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인간들은 원래 이렇게 나약한가
백작은 내벽을 벌리겠단 말을 지키려는 심산인지 이미 한계까지 벌어진 입구에 손가락을 걸고는 주욱 잡아당겼다.
엉덩잇살이 찌그러지며 후끈하게 달궈진 구멍 사이로 서늘한 공기가 새어 들어왔다.
“흐으.”
그 온도 차이조차 지독해서 내벽이 움찔움찔 떨리는데, 백작이 다른 쪽 손가락을 뾰족하게 모아 쥐고는 무자비하게 쑤셔 박았다.
“아!”
내장이 뻐근하게 밀려나자 엉덩이와 허벅지가 파드득 경직하듯 굳었다.
놈의 손가락이 점막을 들쑤실 때마다, 알이 텁텁한 마찰을 일으키며 살덩이를 잡아끌고 들어왔다.
물기 없는 알 표면에 점막이 뻑뻑하게 들러붙었다.
“힘 빼는 게 좋을 텐데.”
“아, 잠…!”
“말을 안 들어.”
알이 안쪽 어딘가에서 덜컥 걸려 버리자, 백작의 손가락이 배 속에서 헛도는 게 느껴졌다.
바깥에서는 자꾸만 밀어 넣는데도, 둥근 구체는 흡착하듯 감겨드는 살덩이를 짓누를 뿐이었다.
구멍을 찢어 낼 셈인지 백작은 손등 직전의 불룩한 뼈까지 손을 욱여넣었다.
하지만 내벽의 저항 탓에 진입이 만족스럽지 못해 놈은 돌연 손을 쑥 뽑아냈다.
“허윽!”
눈으로 보고 있지 않은데도, 뜨겁게 달궈진 점막이 백작의 손에 딸려 나오는 게 고스란히 그려졌다.
“밥투정도 심하고.”
무성의한 후퇴는 더욱 저돌적인 삽입으로 이어졌다.
“윽, 윽! 으으, 아!”
연거푸 이어지는 소리와 함께 내 신음이 잘게 부스러졌다.
회음부와 구멍을 내리치듯 파고드는 손짓이 너무 날카로워서,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온몸이 아릴 만큼 경련하기 시작했다.
내장이라는 곳이 아무리 몸을 단련한다 한들 단단해지거나 질겨질 수는 없는 부위라 이렇게 우악스럽고 사나운 움직임에는 무방비하게 쑤셔지는 수밖에 없었다.
감각 교란 때문에 고통조차 쾌감으로 변환됐지만, 그 감각을 뚫고 아릿한 둔통과 욱신거림이 중간중간 꽂혔다.
자극이 잇따라 거듭되자, 나중엔 무엇이 고통이고 어느 게 쾌감인지 알 수 없게 뒤섞여 버렸다.
엉덩이 사이로 후벼지는 느낌은 마치, 윗면이 돌출된 블록이 와르르 쏟아진 것처럼 온통 제멋대로였다.
뒤죽박죽 불규칙하게 치고 빠지고 규칙성 없이 쑤셔지는 감각에 구멍이 후끈거릴 지경이었다.
“으응, 아!”
사납게 강제되는 절정감에 쇄골이 접혀들 정도로 등이 둥글게 말리고, 흉근과 복근이 제멋대로 울럭거렸다.
요도 안쪽을 막은 막대가 울룩불룩 솟았다 도로 튕겨 들어가며 구멍이 엉망으로 후벼졌다.
하지만 그 정신 나간 감각보다 엉덩이 사이를 가르고 들어오는 감촉에 이성이 몽땅 짓이겨지고 뭉그러졌다.
배 속이 드글드글 끓어올랐다.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 같던 불완전함이 전류처럼 내리쳤다.
“아, 그으…, 읏!”
한껏 고조된 성감은 결코 떨어지는 일 없이 자꾸만 휘몰아쳤다.
테이블이 덜컥덜컥 흔들리고, 잔뜩 잡아당겨 쓸려내려 간 시트를 타고 한쪽 다리가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균형이 무너지고 넘어질 듯 휘청대는 바람에 체중이 실리자 백작의 손가락이 더욱 깊게 들어와 내벽 어딘가를 할퀴었다.
“……!!”
피할 수 없는 절정이 치고 올라오고, 그다음 정점. 뒤이어 극치의 쾌감이 회전문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배출 없이 이어 달리는 오르가슴에 종아리가 경직되고 허벅지 근육이 불룩 솟았다.
내장 점막에 전류가 핏핏 피어오르는 기분이었다.
“하악! 흐익, 헉! 으으, 아, 배가 너무! 아!”
몸을 가눌 수 없어서 수전증에 걸린 사람처럼 손발을 벌벌 떨며, 눈앞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상한 감각이 플래시처럼 팡팡 터져 댔다.
“흐으…, 아.”
그 거대한 해일에 휩쓸리자 빈혈을 일으킨 듯 시야가 온통 이지러졌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앞에 선 무언가를 다급히 잡아채 숨어들 듯 얼굴을 파묻었다.
“세상에. 밥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용사님이 폐하께 애교를 부리네요. 야옹아, 착하지.”
누군가 작게 감탄하며 말했지만, 귓가에는 아무런 말도 맺히지 않았다.
※주의! 저주(침식)가 10%에 다다랐습니다.