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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줘,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 (50)화 (50/80)

50. 신체 회복 120%라니

투둑투둑.

살갗 위로 점도 높은 체액이 떨어지고, 배꼽에 정액이 고이다 못해 넘쳐서, 주르르- 음모에 고여 들었다.

오닉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성기 끄트머리로 고여 있는 체액을 탁탁 쳐올렸다,

그때마다 고여 있던 정액이 찰박거리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

어느새 내 가슴팍과 복근은 오닉스가 흩뿌려 놓은 백탁액으로 엉망진창이었다.

‘좆같은 새끼. 절대 가만 안 둬. 내가 언젠가 저 뿔을 다 부러뜨려서 탕약을 끓여 버리고 만다.’

나는 속으로 오닉스를 저주하며 피눈물을 삼켰다.

저 집요하고 변태 같은 악마 놈이 기어코 내 배꼽을 쑤시고 슬라임을 고문해서 하스칼의 정액을 모두 뱉어 내게 했다.

슬라임도 좆으로 흠씬 얻어맞은 게 서러웠는지, 아까부터 배 속에서 계속 푸르르 푸르르 떨어 대고 있었다.

이러고도 죽지 않고 버티는 푸딩새끼도 보통 놈은 아니다 싶었다.

‘미친놈. 개변태 새끼.’

평범한 헌터로 살 적에는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일이 자꾸만 벌어지니, 이젠 뭐가 정상이고 어떤 게 비상식적인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나 빼고 다 미친 것 같았다.

‘주변에 미친놈들이 너무 많으니까, 이젠 미친놈이라고 말하는 게 별로 욕같이 느껴지지도 않네.’

예상외의 변수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온 세상이 나서서 나를 엿 먹이려는 수작이 아니고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까부터 용사님 눈길이 너무나도 뜨겁네요. 그렇게 감사할 것까진 없는데. 우리, 친한 사이잖아요.”

아직도 배꼽을 비비고 있는 오닉스를 향해 가장 강렬한 감정을 담아 노려보고 있자니, 놈은 내가 어디서 삥 뜯겨 온 걸 되찾아와 준 양 수줍어하며 말했다.

뜯긴 상대는 오히려 뺏겨서 고마워했던 줄도 모르고.

귀신이 들려 물건을 버렸더니 도로 따라왔다는 괴담 속 주인공 심정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냥 죽어.”

“기왕 친해졌으니, 선물을 나누고 싶네요.”

“필요 없으니 가지고 꺼져 제발.”

솔직히 좆으로 배꼽이나 쑤셔 대던 놈이 가져다줄 그 선물은 하나도 기대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닉스는 내 거절 따위 상큼하게 씹었다.

“제가 이걸 준비하면서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요. 신체 균형이 무너진 용사님을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거든요.”

그러더니 배를 문질러 제 정액을 펴 바르고.

“금방 가져올 테니까,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요.”

반짝반짝한 미소를 남긴 채 스르르 사라졌다.

“……?”

남의 정액을 함빡 뒤집어쓴 채 혼자 덜렁 남게 되니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대체 신체 밸런스가 뭔데 이러는 거야.’

그 균형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기에 두 악마 놈들이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나는 하스칼의 집무실에서 오닉스가 했던 말을 더듬어 떠올려 보았다.

‘마력이 몸을 공격하다가 펑 터져 죽을 수도 있다고 했지.’

어느덧 천을 넘겨 버린 마력 수치도 떠올랐다.

그 마력 덕에 오닉스를 홀딱 벗고 만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그 마력의 근원이 하스칼이 뿌려주는 정액인 걸 생각하면 앞으로가 문제였다.

‘그게 터져서 죽으면 안 돼? 피해가 큰가?’

내 기억은 조금 더 과거를 더듬었다.

지옥으로 오기 전.

지구로 현신하려던 하스칼은 세계를 멸망시킬 재앙을 닮아 있었다.

땅이 갈라지고, 라엘의 신성이 깨지며 하늘이 검게 물들던 그날.

놈은 너무나도 큰 힘을 가져서 실재하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우그러뜨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게 원치 않아도 느껴졌다.

그런 힘을 내가 일부 가지고 있는 거라면, 상당히 큰 에너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건, 저주 때문인가?’

놈들이 걱정할 것만큼 균형이 무너졌다는데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워낙 많은 일이 생기고 더 뭣 같은 신체 변화가 일어나며 잠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사실 내 몸은 이미 저주에 반 이상 잠식당한 상황이었다.

그 활성도를 하스칼의 마력이 앞당기는 것 같은데.

저주와 마력이 비슷한 비율을 가져야만 균형이 유지되는 구조인 걸까 싶었다.

그 균형이 무너지고 내 몸이 결국 폭발을 하게 되면, 그 힘의 근원이 마왕의 것인 만큼 피해 규모 역시 상당하리라.

‘가만. 그러면 이거, 악마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건가?’

잘만 하면….

나는 그럴싸한 생각을 떠올리다가, 흠칫 놀라 눈을 굴렸다.

천만다행으로 시스템은 반응하지 않았다.

만약 녀석에게 생각을 들켰다면, 단박에 페널티가 쏟아질 만큼의 위험한 생각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스템.’

“…….”

‘시스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스템을 다시 불렀다.

하지만 놈은 반응이 없었다.

‘이 자식은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시스템은 가끔 이렇게 종종 사라졌다.

몰래 지켜보며 날 어떻게 더 엿 먹여 볼까 하고 주판을 튕기고 있는 건지, 아니면 바쁜 일이 생겨서 잠시 사라진 건지.

그 또한 아니면 어떤 조건 때문에 반응할 수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

‘회귀를 그렇게 했는데도 아직도 모르는 게 이렇게나 많다니….’

어쩌면 내가 세상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용사님께 드리는 선물이니까 예쁘게 포장해 오느라 조금 늦었지 뭐예요.”

오닉스의 말이 들리자마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놈의 악마가 이렇게 부지런한지.

생각을 모두 정리하기도 전에 나타나 빙글빙글 웃고 있으니 잠잠해졌던 성질이 확 뻗쳤다.

“자, 마음에 쏙 드실 거예요.”

놈은 속이 보이지 않을 만큼 새카맣고 주먹보다 조금 작은 구슬을 들고 왔다.

대체 무슨 글러 먹은 센스인 건지.

검은 구슬 위로 엉성하게 매인 분홍 리본이 시선을 강탈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쓰는 오브 같은 건가?’

혹은 장신구나 장식품일 수도 있었다.

몸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물건이라고 했으니 지니고 있으면 무슨 작용을 하는 아이템인 모양이었다.

“받아주세요.”

“…….”

놈이 그 구슬을 내밀었지만, 움직일 수 없는 나는 눈만 깜빡이며 놈을 멀뚱하게 쳐다봤다.

그제야 오닉스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손은 풀어 드렸답니다. 자, 어여쁘다고 쓰다듬어주세요.”

놈은 내 손을 잡고 손바닥 위로 그 시커먼 구슬을 올려놓았다.

색부터 불길한 것이 흑마법사용 마법 아이템일 거라고 확신하며, 나는 아이템 정보를 띄우려고 했다.

‘오. 제법 말랑….’

“탐욕 슬라임의 알이랍니다.”

텅! 텅, 텅텅. 텅-

“…….”

“…….”

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검은 구슬을 내던져 버렸다.

탄성이 제법인지, 구슬은 통통 튀며 멀리까지 굴러가 버렸다.

오닉스와 내 주변으로는 어색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버렸…?”

오닉스는 몹시도 상처 입은 표정으로 비어 버린 내 손을 내려다봤다.

나는 말랑했던 감촉을 지우기 위해, 코트 자락에 손바닥을 슥슥 비볐다.

“심지어 닦았어……?”

“지금 저딴 걸 선물이라고 가져오고도 내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정말 너무해요. 제가 없는 시간 쪼개서 힘들게 개량한 건데!”

“어쩌라고!”

“천박한 백작이 준 욕심쟁이 슬라임은 배 속에 그렇게 고이 품어 놓고! 왜 제 슬라임은 차별해요! 차별 반대!”

“누가 고이 품어! 꺼낼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꺼내고 싶다, 정말!”

차별 반대 같은 소리를 하는 오닉스 소리가 듣기 싫어서 나는 귀를 막아 버렸다.

손이 자유로워지자마자 하는 게 헛소리 차단이라니, 조금 서글프기까지 했다.

“그렇게 좋은 거면 너나 많이 먹어!”

“저한테는 필요 없는 거란 말이에요.”

“나라고 저딴 게 필요 있겠냐!”

“저딴 거라고 했어! 듣는 슬라임 상처받아요! 탐욕아! 귀 막아!”

알 속에 있는 슬라임이 손이 어딨어서 귀를 막겠느냐마는 이런 실없는 대화가 길어질수록 내 정신적 피로도는 착실하게 쌓여만 갔다.

저런 미치광이들을 상대로 세상을 구하려고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닐까.

몹시도 진지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는 분명 평화적인 방법으로 전해주려고 했어요.”

“…뭐?”

“용사님께 꼭 필요한 친구라 다소곳이 손에 올려드렸던 건데. 그렇게 냅다 버리면 억지로 드릴 수밖에 없지 않아요?”

“아니, 잠깐…!”

놈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시야 밖으로 사라져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던 욕망인지 탐욕인지 하는 슬라임의 알이 다시 나타났다.

분홍색 리본은 어디 갔는지 없어진 상태였다.

“용사님의 못된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아무래도 한곳밖에 없겠죠.”

그 한곳이 어딘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불길한 예감이 명치를 빠르게 치고 지나갔다.

“야, 야! 도로 줘! 그렇게 귀한 건지 몰랐어! 내가 인벤토리에 잘 챙길 테니까-!”

“이미 용사님은 신뢰를 잃었어요. 두 번 다시 거절할 수 없게, 제 손으로 확실하게 건네 드리죠.”

놈은 이미 말이 통하는 상태가 아니었고, 방금까지 겁에 질렸던 마음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분노로 돌변했다.

애초에 선물이라는 건, 상대가 좋아하는 걸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갖지 않겠다 하니 강매하려 드는데, 이걸 왜 신뢰 문제까지 걸고넘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씨발! 애초에 그게 왜 나한테 필요한 건데! 지금 배 속에 있는 이 푸딩새끼나 꺼내 가라고!”

“우리 탐욕이를 그런 출신도 모르는 놈이랑 비교하다니요!”

“출신이 괴악하기는 그것도 마찬가지야!”

“무슨 소리예요!? 우리 탐욕인 무려 신체 회복 능력을 120%나 올려주는 귀한 친구라고요!”

“신체… 뭐?”

“팔다리쯤 떨어져도 얼른 이어주면, 흉터 하나 남지 않고 깔끔하게 붙을 수 있어요.”

“…허.”

신체 회복 120%라니.

“인간은 나약하니까 이 정도 보험은 들어 두는 게 좋죠. 우리, 오래도록 봐야 하니까요.”

“미쳤나 봐.”

그런 걸 받았다가는… 정말 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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