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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줘,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61화 (61/80)
  • 61. 하스칼은 태준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었다

    두툼한 혀가 벌겋게 부푼 태준의 입술을 문지르고 헤집었다.

    힘없이 벌어진 잇새로 가지런한 치아와 말랑한 혀가 드러나자, 하스칼은 제집에 찾아들 듯 뜨거운 입 안을 범했다.

    혀는 탐욕스럽고 게걸스럽게 타액을 갈취했다.

    축축한 호흡이 얽혀들면, 하스칼은 그 날숨조차 모두 삼킬 기세로 태준을 온통 빨아들였다.

    쯔츱, 쯥.

    차진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는 중에도, 태준은 미약한 신음 한번 흘리질 않았다.

    그래.

    이런 고집조차 하스칼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벌써 열흘이 지났다.

    지구에선 이미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태준은 눈을 뜬 적이 없었다.

    하스칼이 윽박도 질러 보고, 거세게 몰아치고, 남은 인간들을 모두 잡아 와 멱을 따겠다며 경고도 해봤지만 마왕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태준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하스칼은 습관처럼 태준의 가슴께를 더듬었다.

    손가락 하나 길이로 갈라진 가슴팍에서는 불온한 마력이 스멀스멀 뿜어 나왔다.

    인간이 악마의 마력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신체 구조가 바뀌었다면 고작 금속 따위에 꿰인 상처쯤 진작 메꿔졌어야 하건만, 상처는 도통 붙을 생각이 없었다.

    깨진 실금 사이로 불온한 마력이 줄줄 샜다.

    그래.

    이 또한 하스칼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부족하다면 넘치도록 퍼부으면 될 일이다.

    상처가 낫지 않는다면 아물 때까지 마력을 엮으면 될 것이다.

    퍽. 퍽. 찔컥-

    하스칼의 하체가 거칠게 맞붙었다.

    힘없이 늘어진 허벅지를 잡아채니 한 손에 반이 넘게 잡혔다.

    쿵쿵, 올려 찍는 힘에 태준의 몸이 들썩거렸다.

    내벽 점막이 쩝쩝대며 힘껏 들러붙는 게 느껴졌다.

    배 속에 고여있던 씨물이 하스칼이 강하게 쳐올릴 때마다 울컥울컥 뿜어 나와 시트를 함빡 적셨다.

    성기를 잡아 뽑자, 속살이 야무지지 못하게 헤프게 벌렁대며 마력 귀한 줄을 모르고 정액을 마구 내 버렸다.

    그러면 하스칼은 비어 버린 양만큼 새롭게 채워주기 위해 다시금 좆 뿌리까지 처넣었다.

    어느덧 태준의 음모에 끈끈한 체액이 잔뜩 엉겨 붙어 있었다.

    회음부가 뭉글뭉글해진 거품으로 되직하고, 허벅지와 둔부가 온통 질척거렸다.

    이쯤 되면 버겁다고 버둥대려나.

    도망치려고 시트를 붙잡으며 기어오르려 들려나.

    하스칼은 내벽 깊은 곳을 후비며 태준을 살펴봐도, 그에게선 반응이 없었다.

    그래.

    하스칼도 익히 아는 일이었다.

    태준이 이 정도로는 쉬이 성질머리를 꺾지 않으리란 것도 이미 모두 짐작하던 바였다.

    하스칼은 태준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운 뒤,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기우뚱 기울어지는 머리통을 제 어깨에 기대게 하고 느른하게 허리께를 짚었다.

    요추와 척추뼈를 뭉근하게 만지면 태준이 예민하게 몸이 달아서 자지러지는 까닭이다.

    하스칼은 태준의 성감대를 모두 꿰고 있었다.

    태준이 느끼는 은밀한 지점도.

    쑤셔주고 찌르고 뭉개면 태준이 헐떡이며 줄줄 싸지르는 지점도.

    유려하고 매끈한 손가락이 허리 부근 옴폭 파고든 지점을 쿡쿡 눌러 댔다.

    살짝 닿기만 해도 전기에 오른 것처럼 바르르 떨리던 몸이 전혀 미동도 없었다.

    배짱이 대단했다.

    아직은 참을 만해 버티는 것이다.

    하스칼은 잔뜩 성이 나서 한껏 부푼 좆을 태준의 구멍에 맞춘 뒤, 망설임 없이 올려 찍었다.

    거센 반탄력으로 태준의 몸이 불쑥 솟았다가 풀썩 떨어져 내렸다.

    사방으로 차진 점액질이 흩뿌려지고, 품는 게 불가능하리만큼 거대한 흉기가 태준의 구멍을 모두 비집고 들어갔다.

    얇은 뱃가죽 위로 기둥의 윤곽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하스칼의 좆이 내벽을 후빌 때마다 불룩불룩 솟아오르는 성기의 모양새가 무서울 정도로 흉악했다.

    오래도록 품어내느라 한껏 벌어졌을 구멍이 아직도 조붓하게 들러붙었다.

    하스칼의 좆 머리가 우물우물 쥐어짜듯 모여드는 점막을 밀어 내며 들쑤셨다.

    퉁퉁 살덩이가 부딪히고, 태준의 몸이 덜컥덜컥 튕겼다.

    커다란 귀두가 여린 점막을 벌어 젖히며 불룩 튀어나왔다가, 다시금 콱하고 때려 박혔다.

    그러는 중에도 하스칼은 버거울 정도로 벌어진 태준의 구멍 사이를 어루만졌다.

    미끈미끈한 체액이 손을 온통 적셨지만 여유 없이 한껏 맞물린 터라 손가락을 밀어 넣을 공간이 없었다.

    여기서 더 욱여넣을 셈이냐고.

    기어이 찢어지고 말 거라고.

    그 감촉을 느낀 태준이라면 진저리를 치며 몸을 떨어 대야 옳았다.

    신음과 뇌에 눌어붙은 쾌감을 참지 못하고 온갖 짓이겨진 욕설을 내야 그가 알던 태준이었다.

    “…….”

    그래.

    고작 열흘밖에 되지 않아 무섭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스칼은 태준을 끌어안고 옴폭 솟아 있는 쇄골에 코를 묻었다.

    이 몸이 하스칼의 냄새로 진동하고, 모든 체액이 하스칼이 베푼 정기로 가득해지면 그제야 못이기는 척 눈을 뜰 것이다.

    “그래, 네가 겁이 없기는 했지. 감히 주인 무서운 줄 모르고.”

    오래지 않아 태준은 울며불며 매달릴 테다.

    깨어나서는, 제 몸이 왜 이 모양이냐고 성깔을 부리겠지.

    죄는 그때 물으면 될 일이었다.

    하스칼은 다시금 힘없이 미끄러지는 태준을 잡고 추어올렸다.

    그러는 중에도 태준의 가슴팍 사이로는 하스칼이 잔뜩 베푼 마력이 뭉클뭉클 뿜어 나왔다.

    * * *

    온몸에 정액을 뿌리고, 살갗에 비비고, 비어 있는 모든 곳에 잇자국을 내고.

    하스칼이 종속된 인간의 몸에 주인의 흔적을 새기는 중에도 태준은 여전했다.

    어느덧 시간은 다시 흘러 스무날째가 되었다.

    지구에서는 넉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눈꺼풀을 들어 올려도 눈동자는 여전히 버석버석했다.

    흙구덩이에서 뒹굴다 꺼내 온 구슬처럼 낡고 희뿌연 안개로 가득했다.

    하스칼은 더러운 먼지를 닦아 내듯, 태준의 눈알을 핥았다.

    두툼한 혀가 석류알 같은 왼쪽 눈동자를 비비고, 촘촘히 박힌 속눈썹 사이사이를 뭉개며 눈두덩이를 빨아올렸다.

    종종 못 견딜 만큼 버거우면 파르르 떨리던 눈썹이 이제는 얌전했다.

    눈동자는 여전히 공허했고 바스락거렸다.

    뽑아서 쥐고 흔들면 달그락대는 소리가 울릴 것만 같았다.

    참으로 괘씸한 눈이었다.

    툭.

    하스칼이 손등으로 태준의 볼을 툭 하고 두드리자, 그 작은 힘도 버텨 내지 못한 고개가 기우뚱 비뚤어졌다.

    그러자 눈꼬리를 타고 하스칼의 타액이 눈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렸다.

    “…….”

    눈꺼풀을 잡아 벌리던 손이 태준의 코 아래에 닿았다.

    길고 하얀 손가락에 아주 느릿하지만, 천천히 뿜어 나오는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던 손은, 오래도록 괴롭혀 붉게 부푼 태준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하스칼이 누르면 누르는 대로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며 흐무러지는 입술이었다.

    입술은 본래 태준의 고집을 가장 많이 견디는 부위였다.

    참기 어려우면 멋대로 말아 물어 잇자국을 내고 종종 찢어서 기어이 피를 내고야 말았던, 감정이 가장 살아 움직이는 부위였다.

    그 입술이 잠잠했다.

    당장 입을 열고 죄를 낱낱이 고해 잘못을 용서해달라 빌어야 하건만.

    그게 아니라면 몇 개 가짓수도 없는 욕을 돌려쓰며 성을 내야 옳건만.

    태준은 오래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정말이지 시건방진 입술이었다.

    시간이 지난들 마왕의 노여움이 사라질 리도 없건만.

    시간이라는 건,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나 유한한 자원이었다.

    그런 시간조차 무의미한 마왕에게 이런 싸움은 우스운 일이었다.

    그 사실을 알면, 감히 이따위 싸움을 걸어오진 않았을 텐데.

    하스칼은 태준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었다.

    심장은 미약하게 뛰고 있었다.

    * * *

    “폐하.”

    하스칼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오닉스가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마왕성을 찾았는데도, 둘은 매번 같은 모습으로 흘레붙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박고 쑤시고 싸질렀는지 문을 열자마자 비릿한 정액 냄새가 비강을 찔렀다.

    그 사이로 뭉그러질 만큼 다디단 냄새가 섞여 머리가 어찔할 정도였다.

    “우리 용사님 상처라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오닉스는 그 냄새를 맡자 사타구니가 욱신거렸다.

    실로 악마를 미치게 하는 저 향취는, 오닉스를 설탕물에 꼬여 든 꿀벌처럼 만들었다.

    ‘하아.’

    오닉스의 시선이 하스칼의 품에 가려져 머리칼 정도만 간신히 보이는 태준에게 닿았다.

    그 검은 머리카락에도 오닉스는 애가 달았다.

    오닉스는 태준의 손톱 끄트머리만을 보고도 발정할 자신이 있었다.

    어쩌다 눈만 마주쳐도 열다섯 번은 싸지를 수 있었다.

    자신도 왜 그런 욕심이 샘솟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태준이 너무나도 탐이 났다.

    갖지 못해 애간장이 절절 끓었다.

    ‘아아아…. 이런 걸 그림의 떡이라고 하나요.’

    역시 꿈의 결계에서 태준을 범해야 했을까.

    몇 번을 생각하고 지난 과거를 후회하며 안타까워해 봐도 오닉스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만 같았다.

    허구가 아닌, 실제 하는 태준을 갖고 싶어 필사의 자제력이 튀어나왔다.

    살아 움직이는 태준의 발가락에 키스하고, 손등을 핥아 올리고,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 넣어 난잡한 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그 지저분한 욕정의 대상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오닉스는 감히 손끝 하나 댈 수 없어 서러웠다.

    “폐하.”

    오닉스는 다시금 하스칼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태준에게 몰두해 있었다.

    그럴수록 오닉스의 인내심이 조금씩 닳았다.

    오닉스를 하찮은 미물에서 악마의 대공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 건, 다름 아닌 인내였다.

    고집스레 버티고 때를 기다리고 수모와 멸시를 참아 내며 몸을 수그렸던 그였다.

    그랬던 오닉스가 탐심에 눈이 멀어 그 인내심을 잡아 뜯고 싶어졌다.

    대체 저 인간 용사 따위가 뭐라고.

    ‘아아. 우리 귀여운 용사님은 잘못 없어.’

    이 모든 건 하스칼 때문이다.

    원래 갖지 못한 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인데 맛 한번 보여주지 않고 희망 고문하는 마왕이 잘못한 것이다.

    ‘저러다 우리 용사님 말라비틀어지면 어쩌려고.’

    인간이라면 진작 죽어 없어졌겠지만 오닉스의 눈에는 태준이 아직도 허약하고 가녀린 인간으로만 보였다.

    그런 인간이 제 가슴에 칼을 박고 쓰러졌으니, 여린 악마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탐욕의 슬라임 알만 제대로 심었어도….’

    오닉스는 안타까움에 발이라도 동동 구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품 가득 안았던 용사님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그 행복에 홀려 너무 기분 냈던 것이 문제였다.

    다디단 맛을 알아 버리고 나니 끊을 수 없는 맛에 중독된 기분이었다.

    “휴우…….”

    정말이지 상상만으로도 사타구니가 뻐근해지는 기분이었다.

    “폐하아-”

    결국 오닉스는 참지 못하고 조르듯 다시 하스칼을 불렀다.

    하지만 여전히 악마들의 왕은 대꾸조차 없었다.

    하스칼은 태준을 품은 채 자신의 마력을 끊임없이 나눴다.

    지난한 시간이 또다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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