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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줘,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 (21)화 (21/80)

21.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아. 죽겠다.’

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엉덩이와 허리는 이미 내 것이 아닌 것 같았고 온몸은 집단 린치라도 당한 양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는 상태로 하스칼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놈의 무릎 위에 앉아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자니 이게 사는 건가 싶었다.

체력이 달리니 차라리 어디 널브러져 있고 싶다가도 침대는 무서웠다.

그렇다고 해서 무릎이 픽픽 꺾이고 흐물흐물해져서 기지도 못하는 나를 마왕 놈이 직접 어깨에 걸쳐서 집무실까지 데려가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

복도를 지나다가 그 꼴을 목격했을 악마들은, 나를 무슨 바람결에 날리다가 어디 빨랫줄에 잘못 걸려 흐물거리는 봉투쯤으로 착각했을 테다.

하지만 하스칼은 그렇게 말라비틀어진 파김치를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지, 서류 위에 미끄러지듯 사인하면서도 다른 쪽 손으로는 내 가슴께를 지분거리고 있었다.

‘그런다고 가슴에서 뭐가 나오겠냐.’

더듬더듬 덧그리며 뭔가를 찾는 모양새가, 아마도 제가 씹어 놓은 자국을 만져 대는 것 같은데….

그럴 걸 만져서 뭘 하겠다는 건지 그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악마 놈들이란….’

나는 녀석의 행동을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심경으로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이대로 기절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하스칼이 또 지랄 발광을 할 것 같았다.

이번엔 반드시 내 엉덩짝을 터트려 버린다며 달려들 게 자명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정신줄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런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는지, 유두를 건드리던 놈의 손길이 내가 눈을 감을 때에 맞춰 강해지더니 다시금 눈을 뜨는 것에 맞춰서 떨어져 나갔다.

분명 녀석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아차린 건지 모르겠다.

“폐하…!”

그때였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오닉스가 반쯤 비명을 질렀다.

담이 온 것처럼 뻐근한 고개를 돌려 보니, 놈이 들고 있던 서류를 후두두 떨어뜨리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대공이 직접 가져왔을 정도면 꽤 중요한 문건이었을 텐데.

서류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팔랑팔랑 흩날렸다.

“제가 어떻게 모으고 모은 건데, 그걸 이렇게 다 쏟아 버리시다니요! 실수로라도 흘리지 않게 잘 막아 두고 있었는데!”

오닉스는 무슨 대단한 아이템이라도 바닥에 버려졌다는 양, 금속 막대를 들어 보였다.

그 별로 반갑지 않은 금속 막대를 다시 보니 아랫배 안쪽이 욱신거리는 기분이었다.

영영 어디 있는지 모르고 싶었는데. 아니, 차라리 사라져도 괜찮았을 텐데.

저걸 또 굳이 가져와 보여주는 오닉스의 변태적인 성향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 아까운 정기를 시트 위에 다 버리시고! 그럴 거였으면 저를 불러서 빨게 하지 그러셨어요!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자신 있었는데 말입니다!”

녀석이 말이 이어질수록 내 표정은 떫게 식었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주제에 저렇게 흥분해서 다다다 쏟아 내니 귀청이 웅웅거려서 머리가 울렸다.

하스칼은 침대 위에서 나를 정말 온갖 방식으로 굴려 댔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오닉스까지 끼어들었다고 생각하면….

나는 기진한 피로감 뒤에 숨었던 수치심이 불쑥 고개를 드는 것 같아서 지쳐 버린 척 고개를 떨어뜨렸다.

“시끄러워.”

하스칼도 오닉스의 방정맞은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타박했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오닉스는 하스칼의 등 뒤로 뛰어와서는 굳이 내 시선에 얼굴 높이를 맞췄다.

“까망아…. 너라도 잘 참아 봤어야지! 막 귀한 정기를 그렇게 줄줄 흘리고 다니면 어떻게 해.”

‘까망….’

야옹이랬다가, 까망이랬다가.

저번부터 대체 날 뭐라고 부르는 건지.

이제는 화낼 기력조차 없어서 옅게 숨만 토했다.

오닉스는 그제야 흥분한 표정을 걷어 내고는 흐트러진 내 머리칼을 정리했다.

“그보다 우리 용사님 목걸이는 어쩌셨어요?”

“버렸어.”

“……휴고 백작이 슬퍼하겠네요.”

“그놈은 내가 죽이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할 거야.”

“왜요? 그 천박한 종자가 또 무슨 헛짓거리를 했나요?”

“나비가 밥 먹고 체했잖아.”

“…….”

설마 지금까지 내가 체했다고 생각해서 속을 뚫어줬다고….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자 나는 가만히 눈만 깜빡거렸다.

하지만 그 어이없는 말을 들은 오닉스는 영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속눈썹을 가볍게 쓸어 냈다.

“저런. 인간은 급체로도 죽을 수도 있다고 하더니만. 그게 정말이었군요. 우리 용사님 얼굴이 반쪽 된 것 좀 봐. 그 슬라임이 상했었나 봐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은 은근슬쩍 뺨을 타고 내 귓불을 문질렀다.

꿈에서의 놈이 ‘나’한테 좆을 먹이기 전 무슨 신호라도 되는 양 꼭 이렇게 귓불을 지분거렸던 것을 알기에 나는 변태 손을 피해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내가 휘청대는 줄 알았는지, 궁둥이를 잡고 하스칼이 가볍게 추어 안았다.

“흐…!”

순식간에 눈앞이 번쩍 튀었다.

질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좆이 내벽 깊은 곳을 파고들어 내장이 한껏 밀려나자, 나는 버석해진 목구멍으로 희미한 신음을 흘렸다.

이미 배 속을 찌르고 있던 흉물이지만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뭐 피하다 뭐 만난다더니.

오닉스를 피하려다 괜히 배 속 내장만 봉변당해 버렸다.

가뜩이나 숨 쉬는 것만으로도 내장이 아릿하고 뭘 해도 사라지지 않는 이물감 페널티 때문에 모르는 척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집무실에서는 내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하스칼도 얌전했기 때문에 그나마 참을 만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을 만한 정도인 거지.

내 체중으로도 내리누르는데도 녀석의 기다란 좆은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커서, 이렇게 고쳐 안을 때마다 내장이 퍽퍽 후벼 파이곤 했다.

더욱이, 오닉스 말대로 배 속에 들어앉은 슬라임이 상했는지 자꾸만 뭘 줄줄 흘려 대서 곤란할 지경이었다.

“세상에. 그 잠깐 새 우리 용사님이 애교가 많이 늘었네요. 폐하께 답삭 안긴 거 보셨어요?”

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배 속에 바게트만 한 좆이 밀고 들어오면 어디든 잡고 싶어지기 마련일 터였다.

하지만 굳이 변태와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러자 내 둔부를 잡고 있던 하스칼의 손이, 엉덩이 사이 구멍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미 한계까지 벌어진 데다 퉁퉁 부어 버린 내 구멍 상태를 살피듯 이내 꾹꾹 눌러 댔다.

긴 손가락이 제멋대로 파고들고도 아직 아기 주먹만큼이 더 남은 기둥과 그 접합 부분을 매만졌다.

그게 꼭 기절하면 네 몸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아 두라는 것 같았다.

“아.”

그 모습을 하스칼의 어깨 너머로 보고 있던 오닉스가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그걸 다 삼켰어요?”

오닉스가 양손을 뻗더니 내 턱을 쥐고 제 쪽으로 당겼다.

그러더니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 입술을 매만지고, 손가락을 살짝 밀어 넣어 치아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그렇구나. 여기 입은 좁아서 찢어지더니, 아래로 받아먹는 게 우리 용사님에게는 더 맞는 방법이었군요.”

“…….”

그게 꼭 무슨 추억을 떠올리는 양 들렸다.

슬그머니 눈을 떠서 보고 있자니, 눈동자 너머가 어른어른해서는 내가 아닌 뭔가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기분이 묘해졌다.

이 녀석도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어째 조금 더 맛이 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용사님이 애교도 많아지고 얌전해진 건 좋은데- 오늘따라 묘하게 말이 없네요? 혹시 혀라도 자르신 건가요? 그건 아닌데.”

내 입 안을 헤집던 오닉스는 바짝 굳은 혀를 잡아당기면서 물었다.

혼자 답도 찾아 놓고는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면 성대라도 베어 내셨어요?”

오닉스의 손가락이 순식간에 목구멍까지 파고들었다.

“욱, 컥!”

겉보기에도 상처 하나 없는 목구멍을 굳이 확인하겠다고 손을 처넣는 미친놈이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헛구역질을 하며 쿨럭거렸다.

그때마다 아랫배 근육이 긴장되면서, 본의 아니게 하스칼의 좆을 콱콱 조여 물었다.

그 자극에 안달이 난 내 성기도 파드득 튀어 오르며 하스칼의 아랫배를 퉁퉁 두드렸다.

순식간에 머리털이 쭈뼛댈 만큼 절정감이 치솟았다.

위아래로 버거울 만큼 쑤셔지는 중에도, 성감이 착실하게 쌓여서는 은은한 미열이 번지는 게 느껴졌다.

“목구멍도 멀쩡하고. 이상하네.”

나는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오닉스의 손등을 잡았다.

그러자 오닉스는 야릇한 미소를 띠며 목구멍 더 깊은 곳까지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지금쯤 나쁜 말도 내뱉고 그래야 할 텐데. 폐하께서 우리 용사님에게 어떤 암시를 걸었나, 확인해 볼까요?”

이대로 목구멍이 찢어지나 싶을 때.

“그만.”

하스칼은 내 손을 털어 내고는, 직접 오닉스의 손을 빼내 버렸다.

“읍! 컥, 컥! 쿨럭…!”

짓눌렸던 기도로 급히 숨을 들이마시며 기침을 쏟아 내다가 목울대와 아랫배가 욱신거려서 다시금 하스칼의 가슴팍에 머리를 묻었다.

아무리 입을 막아도 줄줄 새 나오는 기침을 막을 수가 없어서 하스칼의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헐떡였다.

그러는 중에도 머릿속이 바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분명, 고개를 숙이기 전.

오닉스의 미소 띤 얼굴이 서늘하게 변하고 검은 눈이 의미심장하게 조여드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서 내가 모르는 내분이 일어난 건가?’

하스칼은 그간 오닉스가 내 몸을 지분대는 모든 일을 용인했었다.

그저 본인은 멀찍이 떨어진 채, 관전하듯 눈으로 핥아 내리기만 했었는데.

하스칼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생긴 게 분명했다.

“쓸데없는 짓 말고, 뭣 때문에 왔는지 보고나 해.”

“아, 이런. 중요한 보고를 한다는 게, 우리 용사님 애교에 홀려서 그만 까먹을 뻔했어요.”

오닉스는 다시금 웃는 소리를 꾸며 내며 허공에 대고 손짓했다.

그러자 바닥에 흐트러졌던 종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하수구에 생긴 균열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다가 하수구라는 말에 흠칫 굳었다.

황급히 머릿속을 더듬어 살피니 올해 겨울 지구에서 균열이 발견되었던 걸 떠올렸다.

‘올해…, 였다고.’

균열이 발견되면 인류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반드시 둘 중 한 가지 방법을 택하곤 했는데.

그 두 가지 방법 다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그중 하나는 균열 안으로 원자 폭탄을 터트려 닫으려 시도했다가 균열이 더 커져서 지옥과 지구가 연결되는 게이트가 생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최정예 헌터로 꾸려진 원정대가 균열 안으로 뛰어들었다가 지옥에서 전멸을 맞이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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