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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리지 않는다-18화 (18/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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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와 악마는 부르지 않아도 된다

“또 누굴 생각하는 거지?”

데미안이 홀로 생각에 잠기자, 안절부절못하던 미카엘이 싸늘한 음성을 냈다.

1년 가까이 얌전한 척 굴더니만 한번 가면이 벗겨지니 본성을 감추기가 어려워진 모양이다.

데미안이야 그가 원래 영악한 애새, 아니, 당돌한 남자란 걸 알고 있었으니 딱히 실망하진 않았지만.

“자네는 가끔…….”

데미안이 어물어물 운을 떼자, 미카엘이 바로 말을 가로챘다.

“미친놈 같다고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안심이네.”

미카엘이 질투가 심한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는 데미안이 동물을 쓰다듬기만 해도 쌍심지를 켠 채 이건 내 거라는 듯 그의 허리를 꼭 껴안곤 했으니까.

데미안이 걱정하는 건 질투가 아니라 과도한 불안감 쪽이었다.

“제가 미쳤다면 그건 선생님 탓이겠죠. 제가 이성을 잃게 만드는 건 선생님뿐이니까요.”

“그래. 남에게 적당히 책임을 전가할 줄도 아니 다행이군.”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

그는 지나치게 올곧고 결벽해서 문제였으니.

신을 사랑하는 만큼 그를 두려워하고 그만큼 저버린 것에 대한 죄악감을 느낀다.

이름만 성기사였던 데미안은 지나치게 섬세한 영혼을 지닌 미카엘이 걱정이었다.

처음 만난 후 8년 동안은 속으로 욕만 했지만, 적어도 나중 2년은 늘 그랬다.

“비꼬는 게…… 아니겠네요, 선생님이라면.”

“물론이네.”

미카엘은 담담하게 대꾸하는 데미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가 제게서 떨어져서 걷는 게 더 싫은지 난폭하게 데미안의 손을 잡아끌었다.

“왜 떨어져서 걸어요? 이리 와요.”

그 명령 같은 요청이 귀여워서 그만 웃음이 날 것 같았기에 시선을 낮춘 데미안은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귀여운 짓을 하면서 예뻐해 주면 안 된다니.

이보다 더한 고행이 있을까.

“그러게 왜 자꾸 성질을 긁어요.”

데미안의 안색을 한번 살핀 미카엘이 살살 달래는 듯한 말을 하며 그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데미안이 주눅 들었다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그래요. 이렇게 좋은 말로 할 때 들으면 좋잖아요?”

눈앞에 있는 이는 이제 열두 살짜리 왕자가 아니건만 데미안은 그만 보면 자꾸만 놀리고 싶어졌다.

“좋은 말로 할 때 듣지 않으면 나쁜 말로 할 텐가?”

“왜요? 제가 못 할까 봐요?”

살짝 톡 건드리기만 해도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이니 참기가 어려웠다.

새끼 고양이가 저리 가라고 하악질 해도 자꾸만 건드리고 싶은 것처럼.

“아니. 나쁜 말로도 들어보고 싶어서.”

데미안이 빙긋 웃으면서 말하자, 미카엘은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낯빛은 바로 날카롭게 변했다.

“선생, 난 당신을 친절하게 대해 주고 싶어. 알다시피 난 여리고 섬세한 남자잖아?”

“그렇지. 아주 여리고 섬세하지.”

“그렇지, 가 아니죠!”

아차. 차갑고 위험한 남자라고 할걸. 그는 조금이라도 얕보이는 걸 싫어했으니.

이제 두 사람은 엇비슷한 나이로 보이건만, 어린 남자의 무의식은 여전히 데미안을 열 살 연상으로 인식하는 모양이었다.

조금이라도 어린애 취급을 당하는 느낌이 들면 발작, 아니, 지랄, 아니, 신경이 예민해지는 걸 보면 말이다.

“내가 실언을 했군.”

“됐어요.”

살짝 짜증이 묻어나는 말투와 달리 데미안의 손바닥을 살살 어루만지는 미카엘의 엄지손가락에선 감출 수 없는 욕망이 느껴져서 그만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기분이 좆같아도 좆은 잘만 선다는 게 참…….

원래부터 발랑 까진 애였으니 데미안이 잘못 키운 건 아니지만.

“저녁 예배 전까지는 계속 시간이 비어 있는 거예요?”

“그렇……긴 하네만, 설마 저녁때까지 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것도 선생님께 달렸죠.”

미카엘이 콧등에 난 연한 갈색 점을 찡그리며 예쁘게 웃었다.

데미안에겐 아주 불안한 웃음이었다.

‘저걸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데미안은 슥 시선을 내려서 미카엘의 중심부를 내려다보았다.

타이트한 청바지조차 억누르지 못해 불룩하게 튀어나온 커다란 것은 꼭 봉인에서 풀려나기 직전의 악령처럼 보였다.

‘저 물총을…….’

기관총에, 산탄총에, 저격 소총에 수천 발을 맞고도 멀쩡했던 몸을 고작 17방 만에 기절하듯이 잠재운 총이다.

정말 무서운 총이 아닐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엔 절대로 피가 나오지 않게 아주 부드럽게 할 테니까요.”

데미안이 제 아래를 내려다보는 걸 눈치챘는지 미카엘이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아픈 건 상관없으니 횟수를 좀…….”

“아프지 않게 할게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건 다 해야지.

데미안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린 남자의 뒤를 따라가면서 평소에 물이라도 많이 마셔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걸로 뭐가 나아질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제가 열게요.”

데미안의 손에서 열쇠를 받아 간 미카엘이 자기 집 문을 열듯이 방문을 열었다.

처음 관계를 맺으러 그의 아파트로 향했을 땐 하도 손을 떨어 대서 열쇠 구멍에 열쇠도 잘 집어넣지 못하더니 이젠 아주 자연스럽게 유혹하는 게 신기했다.

하기야 첫날에 그렇게 많이 했으니 단번에 익숙해질 수밖에.

“이게 왜, 뭐…… 안, 안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요?”

유혹은 여유롭게 하더니 마음은 여전히 급했나 보다.

문고리를 거의 잡아 뜯을 기세로 돌려 대는 미카엘이 불안해서 데미안은 문고리를 잡은 그의 손을 덧잡았다.

“그렇게 밀 게 아니라…… 잠, 그만, 내가 열도록 하지.”

안 그래도 할 마음으로 가득한데 데미안의 따스한 살이 닿아 오자 더욱 안달이 났는지 미카엘이 제 앞에 선 데미안을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바로 그의 뒷덜미에 서늘한 콧날을 비벼 대다가 쪽 쪽 입을 맞춰 대기 시작했다.

“선생님…….”

방문을 당겨서 열기 위해 데미안이 뒤로 조금 물러서자, 자연스럽게 엉덩이에 그의 중심부에 닿아왔다.

물론 미카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탄탄한 살덩이 위에 발기한 성기를 은근하게 문질러 댔다.

“잠, 흐읏…….”

이제 문도 열었겠다 그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데미안의 뺨을 잡아 제 쪽으로 돌린 미카엘이 자기 윗입술을 혀로 한 번 핥고는 그대로 데미안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살짝 타액으로 젖은 탓인지 미카엘의 입술은 그대로 데미안의 입술에 딱 달라붙었다.

말캉말캉한 입술로 입가를 오물오물 씹어 대던 그가 이를 세워서 입가를 아예 물어뜯어 버리자, 희미한 피 냄새와 함께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갔다.

“후으…….”

미카엘은 한 번으로 만족할 수 없는지 각도를 바꾼 채 몇 번 더 데미안의 입술 주변을 이로 씹어 댔다.

아무래도 알렌에게 보여 주려는 심산인 것 같았다.

데미안은 눈동자를 굴려 복도 쪽을 바라보았다.

데미안의 방에서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 활짝 문이 열린 옆방과 그 안을 정리하는 알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카엘과 이런 관계란 걸 딱히 숨길 생각까진 없지만, 안 그래도 제게 욕망을 품은 알렌이다.

그에게 미카엘과 섹스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그게 어떤 방아쇠로 작용할지 몰랐다.

“안으읍…….”

데미안이 무어라 말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입맞춤을 피할 때마다 바로 미카엘의 입술이 따라붙었다.

자꾸 도망가는 그가 얄미운지 미카엘은 이로 데미안의 아랫입술을 깨문 채 물고 늘어지기까지 했다.

그 탓에 데미안의 입가는 타액과 피가 섞인 말간 선홍색으로 얼룩덜룩하게 젖어 들었다.

“와, 진짜 야하네요. 지금 얼굴, 엄청나게 꼴려요.”

데미안의 턱을 한 손으로 쥔 미카엘이 그의 잘생긴 얼굴에 난 상흔을 좌우로 돌려 보며 해사하게 웃었다.

그는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황홀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더 감상하다가 그의 수단을 난폭하게 제치고는 그 바지 속으로 손을 쑥 밀어 넣었다.

“여기도 다 깨물고 싶어요.”

미카엘은 이를 대신해 손가락으로 깨물듯 데미안의 허벅지 안쪽과 아랫배를 엄지와 검지로 꽉꽉 눌러 대며 야릇한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으니까 좀…… 읏, 진정하게.”

차마 미카엘을 밀어낼 수 없었던 데미안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채 말했다.

하지만 미카엘은 입술이 막히자 그 대신 그의 손등을 잘근잘근 깨물어 대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온몸에 잇자국을 남겨 대더니만.

정말 깨무는 걸 좋아하는 남자였다.

“안으로 들어오면 뭐든 하게 해 주지.”

미카엘의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 준 데미안이 은근한 손길로 그의 귓불을 주무르며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꼭 어린 짐승을 철망으로 유도하는 사냥꾼처럼.

“착하지, 미카엘?”

데미안이 너무 노골적으로 덫을 놓는 것 같아 보였는지 미카엘은 경계하는 것처럼 제자리에서 멈칫했다.

아무래도 알렌 앞에서 티를 내며 섹스하고 싶은지 그가 있는 방향을 힐끔거렸다.

“난 더워서 빨리 벗고 싶은데.”

하지만 목 위에서부터 단추를 몇 개 끌러 낸 데미안이 짐짓 땀을 식히는 척하며 셔츠 앞자락을 펄럭거리자, 바로 손가락이 폭 파묻힐 것만 같은 희고 볼록한 가슴에 시선을 고정했다.

검은 천이 앞뒤로 흔들릴 때마다 뾰족하게 선 다홍색 유두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자네는 덥지 않나?”

가슴팍에 가장 많은 잇자국을 남겼던 그다.

굶주린 여우가 빨간 유실의 유혹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냉큼 방 안으로 들어온 미카엘이 어깨를 숙인 채 유두를 입에 물자, 데미안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면서 그의 밝은 금발 사이에 손가락을 파묻었다.

“그래. 정말 착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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