 게 전혀 없으니까 애초에 죄를 인식하지도 못하거든.”

데미안은 꼭 비밀을 알려 주는 것처럼 미카엘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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