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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리지 않는다-3화 (3/106)

3

1. 죽기 싫으면 선하게 살면 된다

눈에 띄게 동요하는 데미안에게서 강렬한 희열을 느끼면서 미카엘은 일부러 더 신랄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게 제가 악마가 된 이유가 아닐까요? 세상에, 부모님을 역겨워하는 자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그런 이유로 악마가 된다면 이 세상엔 악마가 넘쳐나게 될 걸세.”

그냥 던져 본 말이었는데 데미안은 정색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히 부모를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세태 때문에 다들 말을 않지만, 세상엔 자기 부모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네.”

데미안은 괴로운 듯 진한 눈썹을 일그러뜨린 채 말을 이었다.

“부모야 자식을 죽이거나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걸로 세상에 드러나게 되지만, 자식의 경우엔 그에게 부양되는 처지이기에 아주 드물게만 표출될 뿐이지.”

부모가 어쩌고저쩌고.

별로 관심 없으니까 여기까지만 이야기하자고.

그냥 당신을 잡아 둘 핑계였으니 말이야.

“아,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마음이 놓이는군요.”

물론 이번에도 입안에만 맴도는 말이었다.

“가만…… 혹시 그런 식으로 신도들의 죄의식을 덜어 주시는 건가요?”

“그가 지나치게 자기혐오를 하는 경우엔 그렇지.”

미카엘은 아하핫 하고 조소를 터트렸다.

“제가 저 자신을 혐오한다고요? 그럴 리가요. 이렇게 잘생긴 얼굴에 잘난 몸에 일머리도 쉽게 파악하는 머리가 있는데, 제가 어떻게 절 혐오하겠습니까.”

험한 일에 몸을 담가보지 않았을 것만 같은 고운 인상의 화려한 미청년은 가늘게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세상 사람들이 배부른 소리를 한다면서 절 비난할걸요?”

데미안은 말없이 미카엘의 바다색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정말로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거라기보다 지금으로선 바늘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으니 마지못해 물러선다는 느낌이 드는 말이었다.

‘조금 거슬리는군…….’

하지만 예민한 부분을 당장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정말로 데미안은.

치고 빠질 줄 아는 남자였다.

“그런데 천사도 취하나요, 선생님?”

“난 과음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흐음. 과음도 죄인가요?”

“자네는 정말로 죄라는 꼬리표를 좋아하는군.”

두 눈을 내리뜬 데미안은 근사하게 웃고는 “죄까진 아니라네.” 하고 말을 덧붙였다.

“과음해서 저지른 실수는 죄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럼 이것도…… 과음으로 인한 실수가 될 수 있을까요?”

슬며시 데미안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은 미카엘이 그의 관능적인 허벅지 위에 손바닥을 올리면서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자네 혹시 취했나?”

“조금은요.”

“그럼 인사불성이 되기 전에 이만 일어나도록 하지. 내가 집까지 데려다주겠네.”

아니, 아니지. 선생.

그건 정말 바람직한 권유이지만, 내가 바라는 건 바람직한 권유가 아니란 말이야?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버리자,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미카엘이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혼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걸요.”

“그렇다면 사제관에서 하룻밤 재워줄 테니…….”

“처음이에요. 부모님에 대한 걸 떠올려 본 건. 아무래도 술을 마셨더니 기억이…….”

“기억이?”

황급히 자리에 앉은 데미안이 그답지 않게 뒷말을 채근하자, 슬며시 입꼬리를 올린 미카엘이 싱긋 웃으면서 술잔을 들어 보였다.

“아,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렸네요. 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기억이 나지 않을까요?”

데미안은 살짝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술집 점원을 불렀다.

“여기, 용의 숨결 한 잔과 체리를 넣은 푸른 열매 한 잔 주게.”

미카엘은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데미안과 술자리를 함께하는 건 좋아했다.

그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무방비하게 목덜미를 드러낸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 저 목덜미를 꽈악 깨물어서 잇자국을 내면 좋겠는데.’

앞에도, 뒤에도, 좌우에도.

이 남자를 탐욕스럽게 따먹고 있는 사람이 그 주변에 있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듯이.

“술집 안에 있는 여자들이 죄다 당신을 혀로 핥듯이 보고 있는 거 알아요?”

데미안이라는 최상급 안주에 취해 술잔을 너무 기울였는지 미카엘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약간 불분명한 발음으로 말이 흘러나갔다.

“남자들은 죄다 당신에게 박히고 싶은 모양인데요.”

“자네도 그중의 하나인가?”

“그럴 리가요. 내가 박는다면 모를까.”

과격한 발언과 미카엘은 달리 부서지기 쉬운 모래성을 어루만지는 듯한 손길로 데미안의 흑발을 검지와 엄지로 문질렀다.

“선생님이라면 안아 달라는 남자들도 많았겠죠?”

“수도 없이 많았지.”

두 눈을 반쯤 내리감은 채 웃는 데미안은 정말 섹시하다는 죄로 고소하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다.

“한 번이라도 남자를 상대해 준 적 있나요?”

“생전에 나는 성기사였네. 일반적인 기사들과 달리 성기사는 신에게 일생을 바친 존재이기에 나는 죽을 때까지 독신이었네.”

아, 성기사라니.

깨끗한 갑주를 걸친 데미안의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허벅지 안쪽이 실룩거렸다.

“와, 당신 같은 사람이 독신이었다니. 선생님이 성기사가 된 날에 여자들이 많이 울었겠어요?”

미카엘 쪽으로 살짝 머리를 기울인 데미안은 진한 미소를 흘리며 속삭였다.

“남자들이 더 많이 울었다고 들었는데?”

천사의 숨결엔 악마를 유혹하는 미약이라도 섞여 있는지 절로 몸이 뜨거워지면서 중심부가 욱신거렸다.

데미안은 정말 강인하고 멋진 남자였다.

하지만 미카엘은 그에게 안기고 싶어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데미안의 위에 올라탄 채로 발기한 좆을 그의 탄탄한 엉덩이에 격렬하게 쑤셔 박고 싶었다.

자신의 정액이 질질 흘러나오는 그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후벼파고는 더는 나올 것이 없어질 때까지 그의 안에 쏟아붓고 싶었다.

“이렇게 꼴리는 몸이 신을 위한 거라니. 신께선 욕심도 과하시지.”

미카엘이 긴 손가락으로 데미안의 가슴팍을 문지르며 그에게 들릴 법한 성량으로 중얼거렸다.

“이 사이에 자지를 박고 비비면 끝내줄 것 같은데.”

미카엘의 긴 속눈썹에 발간 조명 빛이 어리자, 반듯한 미청년으로 보였던 얼굴이 요염한 인상으로 돌변했다.

“이 몸은 신을 위해서 만든 거라기보다 길 잃은 영혼을 인도하기 위해 만든 거지.”

데미안은 더불어 길 잃은 미카엘의 손끝까지 이끌어 주었다.

그의 검은 수단에 난 단춧구멍 사이로.

“사람은 강하고 아름다운 걸 좋아하니 말이야.”

손가락 끝에 데미안의 딱딱한 유실이 닿자, 미카엘은 나른한 한숨을 흘리면서 자리를 고쳐 앉았다.

크게 부푼 성기 탓에 무릎을 다물고 앉기 어려워진 탓이었다.

“그 김에 시각적인 자극에 약한 악마가 함께 딸려 오면 좋고.”

콧등이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자, 살짝 땀에 젖은 데미안의 체취가 후각을 자극했다.

그러고 보니 술집 안이 후덥지근한 탓인지 데미안의 뒷덜미가 조금 젖어 있었다.

“천사도 땀을 흘리나 보죠?”

젠장. 저 젖은 피부를 혀로 핥을 수만 있다면.

미카엘은 그의 강인한 목덜미를 핥는 대신 그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악마는?”

“글쎄요. 침대 위에서라면 흘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데미안의 손을 잡아끈 미카엘이 그의 손바닥을 자신의 중심부 위에 올리면서 야릇한 눈웃음을 흘렸다.

“흠. 술집에서 자지나 세우는 남자는 정말 별로인데.”

살짝 눈썹을 찌푸린 데미안이 한마디 하자, 미카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천사가 그런 음란한 말을 해도 되나요?”

“음란함은 자네의 머릿속에나 있는 거지. 자지는 그저 자지일 따름이라네.”

데미안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의 금욕적인 입술에서 흘러나온 신랄한 말은 오히려 검붉은 욕망을 충동질할 따름이었다.

“그 입술로 그런 말을 하니 왠지 흥분되는데요. 10번만 더 말해 주시면 안 될까요?”

진한 눈썹을 살짝 찌푸린 데미안이 안쓰럽다는 눈길로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성에 막 눈을 뜬 청소년도 아니고…….”

한숨을 푹 내쉰 데미안이 술을 한 잔 더 주문하며 말했다.

이번엔 용의 숨결만이었다.

“천사들은 어린이든 성인이든 벌거벗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 천국에 가면 정신이 사납단 말이야.”

“왜죠?”

미카엘은 술 대신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꼭 괘종시계 전문점에 간 것처럼 여기저기에서 자지가 덜렁거리고 있거든.”

“푸흡! 맙소사, 데미안!”

저도 모르게 물을 내뿜은 미카엘이 콜록거리면서도 맑게 웃었다.

“마시고 있는데 너무 웃기지 말아요!”

탁자 위에 양 팔꿈치를 얹은 데미안이 깍지낀 손 위에 이마를 얹으며 진지한 어조로 토로했다.

“가끔 그게 긴 천사들이 뛰어다니면 꼭 자학하듯이 자기 자지로 허벅지를 철퍽철퍽 때려 대는 모습도 볼 수 있지.”

“와, 정말 천국에 대한 제 환상을 완전히 깨부숴 주는군요!”

하는 말과 달리 미카엘은 크게 웃고 있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에서 정염의 빛이 완전히 사그라진 걸 확인한 데미안이 그의 다리 사이를 흘깃 내려다보고는 도로 술잔을 들어 올렸다.

“이제 거기는 가라앉은 것 같은데.”

“아무리 제가 성욕 꾸러기라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가라앉죠.”

하하 웃으면서 “성욕 꾸러기라.” 하고 그의 말을 곱씹어 보던 데미안이 흐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기야, 신께서 멋들어지게 만들어 주신 걸 한 번도 써 보지 못했다면 아쉬울 만도 하겠군.”

“어…… 보신 적도 없을 제 물건에 후한 점수를 주신 것도 마음에 걸리지만, 그보다 당신이 제가 성 경험이 없다는 걸 안다는 게 더 신경 쓰이네요.”

데미안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망설이는 듯한 얼굴로 머뭇머뭇 말했다.

“천사들은 거의 알고 있네. 자네는 유명하니까.”

“유명하다고요?”

데미안은 손등에 슬쩍 입술을 묻은 채 웅얼거리듯이 답했다.

“악마인데 몸이 순결한 애가 있다고.”

미카엘은 다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믿을 수가 없네요. 천사들은 원래 그렇게 남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나 보죠?”

“신도, 악마도, 천사도 모두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슬며시 미간을 좁힌 미카엘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한 채 되물었다.

“그 말은?”

데미안은 흡사 까칠한 청소년을 대하는 어른처럼 여유로운 웃음을 입가에 머금은 채 답했다.

“모두가 남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정말 환멸감이 느껴지네요.”

미카엘이 진심을 담아 말하자, 데미안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천사들이 저 순결한 악마를 누가 따먹을지 궁금해하던가요?”

“이런, 미카엘. 천사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

데미안은 토라진 어린아이를 달래듯 까끌까끌한 엄지손가락으로 미카엘의 섬세한 눈썹을 한 번 문질렀다.

“나는 했지만.”

미카엘은 반사적으로 고른 이를 악물었다.

‘젠장. 이 천사가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이건 먹어도 된다는 뜻인가? OK 사인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야?’

미카엘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섹스를 좋아하는 남자일 거라고 자부했지만, 사실 그건 검증된 사실은 아니었다.

데미안의 말대로 그는 누군가와 성적인 관계를, 심지어 자위조차 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지난 1년간 미카엘의 성기는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을 뿐 무언가를 분출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화장실에서 한 번 빼자고 해야 할지, 우리 집에 가서 내 동정을 먹어 보는 건 어떻겠냐고 해야 할지.

“내 농담이 너무 과했나?”

“하, 하하…… 그러네요. 정말 이상한 농담이었어요.”

아니면 이 어르신 특유의 기발한 농담에 얼간이처럼 쳐 웃고 나서 집으로 돌아간 뒤 그의 욕을 하면서 발기나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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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저어, 제가 천사님 외에도 변태 용을 한 마리 기르고 있어서 이렇게 주르르 연재하다가 한동안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많이 보고 싶어지시면 딸랑이를 울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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