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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줘,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69화 (69/80)

69. 어울려줄 테니 힘껏 발버둥 쳐 봐

‘설마. …아니지?’

호흡이 정리되지 않은 등줄기 너머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황급히 버둥댔지만, 하스칼은 도망가려는 내 몸체를 잡고 사타구니를 맞붙였다.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성감이 다시 치솟았다.

한번 절정을 찍고 떨어진 몸은, 미약한 자극만으로도 금방 달아올랐다.

놈이 거세게 쳐올리자, 내장이 뜨끈해지고 순식간에 아랫배에 뜨거운 열기가 고여 들었다.

그러는 중에도 허벅지를 기어오르던 검붉은 줄기가 샅굴을 뭉갰다.

‘눈이 달린 것도 아니면서…!’

검붉은 줄기는 목표를 찾아 움직이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회음부를 지나 음모를 헤집고, 고환을 더듬거렸다.

손과는 달리 미끈하고 축축한 무언가 꿈틀대는 감촉이 역겨워야 옳으련만, 놈이 주는 자극은 어쩐지 견디기 어려웠다.

“우윽, 으….”

작게 흐느끼는 몸을 타오른 줄기가 마침내 반쯤 발기한 성기를 휘리릭 감아올렸다.

빈틈없이 감긴 줄기 너머로 인간의 맥박보다 빠른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하스칼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허상일 줄 알았건만 설마 실체가 있는 마물인가 싶어 다시금 소름이 돋았다.

축축한 압박감을 떼어 내기 위해 파르르 떨던 손을 다리 사이로 가져갔지만, 하스칼이 밀어붙여 상체가 무너지며 고개와 어깨가 베개에 파묻혔다.

“허흐-!”

하스칼은 한껏 맞닿아 있던 궁둥이가 멀어지자, 아랫배를 받치고 있던 손에 힘주어 제 쪽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놈의 아랫배에 엉덩이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녀석의 좆을 뿌리까지 삼킨 내장 너머로 슬라임이 펄떡펄떡 뛰면서 난리 치는 게 느껴졌다.

몸이 꿰인 듯, 혹은 관통한 듯.

직관적인 자극 때문에 다시금 내 성기에서 투명한 물이 주르륵 새어 나왔다.

방금처럼 하스칼이 툭툭 추어올리면, 그대로 사정할 것 같은 고조감에 눈앞이 후끈했다.

“!!”

그 순간 귀두 끄트머리로 익숙하고 끔찍한 감각이 느껴졌다.

기둥을 휘감았던 검붉은 줄기가 선단을 뾰족하게 세우더니 요도 입구를 쿡 하고 찍었다.

“아으아…!”

깊게 밀려든 건 아니었지만, 이미 한껏 예민해진 요도 점막이 자극당하자 참지 못한 정액이 터져 나왔다.

“제대로 받아먹지도 못하면서 헤프게 흘리기나 하고.”

“으흑, 아….”

“말로 해서는 듣지도 않고. 그러니 자꾸 죽겠다고 신경을 거스르는 거겠지.”

하스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얇게 늘어난 줄기가 요도 입구에 들러붙었다.

그러고는 점막을 밀어 내고 구물구물 기어들어 오기 시작했다.

검붉은 줄기가 미끈하고 축축한 점액질을 뿜어내긴 했지만, 녀석이 흡착하는 힘이 보통 강한 게 아닌 걸 알기에 나는 모두 밀려들기 전 어떻게든 뽑아내려고 손을 버둥댔다.

하지만 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달달 떨리는 손으로는 성기 위로 똬리를 튼 채 요새처럼 지켜내는 줄기를 뜯어낼 재간이 없었다.

차가운 금속 막대와는 다른 감촉에 턱이 벌벌 떨렸다.

방금까지 줄줄 싸지를 것만 같았던 사정감이 역으로 밀려들었다.

지독한 갑갑함과 압박에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은 내 마력을 품어야 할 거야.”

검붉은 줄기가 입구 끄트머리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때마다 성기가 꺼떡대며 경련과 경직을 반복했지만, 점막을 기어 올라오는 예리한 감각 때문에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

푹 혹은 쿡.

날카로운 송곳에 찔린 것 같은 감촉에 종아리가 허둥거렸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배 속 예민한 지점을 찔리자 뇌를 할퀴는 듯한 자극이 토도독 튀어 올랐다.

하스칼의 거대한 성기가 물러섰다가 부욱 긁어 올렸다. 놈의 귀두와 요도로 밀고 들어온 줄기가 같은 지점을 동시에 찔렀다.

앞뒤로 범해진 감각에 요의를 닮은 사정감이 순식간에 치솟았다.

“정기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없다면, 내 힘이 깃든 물건을 몸에 지녀. 힘을 온전히 흡수하진 못해도, 맥없이 흘러나오는 건 막을 수 있을 테니.”

“아아, 아! 아…-!”

“괜히 허튼짓하다 다치거나 상처가 벌어지면, 그것까지 포함해서 벌을 받게 될 거야.”

좀 전까지 느꼈던 절정감은 장난이었다는 듯, 더한 쾌감이 아무렇지 않게 뛰어올랐다.

온몸의 모든 감각이 극점으로 모여든 기분이었다.

모든 시간이 멈춘 느낌.

혹은 생의 마지막이 있다면 지금일 것 같은 착각.

도저히 내가 가진 단어와 문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밀물처럼 밀려들자, 나는 속절없이 휩쓸렸다.

이성이 수천 갈래로 부서져 조각조각 흩어졌다.

감각이 무너지고 그 위로 뭉개진 쾌감이 쏟아졌다.

피할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똑똑히 기억해 둬. 네 존재는 한 톨도 남김없이 내게 종속됐다는 걸.”

그저 벼락처럼 내리꽂힌 절정감을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 * *

하스칼도 태준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다.

여전히 고집스레 부서진 눈으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이따금 하스칼에게 달려들어 마운팅을 시도하긴 했지만.

가끔 속내를 알 수 없는 그 애교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머리통 속에 무슨 생각이 담겨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태준이 제풀에 지쳐 못 견디거나 물리면 이런 앙큼한 짓도 관두리라 생각했다.

마왕은 그저 아주 찰나의 시간만 기다리면 될 거라고 믿었다.

적어도 태준이 숨을 내쉬지 않을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 * *

“……?”

하스칼은 평소처럼 일어나자마자 달려드는 태준을 익숙하게 안아 든 채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던 그가 다른 변화를 감지한 것은, 태준의 팔이 힘을 잃고 툭 떨어진 직후였다.

온몸에 힘이 빠진 듯, 태준의 몸이 흐느적거렸다.

태준의 얼굴을 잡고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빛이 완전히 꺼져 버린 동공이 회색빛이었다.

작게나마 뛰던 심장이 고요해지고, 미약하게 부풀었다 꺼지는 흉곽이 잠잠해졌다.

마력을 잡아 둘 신체가 작동을 멈추자, 가슴께 상처로 생기를 품은 마력이 줄줄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둑이 무너진 것처럼.

혹은 화산이 분출하기 시작한 것처럼.

몽글몽글 뿜어나오던 것이 작은 상처를 비집고 자꾸만 쏟아져 나왔다.

하스칼이 태준의 가슴께에 손을 얹자, 심장이 고요했다.

발작만큼이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고요히 가라앉았다.

“…….”

하스칼은 마력을 이용해 태준의 심장을 주물렀다.

자칫 과한 힘을 쏟았다간 터질 수 있으니, 솜털을 어루만지듯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했다.

고여 있던 피가 다시 순환했다.

인위적인 펌프질이긴 하지만 정체되어있던 마력 알갱이가 사지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호흡이 돌아오지 않자 하스칼은 태준의 입술을 비집었다.

호흡을 건네고, 메마른 혀를 적셨다.

작은 흉곽이 부풀고 꺼지기를 수 시간.

“흣.”

마침내 태준의 손끝이 파드득 떨렸다.

호흡이 돌아오고 심장이 두근대며 작동하기 시작했지만, 하스칼은 몇 분 정도 더 태준의 생체 활동을 도왔다.

차갑게 식었던 체온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빳빳해졌던 근육이 녹으며 부드럽게 풀릴 즘이 되어서야 하스칼은 몸을 물렸다.

“…….”

주변이 온통 들쩍지근한 냄새로 가득했다.

그가 아낌없이 퍼부어 주었던 마력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은 양 부질 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하스칼은 한동안 얌전했던 태준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그렇게 먹여줬는데도 구멍은 조붓하게 맞붙어서 처음인 양 굴었다.

“방금 세상이 멸망할 뻔했던 것 알아?”

하스칼은 구멍을 덧그리며 중대한 비밀을 속삭였지만, 그 말은 태준의 귀에 맺히지 않았다.

심장이 뛰고 가슴이 부풀었다 꺼지고 있지만, 여전히 눈은 연소 되고 남은 잿더미 같았다.

“하.”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인간은 정말 믿기지 않으리만큼 나약하고 하찮았다.

그토록 질색하던 좆질은 버텨 냈으면서.

동족을 죽이는 것만으로 무너질 일인가 싶었다.

「이대로라면 죽고 나서도 신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질 테지요. 그 전에 미리 죽여 박제라도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튼튼한 악마를 잡아다가 용사님 정신을 옮겨 담을까요? 승인해주시면 바로 연구에 돌입하겠습니다.」

하스칼은 오닉스의 말을 떠올렸다.

태준에게 지겨울 정도로 집착하는 오닉스조차, 육체가 고칠 수 없을 만큼 망가졌으면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악마들이 가진 본능이었다.

대개 악마들은, 강한 상대 앞에선 머리를 조아릴 줄 안다.

최우선 순위는 자신의 안위였다.

할 수만 있다면, 더 강하고 튼튼한 육체에 옮겨가는 걸 포기할 악마는 없을 거다.

강해야만 살아남는 지옥에서는 동족을 포식하는 것조차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인간들은 너무나도 다채롭고 시끄러운 대신, 쉽게 망가졌다.

남을 대신해 다치고, 죽고, 불에 타죽을 걸 알면서도 부나방처럼 자신의 몸을 갈았다.

“생존을 향한 본능보다 더 우선시 되는 신념이라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지.”

상식적인 머리론 도저히 이해 못할 판단이었다.

“너도 이제 악마가 됐으면서. 어떻게 아직도 그렇게 고집스러울 수가 있을까.”

그것이 신기해 곁에 두었지만, 한편으로는 못마땅했다.

저주에 당한 인간일수록 욕망에 충실해져야 하건만.

가면 속에 품었던 진짜 탐욕이 튀어나와 서서히 가치관을 흔들어야 마땅하건만.

어떻게 이렇게 여전히 인간다우면서도, 또 인간답지 않을까.

“그래서 말했잖아. 편히 죽고 싶었다면 내 눈에 띄지 말았어야 했다고.”

태준에게도 분명 기회는 있었다.

하스칼에게 머리털 한 올 비추지 않고, 그토록 그리던 지구에서 죽어 갈 수 있는 기회.

그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관심받지 않을 기회.

영원의 존재에게 유일한 예외가 되지 않을 기회.

천 번이 넘도록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고 이기적일 수 있는 기회.

“서태준.”

하스칼은 마침내 인정했다.

태준은 몸과 마음이 온전하게 태준으로 남아야 가치가 있었다.

이 작고 연약한 생명이 죽어 버리면, 앞으로 긴긴 영원의 날이 몹시 무료해질 것이다.

“어울려줄 테니 힘껏 발버둥 쳐 봐. 그 또한 내게는 찰나에 지나지 않으니.”

그 까닭에.

하스칼은 태준을 살리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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