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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니 퇴사하겠습니다, 이사님!-22화 (22/150)

22화

백의현과 강 과장의 날 선 대화 때문에 망할 뻔했던 첫 회식은, 다행히 자리로 돌아온 백의현이 곧장 강 과장에게 사과를 건넴으로써 좋은 분위기로 되돌아왔다. 서진우는 고기 한 덩이를 통째로 태워 먹었던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강 과장은 술을 궤짝 단위로 주문해 팀원들을 놀라게 했다. 어찌나 잘 먹고 잘 놀았던지, 나올 때 백 이사가 회식비로 결제한 금액이 기백은 되었다는 이야기가 팀 내에서 소소하게 돌았을 정도였다.

어찌 되었건 프로젝트 포문을 열기에는 괜찮은 회식이었다고 서진우는 생각했다.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의 분위기가 제법 화기애애했다. 기존에 서로 다른 팀이라 데면데면한 사이도 있었으나 회식으로 적절한 친목을 다진 덕이었다.

“다들 주말 잘 쉬고 온 것 같아 좋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바빠질 테니 바로 미팅 시작합시다.”

강 과장이 자칫 어수선해질 수 있는 회의실 분위기를 능숙하게 정리했다.

“김 주임, 샘플 가지고 왔죠?”

강 과장의 질문에 연구부 소속 김기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 우선 기획안대로 네 가지 샘플을 각각 준비해 보았습니다. 하얀색이 대조군으로 일반 설탕을 넣어 제작한 제품이고, 나머지 세 가지가 각각 대체당을 다른 종류로 해서 제작한 제품입니다.”

김기호가 상자 안에 들고 온 샘플을 손수 돌아다니며 팀원들 앞에 올려 두었다. 서진우는 눈앞에 놓인 네 종의 샘플을 내려다보았다. 투명 원통 뚜껑 위에 색색의 라벨이 붙어 있었고, 그 위에 사용된 주요 성분이 억센 손 글씨로 쓰여 있었다. 서진우는 별생각 없이 대체당 종류를 확인하다 문득 손을 멈추었다.

“샘플 위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테스트해 보시면 됩니다. 1번 샘플은…….”

김기호가 각 성분별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서진우는 각 샘플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좁혔다. 왜 이렇게 눈에 걸리는 걸까. 알 수 없는 서늘함이 위장에 고이는 기분이었다.

“그럼 다들 시식해 봅시다.”

지시를 내린 강 과장이 샘플을 선뜻 입에 넣었다. 서진우도 다른 팀원들과 함께 찜찜한 기분을 뒤로하고 샘플을 순서대로 시식했다. 산뜻한 단맛이 입안에 부드럽게 감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서진우는 다음 샘플 시식 전 물로 가볍게 입을 헹궈 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지, 맛에는 아무 문제없는데. 내가 뭘 잊고 있는 거지?’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기분 탓에 자꾸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서진우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기시감에 심란해하는 동안, 시식을 마친 임상하가 가장 먼저 두 손을 제 뺨에 얹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진짜 설탕을 이기기는 어렵네요. 대조군이 제일 맛있었어요.”

“그야 어쩔 수 없지. 대체당이 지적받는 한계는 항상 맛이잖아.”

“맞아요. 그래도 저당 비건 다이어트식이 테마니까 맛은 어느 정도 타협을 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팀원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마디씩 의견을 덧붙였다. 임상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썹을 휘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래도 기왕이면 완전! 맛있는 게 좋잖아요.”

“하지만 설탕으로 이 정도 단맛을 내려면 당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야 하는걸. 괜히 대체당이 유행하는 게 아니지.”

유행.

서진우의 귀가 번쩍 뜨였다. 서진우는 고개를 홱 돌려 놀란 눈으로 강 과장을 응시했다. 서진우의 시선을 인식하지 못한 강 과장은 다른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최대한 괜찮은 샘플을 골라 보자고. 1번 샘플은 다들 어땠어?”

“음, 약간 뒤끝이 남는 불쾌한 맛이 있었어요.”

“난 2번이 좀 그렇던데. 말토덱스트린이었지, 이거?”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으나, 서진우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제야 기억이 난 까닭이었다. 자신이 잊어서는 안 되었던 치명적인 사건이.

“음? 무슨 일 있어? 서 대리.”

뒤늦게 서진우가 자신을 보며 굳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강 과장이 의아해하며 시선을 마주쳤다. 그 얼굴을 보며 서진우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떻게 이렇게 어이없는 실수를 할 수 있을까?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에만 빠져 있어, 기획서를 상세히 되짚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실책이었을까?

“―전, 이 세 종 모두 상품화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채 정리하기도 전 말이 먼저 나왔다. 서진우의 폭탄 발언에 사람들이 모두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여수정이 드물게 놀란 표정으로 어물거렸다.

“아니, 그 정도로 맛이 나쁘진 않은데요, 대리님…….”

팀원들도 다들 적잖이 당황한 표정으로 여수정의 말에 수긍했다. 심지어는 강 과장조차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서진우는 제 말을 철회하지 않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알면서도 그럴 수는 없었다. 서진우가 무릎 위에 올린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부터 약 석 달 후, 거대 기업이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마케팅이 큰 폭풍이 되어 식품업계를 강타할 예정이었다.

천연, 비건, 자연, 그린 등이 유행하는 시기였다. 사람들은 ‘화학’이라는 단어를 그 어느 때보다 기피하고, 보다 특이하면서도 자연적인 식자재에 눈을 돌렸다. 기업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했다. 바로 ‘현존하는 대체당 대부분이 화학 성분’이라는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기업은 일부 대체당의 부작용 논란을 물 위로 끄집어내 효율적으로 분탕질을 쳐 댔다. 중노년층이 즐겨 보는 TV 채널은 물론 청년층이 이용하는 SNS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체당은 나쁘다’는 이미지를 심어 놓은 것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대대적인 선동을 한 것은 퍽 보잘것없는 사유 때문이었다. 거래하던 제조 회사와 틀어져, 출하량을 줄임으로써 그들을 압박하려 했던 것이다.

서진우가 죽었던 연말쯤 과대광고로 징계를 받았다는 뉴스가 뜨긴 했지만, 한 번 틀어진 이미지를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닌 법이다. 서진우는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거대 라이벌 기업의 어마어마한 마케팅을 이겨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무난하게 대체당을 사용해 출시했던 제품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은 대중의 편견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니까.

이번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서 대리, 이유를 설명해 주겠어요?”

강 과장이 눈썹을 슬쩍 찌푸리며 서진우를 바라보았다. 서진우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제 의견을 존중해 주려 노력하는 강 과장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게, 그게…….”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기업 스파이도 아니고, 조만간 모 대기업에서 대대적인 화학 대체당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을 시작할 거라고? 영어 이름이 붙은 오만 대체당들이 암 유발 성분으로 끌려 나와 뭇매를 맞을 예정이라고?

일개 대리인 자신이 그런 미래를 알고 있다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린 식품에 더 걸맞은 대체당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결국 서진우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런 추상적인 것뿐이었다.

회의실 안에 처음으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서진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이없어하는 팀원들의 시선이 뺨에 따끔따끔 박혀 들었다.

“서 대리, 이거 서 대리 기획안이잖아. 대체당을 제안한 사람도…… 서 대리 본인이고.”

강 과장이 당혹감이 서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진우는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야 알지. 저 자신이 가장 잘 알았다. 그래서 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눈 딱 감고 넘어가기엔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

서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한숨을 삼키며 눈을 떴다. 어차피 뒤집어야 할 일이라면 어물거리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서진우는 자신을 응시하는 다섯 쌍의 눈을 차분하게 마주했다. 짧은 시간에 격렬한 동요를 느낀 탓일까, 외려 마음은 빠르게 차분해졌다.

“사실 제가 말씀을 못 드린 게 있는데, 프로젝트가 선정된 후 제 기획안을 토대로 자료를 조사하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하성민이 질문을 던졌다. 서진우는 그를 마주 보았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체당에 대한 안 좋은 의식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건 대체당 유행할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있던 여론 아니었던가요?”

하성민이 팔짱을 끼며 반박했다. 서진우는 눈을 내리깔았다. 말하는 대상이 하성민이라서 고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그의 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식품업계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정보를 대단한 이유랍시고 꺼내 드는 서진우는 분명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일 터였다. 서진우는 초조하게 입술을 매만지며 제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이 시기쯤이었을 텐데, 그 글이 올라온 게…….

“여수정 씨.”

“네?”

갑자기 호명된 여수정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진우는 초조함을 내리누르려 애쓰며 여수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N 사이트 토크 게시판에서 ‘대체당’이라고 한 번 검색해 봐 주시겠어요?”

“네? 아, 네.”

여수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의 반사적인 움직임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렸다. 여수정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기호가 슬쩍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이윽고 그의 입이 슬쩍 벌어졌다.

“‘다이어트 식품에 속지 마세요, 스물일곱 살에 암 걸렸습니다’……?”

다행이다. 서진우는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얼마 전 우연히 그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보시면 좋겠네요. 수정 씨, 링크 공유 좀 부탁드립니다.”

여수정이 신속하게 메신저에 링크를 올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팀원들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마뜩잖아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남들을 따라 글을 읽어 내리던 하성민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평범한 음모론 글 중 하나일 뿐 같은데, 이게 어떻다는 거죠?”

글 내용만 보면 하성민의 말이 옳다. 그 글은 스무 살 때부터 다이어트 때문에 대체당만 고집하다 젊은 나이에 암을 얻었다며, 식품 회사들을 고소하고 싶다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식품 회사 근무자 눈에는 터무니없는 음모론 조장처럼 보이는 게 당연했다. 서진우는 동요 없이 하성민을 돌아보았다.

“하 대리. 그 글이 지금 몇 위를 하고 있습니까?”

“그게 뭐가 중요…….”

눈썹을 찡그리며 다시 눈을 내렸던 하성민이 입을 다물었다. 서진우는 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주간 일위입니다. 올라온 지 고작 이틀, 48시간도 안 되는 시간 만에요.”

“…….”

“하성민 대리 말대로 근거 없는 음모론에 불과한 글일지라도, 이 정도 파급력이 있다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심지어 글을 쓴 사람은 말미에 다양한 화학 대체당 종류와 그 성분을 사용한 식품들, 주 제조사까지 나열해 놓았지요. 이 글을 본 사람들의 뇌리에 대체당에 관한 이미지가 어떻게 각인될까요?”

서진우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정도면 조금 더 강하게 밀어붙여도 될 것 같았다. 서진우는 말아 쥔 주먹에 힘을 주었다.

“게다가 제 생각에 그 글을 쓴 사람은 실제로 암에 걸린 스물일곱 살이 아닌, 식품 회사 관계자일 것 같습니다.”

“어머,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임상하가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흥미진진함으로 반짝이는 막내 사원의 눈을 마주 보며 서진우가 음성을 낮췄다.

“생각해 보세요. 스무 살 때부터 먹어 왔던 식품의 제조사와 성분을 다 기억할 수 있으세요? 저건 관련 업종의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나열할 수 있는 정보라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깨달은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여기 나열된 대체당 식품들 말입니다. 설영기업 제품은 하나도 없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식품 계열 회사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대기업인데 말이죠.”

“아……!”

김기호가 놀라 탄성을 터뜨렸다. 다른 팀원의 반응도 서진우와 비슷했다. 서진우는 강 과장을 돌아보았다.

“만일 이 글이 정말 설영기업에서 진행 중인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면, 절대 고작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글을 노리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거라 봅니다. 자본력이 큰 회사이니만큼 금방 방송 등 미디어 매체로도 손을 뻗겠죠. 그때가 되면 늦습니다. 지금 성분을 바꾸는 편이 안전해요.”

은밀하면서도 묵직한 음성이 멎자, 회의실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다만 당혹감에 젖어 있던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분석이 날카롭네, 서 대리.”

말없이 게시글을 거푸 읽던 강 과장이 한숨을 쉬며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 그가 한층 심각해진 표정을 한 채 엄지로 미간을 문질렀다.

“확실히 듣고 보니 이상해. 특정 회사 상품만 목록에 없는 점도 그렇고, 맥락 없이 대체당 사용 제품 리스트를 쭉 늘어놓은 것도 그렇고…….”

“하지만 그렇다고 설탕을 쓸 수는 없습니다. 물론 맛은 있겠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설탕에 대한 거부감이 장난 아니에요. 게다가 칼로리가 오를 것을 생각하면 건강한 이미지는 포기하고 가야 할 텐데…….”

김기호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강 과장이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지점이 걱정이야. 노이즈 마케팅이 두려워서 대체당을 쓰지 않자니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위험이 있지. 그렇다고 기획 의도를 뒤바꿀 수도 없고 말이야.”

강 과장의 시선이 서진우를 향했다. 서진우는 걱정이 가득 담긴 시선을 마주하며 양손을 데스크 위로 올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자신 있어 보이는 서진우의 모습을 보며 강 과장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관련해서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는 모양이네.”

“네.”

서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상체를 앞으로 당겼다.

“비정제 설탕으로 대체해 보면 어떨까요?”

“비정제 설탕? 사탕수수나 팜슈가 같은 거 말하는 거야?”

강 과장이 놀란 눈을 했다. 그야 놀랄 만도 했다. 비정제 설탕은 당연히 정제 설탕보다 혈당 관리에 유익하지만, 당도가 떨어지고 무엇보다도 값이 비쌌다. 기업들이 괜히 화학 대체당을 선호하는 게 아니었다. 역시나 연구부 김기호가 반기를 들었다.

“지금 같은 당도를 맞추려면 원료가 엄청 많이 들어갈 거예요!”

“양을 늘리지 말고 당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개발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하긴, 제 입맛에는 너무 달았어요. 차라리 당도를 좀 낮추고 기성 식품답지 않은 건강함을 어필하는 것도…….”

서진우의 제안에 여수정이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서진우는 여수정에게 눈짓으로 가볍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기성 식품답지 않은 건강함’이라는 말에 김기호는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지만, 다른 맛을 살린다면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무리한 요구는 아닐 거라 서진우는 생각했다.

“코스트는요? 단가가 장난이 아닐 텐데요.”

그리고 당연히도 하성민의 반대가 이어졌다. 서진우는 음, 하고 목을 울리며 눈썹을 아래로 휘었다. 난처해 보이는 표정과는 달리 입꼬리가 희미하게 위로 솟아 있었다.

“제 생각에 그건 강 과장님께서 해결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진우의 말에 하성민을 포함한 다른 팀원의 고개가 일제히 강 과장을 향했다. 지목당한 강 과장이 입을 벌렸다.

“서 대리, 설마…….”

“네, 그 설마입니다.”

서진우가 씩 웃었다. 강 과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깜박이다가 이윽고 이어질 말을 이해한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서진우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팀원들을 돌아보며 문장을 마무리했다.

“강 과장님이 지난주까지 계셨던 동남아 지사 쪽 협력사를 공략해 보죠.”

팀원들이 입을 쩍 벌렸다. 서진우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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