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전부 품어도 괜찮아요
내가 아무리 지난한 회귀를 반복했더라도 적어도 그 끝엔 다음으로 넘어가는 지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회복력은 달랐다.
원할 때 죽을 수도 없는 불로장생이라는 건, 끝없는 지옥일 뿐이었다.
이건 비단 내 문제만이 아니었다.
내가 원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더라도, 라엘은 그런 사정까지 봐주지 않을 테다.
나는 이미 천사들에게 위험인물로 낙인찍힌 상태였고, 그런 상대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적의 호의에 빌붙어 연명하고 있다면.
나 같아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행여 라엘이 마음을 달리 먹고 계약을 파기하게 되면….’
당장 하수구에 들어온 우윤혁과 문규빈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온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끼며 점점 다가오는 오닉스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몸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내지른 팔은 기껏해야 툭 건드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 앙탈 같은 주먹질이 우스웠는지, 오닉스는 엉거주춤 서 있던 내 허리를 잡고 제 쪽으로 당겼다.
그러더니 온갖 체액으로 함빡 젖어 버린 엉덩이를 벌리고, 퉁퉁 부어 미끄덩한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푹 쑤셔 넣었다.
“……!”
그 감촉에 놀라 황급히 녀석의 승모근을 잡아챘다.
그대로 힘을 주어 내리누르려 했지만 오닉스는 도리어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듯, 나를 추어 안았다.
몸이 들썩이더니 쑥 빠졌던 손가락이 어느 지점을 향해 강하게 내리 찔렀다.
“헉!”
한 번의 손짓으로 성기가 펄떡이며 치솟았다.
그 즉각적인 반응을 느낀 놈은, 같은 지점을 연거푸 쑤셨다.
습한 소리가 들리자, 내 성기는 무섭게 부풀었다.
반쯤 선 성기는 녀석의 사타구니에 짓눌리고 비벼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정액이 주르륵 쏟아졌다.
사정했다기보다는 흘러나온 수준이었다.
“앞을 빨아주면 뒤를 적시고. 뒤를 찔러주면 앞으로 울어 대고. 얼마나 예민한 거예요?”
오닉스는 쥐고 있던 슬라임 알을 녀석의 사타구니와 접붙은 내 다리 사이에 두고 축축해질 정도로 싸고도 반쯤 부푼 성기를 잡아챘다.
그러곤 귀두를 두 번 문지르더니, 손톱으로 요도 끝을 막으며 강하게 내리눌렀다.
“윽!”
가뜩이나 놈이 배꼽을 찌르며 예민해졌던 내벽이 울렁거리며, 두 번째 사정감이 치밀어 올랐다.
“아까우니까 자꾸 흘리지 마세요. 뒤로는 이렇게 잘 조이면서, 앞은 왜 이렇게 인내심이 없어요?”
“아! 거기 문지르지 좀…!”
“문지르는 건 싫은가요?”
귀두를 누르지 말라는 소리였는데.
녀석은 구멍을 후비던 손가락을 조금 물렸다가 점막을 콱콱 쑤시기 시작했다.
그 무지막지한 손짓에 다시금 아랫배가 울렁거렸다.
당장에라도 싸지르고 싶은데 야무지게 틀어막힌 앞으로는 아무것도 배출하지 못했다.
나는 전기에라도 감전된 사람처럼 경련과 경직을 반복하며 벌벌 떠는 수밖에 없었다.
“허, 으! 아, 하지 좀 말라…, 니!”
“문지르는 거 감질난대서 쑤셔주는데. 이것도 부족해요?”
부족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감각이 날카로워서 괴로운 거였다.
하스칼은 너무 크고 두꺼웠다.
어느 지점을 노리고 찌른다기보단 모든 내장 점막을 불도저로 밀고 지나가듯 다 휩쓸어 버렸다.
숨통이 관통되는 듯한 압박감과, 지칠 줄 모르는 집요함에 어쩔 도리없이 그냥 줄줄 싸지르기 바빴다.
그에 반해 오닉스는, 첨예했다.
놈의 손은 배 속에서도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지점을 찾아 잔혹할 정도로 후벼파 댔다.
시스템의 농간으로 자극을 수용하는 한계가 망가진 나는, 송곳같이 뾰족한 감각이 전혀 무뎌지지 않았다.
마치 뇌가 직접 쑤셔지는 기분이었다.
쾌감은 쌓일 새도 없이 단번에 치솟아 천장을 퉁 때리고 채에 튕겨 떨어지지 않고 자꾸만 솟구치는 탁구공처럼 아득한 절정감이 퉁퉁 튀어 올랐다.
그때마다 주기적으로 눈앞이 희게 바래며 사정 욕구가 치솟았다.
하지만 연소되지 못한 쾌감이 다시 혈관을 타고 아랫배에 고여 들었다.
그것이 독처럼 번졌다.
배출하지 못한 음욕이 점점 고여 신물이 넘어올 것 같았다.
아랫배와 종아리는 쥐라도 난 것처럼 뻐근해졌다.
녀석의 허벅지에 반쯤 걸쳐진 내 다리가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인 양 바르르 떨렸다.
“그, 그만안! 읏! 아! 으응…!”
끝나지 않는 쾌감은 내 이성을 좀먹었다.
어느새 나는 전혀 참아 내지 못한 신음을 마구 토했다.
“그응……, 아흑!”
놈의 팔을 잡아 할퀴며 버둥댔다.
잔인한 손을 잡아 뜯으려 애썼지만, 그게 더한 자극으로 다가와 눈알이 욱신거렸다.
딱 한 번만 벽을 넘어가면 되는데.
그 벽이 단단하게 막혀 있어 지독한 쾌감으로 떨어져 내릴 때는 머리를 내려치고 싶었다.
“말로는 그만하라지만. 정작 구멍은 제가 나갈까 봐 이렇게 들러붙네요.”
오닉스는 제가 한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손가락을 구부려 입구 주변 점막을 휘적였다.
그러자 지속된 마찰로 물기가 날아갔는지 한껏 끈끈해진 점막이, 놈의 손에 흡착한 채 바깥으로 비어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
“이곳에 알을 넣어 드리면 잘 품을 자신 있죠?”
“지랄…, 마.”
“탐욕의 슬라임은 제 구역에 대한 집착이 심해서 한번 둥지를 틀면 위치를 바꾸는 법이 없더군요.”
놈은 어느 지점에 슬라임 알을 밀어 넣을 건지 알아 두라는 듯 내가 가장 심하게 느끼는 지점을 다시 한번 쿡 찔렀다.
“허억!”
그 순간 무언가 거대한 번개 같은 게 내 몸을 치고 지나가며 시야가 새카맣게 타올랐다가 서서히 색감이 번져 들었다.
정수리가 쭈뼛 서는 것 같은 소름에 오감이 진저리를 쳤다.
“여기에 넣어 드리면, 우리 가여운 용사님이 걸어 다닐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오닉스는 앞으로의 상황이 기대된다는 듯 작게 쿡쿡대며 웃었다.
‘저건…, 안 돼!’
나는 후들후들 떨리는 왼손으로 오닉스의 아랫배를 짚고 남은 손으로 검은 구슬을 움켜쥐었다.
이따위 것, 당장 터트려 버리고 싶지만 내 악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 허겁지겁 인벤토리 안으로 쑤셔 넣었다.
눈앞에서 구슬이 사라지자 해냈다는 희열에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내가 죽더라도 이 끔찍한 덩어리가 세상에 나타날 일은 없을 것이다.
“흐.”
그때.
오닉스가 부르르 떨었다.
눈앞에서 뭣 같은 알을 빼앗긴 탓에 화가 난 건가 싶었지만 놈은 오히려 되바라진 미소를 띠고 있었다.
“우리, 용사님 정말 순진하네. 설마 제가 그렇게 귀한 걸 그냥 무방비하게 두었을까 봐요.”
녀석은 마술을 부리듯 내 배꼽 위로 손가락을 톡 얹었다.
그 순간, 허공에서 수십 개의 검은 구슬이 굴러떨어졌다.
투퉁, 투투투툭.
몇 개는 놈과 내가 맞닿은 골짜기에 걸쳐지고 또 몇 개는 허벅지를 타고 튕겨 발치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는 중에도 검은 알은 계속해서 튀어나와 수북이 쌓였다.
“행여 선물이 분실되면 안 되니까 부족함 없이 준비해 뒀답니다. 모두 용사님을 위한 것이니 원한다면 전부 품어도 괜찮아요.”
“…….”
나는 물끄러미 슬라임의 알을 내려다보다가 하나를 강하게 쥐었다.
혹시 또 환상은 아닐까 싶었지만 손에 닿는 감촉이 너무 선명해서 눈앞이 화끈거렸다.
뒤통수가 얼얼했다.
완전히 속아 넘어간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좆같네….’
전력을 다해 달려들어도 악마의 털끝 하나 베어 내지 못하는 무력함이.
수없이 많은 미래를 봤음에도 상황에 또다시 휘둘리고 있는 모습이.
그 모든 게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파지직-!
“그래. 이딴 좆같은 상황이, 어떻게 현실이겠어.”
“무슨!”
그동안 애써 무시하고 있던 마력이 손끝으로 스며 나오는 게 느껴졌다.
금색 파도와 검붉은 기류가 한데 엉키며 사방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기류가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건 분명 하스칼의 힘이었다.
쩌저적-
한번 마력의 근원을 자각하고 나자 둑이 무너지듯 강한 힘이 휘몰아쳤다.
그 힘에 짓눌린 검은 구슬들이 투둑툭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갔다.
“인간이 어떻게 악마의 마력을!”
방금까지 여유만만하던 오닉스의 표정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잠깐, 아직은-!”
놈은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불시에 사방이 터져 나갔다.
그 거대한 기류에 오닉스가 휘말려 멀리 나동그라졌다.
동시에 갈라진 틈새로 어떤 손이 뻗어 나와 내 몸을 잡아당겼다.
* * *
첨버엉-
거센소리와 함께 다시금 내 몸은 차가운 물속으로 처박혔다.
“…….”
급히 들이마셔 입에 머금은 숨은 부질없이 빠져나가 버리고, 온통 하얀 거품이 일며 위아래도 구분할 수 없도록 가려졌다.
아득한 어둠과 마주하자 끔찍한 기시감이 엄습했다.
그 어둠에서 벗어나려 허둥댈수록 몸이 무거워졌다.
‘아, 움직여야 하는데….’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몸을 놀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 팔은 조금 휘적거리다 말았다.
어쩐지 깊은 물속으로 침잠할수록 헤엄치는 법을 까먹고, 이내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법까지 잊어버리는 기분이었다.
뽀그르르-
마지막 남은 호흡 한 조각이 튀어 나가자, 검고 깊은 나락으로 몸이 까라지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어이없는 마지막을 맞이하나 싶던 때, 누군가의 억센 손이 내 허리를 휘감고는 거칠게 잡아당겼다.
“쿨럭…!”
부족했던 공기가 한꺼번에 몰아쳤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폐 속에 고였던 물을 토해 내느라 한참을 쿨럭거렸다.
“너는 나쁘다. 남의 집에서 죽으려 한다. 그것은 매너가 없는 일이다.”
‘옘병. 내가 알고 빠졌냐.’
어이없어서 한마디 하려는 순간, 그 목소리가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짐승이 그르렁대듯 거칠고 굵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들자 상당한 거구의 남자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리도록 파란 눈.
사자 갈기같이 사방으로 뻗은 머리칼.
“슐…, 츠만?”
뜻밖의 악마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