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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리지 않는다-45화 (4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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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사는 누굴 위해 기도를 올리는가

“또 어깨가 슬슬 내려가는군. 그대로 자세가 고정되면 관절이 아주 멋들어진 모양새로 비틀어지겠어. 그런 걸 전위적 예술이라고 부른다지? 대다수의 사람 눈엔 꼴 보기 싫지만, 일부 사람들은 환장하는 예술 말이야. 아, 물론 나는 싫어하지만.”

망할 자식.

“겨우 4천 번 휘둘러 놓고 허리가 더는 안 돌아간다고? 섹스할 땐 그렇게 끝없이 흔들어 대더니. 아무래도 네 허린 선택적으로만 기능하는 모양이야. 그딴 쓸모없는 허리는 반으로 접어서 완전히 망가뜨린 다음에 새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개자식.

“네가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내가 너에게 박고 싶어질 마음은 영영 들지 않을 것 같은데. 무릎 좀 위로 들어 올렸다고 우두둑 소리라도 나는 날엔 물을 질질 흘리던 자지조차 죽어 버리겠어. 후우, 골판지로 만든 딱정벌레도 너보단 유연할 것 같은데. 관절 부위를 죄다 찢어 놓은 다음에 뼈에 기름을 발라 주면 좀 쓸만해 지려나.”

그래, 그래. 당신 유연성을 좀 봐 달라 이거지?

선생 양다리를 내 어깨 위에 얹은 채로 박아 주지. 당신 몸은 비단으로 만든 지렁이보다 유연할 테니 우두둑 소리 따윈 내지 않겠지. 안 그래?

“지금 숨을 헐떡이는 건가? 한번 물면 최소 열몇 번은 싸야 놔주기에 체력이 아주 좋은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넌 자지의 악마인 모양이지? 아, 미안하군. 너무 품위 없게 말했네. 성욕의 악마라고 해 주지.”

저 관능적인 입술에 자지를 콱 물리고 나서 성욕의 악마가 지닌 저력을 보여 줄 테다.

“미카엘, 팔꿈치를 세우라고 했지, 자지를 세우라고 하지 않았는데. 위아래로 무기를 들고 있으니 빨리 지치는 것 아닌가. 좋은 말로 할 때 그 흉측한 무기 좀 집어넣어.”

네, 네. 집어넣을 거예요. 선생님의 쫄깃한 구멍에다가요. 아주 억 소리가 나도록 팍팍 집어넣어드리죠.

“할 마음이 없다면 그냥 관두는 건 어때? 넌 평생 내가 지켜주면 되지. 안 그런가? 넌 내가 만들어 준 고양이 집에서 구운 생선이나 뜯어 먹으면서 살면 되고 말이야.”

아악, 젠장! 데미안!

이를 악문 미카엘은 미지근한 땀을 뚝뚝 떨어뜨리면서도 검을 휘두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데미안은 그가 든 검보다도 훨씬 길고 굵은 나뭇가지를 휘두르면서도 호흡이 흐트러지기는커녕 땀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았다.

데미안이 엄청난 힘을 지닌 대천사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그가 이질적인 존재로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손을 대보면 꼭 대리석처럼 미끈하고 차가울 것만 같은 피부를 입술로 물고 빨아서 온기를 전해 주고 싶어졌다.

‘힘이 넘치는 건지, 부족한 건지…….’

대체 왜 엄격한 훈련을 받으면서 발기하는 걸까.

데미안은 툭 불거진 미카엘의 중심부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만 번을 다 휘둘렀으니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데미안은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천천히 늦추라고 하더니 마침내 양팔을 옆구리 옆에 내려놓았다.

허리를 거의 180도 돌려가며 검을 빠르게 횡으로, 길게 종으로, 얕게 대각선으로 만 번씩 휘두르던 미카엘도 마침내 신기를 되돌려 보낼 수 있었다.

“바닥에 앉지 말고 이리 와.”

거칠게 헐떡거리던 미카엘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려 하자, 두 팔을 벌린 데미안이 다소 투박한 말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저게 데미안의 원래 말투, 그러니까 생전의 말투인 듯했다.

무거운 몸을 간신히 움직인 미카엘은 데미안이 시킨 대로 그의 어깨에 거의 이마를 처박다시피 했다.

땀에 척척하게 젖은 미카엘의 옷과 달리 데미안의 도복은 새것을 막 꺼내 입은 것처럼 바짝 말라 있었다.

미끈한 피부에서도 땀에 젖은 살냄새 대신 시린 겨울바람 냄새가 났다.

여태까지 좋은 냄새라고 잘만 킁킁댔던 주제에 갑자기 그 비현실 냄새가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카엘은 일부러 데미안의 목덜미에 땀에 젖은 얼굴을 마구 문질러 댔다.

살에서 짭짤한 땀 냄새를 풍기게 된 데미안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존재로 느껴졌다.

“힘든가?”

“굳이 말로 해야 아시겠어요?”

데미안의 어깨 위에 턱을 괸 미카엘이 괜히 화풀이하듯 그의 귓불을 이로 깨물어 대며 대꾸했다.

땀에 젖은 사람을 끌어안는 게 영 찝찝할 텐데도 데미안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한 손으로 미카엘의 허리를, 남은 손으로 그의 뒷머리를 쓸어 주었다.

그렇게 무섭게 몰아붙일 땐 언제고 꼭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만 같은 손길이었다.

“정말로 힘들어하는 것 같진 않은데.”

“아니, 선생님께서 뭘 아신다고…….”

뾰족한 말투로 대꾸하던 미카엘은 데미안이 자기 손목을 끌어 도복 안으로 쑥 밀어 넣자, 하려던 말이 입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 듯했다.

“제, 제가 무슨 가슴만 만지게 해 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어린애처럼…….”

“나도 땀이 나긴 하지만, 아주 힘든 정도는 아닌데.”

미카엘은 미약하게나마 저항해 보았지만, 데미안이 크게 원을 그리듯이 그의 손바닥을 자기 가슴 위에 문질러 대자, 결국 불만을 꿀꺽 집어삼키고 말았다.

온몸에 피가 빨리 돌게 된 탓인지 적당히 딱딱하게 발기한 유두가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졌다.

안 그래도 도톰한 흉근이 크게 펌핑된 채로 살짝 땀에 젖기까지 하자, 엄청난 부피와 쫀득쫀득한 촉감이 손끝을 자극해 댔다.

“선생님 몸은 정말 신기해요. 되게 단단해 보이는데 만지면 말랑말랑해요.”

사나운 살쾡이는 어디로 갔는지 갑자기 얌전해진 미카엘이 어미 젖을 솜방망이로 눌러 대는 새끼 고양이처럼 데미안의 가슴을 두 손으로 주물러 댔다.

데미안은 손바닥 뒤집듯이 싹 달라진 그의 태도를 꼬집는 대신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원래 부드러운 근육이 좋은 근육이라네.”

“그래요?”

“경직된 근육은 근의 피로도를 높이는 데다 자칫 상처를 입기도 쉽거든.”

“그래서 이렇게 안은 단단하면서도 밖은 탄력이 있는 거군요.”

“그렇긴 한데…… 거기엔 근육이 없는데.”

“네. 뭐, 젖꼭지니까요. 저기, 이제 빨아도 되나요?”

일부러 무릎을 굽힌 미카엘이 제 가슴팍에 턱을 괸 채로 눈을 올려 뜨자, 데미안이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완전히 지친 건 아니었군.”

슥 무릎을 들어 올린 데미안이 미카엘의 중심부를 은밀하게 자극하며 은근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더 할 수 있지, 미카엘?”

씨발. 목소리만 듣고도 쌀 것 같은데.

매끄러운 저음이 꼭 뱀처럼 귓속을 기어 다니며 예민한 솜털을 자극하는 것만 같았다.

뜨겁게 열이 몰린 아랫배가 오싹거리고 등골이 찌릿찌릿했다.

“네. 그럼요. 호흡도 완전히 돌아왔는걸요.”

미카엘이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하자, 데미안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손바닥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내고는 거리를 벌리고 섰다.

“그렇다면, 도로 검을 들게.”

“네? 어…… 저 지금 힘든데요?”

“그래? 가엾기도 하지.”

데미안은 진심 어린 눈빛과 어조로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카엘을 봐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미카엘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도로 신기를 소환했다.

“그럼 어디 한 번 붙어 볼까.”

“네?”

왼손을 말아쥔 뒤 그 정권을 옆구리 앞쪽으로 내민 데미안이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췄다. 공격에 맞춰 다급히 반격하는 게 아닌 정확한 전투태세였다.

“지, 지금요?”

“그래.”

“하필 지금이라고요?”

“항상 만반의 준비가 된 채로 누군가와 싸우게 되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카앙!

말을 마치기 무섭게 데미안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미카엘은 눈으로 그의 움직임을 인식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공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엄청난 힘이 실린 일격에 온몸이 다 휘청거렸기에 발끝에 힘을 주어 버텨야만 했다.

“큿!”

캉! 까앙!

데미안은 자칭 대악마와 붙었을 때와 달리 정면으로만 공격해 왔지만, 그 공격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일격 하나하나가 묵직해 팔이 저릴 정도였다.

하지만 미카엘의 몸은 그와 미리 합이라도 맞춰 놓은 것처럼 변칙적인 공격도 잘만 막아 냈다.

공격이 막히면 데미안은 점점 더 속도를 올려 댔고, 미카엘의 몸도 그에 맞춰 갔다. 검에 무거운 일격이 실릴 때마다 뒤로 밀려나던 미카엘이 점점 그 힘에 익숙해지며 앞으로 다가올 때마다 데미안도 더욱 무게를 올려 댔다.

말 그대로 미카엘의 반응 속도와 힘의 한계치를 시험하는 것만 공방전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대련은 일반 천사나 악마는 눈으로 따라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고난도의 전투가 되어 갔다.

“하아, 하…….”

데미안이 뒤로 훌쩍 물러나자, 숨이 목 끝까지 올라온 미카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이걸로 수업 종료인 모양…….

한 손으로 도복 앞섶을 움켜쥔 데미안이 그것을 아예 벗어 내리자, 그의 아름다운 흉근과 복근이 드러났다.

그 굵직한 근육 결을 따라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걸 보고 있자니 절로 더운 숨이 흘러나와서 미카엘은 열을 식히기 위해 셔츠 앞섶을 움켜쥔 채 앞뒤로 팔랑거려야만 했다.

“와, 정말 보기 좋은데요? 진작 좀 벗어 주시지.”

미카엘이 땀에 젖은 제 뺨을 손등으로 톡톡 두드리며 데미안을 희롱하듯이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그랬다면 제가 좀 더 힘내서 싸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대로 상의를 옆으로 집어 던진 데미안이 욕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절 핥듯이 바라보는 미카엘을 무시한 채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펄럭.

데미안의 등 뒤로 거대한 금빛 날개가 펼쳐지자, 미카엘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제야 위압적인 입매를 위로 끌어 올린 데미안이 그 차가운 낯빛과 달리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지금부터 그러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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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xiu//으아! 정말 반갑습니다, xiu님! xiu님을 다시 뵐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반갑고 놀랍고 감사하네요!

여기니까 하는 말이지만, 허니문 죄의 아들 업로드는 그쪽 담당자 님께서 해 주셨기 때문에 사실 저도 홈페이지 이용은... 어흠...

아, 네이버 블로그는 @zedgarhsia로 이전했습니다. 다시 한번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오래된[?!] 식구분들은 정말 존재만으로도 제게 큰 힘이 되는 감사한 분들이세요. 항상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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