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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리지 않는다-42화 (4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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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사는 누굴 위해 기도를 올리는가

흰 티셔츠와 스포츠용 슬랙스로 갈아입고 신전 밖으로 나온 미카엘은 데미안이 자신을 안고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깊은 산속으로 훌쩍 들어설 때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헤벌어진 도복 앞섶 사이로 데미안의 유두가 언뜻 보일 때마다 이따 야외에서 섹스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까지 했다.

단아한 흰 도복을 입은 데미안은 그 꼴리는 허리를 검은색 띠로 바짝 감아서 조인 터라 그 모습이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미카엘이 처음 보는 그 복장은 나하무트 유단자들이 수련할 때 입는 수행복이라고 했다. 데미안은 나하무트에도 머문 적이 있었나 보다.

미카엘은 그 나라에 가본 적도 없지만, 그들이 매우 학식이 높을 거라 확신했다.

무술을 수련하려면 자연히 팔다리가 과격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텐데 그때마다 좌우로 크게 벌어지며 유두와 배꼽까지 훤히 다 드러나는 앞섶이라니.

누구 발상에서 나온 건지 몰라도 아주 바람직한 운동복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이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해 그동안 무방비하게 젖꼭지를 드러내고 다녔을 거라 생각하니, 그리고 그사이 누군가 자신처럼 그의 선홍색 유두를 바라보며 성욕을 느꼈을 거라 생각하니 좀 짜증이 났다.

누가 봐도 수치심을 유발하는 복장인건만 데미안은 하도 오랫동안 그 옷을 입고 지내서인지 미카엘이 자기 앞섶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도 그저 의아한 얼굴을 할 따름이었으니까.

‘저 옷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몸으로 알게 해 줘야겠어.’

미카엘은 멋지게 굴곡이 진 데미안의 흉근과 복근을 감상하면서 머릿속으로 발칙한 상상을 했다.

‘이건 또 왜 서는 거지.’

한편 몸이 불편한 환자를 옮기듯 미카엘을 두 팔로 안아 든 채 빠르게 이동하던 데미안은 깊은 숲속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빠르게 중심부가 치솟는 슬랙스를 힐끔거리다 홀로 혼란에 빠졌다.

자신이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반응하던 자지가 이제 모든 움직임에 반응하게 된 걸까.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

미약한 진동만 감지하면 냅다 혀로 찌르고 보는 개구리도 아니고.

하기야 이십 대 남자의 성욕은 너트와 볼트만 보고도 음란한 상상력을 짜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까.

‘나는…….’

데미안은 자신의 이십 대를 떠올려 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기억도 나지 않을뿐더러 그의 이십 대를 조져 놓은 발랑 까진 애새끼만 떠오른 탓이었다.

그 시대의 왕족들은 대부분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애를 낳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쳐도 그 열두 살은 지나치게 당돌했다.

“선생님, 너무 그렇게 쳐다보시면 부끄러워요.”

두 손으로 자기 중심부를 가린 미카엘이 긴 눈썹을 나비 날개처럼 팔랑거리며 크고 맑은 눈으로 데안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손이 큰 편이었지만, 성기는 괴물같이 컸기에 당연히 다 가려지지도 않은 채였다.

‘그래. 발랑 까진 열두 살보단 발정 난 스물두 살이 낫지.’

데미안은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미카엘을 더 높이 들어 안으며 그의 깨끗한 이마에 입을 맞춰 주었다.

꽃조차 고개를 떨굴 정도로 화사하게 미소 지은 미카엘은 달리 엿듣는 사람도 없는데도 굳이 데미안의 목덜미를 끌어당기고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 선생님 자지를 빨고 싶어요.”

세운 건 자기면서 왜 내 걸 빨겠다는 거지? 변태라 그런가. 데미안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발상이었다.

“그건 나중에.”

질색하는 기색을 보이면 미카엘이 더욱더 흥분해서 달려들 게 뻔하기에 데미안은 일부러 무심하게 대꾸했다.

‘차라리 빨아 달라고 하지.’

데미안은 좆은커녕 꽃으로도 미카엘을 때리지 못할 정도로 그를 귀히 여겼다. 그러니 자기 성기를 목 끝까지 꾸역꾸역 집어삼킨 채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입으로 빠는 미카엘의 모습을 그리 보고 싶지 않았다.

외부 자극으로 점점 커지는 성기를 보고 있노라면 내 자지는 왜 이렇게 커서 어린 연인을 괴롭게 하는 거지, 하고 자책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미카엘은 근심 어린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흥분에 달떠 눈가를 붉게 물들이는 데미안을 좋아했기에 툭하면 그의 것을 입으로 빨려고 했다. 아니, 과도하게 데미안의 성기를 자기 목구멍 깊숙이 밀어 넣은 채 ‘아, 선생님이 날 자지로 죽이려고 해요!’ 하는 상황을 꾸며내려 했다.

아주 천하의 개새끼였다.

자길 아끼는 마음을 알아주진 못할망정 자기 혼자 삼켜 놓고 피해자인 척을 하다니.

‘나도 울면서 잘 빨 자신이 있는데.’

뒤틀린 성적 욕구를 지닌 남자 중엔 연인이 우는 걸 보고 흥분하는 이들이 많다던데 미카엘은 의외로 데미안의 눈물에 시큰둥했다. 도리어 그는 데미안이 짜증을 내거나 질색하는 얼굴에 환장했다.

데미안이 잠시만 말이 없어도 화가 났느냐며 눈치를 보는 주제에 말이다.

참으로 이상하게 뒤틀린 성적 욕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따 제 것도 빨아 주세요.”

미카엘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했기에 데미안이 자기 성기를 빨아 주는 것보다 그의 얼굴이나 몸 같은 곳에 스스로 비벼 대는 걸 선호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봉사를 받을 마음이 생겼나 보다.

잘만 하면 몸을 뺄 수 있다는 생각에 데미안이 은근슬쩍 단서를 달았다.

“그래. 자네 걸 빨아 주지.”

“제 것도, 라고 했어요. 선생님.”

눈치 빠른 미카엘이 바로 퇴로를 차단하며 데미안의 유두를 꼬집었다.

고집도 세고 정력도 세고.

데미안은 입술을 달싹거리려다가 이어진 말을 듣고 도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안 그래도 계약 내용을 수정해야 해서 짜증 나는데 성질 긁지 마세요.”

아니, 전진을 위한 퇴보라니까.

항변은 입안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 흘러 나가진 못했다.

얼마 전 두 사람은 계약 조건을 두고 재차 협상을 벌였다.

첫 관계에서 17번, 두 번째 관계에서 14번, 세 번째 관계에서 19번, 네 번째 관계에서 22번.

물총에 맞으면 맞을수록 데미안은 과하게 물을 줘서 말라가는 선인장처럼 되어 갔다.

천 년 동안 잠이 든 횟수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 데미안인데도 미카엘이 한 번 진을 빼놓으면 꼭 잠이 들었다.

그게 너무나도 불안했다.

혹여 데미안이 잠든 사이 누군가 신전에 몰래 침입하여 너무나도 어여쁜 얼굴에 야한 몸을 한 미카엘을 발견하고 그를 강간할지도 모른다는, 정말 극단적이고도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개, 아니, 제브는 탁월한 전투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미카엘 본인도 약하지 않으니 그럴 일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데미안은 퍼뜩 잠에서 깨어나면 미카엘의 몸부터 살폈다.

그사이 누군가 그를 괴롭히진 않았는지, 상처입히진 않았는지, 감히 따먹으려 들진 않았는지.

미카엘은 지금도 이따금 데미안이 정말로 원한다면 엉덩이를 내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그걸 가장 철통같이 보안하고 있는 게 바로 데미안이었다.

“미카엘, 잠시 이리 와 보게.”

“왜, 왜요?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데미안은 그저 이리 오라고 부르기만 했는데 사색이 되어 달려오는 미카엘을 이채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담이 작은 주제에 기어오르는 걸 좋아하고, 데미안이 화낼까 봐 늘 전전긍긍하는 주제에 그가 짜증 내는 얼굴을 보며 흥분하고.

미카엘은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남자였다.

그것도 안 좋은 의미로.

하지만 천사 같은 얼굴이 여전히 사랑스러운 데다 맑은 악기 같은 목소리도 여전히 듣기 좋고 솜씨 좋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 또한 여전히 귀여웠으니 데미안이 참는 게 옳았다.

어여쁜 새끼 고양이가 양아치 짓을 좀 한다고 해서 누가 그를 미워하겠는가.

“한동안 자네와의 잠자리를 피한 이유를 말해 주겠네.”

데미안은 최대한 신중하게 운을 뗐지만, 미카엘은 바로 축 처져서 두 눈을 내리떴다.

“아, 정말 피하신 거였군요. 제가 못하니까…….”

“끝까지 듣게. 절대로 자네가 서툴러서 싫은 게 아니네.”

혹여 미카엘이 자신감을 잃게 될까 봐 데미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구구절절하게 그와의 관계가 얼마나 만족스러우며 그가 침대 위에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리고 미카엘 덕분에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어찌나 정성과 애정을 꾹꾹 눌러 담아 전했는지 처음엔 “제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하고 시무룩한 얼굴로 묻던 미카엘도 차츰 미소를 되찾다가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쯤엔 그 정돈 아니라며 수줍게 웃을 정도였다.

과히 악마의 사탕발림이라고 불릴 만한 무서운 말솜씨였다.

“하지만 횟수가 너무 심하게 많네.”

결론은 그거였다.

네 물총에 장전하는 물의 양을 좀 줄이자.

“하지만 선생님께서도 매번 사정하셨잖아요.”

순순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던 미카엘도 물총만큼은 빼앗길 수 없는지 슬그머니 반박했다.

“눈을 찌르면 당연히 눈물이 나오지. 하지만 난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고 싶은 거지, 눈을 찔려서 눈물을 흘리고 싶은 게 아니라네.”

“음. 그 말씀은 애무에 좀 더 신경 쓰라는 말씀이신가요?”

데미안은 일부러 눈치 없이 구는 미카엘을 가증스럽다는 눈초리로 바라볼지언정 대답만은 온화하게 했다.

“그게 아니라 횟수가 너무 많다고 하지 않았나.”

묘한 눈길로 데미안의 다리 사이를 힐끔거리던 미카엘이 어렵게 운을 뗐다.

“저, 그건…… 음. 그러니까…… 그, 혹시…… 선생님 연세하고 관련된 문제인가요?”

따악.

미카엘 한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대천사는 이날 처음으로 그에게 손을 올렸다.

하지만 미카엘이 맞을 만한 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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