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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기 싫으면 선하게 살면 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바느질을 할 줄 아는군.’
인간일 때 배워 뒀던 건가.
그러고 보니 요리도 할 줄 알았지.
매일 해서 손에 밴 느낌이라거나 직업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능숙한 솜씨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누군가에게 하는 법을 얼추 배운 듯한 느낌이었다.
‘나에게 가정 교사가 있었나. 아니, 가정 교사가 바느질과 요리를 가르친다고?’
인간이었을 때 여자였을 것 같진 않다.
데미안을 만났을 때 바로 그에게 박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남자 엉덩이에 박는 걸 좋아하는 여자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랬다면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겠지.
다리 사이에 이렇게 크고 무거운 걸 달고 있다면 말이다.
‘인간이었을 때라…….’
팔팔 끓은 물을 적당히 식힐 겸 미카엘은 잠든 이를 깨우러 침실로 향했다.
‘젠장. 숨만 쉬어도 멋있네.’
데미안은 명화 속의 신성한 인물처럼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침대 옆에 무릎을 꿇은 미카엘이 그의 입가를 혀로 날름날름 핥아 대자, 데미안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반대 방향으로 돌아누웠다.
“으음. 강아지…….”
지금 개새끼라고 에둘러 욕한 건가?
‘아, 데미안이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라면 순수한 의미로 말한 게 틀림없었다.
미카엘은 의심도 많고 경계심도 강했지만, 지난 1년간 데미안이 그에게 보여 준 모습은 미카엘이 절대적인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니까.
그러니 미카엘은 신을 불신할지언정 데미안을 불신하진 않았다.
“강아지가 아니라 미카엘이에요, 선생님. 그만 일어나셔야죠?”
그제야 눈을 뜬 데미안이 가느다란 한숨을 흘리면서 어깨를 일으키다가 제 곁에 앉아 있는 미카엘을 발견하고는 가만히 그의 손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몸은 좀 괜찮나?”
조금 전까지 널브러져 있던 사람이 잘도 저런 말을 하네.
미카엘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묻는 데미안이 환장할 정도로 근사했기에 별다른 내색하지 않고 싱긋 웃어 보였다.
“네. 괜찮아요. 선생님은요?”
이 남신은 부드러운 위엄을 유지하고 있을 때 가장 꼴리니까.
“나는 욱신욱신, 따끔따끔, 아릿아릿하군.”
미카엘은 하하 웃었다.
“부사가 가득하네요.”
“그리고 오늘은 더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 같네.”
미카엘이 장난기 어린 웃음을 머금은 채 조롱하듯이 물었다.
“설마 제가 또 덤벼들까 봐 걱정해서 하신 말씀은 아니죠?”
두 눈을 내리뜬 데미안은 어쩐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야말로 신실한 긍정이었다.
“아, 맞나 보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주무실 동안 선생님 몸을 마음껏 썼거든요.”
미카엘이 웃으면서 자신도 더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자, 데미안은 그제야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입맞춤은요? 그것도 안 되나요?”
미카엘이 은근한 어조로 묻자, 데미안이 이리 오라는 듯 양팔을 벌려 보였다.
물론 미카엘은 기쁘게 다가가 그의 보기 좋은 입매에 쪽쪽 입을 맞췄다.
은근슬쩍 데미안의 유두도 손가락으로 비비면서.
“거기도 좀…….”
데미안이 슬쩍 손을 들어 자기 가슴을 가리며 말했다.
어제 미카엘이 하도 빨고 깨물어 대서 따끔따끔한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정말로 입만 맞출게요.”
잘생긴 사람이 왜 저딴 귀여운 짓을 하는 거야.
콱 씹어 먹어 버리고 싶어지게.
가학심이 가득 어린 속마음과 달리 데미안의 입술을 살짝 혀로 핥다가 입술로 무는 미카엘의 행동은 상냥하기 그지없었다.
“빨리 식사하게 해 드려야 하는데 입술을 떼고 싶지가 않네요.”
“자네는 정말 나에게 무언가를 먹이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야.”
“제 삶의 낙이죠.”
미카엘이 입술을 맞댄 채로 웃자, 그의 화사한 웃음이 데미안의 목 안으로 흘러들었다.
덩달아 엷은 웃음을 띤 데미안이 행복한 얼굴을 한 미카엘을 정성 들여 바라보았다.
사람을 정성 들여 바라본다는 게 참 이상한 표현이긴 해도.
흡사 힘들고 고통스러운 여정을 지나 아름다운 광경을 마주하게 되어 그걸 머릿속에 담아 두려는 사람처럼.
이후 그 어떤 험난한 일과 마주하게 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리며 도로 일어날 수 있도록 마음속에 담아 두려는 것처럼.
데미안은 그의 웃는 모습을 온 정성을 다해 눈에 담아 두었다.
“빵집에 온 것도 아닌데 달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군.”
데미안이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말하자, 미카엘이 가볍게 코를 킁킁거리고는 답했다.
“오후에 잠깐 환기했는데 선생님께서 잠결에 추워하시는 것 같길래 도로 창문을 닫았어요. 다시 열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데미안은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싼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사가 된 뒤엔 그런 욕구를 느끼지 못해 아예 손 놓아 버렸지만, 생전엔 나도 도색 서적을 좀 읽었단 말이지.”
“도색 서적?”
“남녀 간의 상열을 다룬…… 아니, 그냥 야한 소설 말일세.”
“아하.”
미카엘은 껄끄러운 단어를 대체할 고풍스러운 단어 하나를 알게 됐다며 얄밉게 웃었다.
“그런 소설에서 숱하게 봤던 장면 중 하나가 진한 정사 후에 방 안에 남은 비릿한 냄새에 대한 묘사였는데…….”
“아, 어제 말씀하셨던 좆같은 냄새 말이죠.”
미카엘이 말에 방해가 되지는 않게 조심하면서 호응해 주었다.
“그래도 비릿한 냄새보다는 달고 고소한 우유 냄새가 낫지 않나요?”
“그렇, 그렇긴 하지만…… 아아…….”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미카엘은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데미안은 더욱 심란한 얼굴로 한탄할 따름이었다.
“그분께선 날 너무 사랑하시는군…….”
인간의 몸이라도 수행을 통해 신을 보좌하는 장군이 될 수 있는 블람 교와 달리 유리시아 교의 천사는 모두 신께서 직접 빚으신 신의 자식이다.
그러니 사람의 아이는 결코 천사가 될 수 없다.
데미안은 유일하게 인간의 몸으로 천사가 되었다가 대천사의 반열에 오른 인물로 그는 다른 천사들과 달리 성욕이 있었다.
아니,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 천 년간은 전혀 작동하지 않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살아왔던 기능이 미카엘을 만나고 나서 갑자기 가동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물론 성기 얘기였다.
“자네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예를 들자면…….”
유리시아 신께선 사랑, 그중에서도 순애를 가장 고결하게 여기시어 변함없이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 온 데미안을 무척이나 예뻐하셨다.
하지만 코끝에 맴도는 좋은 향기가 신의 안배라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감사하면서도 끔찍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분께서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고려해 이 몸을 이렇게 개조해 주신 거라면 더욱더 말이다.
“애인이 집에 놀러 왔더니 어머니께서 유용하게 사용하라며 방향제와 정력제를 건네주고 가신 느낌이라네.”
“프합! 뭐라고요?”
한 마디로 부끄럽고 창피했다.
우리 인간 출신 천사가 어디 가서 정액 냄새가 끔찍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일부러 미카엘까지 짝을 지어 ‘이렇게’ 만들어 주신 거라면 더욱.
순수한 선의는 때때로 지독한 악의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저를 사랑하시는 건 알지만, 미카엘이 이렇게까지 힘이 넘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카엘을 끌어당겨 제 품에 안은 데미안이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았다.
얼떨결에 도로 침대 위로 올라가게 된 미카엘이 그의 팔 안에서 말했다.
“알몸으로 그런 기도를 해도 되는 건가요? 게다가 기도 내용도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저를 사랑하시는 만큼 저를 긍휼히 여기시어 미카엘이 조금만 덜 힘내도록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기도 내용이 좀 불경하다니까요? 그거 신성 모독 아니에요? 천사가 그래도 되는 거예요?”
딴지를 건 김에 미카엘이 덩달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제 힘이 좋은 게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선처를 바랍니다.”
미카엘이 무뚝뚝하게 말을 마친 뒤 눈을 뜨자, 데미안이 무척이나 놀란 듯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앉았다.
“자네, 방금 기도를 했군.”
“네? 아니, 그냥 선생님 말씀에 대꾸한 것뿐인데…… 이런 것도 기도에 들어가는 건가요?”
미카엘이 당혹스러운 어조로 묻자, 데미안이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운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답했다.
“신과의 모든 교류가 기도이지. 미카엘, 자네는 방금 신께 기도한 거라네.”
또렷한 눈매가 동그래진 채 뺨이 장밋빛으로 물든 데미안은 여전히 빌어먹게 잘생겼지만, 미카엘의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아아, 그렇군요…….”
설마 선생은 날 회개시킬 작정인가?
악마인 나를?
애초에 악마는 타락한 천사를 뜻하는 말이니 그들 또한 신의 자식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몸인데.’
무의식중에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미카엘이 어색할 정도로 거칠게 화제를 전환했다.
“아! 선생님, 식사하셔야죠. 제가 대충 몸을 닦아드렸으니 먼저 식사부터 하고 씻으시는 게 어떠세요?”
데미안은 안타까운 듯 살짝 눈썹을 일그러뜨렸지만, 바로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하지. 항상 신경 써 줘서 고맙군.”
미카엘은 그의 수단을 짠 하고 들어 보이면서 싱긋 웃었다.
“제가 단추도 달아 놓았어요. 아주 깔끔하게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처럼 미카엘이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칭찬해 주고 싶지 않으냐고 묻자, 데미안이 진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네는 정말 귀…….”
“귀엽다는 말 하기만 해 봐.”
아차. 조심해야지.
미카엘이 바로 싸늘한 낯빛을 하자, 데미안이 교묘하게 말을 바꿨다.
“귀한 기술을 지닌 능력자로군.”
“아, 그렇게 생각하세요?”
언제 매서운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냐는 듯 미카엘이 사르르 녹아내릴 듯한 눈웃음을 흘리자, 데미안이 입술을 안으로 당겨 물었다.
‘귀엽기도 하지.’
화사한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한 어린 남자가 때때로 앙큼하게 웃는 게 데미안의 눈에는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 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미카엘이 바로 냉랭한 목소리를 내서 데미안은 더욱 입술을 세게 앙다물어야만 했다.
참 어린 남자의 기분을 맞춰 주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금지어2
7676//미카엘 귀여워요ㅠㅠ
[데미안] (눈치보기)
[미카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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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껏 귀여워해 주세요!
자고로 공은 고통받아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