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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와 악마는 부르지 않아도 된다
젖은 입술을 연 미카엘이 발간 혀까지 내밀어 보이자, 데미안이 그답지 않게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선생님, 싫으세요?”
미카엘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자, 데미안은 빠르게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왕자의, 아니, 제자의, 아니, 열 살이나 어린 남자 얼굴에 사정하는 건 영 내키지 않았다.
데미안이 그답지 않게 굳은 얼굴로 거절하자, 미카엘이 잘 알겠다는 듯 두 손을 그의 허벅지 위에 올리며 사근사근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근사근한 웃음.
이제부터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가 하고 싶은데.”
데미안은 허망하단 얼굴을 했지만, 이내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네가 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데미안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빠르게 분류할 줄 알았기에 포기 또한 빨랐다.
“하핫. 정말 싫어하시네요.”
데미안이 꼭 음식물 쓰레기라도 치우는 사람처럼 입을 일자로 꾹 다문 채 기계적으로 성기를 위아래로 문질러 대자, 미카엘이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렸다.
“왜 그렇게 자기 자지를 싫어하세요? 남자라면 다 부러워할 정도로 깨끗하면서도 길고 굵은 자지인데.”
깊은 한숨을 내쉰 데미안은 반응이 있기는커녕 점점 더 말랑말랑해지는 성기를 그저 의무적으로 흔들 따름이었다.
하지만 미카엘에겐 무료한 얼굴로 자위행위를 하는 데미안의 모습 또한 지독하게 맛있는 간식거리였다.
“아…… 선생님, 죄송한데 제가 먼저 사정할 것 같아요.”
공손한 손길로 데미안의 구두와 바지를 모두 벗겨 준 미카엘이 그의 양말까지 벗기고는 한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대로 머리와 몸을 아래로 수그린 미카엘은 그의 하얀 발등 위에 흥건하게 젖은 선단을 비벼 댔다.
“하아…… 어떻게 핏줄까지 섹시하시네.”
미카엘이 발등에 툭 불거진 새파란 핏줄을 따라 성기 끝을 움직이자, 데미안의 깨끗한 발에 투명한 선이 그려졌다.
“하핫. 새끼발톱은 작고 못생기셨네요.”
미카엘은 찌그러진 새끼발톱 위에는 더욱 정성을 들여서 성기를 문질러 댔다.
“이 커다란 몸에서 딱 이곳 하나만 추하다니.”
무릎으로 선 미카엘이 두 팔로 데미안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아예 그의 다리에 분출할 기미를 보이는 성기를 비벼 댔다.
“이 불완전한 새끼발톱만이 선생님이 신이 아니라는 유일한 증거네요.”
데미안이 슬며시 미간을 찌푸리자, 미카엘은 꼭 병아리가 아무거나 쪼고 보는 것처럼 높고 날렵한 콧날로 데미안의 발간 귀두를 콕콕 찍고는 장난스레 웃었다.
“신에 비유하니 싫으세요?”
“싫다마다.”
“잘됐네요.”
아래로는 데미안의 다리에 성기를 문질러 대고, 위로는 데미안의 성기에 뺨을 비벼 대면서 미카엘은 긴 속눈썹을 팔랑거렸다.
“저 말이에요. 선생님이 싫어하는 짓 하는 걸 좋아하나 봐요.”
“그래. 그런 모양이야.”
“전 왜 이렇게 못된 걸까요, 선생님?”
청초하게 웃는 미카엘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데미안이 돌연 몸을 숙인 채 그의 턱을 손으로 쥐었다.
“아름답군.”
“……예?”
“자네가 아름답다고 말했네.”
미카엘은 당황해서 성기를 흔들던 손까지 멈춘 채 두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어…… 갑자기요?”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그건 아니지만.”
미카엘의 입술 사이에 슥 엄지손가락을 밀어 넣은 데미안이 그의 입을 조금 벌리고는 그 앞에 젖은 선단을 들이댔다.
“그래.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군.”
그윽한 흑안으로 미카엘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면서 데미안은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어여쁜 얼굴을 간식거리로 삼아서 하는 거라면 할 수 있겠어.”
“잠…….”
아주 짙고 야릇한 미소였다.
그저 눈을 마주한 것뿐인데도 임신할 것만 같을 정도로.
“잠, 선생님. 그만 보세요.”
“왜지?”
그가 담담한 어조로 묻자, 미카엘은 팔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려 버렸다.
“젠장. 그만 보라고요!”
“하하하.”
망할 데미안.
자기가 매력적이라는 걸 너무 잘 아는 그가 아주 짜증나면서도 미치도록 좋았다.
낮고 부드러운 웃음소리마저 지독하게 꼴렸다.
“빨리 싸기나 하세요. 그래야 당신을 벗기고 나서 더 하죠.”
미카엘이 미간에 힘을 준 채 말하자, 데미안이 가만히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여기에 닿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처음이었지.”
“그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대체 언제요?”
“아주 먼 옛날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미카엘이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1년 전이 그렇게 머나먼 과거였던가요?”
데미안은 조용히 미소 지었지만, 그의 새카만 눈동자는 어쩐지 조금 슬프고 외로워 보였다.
“어…… 선생님?”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미카엘이 슬며시 제 안색을 살피자, 데미안이 그의 턱을 좀 더 위로 들어 올리고는 입술에 촉 입을 맞췄다.
“진작 먹어 버릴 걸 그랬어.”
가까이에서 바라본 근사한 웃음은 파괴력이 엄청나서 안 그래도 그를 열렬히 추앙하는 미카엘은 열이 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상의 다리에 정액을 내뿜고 말았다.
“하아, 웃, 데미안…….”
“그래. 미카엘.”
착 가라앉은 저음으로 자신의 신도를 부르며 데미안은 그의 아름다운 얼굴 위에 사정했다.
새카만 정욕에 젖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면서.
미카엘은 하얀 정액이 얼굴을 툭 투욱 건드려 대자, 반사적으로 두 눈을 찡그렸다가 이내 맑게 웃었다.
“기분이 이상하네요. 왠지 굴욕적이고 불쾌해요.”
제 뺨에 묻은 하얀 정액을 검지로 스윽 떠 올린 미카엘이 오묘한 눈빛으로 그걸 바라보다가 돌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흥분되는데?”
이건,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데미안이 바로 바지를 올려 입고는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미카엘이 그의 발목을 덥석 붙잡았다.
그 모습이 흡사 밤에 호숫가를 거니는 인간을 물에 빠뜨려 죽이려 드는 호수의 정령을 떠올리게 했다.
장난기 많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잔혹한.
“선생님, 제 목을 한번 졸라 보실래요?”
목깃에 달린 단추를 툭툭 끌러 낸 미카엘이 희고 고운 목덜미를 드러낸 채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은 미간은 굵은 주름을 세운 채 사늘한 눈빛으로 미카엘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보기 좋은 입매를 위로 끌어 올린 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그러지.”
응? 이게 아닌데.
미카엘이 얼떨떨한 얼굴로 두 눈을 빠르게 깜빡이는 사이 데미안은 이미 커다란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있었다.
“잠…….”
미카엘을 애매한 높이로 들어 올린 데미안은 일부러 그의 긴 다리가 바닥에 질질 끌리게 하면서 침대 앞으로 향했다.
“그래, 더 바라는 건 없나?”
출렁.
데미안이 그대로 그를 난폭하게 침대 위로 집어 던지자, 스프링이 달린 침대 매트가 크게 들썩거렸다.
“목에 개 목걸이를 해 줄 수도 있고, 피가 날 때까지 엉덩이를 때려 줄 수도 있고, 뺨 한 대로 치아 몇 개가 나가게 해 줄 수도 있는데.”
부드럽게 미소 지은 데미안이 밝은 금발을 꽈득 움켜쥐자, 미카엘이 바로 항복을 표하듯 양 손바닥을 내보였다.
미카엘이 짐짓 난폭한 체하며 그의 흑발을 잡아챘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박력이었다.
까딱 잘못하면 이대로 데미안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당혹스러운 감정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서운 건 아니었지만.
유순하고 머리 좋고 말 잘 듣는 우리 집 개가 갑자기 나를 콱 물어 버린다면 공포에 사로잡히기보다 내가 얘를 너무 심하게 놀렸나 하는 생각부터 들 것 아닌가.
“어…… 아뇨. 장난이었어요.”
수단에 달린 단추를 한 손으로 빠르게 끌러 낸 데미안이 그것을 벗어 나머지 팔에 대롱대롱 매단 채 흘러내린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장난?”
“전 그렇게까지 피학적인 놀이는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그제야 미카엘의 머리를 놓아준 데미안이 상의를 마저 벗은 후 벽에 기댄 채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미카엘 앞에 슥 상체를 낮췄다.
그가 양 손바닥으로 침대를 짚자, 봉긋한 가슴이 아래쪽으로 쏠리면서 발간 유두가 더욱 도드라졌다.
“다행이군. 실수로 자네를 때려죽이게 될까 봐 두려웠거든.”
데미안이 나른한 한숨을 내쉬자, 아름다운 굴곡이 진 커다란 가슴이 위아래로 꿀렁거렸다.
그 모습이 지독하게 색정적이어서 미카엘은 그에게서 시선도 떼지 못한 채 목울대만 위아래로 움직였다.
“응? 하지만 자네의 여기는 그런 놀이를 좋아하는 모양인데.”
부드러운 웃음을 입가에 매단 데미안이 우뚝 선 미카엘의 성기를 검지로 툭 밀면서 말했다.
“이건 선생님 가슴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고요.”
“가슴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
미카엘의 말을 곱씹어 보던 데미안이 조금 뿌듯한 얼굴로 물었다.
“자지 이름이 비극인가 보군?”
그는 자신이 한 농담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는지 홀로 웃기까지 했다.
미카엘은 차가운 낯빛을 하고서 답했다.
“선생님, 한 번만 더 그딴 농담을 하시면 진짜로 어르신이라고 불러 버릴 거에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데미안은 아주 조금 의기소침해 보였다.
정말로 그게 회심의 농담이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아직 동정이시네요.”
데미안이 이상한 농담을 해서 흥이 식어 버렸는지 미카엘이 그에게 덤벼드는 대신 손가락으로 꾸욱 꾹 데미안의 성기를 밀어 대며 말했다.
성적인 의도를 품고 그런다기보다 새끼 고양이가 아무거나 건드리고 보는 듯한 손길이었다.
“성 경험이 있는데 어째서 동정이란 말인가?”
진한 눈썹을 들어 올린 데미안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마저 옷을 벗은 미카엘이 털썩 침대에 누워 버리며 눈짓으로 데미안의 것을 가리켜 보였다.
“그걸 쓰신 적은 없잖아요?”
동정을 상실하는 기준이란 게 따로 있단 말인가.
입으로 하든, 성기로 하든, 엉덩이 구멍으로 하든, 성적인 경험이 있으면 다 동정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동정을 떼고 싶으시면 미리 말씀하세요. 저도 마음의 준비란 게 필요하니까.”
덩달아 미카엘의 곁에 눕던 데미안이 흠칫 놀라서 어깨를 반쯤 일으켜 세웠다.
“그 말은…… 자네가 내게 안기겠단 뜻인가?”
“별로 내키진 않지만요.”
물끄러미 데미안의 얼굴을 바라보던 미카엘은 그의 도톰한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선생님 같은 절세 미남이 평생 동정인 것도 싫고,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이 다른 사람을 안는 것도 싫으니까.”
미카엘은 이내 그가 다른 사람과 뒹구는 걸 상상했는지 마주 어깨를 일으키면서 험악한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앞이든 뒤든 당신 몸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는 날엔 당신도, 나도 같이 죽는 거야.”
데미안은 말없이 두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런 계약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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