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여줘,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68화 (68/80)
  • 68. 대체 이 짓을 몇 번이나 하고 있었던 건데

    계획이 조금 꼬였다.

    아니, 사실은 좆같이 꼬였다.

    벌써 수일이 지났지만, 아직 탈출은 시도조차 못 하고 있었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하스칼의 앞에서 피를 토하고 기절한 이후, 나는 놈이 보이기만 하면 무작정 달려들었다.

    하지만 놈은 제 옷을 벗기려는 내 손을 걷어 내고, 들이미는 얼굴은 적당히 밀어 냈다.

    처음엔 좀 당황하는 듯도 하더니, 나중엔 익숙해졌다는 듯 달려드는 내 몸을 적당히 안아 들고 기절하기 전까지 품고 있었다.

    ‘어이없네.’

    지금도 나는 놈의 품에 갇힌 채, 멍한 표정을 꾸며 내며 오가는 악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러고 있다 보면 생각이 흐려지며 멍청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슬쩍슬쩍 녀석의 허벅지를 만지작댔다.

    물론 하스칼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지가 무슨 돌부처야 뭐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난리 칠 때는 억지로 쑤셔 박더니. 먼저 달려드니까 감히 거부를 해?’

    슬슬 약이 올랐다.

    ‘벌써 질린 건 아닐 거잖아.’

    놈이 내게 좆을 들이밀지 않아도 관심이 멀어졌다고는 여기지 않는 건, 깨어나고 움직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녀석이 주목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발가락이라도 까딱하면 녀석의 시선이 단박에 따라붙었다.

    분명 녀석의 시점에선 사각에 있었음에도 귀신 같은 반응이었다.

    ‘이대로라면 방심을 유도하기는커녕, 문밖은 나가보지도 못하게 생겼잖아.’

    불쑥 짜증이 치밀었다.

    ※주의! 몸속에 고농도의 정기가 쌓이고 있습니다. 체외로 배출하지 않을 시, 이성이 흐트러집니다.

    하스칼을 어떻게 자빠뜨릴까 고민하는 사이, 시스템 창이 요란한 알림음과 함께 떠올랐다.

    ※위험! 오래도록 에너지를 섭취하지 못했습니다. 신체 균형이 무너지며 체력이 빠르게 소모됩니다.

    반투명한 검은 창은 일기를 예보하듯 매일 수십 개가 중첩됐다 사라졌지만, 오늘 떠오른 건 경고문구였다.

    태준아. 대답 좀 해줘. 응?

    눈 뜨고 자는 거 아니지? ( ᴗ_ᴗ̩̩ )

    관심받지 못한 탓인지 시스템은 요즘 부쩍 우는 이모티콘을 자주 쏟아 냈다.

    하지만 내리깐 눈앞을 지나다니는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하찮은 날파리처럼 느껴졌다.

    눈이라도 깜빡여줘. 그러다 안구건조증 걸릴라.

    다급하게 떴다 사라지는 텍스트에서 걱정과 초조함이 묻어났지만, 그럴수록 우습기만 했다.

    속내를 읽고 있다면 한껏 비꼬거나 놀려먹기 바빴을 텐데.

    하스칼 쪽과는 달리, 시스템에게 엿을 먹이는 건 비교적 순조로웠다.

    ‘순청마초 녀석. 기특하다니까.’

    슐츠만이 눈앞에 있다면 보답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녀석 덕분에 시스템이 내 생각을 훔쳐보는 걸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격’을 가진 이들이 마련한 공간. 그런 곳은 시스템이 간섭할 수 없다. 이곳 또한 오롯이 내가 만든 공간이기 때문에 시스템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자격이 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내가 공간을 설정할 수 있게 됐다는 건, 나한테도 그 자격이 있다는 거겠지.’

    처음 슐츠만이 자격이 어쩌고, 공간이 저쩌고 했을 땐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여겨졌다.

    헌터 자격도 잃은 일반인이 그런 대단한 걸 사용할 수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발상 단계에서만 접힐 뻔했던 계획이, 희뿌연 머릿속을 헤매는 동안 구체화 됐다.

    ‘내가 의식 없는 동안, 시스템이 말을 걸어 온 적은 없었지 아마?’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나는 어디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놈에게 어떤 제약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생각을 무의식과 비슷하게 꾸며 낼 수만 있다면, 시스템의 간섭을 피하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공간이라는 게 꼭 클 필요가 없었던 거야. 물리적일 필요도 없었고.’

    이게 결계의 일종이라는 것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편견이 부서지자, 사고가 확장됐다.

    마력을 제어해 머릿속에 작은 방을 하나 만들어 생각을 욱여넣고 보니, 의외로 할만했다.

    그 탓에 조금만 방심해도 이지가 흐려지긴 했지만 이런 부작용도 없이 얻기만 할 수는 없겠지.

    ‘시스템 놈아. 이게 진짜 등가교환이라는 거야.’

    나는 비죽 튀어나오려는 미소를 감춘 채, 천천히 몰려드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 * *

    “……?!”

    정신이 들자마자 깜짝 놀랄만한 둔통과 함께 몸이 앞으로 쏟아졌다.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시트를 그러잡자, 나는 엉덩이를 치켜올린 채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미친!’

    순간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뻔했다.

    내장에 고인 정액을 안으로 밀어 넣듯 강하게 파고드는 성기와 아랫배를 압박하는 차가운 손바닥 탓에 신음과 교묘히 섞여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지만 말이다.

    버거운 헐떡임이 진정되기도 전, 하스칼의 묵직한 체중이 쿡 떨어졌다.

    내벽 어딘가, 가장 예민한 지점을 뭉개고 쑤시는 감각에 쾌감이 정수리까지 치고 올라왔다.

    “허억!”

    뒤이어 뜨거운 열감과 함께 작은 전류가 손가락 끄트머리 모세혈관을 타고 구석구석 번져 나갔다.

    둥글게 휜 척추와 근육이 한껏 경직돼 쥐라도 난 듯 욱신욱신 저렸다.

    “흐으아아!”

    하스칼이 몸을 물리자, 길고 두툼한 성기가 쯔읍 소리를 내며 한참을 빠져나갔다.

    찢어지기 직전까지 벌어졌다가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내장이 부들부들 떨어 댔다.

    배 속에서부터 시작된 경련이 뼈와 근육 혈관까지 이어졌다.

    흠칫흠칫 몸이 튀어 올랐다.

    그때마다 아랫배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 잔경련에 놈의 흉기가 아주 살짝 더 빠져나갔다.

    하지만 녀석의 성기 중 가장 굵은 귀두는 구멍 입구에 걸쳐 놓은 채였다.

    ‘이 새끼 설마!’

    이성을 뭉개버리는 쾌감에 몸서리치는 와중에도 불길한 직감이 쏟아졌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려고 몸을 뒤틀자, 놈은 내장에 정을 박듯 좆을 꽂아 넣었다.

    “끅!”

    머리가 진탕 되고 폐가 순식간에 오그라들었다.

    명치 안쪽이 찢어진 기분이었다.

    질긴 내장이 놈의 성기에 휘감겨 몽땅 밀려들었다.

    “흐앗, 우으… 아.”

    자각하지 못한 사이 엉망으로 젖어 버린 내 성기에서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무릎으로 시트를 밀어 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녀석을 도운 꼴이 됐는지, 살짝 뒤로 물러섰던 하스칼의 하체가 다시금 파고들었다.

    “허윽!”

    놈의 좆이 아랫배를 찢을 기세로 우악스럽게 밀려들자, 가죽 표면 너머로 불룩하게 양감이 불거져 나왔다.

    뱃가죽을 감싼 놈의 손에 좆머리가 짓눌렸다.

    놈이 그 감촉을 느끼듯 손가락으로 비비자, 성기 끄트머리가 밀리고 옮겨 다니며 빠듯한 내장 이곳저곳을 뭉갰다.

    ‘이 또라이가!’

    녀석이 허리를 슬쩍 물릴 때마다 내장 속에서 뻑뻑한 마찰감이 느껴졌다.

    ‘대체 언제부터 이 짓을 하고 있었던 건데…!’

    구멍과 허벅지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정액의 감촉만 해도 한두 번 싸지른 양이 아니었다.

    얼마나 쑤셔 댔는지, 정액이 되직해지다 못해 아교처럼 변했다.

    흡수되다 만 씨물이 내벽을 덧칠해 끈끈하게 만들고 내벽이 놈의 성기가 드나들 때마다 흡착하듯 들러붙으며 힘껏 조여 무는 게 느껴졌다.

    절로 욕지기가 치밀었다.

    아마 이대로 구토하면 희뿌연 점액질이 줄줄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

    구멍은 이미 버거울 정도로 벌어진 상태였는데도 놈은 마지막 주름까지 펼쳐내겠다는 듯 엉덩잇살을 잡아 벌리며 하체를 맞붙였다.

    몇 번 더 내장에 못 박듯 쿵쿵 찍더니,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놈이 파고들 때마다 내 몸은 마치 시트에 파묻히듯 들썩거렸다.

    흉악한 귀두는 정도를 모르고 내장을 모두 뭉갰다.

    내벽이 온통 짓이겨지고 마구 휘저어졌다.

    “아, 흐악!”

    절로 비명 같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고통보다 공포에 가까운 쾌감에 뇌가 지져지는 느낌이었다.

    성감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온몸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 미쳐 버릴 것 같은 감각이 시신경도 지진 모양이었다.

    눈앞에서 번쩍번쩍,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세포는 마치 팝콘이라도 튀기듯, 투툭투툭 튀어 올랐다.

    성기에선 희뿌연 정액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도무지 멈출 생각이 없는 녀석의 좆질 때문에, 뿜어 나온 체액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두 번, 세 번 연거푸 사출됐다.

    한껏 치받은 절정감이 좀체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오로지 올라가기만 하는 상승 기류에 휘말린 기분이었다.

    놈이 극점을 찾아 찍어 누르자, 배출 후의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다시금 절정감이 차오르더니 팍하고 무언가가 터져 버렸다.

    “아!!”

    순간 머리가 터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성기에서 물난리가 났다.

    요도 구멍이 한껏 벌어져 끈끈한 체액을 밀어 내며 맑은 물을 힘껏 뿜어냈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쏟아지는 감각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이미 끈적한 체액으로 질척거렸던 시트가 뜨끈하고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수치심과 쾌감에 혀가 곱아 버렸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며 지독한 사정감에 휩쓸려 갔다.

    퍽!

    하지만 하스칼은 내가 뭘 싸지르건 상관없다는 듯, 연신 하체를 맞붙였다.

    ‘이 미친놈은 대줄 때는 안 박더니 왜 기절한 사람을 붙잡고 지랄이야!’

    나는 시트를 박박 긁으며 몸을 뒤틀었다.

    놈의 좆이 내벽을 찧어 댈 때마다 내 성기는 미끈한 물을 자꾸만 쏟아 냈다.

    자잘하게 떨려 오던 경련이 팔을 타고 손끝까지 전해졌다.

    도저히 컨트롤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떨려왔다.

    어느새 시트조차 쥐지 못하고 자꾸 헛손질을 했다.

    “이걸 원하는 게 아니었어?”

    “하으으-!”

    “배고프다기에 한껏 먹여줬더니 제대로 품질 못하고 앞뒤로 싸지르기만 하네.”

    원래도 상냥한 말씨는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녀석의 목소리가 서늘하고 날카로웠다.

    참을 수 없는 쾌락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에도 섬뜩한 공포와 불쾌한 감각이 그대로 스며들었다.

    “지금 네가 뭔갈 흘릴 입장은 아니잖아.”

    “읏!”

    시트에 고개를 파묻고 있어 아랫도리 사정이 어떻게 되는지 몰랐지만, 갑자기 기묘한 감촉이 느껴져 화들짝 놀랐다.

    언제 기어 올라왔는지 모를 검붉은 줄기가 내 허벅지를 휘감아 올라오고 있었다.

    “앞뒤로 남김없이 받아먹어. 양껏 먹여줄 테니.”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