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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기 싫으면 선하게 살면 된다
“미안하네. 자네가 악마가 된 게 겨우 1년 전이라는 사실을 그만 잊은 모양이야.”
그 말대로였다.
지옥에서 지글지글 끓던 미카엘의 영혼은 1년 전에 망각의 강에서 한 번 씻겨진 뒤 지상으로 돌려보내졌다.
비록 악마가 되어서였지만 말이다.
“고작 1년 사이에 그렇게 부를 쌓다니. 자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군.”
그래.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사이 미카엘이 한 짓이라고는 열심히 돈을 벌어서 통장을 살찌운 것뿐이었다.
악마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 날 한눈에 반한 이 끝내주게 잘생기고 섹시한 몸을 지닌 천사에게 밥과 차 따위를 사주기 위해 말이다.
“어라,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미카엘이 웃으면서 농담조로 말했지만, 그의 새파란 눈동자는 약간 날이 서 있었다.
아마 그가 데미안의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남을 사기를 치거나 등쳐 먹는 식으로 더럽게 돈을 번 게 아니기 때문일 거다.
악마인 주제에 깨끗하게 투자해서 번 돈을 통장에 두둑이 넣고 있으니 어쩐지 악마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마음에 초조했으니까.
“내가? 그럴 리가.”
탁자 위로 두 손을 올린 데미안이 커다란 손으로 미카엘의 갸름한 손을 감싸며 말했다.
“자네는 정말 존경할 만한 존재라고 생각하네.”
데미안이 깊고 그윽한 검은 눈동자로 지그시 바라보면서 간곡한 태도로 설득하자, 기분이 조금 좋아졌는지 미카엘이 살짝 웃었다.
“당신은 지갑에 1밧밖에 없는 천사니 말이죠.”
조금 좋아진 정도가 아니라 농담을 건넬 여유까지 돌아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이렇게 성(性)스러우면서도 성(聖)스러워 보이는 미남에겐 설득되고 말 거다.
설령 그가 케첩의 재료가 딸기라는 궤변을 늘어놓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건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몰라서겠죠.”
정말로 술에 취한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속에 담아 둔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 그냥 해 본 이야기입니다. 악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천사가 궁금해할 리도 없는데 말이에요.”
보아하니 오늘도 선생은 잘생긴 얼굴과 매끈한 목소리만 들려주고 무척이나 안전하고 건전하게 귀가할 것 같으니 이만 여기에서 자리를 접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미카엘은 딱히 술 자체를 좋아하진 않았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
“궁금하지 않다네. 악마의 마음 따위는.”
부드럽지만 묘하게 힘이 들어간 손길로 미카엘을 도로 자리에 앉힌 데미안이 그의 푸른 눈동자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궁금하네.”
미카엘이 말없이 눈동자를 굴리고 있자, 살짝 몸을 일으킨 데미안이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혀 왔다.
동시에 미카엘은 숨을 멈췄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데미안의 긴 속눈썹이 얼굴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데미안의 숨결이 이마를 간지럽혔다.
데미안의 혀가 코를 간질였다.
“응? 콧등에 뭐가 묻은 줄 알았는데 점이었군.”
반듯한 눈매를 부드럽게 휜 데미안이 눈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미카엘이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씨발.”
아마도 미카엘은 인간이었을 시절에 젠장이나 제기랄 같은 욕 이상의 상스러운 말을 입에 올린 적도 없을 거다.
자기 입으로 뱉은 말이지만, 그 어감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으니까.
동시에 속옷 앞부분이 약간 젖었을 정도로 흥분되었다.
“뭔가를 더 해 달라고 하진 않을 테니까 일단 자지만 한 번 빨아 줘요.”
미카엘은 눈앞에 있는 미남 천사가 자신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노려볼 거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먼저 입으로 절 빨았잖아요?”
뭐, 그건 그거대로 좋았다.
자기 전에 떠올리기 좋을 만한 소재이기도 했고.
미카엘은 자위행위를 하진 않았지만, 데미안을 상상하면서 발기하는 느낌 자체를 즐겼으니까.
하지만 몸을 뒤로 뺀 데미안은 푹신푹신한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차분한 흑안으로 미카엘을 올려볼 따름이었다.
“자네가 앞으로 한 달간 매일 신전에 와서 1시간씩 기도하겠다고 약속한다면.”
타앙!
난폭한 기세로 탁자 위에 손을 짚은 미카엘이 그를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고작 그따위 조건으로 악마의 자지를 빨아 주겠다고? 당신, 그렇게 헤픈 천사였나요?”
“그럴 리가.”
미카엘의 하얀 손등을 가만히 쓸면서 데미안은 성적인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례가 없는 순결한 악마에게만 후한 조건이라네.”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 자신조차 알지 못한 채 미카엘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다가 툭 뱉듯이 말했다.
“신전엔 1년간 다녀 주도록 하죠. 그 대신 제가 원할 땐 언제든 다리를 벌려야 할 거예요.”
“하루에 8시간. 노동도 한다는 조건으로.”
하, 지금 이 천사가 협상하자는 건가?
그것도 자기 몸을 가지고?
“2시간. 그 대신 돈은 원하는 만큼 지원해 주도록 하죠.”
“6시간. 나는 자네만큼이나 순결한 몸인데 말일세.”
가슴께에 달린 단추 하나를 툭 끄른 데미안이 벌어진 수단을 한쪽으로 잡아당기자, 손가락이 푹 파묻힐 정도로 크게 부푼 흉근 위로 뾰족하게 솟은 선홍색 유두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고 마음이 급해졌는지 꿀꺽 하고 목을 울린 미카엘이 자신의 발간 입술을 혀로 핥았다.
“젠장, 좋아요. 6시간. 그 대신 당신 구멍에 박기도 할 거고.”
엄지손가락으로 데미안의 남자다운 입매를 강제로 벌린 미카엘이 그의 혀를 짓이기듯이 누르며 열에 달뜬 눈동자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입안에 싸면 제 정액을 남기지 말고 다 마셔야 할 거예요.”
술잔을 완전히 비운 데미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미카엘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지 않아서 다행이군.”
* * *
대체 어떤 정신머리로 귀가한 건지도 모르겠다.
미카엘은 머릿속은 기쁨과 당혹스러움과 비현실적인 현실에서 오는 희미한 공포 따위로 곤죽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 와중에도 혹여 데미안이 마음이 바뀌어 신전으로 돌아가진 않을까 그의 손목만은 야무지게 손바닥으로 꽉 옭아매고 있었다.
‘빌어먹을, 왜 이렇게 손이…….’
흥분한 탓인지, 긴장한 탓인지 열쇠 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는 손이 미친 듯이 떨려 왔다.
데미안 앞에서 더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아, 젠장!’
딸그랑.
미카엘이 기어코 병신 같은 열쇠를 놓쳐 버리자, 대신 몸을 낮춘 데미안이 열쇠를 주워 열쇠 구멍에 꽂아 주었다.
미카엘은 자신보다 천 살은 많은 이 천사가 자기보다 여유로운 건 당연한 거라고 자위하려 했지만, 자괴감이 드는 걸 막지는 못했다.
“열쇠가 잘…… 안 빠지는군.”
마찬가지로 데미안의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살짝 고개를 수그린 데미안의 귓불이 야한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아, 나중에 저 귓구멍에도 박아야지.’
하고 싶은 만큼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데미안의 몸에 자신의 자지가 닿지 않은 부위가 없도록.
아주 긴 시간을 들여서 영역 표시를 해야지.
이 끝내주는 남자는 온갖 나방이 몰려드는 불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격렬하게 입을 맞추며 침실로 향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미카엘은 자신의 방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데미안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데미안이 그의 아파트 안에 있었다.
터질 것처럼 부푼 가슴에 위로 올라간 탄탄한 엉덩이, 굵은 허벅지를 한.
남자고 여자고 죄다 박아 달라고 애원하고 싶어질 정도로 미치도록 섹시한 데미안이 그의 아파트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것도 자신과 섹스하기 위해.
“일단…….”
미카엘은 평생 장난감을 가져 본 적 없는 어린이가 수백 개의 선물 상자를 받고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손끝만 쥐었다 폈다 했다.
가슴을…… 아니. 일단은 입부터 맞춰야지.
미카엘은 너무 서두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그 노력과는 달리 데미안의 검은 머리칼을 거의 잡아채다시피 하고 말았다.
“흐읍!”
그저 눈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데미안의 입술이 그의 입에 물려 있었다.
자그마한 움직임조차 황홀한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데미안의 혀가 그의 입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 모든 상황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
정신없이 데미안의 입술을 빨아 대고 그의 입안을 거칠게 혀로 탐색하면서 미카엘은 몽롱한 눈으로 데미안의 흑발을 바라보았다.
‘데미안은 음모도 저렇게 시커멓겠지?’
미카엘이 난폭하게 뒷덜미를 틀어쥔 채 무작정 입안에 혀를 쑤셔 박아 대는 데도 데미안은 그를 밀어내기는커녕 도리어 미카엘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심지어 그의 감미로운 저음이 음란한 물기로 살짝 젖기까지 했다.
아, 데미안이 받아 준다는 사실이.
마주 혀를 감아서 응해 준다는 사실이.
미칠 정도로 흥분되면서도 한편으로 묘한 안도감이 들게 해 주어서 갈급하게 데미안의 입술을 빨아 대던 미카엘의 움직임은 아주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졌다.
싸움을 거는 듯한 태세로 데미안의 흑발을 틀어쥐었던 손도 조금씩 풀려 가다가 연인끼리 머리칼을 부드러이 어루만지는 듯한 애무로 바뀌었다.
‘내가 감히 이 사람을 탐내도 되는 걸까?’
문득 떠올린 생각에 갑자기 가슴께가 욱신거리고 지끈거려 왔다.
뭐지?
이건…… 죄책감인가?
“미카엘?”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미카엘이 미간을 찌푸리고 서 있자, 데미안이 그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미카엘은 난폭하게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건만.
미카엘을 어루만지는 데미안의 손길은 흡사 깨지기 쉬운 것을 어루만지는 듯 조심스러웠다.
“아, 갑자기…… 내가 악한 존재라는 게 생각났어요.”
데미안은 그의 푸른 바다 같은 눈동자를 그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그의 타액으로 축축이 젖은 데다 발갛게 부푼 입술을 한 채.
“왜, 처음 만났을 때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잖아요? 저더러 악마냐고. 그 말은 선생님께서 절…….”
미카엘은 뒷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거친 손길로 그의 뒷덜미를 잡아당긴 데미안이 이번엔 그쪽에서 물어뜯듯이 입을 맞춰 왔으니까.
아, 천사의 숨결엔 악마를 유혹하는 미약이라도 섞여 있는 게 분명했다.
“자네는…… 생각이 너무 많군.”
데미안이 제 입술을 반쯤 입에 문 채 뭉그러진 발음으로 속삭인 순간 미카엘은 바로 이성을 잃어버렸으니.
탕. 티잉.
“선생님, 단추는 내일 달아 드릴게요. 괜찮지요?”
데미안은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단추를 바라보며 조금 난처한 얼굴을 했지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땀에 젖어서 더욱 미끈해진 데미안의 피부는 말 그대로 미카엘의 손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손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커다란 가슴을 강하게 쥐어짜자, 피부가 안으로 말려들면서 딱딱한 유두가 손가락 마디에 닿았다.
“하. 젖꼭지 한 번…….”
마음 같아서는 당장 바지를 벗긴 뒤에 데미안의 시커먼 음모 위에 한 번 싸고 싶었는데 그의 선홍색 유두가 눈 안에 들어오자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결국 데미안을 벽 쪽으로 밀어붙인 미카엘은 그의 상의도 벗기다 만 채 유두부터 덥석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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