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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줘,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63화 (63/80)

63. 마왕님이 상실이라는 걸 알까?

“입 벌려.”

하스칼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태준의 턱을 잡고, 작은 입술 사이에 귀두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하스칼은 태준이 벌릴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바로 좆을 우악스레 밀어 넣었다.

푹푹 소리가 들릴 만큼 큼직한 귀두가 태준의 목구멍을 쑤석였다.

입이 함빡 벌리며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이미 한껏 머금었던 씨물도 타액과 섞여 가슴 위로 투둑투둑 떨어져 내렸다.

가슴 끄트머리 선단 끝에 맺힌 정액 방울을 하스칼이 손으로 문질렀다.

이미 한껏 괴롭혀졌는지 유두도 붉게 부풀어 있었고, 가슴 곳곳에 하스칼이 씹어 놓은 치흔이 어지럽게 수놓아져 있었다.

하스칼은 태준의 가슴 끄트머리를 만지작대며 까만 머리통을 강하게 짓눌렀다.

그러자 목구멍을 절반이나 파고든 성기가 더욱 깊은 곳까지 짓쳐들어가며 태준의 코가 하스칼의 음모에 파묻혔다.

그 채로 가만히 있자, 낯선 침입에 놀란 혀와 점막이 우물우물 들러붙었다.

힘겨울 정도로 두툼한 하스칼의 성기를 목구멍이 조였다 풀어내며 한껏 주물럭거렸다.

그 감각에 울럭울럭, 희뿌연 씨물이 한껏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태준의 목울대가 더 움직이지 않자 하스칼이 마력을 이용해 목을 자극 시켰다.

그제야 꿀럭대며 목구멍이 움직이고, 진한 마력이 태준의 체내에 스며들어 갔다.

하스칼은 태준의 머리채를 잡고 강하게 당겼다.

성기가 급히 빠져나가며 귀두가 치아 사이로 퉁 튀어 오르고, 체액이 사방으로 후두둑 튀어 올랐다.

그러자 다시금 태준의 입가로 채 삼키지 못한 정액이 흘러내렸다.

속눈썹 위로는 하스칼이 흩뿌려 놓은 정액이 덩어리진 채 엉겨있고, 뺨과 쇄골은 이미 함빡 젖어 엉망진창이었다.

하스칼은 제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 태준의 양쪽 뺨을 잡고 들어 올렸다.

덜렁 들린 얼굴 위로 이지가 서리지 않은 메마른 표정이 보였다.

하스칼은 상체를 숙여 태준의 속눈썹에 매달린 정액을 혀로 핥았다.

두툼한 혀가 눈 앞머리부터 눈꼬리까지 모두 핥아내자, 속눈썹이 하스칼의 타액으로 다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하스칼의 손가락이 태준의 눈가 근처를 맴돌았다.

눈꺼풀 위에까지 닿았던 손은 한참 그 주변을 어루만지다가 천천히 떨어져 나갔다.

닫혀 있는 눈꺼풀을 강제로 벌린다고 하더라도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던 그 눈은 없을 테다.

“…….”

하스칼의 시선이 질척한 태준의 목빗근을 타고 쇄골을 지나 가슴 사이로 향했다.

처음 태준이 지옥으로 왔을 때 빛의 창에 꿰여있던 바로 그 지점이었다.

하스칼은 그 주변을 천천히 덧그렸다.

마치 펜으로 그려놓은 것처럼 깔끔하게 그어진 날카로운 검상 사이로 심장이 퉁퉁 튀며 마력이 뿜어 나왔다.

그 마력을 손가락에 엮어 태준에 입술에 물려주었지만 한번 빠져나온 힘이 태준의 몸에 스며드는 일은 없었다.

하스칼은 태준의 허리에 팔을 감고 가뿐하게 들어 올렸다.

그러자 태준의 몸이 하스칼의 허벅지 위로 훌쩍 들어찼다.

하스칼은 태준을 끌어안고 심장께에 귀를 가져다 댔다.

미약하지만, 아주 약간 심장 소리가 작아져 있었다.

하스칼이 아낌없이 마력을 베풀고 있어도 태준의 신체는 복구되기는커녕 현상 유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태준은 분명 아주 조금씩, 티 나지 않을 만큼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만큼 가슴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마력도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어느새 태준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하스칼의 방 안을 온통 가득 메울 정도가 되었다.

태준의 체향과 섞이며 달큼하게 변한 냄새가 마치 방향제를 들여놓은 것처럼 온통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냄새는 죽음의 냄새를 닮아 있었다.

태준이 마지막을 향해 불타오르며 내뿜는 매캐한 생기였다.

그 냄새가 하스칼의 신경을 계속 거슬리게 했다.

참 기이한 일이었다.

고집을 피우다가 끝내 죽어 버리고 나면 본래 목적했던 것처럼 박제로 만들어 보기 좋은 부분을 침대 위에 걸어 놓으면 될 일이건만.

하스칼은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 * *

지옥에서는 고작해서 두 달이 지났지만 어느덧 지구는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셈해 본 적 없는 하스칼에겐 찰나의 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이상하게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쿨럭.”

태준이 스스로를 찌른 이후, 그에게서 처음으로 새로운 반응이 나타났다.

여전히 흐느적대는 몸을 안은 채 업무를 보고 있던 하스칼의 시선이 태준에게로 향했다.

“쿨럭, 쿨럭.”

태준의 몸이 연거푸 기침을 쏟아 내더니 웩하며 하스칼의 가슴팍에 붉은 피를 토해 냈다.

“…….”

하스칼은 제 가슴팍에 닿아 있는 태준의 피를 문질러 보았다.

그 어느 것보다 하스칼이 밀어 넣었던 마력의 정수가 가득 배어 있는 토혈이었다.

“…닉스.”

하스칼은 태준을 잡아채서는 그의 얼굴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오닉스!”

“부르셨습니까!”

모처럼의 부름이었다.

한달음에 달려온 오닉스는 상기 된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허겁지겁 책상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발견한 태준의 얼굴은 한껏 쏟아 낸 토혈 때문에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더욱 창백하게 보였다.

“…설마 목구멍을 찢으셨나요?”

오닉스는 그 광경을 보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어이없음을 숨기지 못하고 삐딱한 질문을 던져 버렸다.

가뜩이나 여린 용사님한테 기어이 피까지 냈느냐는 타박이 숨어 있었다.

감히 마왕을 상대로 대담한 도발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하스칼은 오닉스의 그런 무례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태준의 입술을 벌려 입 안을 살피며 말할 뿐이었다.

“인간을 치료할 만한 것을 가져와.”

그간 무식하게 마력을 때려 부어 몸을 복구시키려던 하스칼의 입이 처음으로 태준의 치료를 명했다.

하지만 오닉스는 그 말을 듣고도 반색을 내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용사님은 인간이 아니라서, 일반적인 치료 약이 듣지는 않을 거랍니다.”

“…….”

두 달 만에 하스칼의 시선이 오닉스에게 닿았다.

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눈인데도, 오닉스는 어쩐지 오싹해지며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상태를 조금 더 자세히 봐야 할 것 같아요. 가까이 다가가서 진료를 보아도 될까요?”

오닉스는 손바닥에 땀이 배어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하스칼의 심기를 거스를 것을 알면서도 태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자 예상했던 대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거센 압박감이 쏟아졌다.

“쿨럭, 쿨럭! 큭-, 컥…!”

하지만 그 압박감을 견뎌내지 못한 것은, 하스칼에 품에 안겨 있던 태준이었다.

태준이 다시금 거친 기침과 함께 피를 쏟았다.

그 갑작스러운 반응에 하스칼의 노여움이 허공으로 죄 흩어져 버렸다.

“마력이 더는 몸에 들어차지 않아.”

하스칼은 정말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태준을 오닉스 쪽으로 내보였다.

그러자 오닉스는 성큼 다가와 태준의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체온을 재더니 손가락, 가슴, 발가락까지 온몸을 꼼꼼하게 살폈다.

태준을 살피는 중에도 사심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려고 했지만, 욕심 때문에 용사님이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안 될 일이기에 오닉스는 자신의 악마생을 전부 뒤져 쓸 만한 지식을 낚았다.

“우리 가여운 용사님이, 기어코 소화불량에 걸리고 말았네요. 폐하의 마력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요.”

오닉스의 말에 하스칼의 눈썹이 꿈틀댔다.

“저주가 용사님의 신체를 붙들고 있어서 폐하께서 아무리 마력을 쏟아부어도 그게 신체를 수복하는 쪽으로는 흘러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요.”

오닉스는 애써 그런 하스칼을 무시하며 태준의 가슴께를 더듬거렸다.

“더구나 용사님의 의지가 없어서….”

굳이 살고자 하는 의지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하스칼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제가 일전에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말씀드린 적 있을 겁니다. 지금은 반대되는 상황이지요.”

오닉스는 태준의 눈꺼풀을 콕 찍고, 다시 가슴께를 콕 찍었다.

“용사님의 정신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신체도 함께 빠르게 무너지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그 어떤 약을 가져온들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악마화된 신체 때문에 픽 죽어 버리진 않겠지만 생피를 쏟으며 발작하기 시작한 태준이 오래 버티지 못할 건 자명해 보였다.

신체 회복 능력을 올려주는 탐욕의 슬라임도 이제는 쓸모가 없었다.

슬라임의 사용 방법이라는 건 놈을 부화시켜 신체에 안착시키고 체내에 흐르는 기운을 순환시켜 회복력을 올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생체시스템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

오닉스의 말이 끝나자 하스칼은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태준을 오래도록 내려다보았다.

“그러니까.”

“예, 폐하.”

“내 허락 없이 죽어 간다는 거네.”

“예에…. 그렇지요.”

오닉스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나약한 정신을 익히 알고 있던 오닉스는, 용사님이 깨져 버리지 않게 나름 조심조심 다루고 있었다.

그러던 것을 합의 없이 멋대로 깨트린 건 하스칼이었다.

그의 무지 탓에 태준이 이토록 정신적으로 무너진 것이다.

도망칠 곳 없이 막다른 곳에 몰렸을 때,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을 무는 쥐가 있다는 걸 몰랐던 탓이다.

‘오만한 절대자가 그런 간단한 상식을 몰라 쩔쩔매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오닉스는 조금 비뚤어진 심리를 뱃속에 감춘 채, 특유의 얄망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과연 천하의 마왕님이 상실이라는 걸 알까?’

덧없는 생을 한 번도 아까워해 본 적 없던 마왕이.

늘 무료한 시간에 갇혀,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만들어 본 적 없던 마왕이.

처음으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하스칼은 분명 어딘가가 달라질 것이다.

오닉스는 그 모습이 아주 조금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죽고 나서도 신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질 테지요.”

“…….”

“그 전에, 미리 죽여 박제라도 하시겠습니까?”

오닉스는 허공으로 녹아 사라지려는 모래알을 잡듯 양손을 모아 쥐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면….”

속삭이듯 건네진 오닉스의 말에 하스칼의 동공이 강하게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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