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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기 싫으면 선하게 살면 된다
“아, 선생님 옷은 세탁해야 하니까 제 옷을 입고 가세요.”
미리 준비해 두었던 건지 미카엘이 침대 위에 곱게 포개 놓은 옷과 속옷을 올려 두며 말했다.
“선생님과 저는 체형이 비슷하니 제 옷도 잘 맞으시겠죠.”
가슴은 좀 낄지도 모르겠지만.
미카엘은 제 옷을 입은 데미안이 심호흡을 하다 앞가슴 쪽 단추를 티잉 튕겨 버리는 상상을 하고는 홀로 키득거렸다.
하지만 그 웃음기는 그의 널따란 등을 확인하자마자 싹 사그라들어 버렸다.
“흐음.”
입술 자국과 잇자국으로 얼룩덜룩한 데미안의 몸과 깨끗한 제 몸을 번갈아 바라본 미카엘이 이번엔 또 무엇 때문에 심사가 뒤틀렸는지 섬세한 눈썹을 치켜세웠다.
“선생님. 잠깐 이리로 와 보시겠어요?”
미카엘이 해사하게 웃으며 손짓하자, 바지를 막 입던 데미안이 약간 경직된 얼굴을 했다.
그가 평소보다 배는 예쁘게 웃고 있을 땐 대체로 기분이 좆같다는 뜻이니까.
“제 앞에 앉아 보세요.”
데미안은 마저 셔츠를 입으면서 아무런 말 없이 그가 시키는 대로 바닥에, 정확히는 미카엘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빨아 달라고 이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젯밤에도 성기를 빨아서 다섯 번이나 사정하게 해 줬으니 말이다.
미카엘은 한 번은 데미안의 입안에, 한 번은 미간 사이에, 한 번은 귓구멍에, 한 번은 유두 위에, 한 번은 구멍 안에 귀두만 물린 채로 사정하고 나서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그흡.”
예상대로 입술 안으로 파고든 건 발기한 성기가 아니었다.
길고 새하얀 손가락이었지.
그것도 여러 손가락이 아닌 네 번째 손가락만.
“힘주지 말아요, 선생님.”
데미안을 당황하게 한 건 손가락이 아닌 그의 다음 행동이었다.
다른 쪽 손으로 데미안의 턱을 그러쥔 미카엘은 웃음기가 도는 눈으로 지그시 데미안을 내려다보면서 강제로 그의 턱을 다물리기 시작했다.
“제가 당신을 힘으로 이길 수 있을 리 없잖아요?”
데미안은 그의 손가락을 깨물지 않기 위해 턱에 힘을 주었지만, 미카엘의 말에 몸에서 힘을 빼고 그저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미카엘의 손바닥엔 점점 더 강한 힘이 실리고 있었다.
“읏…….”
미카엘의 부드러운 살 속으로 단단한 이가 파고들자, 데미안은 진저리를 치면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아, 이런 건 싫었다.
미카엘이 상처 입는 건 그 자신이 고통받는 것보다 싫었다.
그런데 자신의 몸으로 그를 상처입히다니.
“아, 그 얼굴도 정말 좋네요…….”
얼굴 위로 밭은 숨결이 쏟아지자, 데미안이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뜨거운 정염에 젖은 미카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흥분에 달떠 발그스름하게 열이 오른 눈매로 데미안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연신 입술을 혀로 핥아 대고 있었다.
물론 그의 다리 사이는 이미 크게 부풀어 있었다.
아까 했던 말 때문인지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꺼낼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그의 눈은 분명 섹스를 즐기는 것처럼 새빨간 희열에 젖어 있었다.
“선생님, 아파요.”
눈이 마주치자, 미카엘이 사르르 눈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데미안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뒤로 빼려 했지만, 그 행동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미카엘의 손이 그의 뒤통수를 짓이기듯 세게 억눌렀다.
“누가 입에서 빼도 좋다고 했지? 계속 물어.”
데미안은 혼란에 빠진 얼굴로 눈동자를 굴려 댔지만, 미카엘이 시키는 대로 계속 그의 네 번째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턱을 위로 누르면서 입안에 혈향이 돌기 시작하자, 도리질을 치면서 두 눈을 일그러뜨렸다.
미카엘은 그 광경을 황홀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나른한 한숨을 흘렸다.
“하…… 그렇게 싫어하는 얼굴을 하시니까 꼭 제가 선생님을 강간하는 것 같네요.”
치아 끝에 딱딱한 뼈가 닿자, 데미안은 정말로 당황한 듯 두 손으로 미카엘의 손목까지 붙들었다.
하지만 그가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려서인지 차마 손끝에는 힘을 주지 못했다.
미카엘은 애원하는 듯한 눈길로 절 바라보는 데미안을 다정한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왜, 선생. 정액은 잘만 받아 마시더니. 피는 싫어?”
입안에 든 것이 강제로 목 안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도록 미카엘은 천천히 그의 턱을 위로 들어 올렸다.
“순결한 대천사님께서 입맛이 너무 천박하신 거 아닌가?”
강제로 목 안이 열리자, 자연스럽게 데미안은 입안에 고였던 그의 피를 목 안으로 넘기게 되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역겨운 철 비린내가 후각을 자극했다.
“으흡…… 읏…….”
강제로 발정시키기 위해, 죽이기 위해, 재운 뒤에 감금하기 위해.
수많은 이유로 독을 마시면서도 태연했던 데미안이지만, 그는 독도 아닌, 여타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피 맛에 몸부림쳤다.
이걸 마실 바엔 차라리 독을 마시겠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와, 처음으로 선생님이 제 몸에 표식을 새겨 주셨네요.”
마침내 데미안의 입안에서 손가락을 빼낸 미카엘이 해맑게 웃으면서 자신의 손을 위로 들어 보였다.
“크흡…… 콜록! 콜록!”
하지만 두 눈을 일그러뜨린 데미안이 목 안에 고인 피를 토해 내려 하자, 바로 손바닥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은 채 강제로 시선을 제 손가락으로 향하게 했다.
“봐요. 꼭 반지 같고 예쁘죠?”
미카엘은 잇자국이 선명하게 난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을 바라보며 좋아했지만, 데미안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선생님, 왜 그런 얼굴을 하세요.”
데미안 앞에 마주 몸을 낮춰 앉은 미카엘이 그의 턱을 들어 올리면서 싱긋 미소 지었다.
“웃어요.”
붉은 피가 묻은 데미안의 입술을 기쁜 듯이 바라보면서 미카엘은 말을 덧붙였다.
“안 그러면 내가 당신한테 못 할 짓을 한 것 같잖아, 선생.”
그래, 널 죄인으로 만들면 안 되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린 데미안이 억지로 웃음 짓자, 미카엘이 그의 피 냄새나는 입술에 쪽 입을 맞추고는 맑게 웃었다.
“이대로 선생이 망가진 채로 있으면 좋을 텐데.”
두 눈을 내리감은 채 심호흡을 몇 번 한 데미안이 도로 담담한 낯빛으로 돌아와 말했다.
“나는 자네에게 그 어떤 죄도 얹어 줄 생각이 없네.”
미카엘이 유감이라는 듯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선생님이 그리 쉬운 남자가 아니란 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데미안은 입술에 남은 핏자국을 혀로 핥아 삼키고는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 실망을 빨리할수록 좌절감이 덜 할 테니.”
무릎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난 데미안이 흘깃 미카엘을 돌아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한마디 했다.
“채찍으로 맞고 싶어지면 언제든 말하게. 6백 년 전엔 채찍으로 자기 몸을 후려치며 기도하는 게 유행이었기에 나도 꽤 채찍질에 능숙해졌거든.”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데미안을 바라보던 미카엘은 이내 고개까지 뒤로 젖힌 채 크게 웃어 댔다.
“아하핫! 정말 멋지네요, 선생님. 어쩌면 그렇게 강인하신지…….”
망가뜨리고 싶네, 정말.
제 윗입술을 혀로 핥은 미카엘이 붙임성 있게 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다음에 섹스할 땐 저에게도 흔적을 남겨 주세요.”
데미안은 날카로운 공격에 방비를 단단히 한 듯한 얼굴로 미카엘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이 관계를 맺었는데 한 사람만 몸이 깨끗하다니. 어쩐지 사랑받지 못한 것 같아서 쓸쓸하잖아요.”
하지만 미카엘이 흐린 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설마 그가 그렇게 말할 줄 몰랐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아, 나는…… 미안하네. 이런 경험이 없어서 차마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네.”
데미안은 눈에 띄게 당황한 얼굴을 한 채 머뭇머뭇 사과했다.
“난 그저 자네 몸에 상처를 만드는 게 마음에 걸려서…….”
“상처가 아니라 정사의 증표라고 해 주세요.”
데미안은 그 노골적인 표현이 낯부끄러운지 귓불을 붉힌 채 고개를 떨궜다.
“알겠네. 앞으로 그…….”
“정사의 증표를요.”
“……정사의 증표를 적극적으로 남기도록 노력하겠네.”
성실하게 답하는 데미안이 재미있는지 미카엘은 작게 키득거렸다.
“좋아요. 용서해 드리도록 하죠.”
비로소 미카엘이 만족한 듯 보이자, 데미안도 안도한 얼굴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 * *
“선생님, 요리가 입에 맞으세요?”
데미안이 애피타이저와 샐러드를 먹으면서 차를 마실 동안 미카엘이 핫케이크며 구운 베이컨이며 계란 프라이를 부지런히 나르며 물었다.
데미안은 샐러드 소스가 마음에 드는지 토마토로 남은 소스를 깨끗하게 긁어 먹으며 답했다.
“이건 무슨 소스를 뿌린 건지 몰라도 부드러우면서 풍미가 있군. 아주 맛있네.”
평소 깔끔하게 식사하는 데미안이 그답지 않은 행동까지 한 걸 보면 그 소스가 정말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제 정액이에요.”
데미안은 일순 움직임을 멈췄지만, 이내 입안에 든 것을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고소한가 보군.”
“아니에요! 그냥 농담한 거라고요!”
미카엘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시원한 레모네이드까지 내오고 나서야 젖은 손을 닦은 후 데미안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제가 그런 이상한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데미안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성기에 직접 입을 대고 마시게 하는 건 괜찮은데 요리에 넣어서 먹이는 건 이상하단 말인가?”
미카엘은 그의 과격한 발언에 할 말을 잃은 건지, 아니면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어서 할 말을 잃은 건지, 여하튼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난 어떤 방식으로 섭취해도 상관없네만.”
“섭…….”
미카엘은 평소보다 몇 배는 화사하게 웃고는―기분이 좆같다는 의미였다―답했다.
“앞으로도 절대로 음식엔 섞지 않을 거예요.”
벌떡.
데미안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미카엘이 두 눈을 빠르게 깜빡거리면서 그의 안색을 살폈다.
“선생님? 제가 음식에 정액을 넣지 않겠다고 해서 화나셨어요?”
데미안은 크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렬한 악의가 느껴지는군. 대량 살상이 일어날 것 같네.”
#오늘의 맞춤법 검사기
강제로 발정시키기 -> 를 "강제로 발전시키기"로 고치면 어떨까요?
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왜 독을 먹여요;
[미카엘] 강제로 발전된 모습을 보니 대견하네요.
[데미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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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어휴... 개드립 좀 그만쳐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