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앞으로의 운명, 직접 골라 볼래?
정신을 차렸을 땐 아직도 하스칼의 품이었다.
배불리 먹여주겠다는 놈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눈으로도 아랫배가 불룩 솟아 있는 게 보였다.
‘…하. 진짜 미친놈.’
이따금 하스칼이 허리를 추어올릴 때마다 좆머리가 불뚝대며 살가죽을 밀어 냈지만, 그것만으로 부른 배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하스칼은 내 배 속에 흉기를 꽂고서 한 번도 빼지 않았다.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들어 온 정액은, 놈이 움직일 때마다 삐져나온 것 외에 몽땅 배 속에 흩뿌려져 내장이 눅진해졌다.
그 탓에 젖지 않아 메마르고 뻑뻑했던 엉덩이는 되직하게 엉겨 붙은 거품으로 범벅이었다.
언제 싸질렀는지도 모르겠는 내 체액으로 사타구니와 아랫배, 허벅지까지 온통 엉망이었다.
말라붙으려고 하면 실금하듯 묽은 액체를 픽픽 싸질러 리필했다.
그러면 하스칼은 그것을 윤활유 삼아 구멍 속을 다시금 헤집었다.
‘죽을… 것 같아.’
좆이 질컥거릴 때마다 배 속이 출렁대고,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는 절정에 다다라 팔다리 배 가슴 할 것 없이 전부 경련했다.
가고 있는 중에도 다시금 쾅쾅 때려 박히는 감각은 사람을 미치게 했다.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몸부림쳐도, 놈은 반항하는 나를 잡아 누르고 허리를 크게 물렸다가 더욱 깊게 쑤셔 박았다.
“!!”
두툼한 선단이 한껏 예민해진 내벽을 찌르자 온몸이 경직돼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무식하게 짓쳐 드는 절정감에 벌벌 떠는 것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최고조에 다다른 감각 위로 더한 자극이 쏟아져 더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 위로 더한 자극이 퍼부어졌다.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뱅뱅 도는 쾌감에 절어 허우적댔다.
‘미쳤…, 아. 미쳤어.’
몸을 비틀면 엎드려서 박히고, 몸에 힘이 빠져 파김치처럼 늘어지면 놈 위에 올라탄 채로 박히고.
고개가 꺾여서 넘어가면 다리가 들린 채로 박혔다.
정말이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자세로 박혀 본 것 같았다.
끝이 있기는 한 건지.
언제쯤 물려 그만둘 건지.
기약 없이 이어지는 좆질에 몸과 정신이 닳아 무심코 내려다보면, 그새 뱃가죽이 조금 더 부풀어 있었다.
이제는 입으로 정액을 토할 것만 같았다.
농담이 아니라, 미끈하고 끈적한 체액이 위까지 차오른 기분이었다.
온 내장에 엉겨 붙고 스며들어서, 몸의 70%가 물이 아니라 정액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해도 믿을 것 같았다.
어느 순간 의식이 짓이겨지고 뭉개졌다.
뇌를 잇는 신경이 전기에 지져져서 헐렁헐렁 헐거워진 기분이었고, 끊긴 필름을 도중에 이어 붙인 양, 중간중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 반짝 깨어나면 여전히 내 몸은 하스칼 아래 깔려 들썩이고 있었다.
애써 지키려던 바지는 이제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목티는 정체를 알아도 모른 체하고 싶은 백탁액에 절어서 두 번 다시 입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내가 멍한 눈으로 축축해진 거적때기를 내려다보자, 하스칼은 끈 떨어진 인형 같은 내 몸을 추어 안고 질척해진 목티를 마저 찢었다.
그러곤 요추 바로 위로 솟은 기립근을 훑자 내 몸이 딸꾹질하듯 덜컥 경련했다.
그렇게 짓이겨지고 뭉그러졌는데도 성감은 선명하게 뇌리를 할퀴고 지나갔다.
내장이 퉁퉁 부은 기분인데도 제멋대로 자리를 차지한 이물감은 사라지질 않았다.
연이어 살갗을 내달리는 전류 때문에 아랫배가 벌벌 떨어 댔다.
“그…만 흐으…. 그만 좀…, 해 미친놈아.”
놈의 사타구니에 얻어맞은 엉덩이가 아파서 꾸물댔더니, 허벅지를 잡힌 채 좆에 꿰뚫렸다.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반쯤 흐리멍덩하던 정신이 불시에 따귀라도 맞은 듯 번쩍였다.
“아흐, 으아아아….”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비명이 신음처럼 토해졌다.
질식 직전, 마지막 산소를 갈급하듯 다급하게 축축해진 시트 자락을 그러모았다.
하지만 곧 그 손도 잡혀서는 놈에게 끌어당겨졌다.
질척질척한 마찰음이 짧게 이어지다가, 다시금 치솟는 절정감에 손끝 발끝이 모두 곱아들었다.
한껏 부푼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내가 절정에 다다르건 말건, 하스칼은 사정없이 피치를 높일 뿐이었다.
“욱…!”
한껏 물렸던 놈의 허리가 단단하게 맞붙으며 묵직한 귀두가 온 점막을 후비고, 구부러진 내장 끄트머리를 쳐올렸다.
그게 마치 횡격막이라도 뚫고 나올 것처럼 치받자 배 속이 얼얼했다.
뒤이어 뜨거운 체액이 온통 쏟아져 들어오는 감각에 눈앞이 화끈거렸다.
이미 한껏 들어찬 내장이 부풀면서 뱃가죽을 밀어 냈다.
하도 쑤셔져 퉁퉁 부은 구멍 접합부로 미끈한 액체가 주르륵 흐르더니, 시트 위로 투둑투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흐으…. 욱, 으….”
그 지독한 감각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하스칼은 몸을 크게 물렸다가 도장을 찍듯, 다시금 내장을 쿵쿵 찍어 올렸다.
거대한 작살에 꿰뚫린 것처럼, 척추가 지져졌다.
목덜미를 타고 머리로 향하는 대동맥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모든 기력을 쥐어짜인 나는 파도 위에 몸을 맡긴 배처럼 출렁출렁 흔들렸다.
그 배가 요단강으로 향하는지.
아니면 돌아오지 못할 은하수를 건너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조타수가 마왕인 이상 그곳이 멀쩡한 이승은 아닐 것 같다는… 다소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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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불온한 마력 수치가 1,000을 달성하였습니다. 저주(개화) 진행도를 앞당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