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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리지 않는다-46화 (46/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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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사는 누굴 위해 기도를 올리는가

씨발. 끝내주게 섹시하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잘생긴 얼굴에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몸매를 지닌 남자가 예술적인 종교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성스러운 날개까지 달고 있으니 그 모습이 가히 검붉은 욕망을 자극했다.

저 찬란한 이를 흙바닥 위에 찍어 누른 채 실컷 범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카엘이 도발하듯 딱딱해진 중심부를 음란한 손길로 문지르며 맑게 웃었다.

“그 날개는 더럽혀 본 적이 없네요.”

에둘러 말했지만, 그 날개 위에 사정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허공 위에 손가락 두 마디쯤 떠오른 채로 허리를 앞으로 굽힌 데미안이 그의 콧등에 난 연한 갈색 점을 혀로 진득하게 핥고는 여유롭게 미소 지어 보였다.

“내가 조금이라도 뒤로 밀려나게 하면 내 날개에 무슨 짓이든 하게 해 주지.”

“무슨 짓이든……이라고요?”

데미안은 원래도 섹스에 소극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기진맥진할 때까지 하지 않기로 한 탓인지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미카엘을 유혹했다. 긴 손가락으로 미카엘의 가슴께를 빙빙 문지르던 데미안은 두 눈을 내리뜬 채 흡사 자애로운 신처럼 그윽하게 미소 지으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래. 무슨 짓이든.”

하도 흥분한 탓인지 온 피부가 서늘해지면서 온몸이 바르르 떨려 왔다. 쇠사슬을 단 것처럼 무겁던 팔이 날개를 단 것처럼 가벼워지고 피로에 찌든 몸이 날아오를 듯 가뿐해졌다.

아, 데미안의 말대로 미카엘은 자지의, 아니, 성욕의 악마였나 보다.

“죄송해요, 선생님. 오늘은 제가 신성 모독을 많이 할 것 같네요.”

신기를 강하게 꼬나 쥔 미카엘이 의기충천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직시하며 제 윗입술을 붉은 혀로 핥았다.

“미리 사과해 둘게요.”

앞으로 굽혔던 허리를 도로 곧게 편 데미안이 발로도 공격할 거라는 걸 예고하듯 금빛으로 물든 주먹과 오른 다리를 들어 보이며 빙긋 웃었다.

“그래. 무슨 짓을 하든 용서해 주도록 하지.”

카앙!

또렷한 목표가 생긴 탓인지 미카엘은 아까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덤벼들었다. 속도만 빨라진 게 아니라 타격 하나하나가 묵직하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데미안은 단단한 철벽처럼 제자리를 유지한 채 비처럼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냈다.

‘생각보다 더 영혼이 강해…….’

일반 사람과 달리 영체(靈體)나 성체(聖體)는 근육량이 아닌 영혼의 강도로 전투력을 측정할 수 있다.

평범한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유렐이 신체를 단련한 성인 남성보다 강한 것도 그녀의 영혼이 강한 덕분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패배해 본 적 없다는 전투의 신 블람은 심지어 예닐곱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유리시아의 호수천신(護守天神), 주신을 수호하는 신격 위상이 될 데미안조차 성력을 온전히 보존한 채 최상의 상태에서 붙어야만 무승부를 따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니 영체나 성체가 전투를 벌이는 데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단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어떻게 되신 거예요, 선생님? 왜 더는 공격하지 않으세요? 이제 온전히 방어에만 집중하기로 하신 건가요?”

무거운 일격이 어깨를 저릿저릿하게 하자, 데미안은 두 눈을 일그러뜨렸다.

아픔 때문은 아니었다. 아니, 어느 의미에선 아픔이긴 아픔이었다.

영혼은 그저 오래 묵었다고 강해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유렐이 5천 살 먹은 천사라 해도 데미안보다 강하진 않은 것처럼 말이다.

영혼은 본디 금속처럼 두드릴수록 강해진다.

그 말은 극심한 시련을 겪었거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거나 깊은 시름에 빠졌다가 승화된 영혼일수록 강해진단 뜻이었다.

‘미카엘…….’

데미안은 미카엘이 강한 영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지옥에 떨어진 채로 천 년이나 버텨 왔으니까.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미카엘이 강하게 공격해 올 때마다 그 일격에 실린 무게가 흡사 그가 받아 온 시련의 양처럼 느껴져서 괴로웠다.

죽고 싶어서 자살했음에도 데미안의 욕심 때문에 마음대로 소멸하지도 못한 채 그저 묵묵히 견뎌 온 그가 떠올라서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미카엘은 아픈 것도 싫어하고 괴로운 것도 못 견디는 연약한 꽃 같은 청년이었는데.

미카엘이 매섭게 공격해 올 때마다 그 일격에 실린 무게가 꼭 그가 그동안 겪었을 고통의 양처럼 느껴져서 슬펐다.

미카엘의 검은 아직 데미안의 피부조차 가볍게 스치지도 못했지만, 데미안의 가슴팍에선 이미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그의 패배였다.

데미안은 자신 덕분에, 그리고 자신 때문에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미카엘에게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응? 아!”

갑자기 데미안이 방어를 포기하고 두 손을 아래로 늘어뜨리자, 미카엘이 검으로 그의 가슴팍을 찌르지 않도록 서둘러 신기를 돌려보냈다. 하지만 관성을 이기지 못한 몸이 그대로 데미안과 함께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미카엘은 혹여 데미안이 머리를 다칠까 봐 그의 옆머리를 자기 손으로 감쌌다. 우습게도 데미안 또한 미카엘의 머리를 먼저 두 손으로 보호했다.

쿠당탕.

커다란 몸 두 개가 흙바닥을 구르면서 뽀얀 먼지가 크게 일었다가 가라앉았다.

“왜 갑자기…… 아니, 뭐하신…… 대체 뭘…….”

얼떨결에 데미안과 마주 본 채 옆으로 눕게 된 미카엘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질문거리를 골랐다.

“다친 곳은 없으세요?”

하지만 결국 완전한 문장이 된 말은 달랑 하나뿐이었다.

“뭘 해도 돼, 너는.”

한 손으로 미카엘의 어깨를, 다른 손으로 뒷머리를 꽉 끌어안은 데미안이 그의 서늘한 뺨에 자신의 뺨을 갖다 댄 채 나지막이 말했다.

“나에게 무슨 짓이든 해도 돼.”

아무리 괴롭고 슬프고 미안해도 미카엘을 놓아줄 순 없으니, 그것만이 데미안이 그에게 할 수 있는 속죄였다.

“자해나 자살 시도, 다른 사람에게 한눈팔아도 용서해 달라는 거나 다른 사람하고 관계하는 걸 보여 달라는 거나 말없이 잠적하거나 내게서 도망치는 걸 제외하고.”

물론 예외 사항은 있었다. 보험 약관처럼 말이다.

“와, 정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네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미카엘이 의뭉스레 비꼬자, 데미안이 가벼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정말 관대하지?”

슬픔은 잊으려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덮어야만 하는 것이기에 데미안은 속에 남은 그을음을 연약한 꽃잎으로 덮었다.

“그런데 제가 왜 선생님에게서 도망칠 거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글쎄. 왜일까?”

데미안이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자, 미카엘이 빙글 몸을 돌려 그를 자기 허리 위에 앉히면서 말했다.

“만일 제가 도망친다면 선생님께서 더는 절 예뻐해 주지 않으셔서 깊은 절망감에 빠져 그런 걸 거예요.”

미카엘이 아무튼 당신 탓일 거라고 지레 탓하는데도, 그 한정으로 무척이나 관대한 데미안은 그저 웃음 짓기만 했다. 아니, 오히려 미카엘이 귀여워 미치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럼 영영 도망칠 일은 없겠는데.”

어깨를 깊숙이 숙인 데미안이 땀을 진탕 흘려서 바짝 메마른 미카엘의 입술을 혀로 핥아 축축이 적셔 주고는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앞으로도 계속 예뻐해 줄 거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 미카엘의 노곤한 몸에 뜨거운 힘을 불어넣어 준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에게만은 무척이나 다정한 응보의 대천사를 황홀하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두 손으로 그의 팔꿈치를 꼭 쥐었다.

“더 해 주세요, 선생님. 전 아직도 목이 말라요.”

미카엘이 금빛 눈썹을 팔랑이며 애처롭게 말하자, 데미안이 금빛 성력을 듬뿍 머금은 혀로 그의 마른 입안을 고루 핥고 적셔 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그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자기 새끼에 사족을 못 쓰는 덩치 큰 고양잇과 동물처럼 아예 미카엘의 얼굴을 전부 핥아 주었다.

기나긴 전투 끝에 내려진 상은 꿀보다 달콤하고 꽃보다 향긋했다.

“읏, 흐우…….”

말캉말캉한 혀끝이 미간이나 속눈썹 같은 예민한 곳을 간질일 때마다 허리를 들썩거리며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던 미카엘이 꼭 얼른 벗으라고 채근하는 것처럼 데미안의 허리춤을 잡아당겨 댔다.

귀티가 나는 오목조목한 얼굴을 금색 혀로 꼼꼼하게 핥아 주던 데미안이 그 손을 흘깃 한 번 내려다보고는 엉덩이와 한쪽 다리를 들어서 그가 자기 바지와 속옷을 벗기는 걸 도와주었다.

미카엘은 엄청난 탄력을 자랑하며 툭 튀어나온 데미안의 성기를 바라보고는 군침을 흘리는 개처럼 입맛을 다셨다. 그의 것은 아직 발기하지 않았는데도 미카엘의 목구멍 안쪽을 고통스럽게 긁어 댈 수 있을 정도로 굵고 길었다.

데미안은 머리카락이 까만색이니 만약 음모가 있었다면 저 예쁜 좆을 시커먼 털로 흉측하게 장식할 수 있었을 텐데.

얄밉게도 데미안은 그의 외모만큼이나 성기도 잘생겼다.

“선생님, 자지가 왜 이렇게 커요? 빨다가 여럿 죽겠어요.”

절로 헛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데미안의 좆을 목 안 깊숙이 박고 빠는 걸 좋아하는 주제에 미카엘이 괜히 싫은 척하며 앙탈을 부렸다.

데미안은 그가 자기 걸 입에 물기만 하면 발기한 성기 끝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릴 정도로 좋아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 불만을 괜히 오해하진 않았다. 그는 그저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피식 웃을 따름이었다.

“죽여 봤자 한 명밖에 못 죽여.”

뭐야, 한 명은 죽이겠다는 소리잖아. 근데 그게 나네?

미카엘은 내심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실룩거리다가 뭉근한 열기가 도는 제 아랫배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

“여기…… 선생님, 저 여기가 아파요…….”

툭하면 빨아 달라, 싸게 해 달라, 입에 걸레를 물고 살던 이가 갑자기 가증스럽게 불쌍한 척을 하며 자기 바지 위를 두 손으로 꾹꾹 눌러 대는 데도 데미안은 그에게 맞춰 주었다.

“불쌍하기도 하지. 내가 호, 해 주면 나을 것 같은가?”

데미안이 꼭 가여운 어린애를 어르듯이 미카엘의 보드라운 금발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실제론 애를 싫어해서 아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주제에 제법 상냥해 보이는 보호자 행세였다.

“아뇨. 너무 아파서 호, 말고요. 쭙쭙이 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고개를 푹 숙인 데미안은 웃음을 터트리지 않기 위해 입술을 안으로 당겨 물어야만 했다.

해 달라는 건 다 해 주겠다고 했지만, 쭙쭙이라니…….

열두 살의 그도 그딴 요망한 말은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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