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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 탓도 때론 도움이 된다
망할. 이렇게 자주 서는 줄 알았다면 하루 12시간 노동을 시켰을 텐데.
데미안은 자신의 몸값이 지나치게 낮은 게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선생님 여기도 그리 싫지 않은 것 같은데요?”
미카엘이 살짝 부푼 데미안의 중심부를 검지로 톡톡 건드리며 얄밉게 웃었다.
아아, 머리는 진절머리를 내는데 그사이 성적 쾌감에 익숙해진 몸이 딱딱한 성기로 좀 찔러 댔다고 반응하는 게 싫증 났다.
나는 박힐 예정이 없다는데 왜 구멍이 혼자 들떠서 움찔거리고 지랄인지.
“선생님, 혹시 저랑 섹스하는 게 싫으세요?”
두 눈을 내리뜬 미카엘이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드리운 채 짐짓 시무룩한 얼굴로 묻자, 데미안이 애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경험이 없어서 능숙하게 못 하니까…….”
미카엘이 마음을 약해지게 하려고 일부러 의뭉 떤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네가 원하는 건 다 해 줘야지, 라는 생각이.
“그게 아니면 안이 꽉 찬 느낌이 들어서 불편하니까 이제 그만 싸라고 하는데도 계속 안에다 사정해서요? 그것도 아니면 이제 좀 쉬자고 하는데도 자지는 넣은 채로 있으려고 해서요? 아니면 피가 나게 깨문 다음에 그 위에 사정해서 분홍색 물감을 만들어서요? 그걸로 몇 번이나 안에다 쌌는지 선생님 몸에다 낙서해서요?”
아니, 듣다 보니 이 씨발 새끼가 아주 정도를 모르고 사람 몸을 무슨…….
데미안은 부지불식간에 입을 열었다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좀 과하긴 했지?”
천 년이란 세월은 놀랄 정도로 미남이지만, 성격이 개차반이라 다들 웬만하면 엮이려 하지 않는다는 성기사를 강제로 유한 성격으로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미카엘은 현재 영혼이 불안정하여 따스한 보살핌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 보살핌 안에 자지 돌봄까지 들어갈 줄은 몰랐지만.
“죄송해요, 선생님. 앞으로 또 그럴 거지만, 지금은 반성할게요.”
넓은 어깨를 한껏 움츠린 미카엘이 일부러 무릎까지 굽힌 채 데미안의 가슴팍에 턱을 괴고 어여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절 용서해 주실래요?”
고운 눈썹 아래 자리한 신비로운 바다색 눈동자는 왕을 유혹해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유명한 음유 시인보다 더 미인계에 능숙해 보였다.
“자네는 이기적인 주제에 죄책감만 강해서 쉬이 휘청거리니까.”
미카엘의 허리를 한 팔로 끌어안은 데미안이 그의 날렵하고 높은 콧날에 진한 입맞춤을 해 주고는 미소 지었다.
“물론 용서해 줘야지.”
조각상 같은 오뚝한 콧대 위에 자리한 검고 그윽한 눈동자는 애인만 1백 명이 넘었다는 유명한 왕보다 더 유혹적으로 보였다.
“선생님도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으세요?”
데미안의 목깃을 조금 아래로 내린 미카엘이 턱 아래의 연한 살결을 입술로 잘근거리면서 물었다.
“제게 원하는 거라든가.”
혀끝으로 목덜미를 죽 핥아 내려오던 미카엘이 동그란 목울대를 아예 입안에 넣은 채 쭉 쭉 빨아 대자, 데미안이 낮은 한숨을 흘렸다.
“그럼 귀엽다고 말해도 된다고…….”
“선생님.”
기어코 이를 세운 미카엘이 깨끗한 목덜미에 선명한 잇자국을 남기고는 옅은 피 냄새가 나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딴 쓸데없는 소리 하실 거면 그냥 키스나 하게 입 벌리세요.”
내가 잘못 가르친 게 아니다.
왕자는 원래부터 되바라진 데다 시건방진 애새끼였으니까.
“그러지.”
월급의 대가로 시간과 노동을 바칠지언정 죄책감과 책임감을 짊어지지 않는 스승과 달랑 5분짜리 용서를 구하고 또 하극상하는 제자가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잘 어울려 보였다.
다른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오직 서로만을 스승과 제자로 두어야만 하는, 그야말로 하늘이 맺어 준 것만 같은 사제 관계였다.
“전 선생님의 그런 무심한 면이 정말 좋아요.”
“난 자네의 성가신 점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선생님! 남을 유혹할 땐 듣기 좋은 말을 해 주는 거라면서요!”
미카엘이 웃음을 터트리며 지적하자, 데미안이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그의 입술을 건드리며 마주 웃음 지었다.
“화사한 꽃처럼 섬세하면서도, 감히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고귀한 자태를 좋아하지.”
“좋아요. 이번 건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어요.”
둘 다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 탓에 입술 아귀가 잘 맞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여러 번 각도를 조정해야만 했다.
마침내 틈도 없이 꼭 맞닿은 입술에선 간지러운 웃음과 희미한 흥분의 맛이 났다.
“하아…….”
처음 데미안에게 입을 맞췄을 때 미카엘은 그의 모든 걸 한 번에 집어삼키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다.
끝내주게 음란해 보이는 몸을 한 선생이 평소처럼 가르침을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늘 미카엘에게 지표가 되어 주었던 그도 성관계하는 방법을 알려 주진 못했다.
가늘게 뜬 눈을 섹시하게 붉힌 주제에 그는 어색하게 입술을 다물고 있었으니까.
미카엘과 마찬가지로.
더 갈급한 쪽이, 그러니까 미카엘이 그에게 달려드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모양새가 이상하진 않은지, 그런 걸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어설프게 입을 열고 받아 주는 데미안도 어차피 그와 같은 초심자였으니까.
눈먼 사람끼리 손을 잡고 어둑어둑한 터널을 짚어 가는 꼴이었지만, 자빠져도 둘이 같이 자빠지는 거라고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편했다.
뭐가 평범한 건지, 뭐가 이상한 건지도 모르는 미카엘은 그저 하고 싶은 걸 모두 그에게 요구했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단단한 데미안은 단 한 번도 그걸 거절한 적이 없었다.
그러던 두 사람도 이젠 어느 정도 여유 있게 먹고 싶은 걸 조금씩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굶주린 개가 허겁지겁 밥을 먹어 치워 대듯 서로를 정신없이 핥아 대는 게 아니라 가장 도톰한 입술 중앙에서부터 감정의 맛이 느껴지는 입꼬리, 그리고 매끄러운 입술 안쪽과 말캉말캉한 혀를 조금씩 여유 있게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미카엘의 여유는 언제나 손이 데미안의 쇄골 아래로 내려가면서 사라져 버렸다.
발달한 근육 탓에 크게 부푼 가슴은 그 위압감 넘치는 모습과 달리 손가락이 폭 들어갈 정도로 중독성 있게 말랑말랑해서 늘 미카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흰 도화지 위에 꽃물을 떨어뜨린 것처럼 선홍색으로 발기한 유두는 미카엘에게 있어 거의 각성제와 같았다.
그것만 보면 미카엘은 눈이 돌아가 버렸다.
여기가 어딘지, 어떤 상황인지, 조금 전까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를 까맣게 잊은 채 그저 발정기의 개처럼 그의 몸에 성기를 갖다 붙인 채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게 되었다.
‘아아, 생각하지 말아야지.’
오늘은 데미안에게 예전보다 발전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었으니까.
절대로 흥분해서 덤벼들지 말고, 윤활제를 사용해서 차근차근 몸을 연 뒤에 느긋하게 삽입하고 나서 그가 준비될 때까지 천천히 오랫동안 애무해 줘야지.
아무리 데미안이 단단하다고 해도 여태까지 쭉 삽입할 때마다 입구를 찢어 먹고 거기에서 흐른 피를 윤활액 삼아 박아 댔으니 데미안이 섹스를 꺼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좋은 경험만 잔뜩 시켜 줘서 데미안이 섹스에 환장한 남자로 만들어야지.
옷깃 사이로 슬쩍 아랫배만 보여 줘도 우뚝 선 좆이 선액을 질질 흘리게 해야지.
지금의 자신처럼 말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저를 안 만져 주시는 거예요?”
데미안의 허리를 쓰다듬으면서 다른 손으로 그의 볼록한 가슴을 주무르던 미카엘이 불만스러운 듯 눈가를 찡그렸다.
“설마 정말로 그냥 봉사만 받는 게 좋으신 거예요?”
데미안은 진한 눈썹을 슬쩍 들어 올렸다.
“나도 만져도 되는지 몰랐는데.”
“선생님이 저를 안 만지시면 누가 절 만지는데요?”
남자다운 입매를 위로 올린 데미안이 싱긋 웃으면서 마주 미카엘의 셔츠 안으로 커다란 손을 밀어 넣었다.
“그도 그렇군.”
딱딱하고 거칠거칠한 손가락이 아랫배에서부터 곰질곰질 올라와 가슴팍을 애무하다 자그마한 유두를 쓱 엄지손가락으로 밀어내자, 미카엘이 등허리를 움찔거렸다.
정욕에 젖었을 때조차 금욕적으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가 가만히 관찰하듯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게 미치도록 꼴렸다.
이 지독하게 아름다운 남자가 조금 후엔 엉덩이 구멍에서 자신의 정액을 질질 흘릴 걸 상상하자, 절로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아, 아, 선생님…… 손이 너무 야해요.”
미카엘은 일부러 노골적인 신음을 흘리면서 데미안의 셔츠 앞섶을 열어젖히고는 양손으로 그의 유두를 움켜쥐었다.
가슴 모양이 변할 정도로 세게 유두를 앞으로 잡아당겨 대자, 데미안은 반듯한 아미를 일그러뜨리면서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읏, 흐우…….”
열에 달뜬 데미안의 저음이 너무 듣기 좋아서 그 신음 소리만 듣고도 서너 번은 뺄 수 있을 정도였다.
“선생님, 선생님…….”
인내심의 차이가 너무 컸다.
벌써 안달이 난 미카엘은 중심부를 그의 몸에 꾹꾹 눌러 대고 있건만, 젖은 입술을 떼어 낸 데미안은 가만히 그의 어깨 위에 뺨을 얹었다.
이러고 있기만 해도 만족스럽다는 듯이.
데미안의 숨결이 목을 간질이자 절로 손끝에 힘이 들어갔지만, 미카엘은 애써 웃음기 어린 목소리를 냈다.
“선생님은 정말 제 콧등에 난 점을 좋아하시네요.”
고개를 들어 올린 데미안이 매혹적인 흑안으로 가만히 미카엘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떼어 냈다.
그가 입을 움직일 때마다 살짝 보이는 발간 살덩이가 꼭 타액에 젖은 유두처럼 보여서 미카엘은 그걸 혀로 잡아채 쭉 쭉 빨아 버리지 않도록 발끝에까지 힘을 꽉 주어야만 했다.
‘씨발. 빨리 좀 발정해라, 빨리 좀…….’
다급해진 마음에 저열한 욕까지 입안을 굴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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