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사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리지 않는다-19화 (19/106)

19

2. 개와 악마는 부르지 않아도 된다

미카엘이 혀로 유두를 굴리다가 아예 가슴팍을 한입에 집어삼킨 채 쭙쭙 빨아 대자, 데미안이 낮은 한숨을 흘렸다.

데미안은 성기를 애무하거나 깊숙이 밀어 넣고 거칠게 피스톤질할 때 느껴지는 굵고 진한 쾌감을 선호했기에 이 야금야금 갉아 먹히는 듯한 애무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카엘은 온몸을 잘근잘근 깨물거나 얕고 빠르게 피스톤질해서 뭉근한 쾌감으로 데미안의 몸을 아주 천천히 달구는 걸 선호했다.

‘아, 끔찍하군…….’

첫 관계 때는 미카엘도 애가 달아서 세 번까지는 데미안을 빠르게 쾌감의 늪에 처박아 주었는데 이번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딱 붙는 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은 미카엘은 한쪽 유두를 입술로 빨면서 나머지 것을 손바닥 전체로 느릿하게 비벼 댔다.

데미안은 절로 반듯한 아미를 찌푸렸다.

시큼시큼한 희열이 가슴께에 점점 번져가는 게 불쾌하면서도 기분 좋았다.

다른 곳은 그렇지 않은데 유두를 애무 당할 땐 늘 드는 양가감정이었다.

‘예쁘기도 하지…….’

하지만 데미안은 제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채 눈을 치켜뜬 미카엘을 보는 건 퍽 좋아했다.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이, 촉촉하게 젖은 새파란 눈동자가, 불그스름하게 물든 눈가가 정말 야하고 귀여웠으니까.

미카엘의 콧등에 난 미인 점에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었기에 데미안은 입술 대신 안으로 굽힌 검지로 그의 콧등을 문질렀다.

“기분 좋은가?”

양쪽 유두에 고루 타액을 묻혀 쭙쭙 빨던 미카엘은 시선을 데미안에게 고정한 채 사르르 녹을 듯한 눈웃음을 흘려 보였다.

아아, 이러니 져 줄 수밖에.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앙큼한 이가 이게 좋다고 조르는데 허락 외에 무슨 대답을 해 준단 말인가.

셔츠 안에서 손등을 세운 미카엘이 유두를 잡고 위아래로 비벼 대자, 그 손의 움직임이 더 노골적이고 음란해 보였다.

“문을 좀…….”

데미안이 그의 어깨 너머를 흘깃거리며 말하자, 미카엘이 여전히 유두에서 입과 손을 떼지 않은 채 슬쩍 발꿈치로 방문을 밀어 닫았다.

쿵.

아무래도 미끼가 너무 훌륭했던 모양이다.

“이제 그만…….”

근질근질한 쾌감이 등허리와 허벅지를 잘근잘근 깨물어 대자, 더는 견딜 수 없었던 데미안이 슬쩍 미카엘의 이마를 밀어냈다.

차마 손으로 밀 수도 없어서 팔꿈치로.

“아까 뭐든 하게 해 주겠다고 하셨죠?”

앵두만 한 크기로 부푼 유두만큼이나 새빨갛게 젖은 입술을 한 미카엘이 잔뜩 흥분한 눈으로 데미안을 바라보며 자기 목덜미를 가리켜 보였다.

“아.”

데미안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아차렸다.

이번에야말로 자기 몸에 정사의 증표를 남겨 달라는 뜻이겠지.

그것도 자발적으로.

이전엔 강제로 데미안의 턱을 다물려서 잇자국을 내게 했으니 말이다.

“그리하지.”

데미안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두 손을 미카엘의 어깨 위에 올린 그는 쉽게 입술을 갖다 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수줍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아무리 성 경험이 얼마 없다고 해도 데미안은 천 년 동안 살아오며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고 다 경험해 봤으니까.

막말로 미카엘이 네 발로 엎드린 채 자기 손으로 엉덩이골을 벌리라고 명령하면 잠시 머릿속으로 그 자세를 상상해 보고는 그대로 따를 터였다.

하지만 미카엘이 무의식중에 데미안을 열 살 연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데미안 또한 그를 은연중에 열 살 연하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행위가 무척이나 낯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남자의 몸에 키스 마크나 잇자국을 더덕더덕 남겨서 소유욕을 드러내는 것이 말이다.

“어서요.”

미카엘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 같은 눈으로 절 바라보자, 천계 어디쯤 두고 온 양심이 다 따끔거렸다.

미카엘이 자신을 원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이리 어리고 어여쁜 그가 자기 거라고 과시하는 게 부끄러웠다.

아, 차라리 목 조르면서 강간을 하지…….

“할 거 다 해 놓고 왜 이제 와서 수줍어해요? 귀엽게.”

“귀엽…….”

이제 금지어가 풀린 건가?

데미안이 슬며시 바라보자, 미카엘이 싸늘한 웃음을 흘리면서 그의 턱을 한 손으로 쥐었다.

“당신은 할 생각도 하지 마.”

아, 역시 그렇겠지. 별로 기대도 안 했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미카엘의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혀로 날름거렸다.

살짝 땀에 젖은 살갗에선 조금 짠 맛이 나서 그 적나라함에 더욱 얼굴이 달아올랐다.

차라리 인위적인 고소한 맛이 나는 정액을 빨아 먹는 게 덜 부끄러울 것 같았다.

게다가…….

“뭐 하는 거죠, 지금?”

제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 댄 데미안이 살짝 이를 세웠다가 떼어 내기만을 반복하자, 미카엘이 그의 흑발을 난폭하게 잡아챘다.

“선생님이나 저나 경험이 없는 건 매한가진데 왜 당신만 순진한 척을 해요.”

데미안은 난처한 듯 눈동자를 굴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힘 조절을 하지 못하면 자네 어깨가 완전히 아작이 나고 말 걸세.”

말없이 데미안을 바라보던 미카엘은 도로 그의 뒷머리를 눌러 제 목덜미에 얼굴을 묻게 하며 말했다.

“……살살 깨물어요.”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투명한 살결을 입술로 조심스레 빨았다.

상황을 살피며 서너 번 빨아 대자, 흰 목덜미 위엔 금방 새빨간 입술 자국이 생겨났다.

데미안은 스승의 칭찬을 바라는 제자처럼 뿌듯한 웃음을 머금은 채 얼굴을 들어 올렸지만, 미카엘은 치하에 인색한 쌀쌀맞은 스승처럼 그를 지그시 쳐다볼 따름이었다.

“선생, 빨지 말고 깨물라고.”

한숨을 한 번 내쉰 미카엘은 배움이 서툰 제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목표치를 낮춰 주는 것처럼 말했다.

“일단 이만 세워 봐요.”

데미안이 입을 벌린 채 목덜미 위를 세우자, 미카엘이 그의 뒷머리를 손으로 누르려다 말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아, 잠깐. 거울. 선생님 얼굴이 잘 안 보여요.”

제자의 얼굴이 예뻐 죽는 스승만큼이나 스승의 잘생긴 얼굴을 좋아하는 제자는 혹여 중요한 장면이라도 놓칠까 봐 데미안을 목덜미에 매단 채 거울 앞으로 향했다.

데미안의 깊고 그윽한 눈동자와 시원스럽게 쭉 뻗은 콧날이 잘 보이도록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던 미카엘이 이제 됐다는 듯 그의 뒷머리를 세게 짓눌렀다.

꾸드득.

연한 살결에 송곳니가 파고들자, 붉은 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절로 두 눈이 서늘해진 데미안이 미간을 일그러뜨린 채 거친 숨을 헐떡거리자, 그 모습이 꼭 먹이의 숨통을 끊는 야성적인 짐승처럼 보였다.

“아, 씨발…… 진짜 잘생겼네요.”

목울대를 위아래로 움직인 미카엘이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키고는 데미안의 어깨를 밀어냈다.

“선생님, 정말 왜 이렇게 꼴리게 생기신 거예요. 네?”

저 위압적인 짐승을 몸 아래에 굴복시킨 채 강제로 몸을 열고 성기를 밀어 넣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 미쳐 버리겠네.”

새하얀 이를 붉은 피로 물든 채 인상을 찌푸린 데미안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아랫배가 욱신거리면서 그의 얼굴에 사정하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무릎, 후우, 무릎 꿇어요.”

미카엘은 절 힘으로 압도하고도 남을 만한 강인하고 아름다운 남자가 자발적으로 몸을 낮추는 걸 희열에 달뜬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지는 전에도 빨아 본 적 있죠? 선생님.”

데미안은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사 같은 얼굴 밑에 달린 괴물 같은 자지 말이지.’

발갛고 매끈한 데미안의 성기와 달리 미카엘의 자지는 꼭 문란하게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닌 것처럼 검붉은 색인 데다―편견이지만―굵고 울퉁불퉁해서 괴물의 좆처럼 보였다.

체모도 별로 없으면서 거기 털만 수북한 것도 좀 흉측했다.

‘일전에도 입안에 음모가 들어와서…….’

아니, 그만 생각하자.

그 괴물 좆같은 걸로 서너 번 가까이 기분 좋게 절정에 달했으니.

나머지 열 몇 번 동안은 성고문을 당했지만.

‘앞으로는 그 괴물 물총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건가.’

데미안은 피 냄새가 진동하는 입안을 혀로 한 번 훑고는 그의 바지를 아래로 내리고 속옷을 밑으로 끌어 내렸다.

좁은 공간에 봉인되어 있던 괴물 물총은 마치 티잉 하는 소리라도 낼 것 같은 기세로 튕겨 나와 데미안의 이마를 한 대 때렸다.

따악.

어허! 누가 괴물 물총이야, 하고 타박이라도 하듯이.

“미, 미안하네.”

“왜 선생님이 맞고 사과해요.”

미카엘이 맑은 웃음을 터트리자, 데미안이 머쓱한 웃음을 마주 흘렸다.

“그나저나 성기에 얻어맞다니. 이런 상황을…….”

“선생님, 전 아직 당신을 존경해요. 그러니까 이상한 농담은 하지 말아 줄래요?”

좆같다고 하는……라는 뒷말은 꾸역꾸역 데미안의 목 안으로 넘어갔다.

아무리 데미안의 얼굴에 환장한 미카엘이라 해도 고루한 중세 농담만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나 보다.

“고개 들어 봐요.”

미카엘은 새빨갛게 피가 몰린 데다 선액으로 젖은 귀두를 데미안의 진한 눈썹 위에도, 촘촘한 속눈썹 위에도, 반듯한 콧날 위에도, 길고 도톰한 입술 위에도 문질러 댔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 위에 영역 표시라도 하는 것처럼.

#오늘의 맞춤법 검사기

자기 몸에 정사의 증표를 -> 를 “자기 몸에 장사의 증표를”로 고치면 어떨까요?

[데미안] 많이 좀 팔았나?

[미카엘] ... ... ...

내가 안 그랬어.

맞춤법 검사기가 그랬지…….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삼사시//작가님! 오랜만에 조아라 이용권을 이 작품때문에 결제하게되었어요!

아이코! 감사합니다, 삼사시 님!

제가 좀 더 자주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후원해 주신 찜질방소금스틸러해리도 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