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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 탓도 때론 도움이 된다
“자넨 꼭 훌륭한 가문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도련님처럼 선하고 반듯해 보이는데.”
데미안은 음란한 살덩이로 미카엘의 콧등을 날름 핥고는 나른한 웃음을 흘렸다.
“콧등에 난 점은 정말 야해 보이거든.”
미카엘은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을 터트렸다.
배를 맞춘 게 벌써 몇 번째인데 미카엘이 아직도 그런 말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건지.
“선생님, 읏……!”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카엘은 책상 위에 엎드린 데미안에게 미친 듯이 성기를 쑤셔 박고 있었다.
윤활제는커녕 혀로 구멍을 핥아 줄 여유조차 없어서 이번에도 좁은 입구를 매끄럽게 적셔 준 건 비릿한 피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그의 구멍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실컷 빨고 흠뻑 적셔 주려고 했는데.
손가락 하나조차 거부하는 완고한 구멍을 진득하게 길들여서 주먹까지 집어넣어도 좋을 정도로 헤벌어진 구멍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죄송해요…… 아프시죠?”
왜 이렇게 데미안만 보면 좆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지.
“제가 얼른, 흐우, 안에 싸서 선생님 안을 적셔 드릴게요.”
미카엘은 성질을 부리듯이 비좁은 내벽을 굵은 성기로 콱, 콱 밀어 박으면서 신경질적인 손길로 그의 셔츠를 걷어 올렸다.
“그렇지만 이게 다, 흐읏, 선생님 탓이에요.”
옷이 자꾸 내려와서 끝내주게 색정적인 등을 가리는 게 짜증 났다.
깊숙이 꽉 밀어 박았다가 난폭하게 뿌리까지 팍 빼내서 데미안이 낮게 신음하며 굴곡진 등 근육을 움찔거리는 걸 보는 게 좋은데.
이 시건방진 천 조각 따위가 그걸 가로막았다는 걸 용서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 읏, 후우…… 너무 음란한 몸뚱이를 한, 탓이라구요.”
미카엘이 뜬금없이 자기 탓을 하는 데도 데미안은 그저 잘생긴 아미를 찌푸리면서 웃었다.
한쪽 뺨이 책상 위에 꾹 눌린 채 미카엘이 퍽 퍽 밀어 박을 때마다 야한 근육이 진 몸뚱이를 앞뒤로 흔들거리면서 데미안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웃기만 했다.
그래. 계속 그렇게 남 탓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씨발.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진정한 악마는 미카엘이 아니라 데미안이었다.
입맞춤 한 번으로 순결한 악마가 발정이 나게 하고, 웃음 한 번으로 그의 내재된 폭력성까지 터트리게 하는 그가 진짜 악마였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지지직.
결국 미카엘은 힘이 잔뜩 들어간 손으로 셔츠를 찢어발긴 후 그걸 팩 바닥으로 내던져 버렸다.
몸 아래로 데미안의 매끈한 맨살이 보이자, 그제야 좀 분노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니,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건 그저 강렬한 파괴 욕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흐읏, 읏…….”
미카엘의 크게 부푼 귀두가 기분 좋은 부위를 찔렀는지 데미안이 낮은 숨소리를 흘리며 입구를 꽉 조이자, 결국 참지 못한 미카엘이 발정기의 수컷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데미안의 뒷덜미를 세게 물어뜯었다.
“아무 데도, 흐으, 아무 데도 못 가.”
연한 살결에 깊숙이 이를 박은 채 미카엘은 잔뜩 흥분한 짐승처럼 낮게 그르렁거렸다.
꾹 눌린 입술 아래로 핏줄이 박동하는 게 느껴지자, 그는 아예 데미안의 숨통을 끊어 버릴 기세로 머리를 난폭하게 흔들어 댔다.
“감히 날 두고, 씨발, 어딜 가겠다고?”
간신히 억눌렀던 욕구가 폭발하자, 타협이고 자시고 데미안을 죽여서라도 옆에 잡아 두고 싶다는 욕망이 온몸을 잠식했다.
이미 데미안을 손에 넣은 미카엘조차 이러한데 엘렌은 정말 미칠 것 같았으리라.
모든 게 데미안 탓이었다.
그가 아무나 매혹하는 삿된 존재인 탓이었다.
“읏, 흐으, 읏, 읏!”
군침을 질질 흘리는 성기가 좁은 구멍을 찌걱찌걱 쑤셔 대자, 데미안이 미간을 아찔하게 찌푸렸다.
집요한 마찰 탓에 진한 금색 음모가 허연 거품으로 얼룩졌다.
“내 거잖아…….”
그 지저분한 것이 새파란 핏줄이 돋은 기둥을 타고 뚝뚝 떨어져 내리자, 붉은 피로 번들번들하게 젖은 좁은 구멍이 점차 연홍색을 띠기 시작했다.
“선생은, 후으, 내 거잖아?”
거칠게 허릿짓을 하면서도 손가락 끝으로 그 거품을 떠올린 미카엘이 데미안의 어깻죽지 위에 1이라는 숫자를 적고는 거친 숨을 헐떡거리며 사정했다.
그는 데미안의 몸 안에 영역 표시를 하려는 것처럼 연신 성기를 뿌리까지 깊숙이 찔러 넣은 채 진한 정액을 뿜어냈다.
“읏……!”
배꼽 위에까지 올라간 데미안의 커다란 성기는 몸 안으로 미카엘의 미지근한 체액이 흘러들 때마다 헤벌어진 요도 밖으로 말간 선액을 질금질금 흘리다 결국 그를 따라 허연 액체를 울컥, 울컥 뿜어냈다.
그 와중에도 말캉말캉한 내벽은 꼭 그의 음란한 입속처럼 사정을 마치고도 단단한 미카엘의 성기를 오물오물 조여 댔다.
“가지 마요.”
이를 악문 채 지랄할 땐 언제고 데미안의 등 위에 엎드린 미카엘이 그의 커다란 가슴을 양손으로 주무르면서 연약한 음성을 냈다.
그 와중에도 본능에 충실한 미카엘의 아랫도리는 미끌미끌한 정액 덕분에 훨씬 박기 쉬워진 구멍을 쩔꺽쩔꺽 찔러 대고 있었다.
“나만 두고 가지 마요, 선생님.”
미카엘은 응석을 부리듯이 데미안의 뒷덜미에 이마를 비벼 대면서 말했다.
“어디든 따라와도 된다고 해 주세요. 네?”
하지만 그 뒷덜미는 미카엘이 실컷 물어뜯어 놓은 탓에 시뻘건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피는 미카엘의 하얀 이마로 옮아 묻게 되었다.
“후우…… 미카엘.”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린 데미안이 다정한 손길로 미카엘의 이마를 닦아 주고는 미소 지었다.
“개도 ‘기다려’는 할 줄 아는데 말이지.”
두 눈을 힘주어 뜬 미카엘은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이번엔 데미안의 어깨를 손톱으로 콱 긁어 버렸다.
“야옹.”
잇자국과 손자국으로 얼룩덜룩한 몸을 하고서도 데미안은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미카엘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괜히 심통이 난 미카엘은 그의 흑발까지 콱 잡아당겼지만, 데미안은 그저 토라진 어린애를 달래듯 미카엘의 손등 위에, 팔 위에 입을 맞춰 줄 뿐이었다.
“이제야 내 마음을 알겠나 보군.”
팔꿈치로 미카엘의 가슴팍을 밀어낸 데미안이 자신의 몸 안에서 그의 성기를 빼내면서 뒤로 돌아섰다.
“자네가 신전에서 나가 살겠다고 했을 때.”
데미안이 커다란 손으로 덥석 목을 움켜쥐자, 미카엘은 진심으로 공포를 느꼈다.
그는 손가락 끝에 전혀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그 박력만으로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나 역시 아, 죽여 버릴까 하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이어진 데미안의 말에 미카엘은 동그랗게 뜬 눈을 빠르게 깜빡거리다 이내 맑게 웃었다.
“정말로요?”
“그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데 뭐가 그리도 좋은지 미카엘은 두 팔로 꼭 데미안을 껴안았다.
“선생도 참. 그렇게 내가 나가 사는 게 싫었다면 진작 말을 했어야지.”
얌전을 빼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듯 미카엘은 그의 흑발에 손가락을 감고 빙빙 돌려 댔다.
“선생이 가지 말라고 막았다면, 난 아무 데도 가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애초에 데미안은 미카엘의 태도 변화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별다른 반응 없이 그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래도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참 너그럽단 말이야.
내가 선생이었다면 당신이 아무리 하고 싶다고 졸라도 힘으로 막아 버렸을 텐데.
미카엘은 속내를 혀로 핥아 삼키고는 도로 사근사근한 태도로 돌아와 물었다.
“아, 목마르진 않으세요, 선생님?”
데미안이 살짝 갈라진 음성을 내는 게 신경 쓰였는지 미카엘이 그의 방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말했다.
“방에 냉장고를 하나 두는 게 좋지 않아요? 한밤중에 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어지면 어떻게 해요?”
데미안은 손등으로 제 입술을 문지른 뒤 답했다.
“전에 말했다시피 난 아무런 욕구가 없다네, 미카엘.”
“물도 마시고 싶지 않으세요?”
미카엘은 미지근한 물이 담긴 주전자를 발견하고는 물컵을 찾아 다시 한번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전 물은 마시고 싶던데.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잠도 자고 싶고요.”
데미안이 물컵을 찾아 건네주자, 미카엘이 거기에 물을 따르며 물었다.
“제가 대악마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요?”
데미안이 말없이 미소 짓기만 하자, 그가 더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미카엘이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술은요? 술에는 취하시죠?”
데미안은 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살짝 눈썹을 들어 올렸다.
“우리가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선생님도 취해서 비틀거리셨잖아요.”
술김이 아니라면 당신이 내게 넘어오지도 않았을 거 아니냐고.
미카엘의 의구심 어린 말에 데미안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미카엘, 나는…….”
대천사는 그윽한 흑안으로 지그시 어린 남자를 들여다보면서 묘한 웃음을 흘렸다.
“술에도 취하지 않아.”
미카엘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뒤늦게 아, 하고 짧은 탄성을 뱉었다.
‘내가 덫을 놔서 잡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거였나.’
와, 진짜. 데미안은 대악마가 틀림없었다. 아니, 대악마가 아니더라도 그 자격만은 충분히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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